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 전략적으로 활용될 것인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04월24일 17시00분

작성자

메타정보

  • 31

본문

 

미·중 무역분쟁 격화, 국제금융시장 참가자들 걱정이 태산

 

금년 들어 격화되기 시작한 미·중간의 무역 분쟁은 이를 지켜보는 주변국들과 국제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수지적자는 그동안 급증하여 2017년 중 3,752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미국정부는 금년 들어 자국 안보 또는 지적재산권 보호의 명목으로 중국에 대한 통상압력을 가중시켜 왔다. 연초 이후 중국산 세탁기, 태양광패널 등에 선별적으로 고율관세를 부과해 오다가 3월22일에는 자국 무역법301조를 발동하여 약 500억 달러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약 1,300품목)에 대해 25%의 관세부과를 결정함으로써 중국 측을 압박하였다. 이에 맞서 중국정부도 4월2일 미국산 농·축산물 등 30억 달러규모의 128개 품목에 대해 15~25%의 관세부과계획을 발표하였다. 

 이에 미국정부는 다시 추가적으로 1,000억 달러규모의 중국산수입품에 대한 관세부과 검토를 발표하고 나섰고 중국도 다시 미국산 대두, 자동차 등 106개 품목에 대해 고율관세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나옴으로써 양국의 무역 갈등은 더욱 격렬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정부는 중국에 대하여 고율의 관세부과공세와 함께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행위들을 WTO에 제소하는 한편 중국으로의 기술이전이 우려되는 중국의 대미투자 제한을 강화하였다. 그 일례로 미 상무부는 최근 중국의 주요통신장비업체인 ZTE에 대해 향후 7년간 미국기업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조치하였다. 

 미국정부는 고율관세를 부과할 세부항목들을 공청회를 거쳐 6월경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주미중국대사는 이러한 조치들에 대한 보복조치로 중국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미국국채(금년 2월말현재 1조1,767억 달러규모)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양국의 무역분쟁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미국, 유럽 등 세계 주요증시는 하락세를 보이면서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다.

 

“양국간 무역분쟁, ‘세계경제의 큰 충격’으로는 발전하지 않을 것”

 

 그러나 이번 두 경제대국간의 무역 분쟁이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줄 정도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까지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우선, 현재 세계 제1수출대국이자 세계최대 제조업생산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미국과도 직·간접적인 글로벌 공급사슬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미국의 중국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는 곧바로 미국의 수입가격 상승충격으로 되돌아 올 수밖에 없다. 일례로 4월17일자 AP통신은 최근 무역분쟁의 여타로 중국산 TV, 배터리의 가격이 23%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보도한 바 있다. 

 또한  미국의 고율관세 부과조치는 중국 경제의 구조변화로 인해 그다지 큰  충격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중국국가통계국의 발표에 의하면 2017년 중 중국 GDP에서 3차산업이 점하는 비중은 60%로 2차산업이 점하는 비중  35%를 크게 상회할 뿐 아니라 경제성장에서 최종소비의 기여율이 무려 59%에 달하고 있어 제조업부문을 겨냥한 고율의 관세부과는 중국에 큰 타격을 주지는 못하고 자칫 중국시장을 잃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필자의 중국 근무경험에 비추어 볼 때 중국의 소비자들의 소비행태는 선진시장경제국들과 달리 국민적 감정의 향방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러한 견해도 어느 정도 타당성이 인정된다.

 

중국의 미국국채 매각 등은 관세부과 대응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 상존

 

  그리고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국이 보유 미국국채의 매각 또는 매입 보류를 관세부과의 대응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할 것으로 판단된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보유 미국국채의 일부를 매각할 경우 국채가격 하락으로 잔여 미국국채자산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보다는 오히려 미국국채 매입을 중단하거나 줄이는 방법을 쓸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정상화정책으로 금리상승이 예상되고 있는 시점에서 금리리스크 회피차원에서 미국채의 매각을 늘여나가거나 매입을 줄이는 것은 최근 미국채 보유를 줄인 일본의 예에서 보더라도 당연한 자산운용전략이므로 중국이 이를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유 미국채의 매각설이 공개적으로 거론된 상황에서 공연히 미국의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미국채의 매각이나 매입감소를 자제하고 있을 뿐이라고 보아야한다. 따라서 미국으로부터 고율관세 공격이 현재화할 경우 언제던지 중국은 이를 정책옵션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상의 점들을 감안할 때 양 대국이 상호 부정적 반사충격을 초래할 수 있는 과격한 조치들을 취하면서까지 무역전쟁을 벌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으로서는 이번 조치로 대중 무역적자를 어느 정도 감축하고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의 시정을 촉구하고 더 나아가 중국 시장의 추가적인 개방을 얻어 낸다면 일단 공세를 완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4월10일 보아오포럼에서 행한 연설에서 외국계 금융기관의 중국내 설립제한 완화, 중국내 투자환경 개선, 지적재산권의 보호 강화, 중국의 자발적 수입확대 계획 등을 천명한 것도 미국측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 협상해 나갈 뜻을 표명한 것으로 이해된다. 시 주석의 입장표명이 있은 뒤 최근 이강 중국인민은행 신임총재의 중국 금융시장의 개방일정 발표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중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외국투자자의 투자제한 철폐방침의 발표가 잇달아 나왔다. 중국 측은 이러한 조치들이 자체적인 개혁·개방정책조치의 일환이며 외국의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적어도 이러한 조치들의 발표는 미국의 관세공격예봉을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 어느 정도  해소, 중국시장개방 촉진 효과 거둘 듯

 

 결과적으로 이번 미 트럼프행정부에 의해 촉발된 무역전쟁은 어느 정도 미국의 대중국무역적자를 해소하고 중국시장의 대외개방을 촉진하는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문제가 된 미국의 만성적인 대규모 무역적자는 많은 학자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목적으로 급격히 늘어난 미국 내 유동성공급과 이례적인 저금리하에서 비롯된 소비 및 투자 증가에 근본원인이 있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미국내 금리 정상화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과 같은 비상조치의 발동만으로 미국의 만성적자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을 것이다. 중·미간 무역마찰은 쌍방간 타협으로 단기적으로 소강상태를 보일 수 있겠지만 상당기간 세계경제에 대한 불안정요인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의 입장에서는 이번 미국의 무역공세를 중국내 과잉생산과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중국경제의 대외개방을 추진하는 계기로 활용한다면 명실공히 G2로서의 대외적 위상을 강화하는데 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두 세계 경제대국 간의 무역전쟁 와중에 놓인 한국은 어떤 대응전략을 펼쳐야 할까?

 

 우선은 중국의 추가적인 개혁·개방조치의 시행과 관련하여 생겨 날 수 있는 사업기회를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국내기업들의 창의적인 기업가정신의 발동과 이를 뒷받침할 규제 개혁이 절실히 요구된다.

 

 또한  중·장기적인 해결책은 결국 중·미 편중의 무역구조를 다변화하고 고부가가치수출상품 생산을 위한 기술력 향상에 계속 진력하는 길 밖에 없다.

 

 끝으로 국가 간 대외불균형의 해소가 이해당사국간의 협상에 의존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현 상황하에서는 한국과 이해를 같이하는 여타 국가들과의 정책공조를 적극 모색하는 것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ifs POST>

 

 

31
  • 기사입력 2018년04월24일 17시00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