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에 거는 기대와 걱정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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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정말 달라지겠지?” 의 기대와 “이번이라고 뭐 달라지겠어? ”의 회의가 교차한다.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보는 내 솔직한 심정이다.
우리가 한두 번 속고 실망했나? 하다가도 마음 한켠에는 기대와 희망의 싹이 돋아 오르는 것을 애써 부정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칠순을 넘긴 우리세대에게 평화가 주는 의미는 범상할 수가 없다. 1968년도에 김신조를 비롯한 수십 명의 북한 무장특공대가 청와대 턱밑까지 왔으나 그 대담한 거사는 실패로 돌아갔다. 덕분(?)에 나의 군대 복무는 6개월이 더 늘어났고 제대 후에도 매년 일주일간 완전한 전투편제의 동원예비군 훈련을 한탄강을 행군하면서 치렀다.
1976년 가을 어느 날인가 이촌동의 아파트에서 신혼의 단꿈에 빠져 있는데 귀청을 때리는 요란한 확성기소리가 울렸다. 동원예비군들은 즉시 비상소집예정지로 집결하라고. 나는 옆에 누운 아내를 쳐다보며 “꼭 살아서 돌아올게” 하고 기도했다. 물론 실제상황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때 내 머릿속에는 언제 전쟁터로 나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항상 꽈리를 틀고 앉아 있었다.
첫애를 낳고 나서 나는 마음속으로 빌었다. 부디 이 아이만은 군대에 안가도 되는 세상이 오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그 아이도 군대에 갔고 지금도 새파란 청춘들이 군대에 간다.
이번에는 진짜 평화가 찾아올까? 한반도를 침몰시키고도 남을 핵폭탄과 남북한 합쳐서 100만을 훌쩍 넘는 군대가 총부리를 겨누는 가짜 평화 말고 핵이 없고 군대를 줄이고 적화통일이니 북진통일이니 하는 구호도 없는 진짜 평화 말이다.
우리의 기대치는 어느 때 보다도 높고 희망은 봄햇살처럼 퍼진다. 김정은이 더 이상 핵실험을 안 하겠다고 공언하여 분위기를 띄웠고 트럼프는 북한 핵을 없애는 최초의 위대한 미국 대통령이 되겠다고 호언한다. 강력한 대북경제제재의 효과로 김정은은 체제이완의 위기에서 벗어나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고 더욱이 중국과 남한정부가 든든한 우군으로 뒤를 받쳐 주는 호기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김정은은 비핵화의 대가로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을 얻어 내어서 개혁개방으로 선회하여 대동강의 기적을 이루어 내면서도 왕조체제의 유지는 가능하다는 확신을 중국경험으로부터 배웠을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은 우리의 희망을 확인시켜 주는 상징적, 선언적 합의를 이루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사전접촉과 협상에서 의제의 98%정도가 합의되었고 나머지 2%는 정상 간의 직접적인 담판에 맡긴다는데 두 정상이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어리석음을 보여주겠는가?
트럼프와의 만남에서 김정은이 비핵화의 로드맵을 놓고 트럼프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고 트럼프는 어느 정도의 반대급부를 약속할 것인가가 핵심이고 초점이다. 북미 간에도 이미 사전조율이 진행되고 있고 정상회담의 성과를 자신할 때 만남이 이루어 질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보여진다.
남북한과 미국의 정상들은 호랑이등에 올라탄 형국이다. 회담실패의 정치적 리스크와 회담성공의 정치적 이득 모두 막대하다는 점을 그들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평창올림픽이후 세 정상의 언행이 회담실패를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계속되어 왔다.
회담성공이 한반도의 진짜 평화를 담보하고 나의 손자들은 더 이상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올까? 의 물음에 대해서 나의 속내는 불안하다.
불안의 진앙은 두 말할 나위 없이 반세기이상 누적되어 온 상호불신과 증오의 감정이다. 합의문서명만으로 아침이슬 사라지듯이 없어 질수는 없고 약속을 이행하는 하나하나의 행동이 쌓여서 불신을 줄이고 신뢰를 더해가야 하는데 그 과정은 인내와 진정성을 요구하는 기나 긴 여정이다.
불안의 더욱 구체적인 이유는 문재인정부의 대북관에서 비롯된다. 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을 결정하고 영향을 미치는 인사들은 북한에 대한 불신과 비판정신이 없다. 대신 북한사정을 이해하고 선의로 해석한다.
앞으로 남북화해협력이 본격적으로 진전되고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경제성장을 이루어 내면 남북 간에 전면적인 체제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다. 나의 바람은 북한이 개방적 국가로 변화하여 언젠가는 자유민주주의에 기반 한 통일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억압정치와 인권탄압에 대한 건전한 비판정신이 실종되고 남한에서 오히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이 이완되면서 남북한 체제경쟁의 운전석이 북한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칠순 넘긴 노인의 과민한 걱정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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