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에 대한 비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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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지난 4월11일 단순하고 공정한 대입제도(학생과학부모측의요구), 교육과정의 정상화(교사측의 요구), 4차산업혁명과 인구절벽 등 급변하는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양성(대학측의 요구)을 기준으로 선발시기와 수능평가방법을 조합해 크게 5가지 개편안을 담은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발표하고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에서 숙의·공론화하여 8월까지 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교육부는 올 8월에 대입제도 개편, 고교체제 개편, 고교학점제, 내신 성취평가제를 포괄하는 ‘교육개혁종합방안’을 보고할 것임을 예고했다. 논의해야 할 사항이 많지만, 본고에서는 열린안 정책결정 방식과 대입제도의 공정성 확보와 입시전형의 다양화 사이의 관계에 한정하여 주장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열린안’이라는 정책결정 방법. 최선인가? 그리고 가능한가?
이번에 발표된 대입제도 개편시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별개로 이 개편안의 특징중 하나는 ‘열린안’으로 제안되었다는 점이다. 발표에 따르면 ‘열린안’이란 교육부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주제를 구체화하고 국민들이 참여하여 숙의·공론화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결정방법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가의 모든 정책을 열린안으로 결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해관계가 첨예하여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여 하달하는 방식이 어려운 정책적 사안에 한정하여 열린안으로 제안하고 설사 정부의 입장과 반한 결정이 나오더라도 최종결정을 따르는 것을 현정부의 정책운영 방식으로 채택하고 있다. 지난해 원전 신고리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3개월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투표로 결정한 바 있다. 열린안 방식은 정부의 정책이 다수의 견해와 불일치하거나 국민들간의 이견이 심할 때 국론불열로 인한 정책공백을 최소화하고 분란을 잠재울 수 있는 수단이 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소 건설중단 여부와 같은 전문적지식이 요구되는 정책결정에 있어서 관련전문가의 견해와는 별개로 주민들의 찬반토론과 투표를 통해 최종결정하는 것이 정당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우려와 비판은 피할 수 없었다.
대입제도라는 교육정책에 열린안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위와 같은 우려와 비판을 면할 수 없다.
표면적으로는 대입제도 개편 논의에 국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하고 자연스럽게 공론화와 합의에 도달할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원자력발전소 건설 여부처럼 이 사안의 특성상 자연스러운 합의가아니라, 다수결대결로 최종결론을 내려질 것이 분명하다.
열린안방식의 결정은 대입정책처럼 국민에게 민감한 사안결정에 따르는 정부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중의 선호에 교육을 맡겨두는 것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교육정책을 설계하고 입안하고 집행해야 할 교육부의 최선의 방책이라고 생각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여부는 그렇다치더라도, 대입제도를 열린안으로 합의 도출하는 일 자체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원자력발전소 건설 여부는 단일사안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찬반 형식의 간단한 투표로 결정할 수 있었다. 이에비해 대입제도는 그안에 아주 많은 쟁점사안들이 종횡으로 짜여있다. 교육부가 제시한 3가지 핵심논의사항과 추가논의사항들, 이에 따른 다양한 대입모형들을 어떻게 국민공론화를 통한 단일안으로 수렴하는 것이 가능할까?
게다가 이 정부는 대입제도개편시 최소 3년6개월 전에 공표할 것을 약속한 바 있고, 따라서 2020년도에 개선된 입시제도가 반영되기 위해서는 올8월까지는 반드시 결론을 내려야한다. 4개월 만에 열린안 방식으로 이 일이 가능할까?
열린안 정책결정 방식의 정당성을 국민들의 자유로운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통한 합의도출에서 열린안 방식의 정책결정방법의 정당성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은 정부가 지기 싫은 부담을 국민들에게 던져놓는 무책임한 처사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둘째. 두 마리 토끼- 대입제도 공성성(단순화)과 입학전형의 다양화.
1994년 학력고사가 폐지되고 수학능력평가제도가 도입되고 1997년부터 수시전형이 시작된 이래, 현재는 매우 다양한 방식의 입학전형들이 대입제도에 도입되었다. 입학전형의 다양화는 한판의 시험으로 대학입학의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마다 서로 다른 개인의 적성과 재능, 그리고 희망진로 등이 반영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해 가는 것이 교육적으로 온당하다는 생각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시의 다양한 입학전형은 해를 거듭할수록 복잡해져서 진학상담 전문가의 전문적인 도움없이는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어떻게 지원해야 자신에게 가장 좋은 선택인지를 판단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뿐만아니라 수시전형이 복잡해지고 다양해져감에 따라 각 전형간의 차이로 인해 공정한 경쟁시스템이 아니라는 비판과 더불어 정시확대의 요구가 점차 높아져갔다.
현재 개편안에서 거론되는 수능정시 합설과정시 확대 여부, 수능절대평가제를 보완하기 위한 원점수 공개, 학생부종합전형 간소화 등은 위에서 언급된 지난 20년간의 복잡한 입시제도와 불공정 시비를 해소하고 단순하고 공정한 대입제도를 만들기 위해 도입이 검토되고 있는 내용들이다.
한국에서 시행된 가장 공정한 제도는, 즉 시험부정이 없는 한, 공정성시비를 잠재운 제도는 바로 국가주도의 학력고사였다. 그러나 학교와 학생의 서열화, 지식과 경험의 획일화라는 비판 속에 자율과 창의를 추구하는 입시전형의 다양화를 시도해 온 결과가 오늘날의 복잡 다양한 전형제도를 등장하게 만들었다. 입시전형이 복잡다양해지면 질수록 공정성 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교육부 발표에서 대입제도 개선시안에서 중요하게 고려한 세가지 요구에 창의적 인재양성이라는 대학의 요구가 한 기준으로 들어가 있지만, 그것은 일종의 슬로건일 뿐이고 정작 그내용을 들어가 보면 창의적인 인재양성을 고민한 흔적을 입시제도 내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대입제도 개선에 있어서 간소하고 공정한 대입제도라는 기준이 가장 중요하게 취급된 결과이기 때문에 그러할 것이다.
지난 30년간의 입시제도 변천사를 거시적 입장에서 조망해 보면, 입학제도의 공정성과 입학전형의 다양화는 사실상 양립하기 어려워 보인다. 공정성만을 강조하면 국가주도의 학력고사에 가까워지게 되어있고, 입학전형의 다양화를 위해서는 대학의 자율적 선발권한이 강화되어야 했지만 이번교육부 발표는 다시 학력고사 쪽으로 대입제도 개편의 방향을 틀었다고 말하면 지나친 평가일까? 그리고 지난 20년간 진행되었던 입학전형의 다양화와 대학의 자율적 선발권한의 강화는 포기되어야 할 실패한 정책인가? 교육부는 이 질문에 진솔한 답변을 해야 할 것이다.
그 외에도 이번 대입제도 개편안에는 논의되어야 할 많은 사안들이 있다. 4개월이 짧은 기간이지만 정말 좋은 방향의 합의가 도출되기를 바란다. 열린안방식으로 결정하기로 발표했으니 합리적이고 전문적인 의견보다 대중의 선호에 의해 대입정책이 결정되는 선례를 남기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임시방편을 좋은 선례로 인식하게 되지 않을지 우리 교육의 현실이 걱정스럽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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