북경에서 본 남북정상회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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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들어 북경의 일상이 작년과는 판이하게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발길이 많지 않았던 한국 손님들도 일주일에 한 두차례 찾아오고 한국 방문을 주선해 달라는 중국 정부기관들의 문의도 많아졌다. 여기에 금년 들어 4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개혁개방 40년 주년을 맞은 중국이 대외적으로 미중 무역분쟁, 개혁개방 확대 선언, 북중 정상회담 등 굵직굵직한 이슈들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중국 이슈들로 더욱 바빠진 진출 기업들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이미 평창올림픽 남북공동 선수단 참가, 남북 고위급 회담, 특사 중국방문 등이 진행될 무렵부터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눈치였다.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인프라 투자, 가공무역 기지, 물류허브로서 북한의 역할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지속가능성, 끊어진 대북 연결고리, 중국의 선점 등을 우려하는 분위기이다.
중국 각계각층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관심과 기대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외교부는 공식 논평에서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기대와 동시에 한반도 관계개선을 위한 중국 역할론을 다시 한 번 주장하였다. “갖은 역경을 무릅쓰고 형제가 함께 자리해, 서로 만나 한 번 웃으니 모든 원한이 사라지네”라는 루쉰의 시구를 이용하여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기대함은 물론 그동안 남북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것을 중국이 일관되게 지지해왔고 앞으로도 적극적인 역할을 계속 발휘하겠다는 말도 아끼지 않았다.
언론들도 양국 정상이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은 이야기,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라고 쓴 방명록, 국군의장대 사열, 1953년생 소나무 식수 행사 등을 역사적인 사건으로 보도하였다. 판문점선언이 한마디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일부 언론들은 앞으로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변수와 판문점선언의 실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자세를 보였다.
27일 오전부터 실시간으로 뉴스를 접한 중국 네티즌들은 댓글에“좋아요”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시나닷컴의 "김정은-문재인 악수”란 제목의 동영상 클릭수가 오전 10시에 이미 137만을 돌파하여 당일 핫 뉴스로 올라섰고, "김정은, 평양냉면을 갖고 왔다”라는 동영상의 클릭수도 120만건이 넘는 인기를 모았다. 텐센트 모바일뉴스의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소식에는 오후 2시에 이미 2,217만명이 댓글이 달릴 정도였다.
한국제품을 수입하는 중국 바이어들의 관심은 훨씬 더 실질적이었다. 절강성 소주의 영유아제품 수입상은 남북정상회담은 모든 수입상에게 희소식으로, 앞으로 한국-북한-중국 무역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을 예상하였다. 북경에 있는 식품수입업체는 요즘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남북한정상회담을 주목하고 있으며 향후 남북관계에 대해 관심을 더 두겠다고 하며 앞으로 북한-중국간 수출입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미 5월에 예정된 트럼프-김정은 북미정상회담이 끝나는 대로 시진핑 주석이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경제적인 부문으로만 보았을 때 현 상황에서 중국에게 북한의 가치는 무엇일까?
첫째, 중국은 공급과잉된 자체 국유기업의 구조조정을 북한에 대한 대규모의 인프라 투자 원조로 해결하려는 일거양득의 계획을 가질 수 있다. 조만간 북한을 방문할 시진핑 주석의 선물 보따리에 통신, 전력, 운송과 같은 기간 산업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 원조가 계획되어 있지 않을까?
둘째, 북한의 고급 노동력을 저렴한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공무역 생산기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환경오염과 낮은 부가가치 등을 이유로 가공무역에 대한 제한정책을 펼쳐 많은 기업들이 동남아 등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
아마 중국내에서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경제적인 관점에서 북한을 눈여겨보는 기업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압록강, 두만강 연안에서 음으로 양으로 국경무역을 진행하던 중국인, 공장을 중국에서 다른 나라로 옮겨야 하겠다고 내심 마음먹고 있는 기업, 자금과 경험을 무기로 새로운 인프라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그들일 것이다.
중국이 이야기 한 것처럼 아직 북미회담이 있고, 구체적으로 실행이 되어야 하는 절차가 남아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남북한의 경제교류 개시가 어쩌면 과거와 달리 중국에게 오히려 더 큰 기회가 될 것도 같은 우려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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