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EU에서 탈퇴할 것인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관련링크
본문
영국의 EU탈퇴(Brexit)를 위한 국민투표(Referendum) 절차 진행이 유럽을 넘어 세계적인 현안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18일, 19일 양일간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는 2015년 11월 캐머런 영국 총리가 제안하고, 2016년 2월 13일 영국과 EU집행위가 합의초안을 마련하고 28개국 EU정상들에 의해서 만장일치로 합의한 "EU 개혁방안"이 도출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캐머런 총리는 영국의 EU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6월 23일에 실시할 방침이다.
합의한 4개항의 EU개혁안
영국과 EU가 합의한 개혁안은 다음과 같다. ①경제 거버넌스 : 영국에 단일통화 유로의 적용제외를 인정하는 것을 재확인, 경제통화동맹을 강화하는 새로운 조치에 대해 EU에 추가협의를 요구하는 긴급조치를 인정, ②경쟁력 강화 : 영국의 요구에 따라 규제완화와 경쟁력 강화를 약속, ③국가 주권 : EU의 통합과정에 대한 특별한 지위를 인정하고, 새로운 EU법령에 EU회원국의 55% 이상의 반대가 있으면 부결(red card)할 수 있도록 조치. ④이민 정책 : 영국의 사회보장제도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EU역내 이민자의 유입과 복지혜택을 제한할 수 있는 긴급조치를 최장 7년간 적용한다. 복지혜택의 제한은 이민자 입국 후 최장 4년이며, 이후 점진적으로 완화하도록 하였다. 이 개혁안은 유럽의회의 합의가 필요하며, EU조약의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추후 조약개정시 일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 합의안은 영국 캐머런 총리가 요구한 EU개혁안을 거의 수용한 것으로, EU안에서 독일 다음으로 경제규모가 큰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EU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EU정상회의 상임의장 투스크(Donald Tusk)는 유럽과 영국 모두 서로를 필요로 하는 상황임을 강조하였다. 영국 보수당내의 반유럽파와 영국독립당(UKIP)에서 개혁안의 내용이 부실하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캐머런 총리가 영국에 합당한 합의를 확보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영국이 유로화와 국경통행의 제한을 없앤 셍겐 협정(Schengen Agreement) 및 기타 사법·내무에 관한 합의에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EU와의 재협상에서 더 이상의 양보를 이끌어 내기 어려운 데다, 캐머런 총리가 요구한 각 분야에서의 구체적인 진전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국민투표, EU잔류 우세 속에서도 예측이 어려운 상황
영국의 EU 잔류 또는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의 질문은 "영국은 EU의 일원으로 머물 것인가, EU로부터 탈퇴할 것인가"의 양자택일 형식이다. 정상회의의 합의이후 캐머런 총리는 EU에 머무는 것이 영국에 최선임을 강조하였다. 영국이 EU에서 특별한 지위를 획득한 성과를 강조하고 잔류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제레미 코빈(Jeremy Corbyn) 노동당 당수도 일자리 보장 및 저임금 노동자들을 위한 개선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잔류에 따른 혜택을 고려하여 영국의 EU잔류를 지지하고 있다. 산업계와 금융계의 대다수도 잔류를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캐머런 정부의 각료 30명 중 6명이 영국의 EU로부터의 탈퇴지지를 나타냈고, 또한 국민적인 인기와 지명도가 높은 존슨(Boris Johnson) 런던시장이 탈퇴 쪽으로 돌아서는 등 영국국민과 정부의 의견이 양분되고 있다. 정상회의에서 EU개혁안의 합의직후의 여론조사에서는 EU잔류 쪽으로의 움직임이 힘을 받고 있으나 여론의 움직임은 매우 유동적이다.
예상외로 클 영국의 EU탈퇴 파문
영국의 EU탈퇴 여부를 결정짓는 국민투표와 탈퇴우려가 영국경제 및 EU경제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외로 클 수 있다. 6월 23일 투표일까지 투표의 행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이는 영국의 경제성장을 저해할 요인이 될 것이다. 이러한 영향은 이미 일부 표면화되고 있으며, 향후 여론조사에서 EU탈퇴가 우세할수록 더욱 커질 것이다. 영국의 탈퇴 우려만으로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선거일까지의 기간이 짧아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이후 국민투표결과 잔류가 확정된다면, 영국의 통화나 자산의 매각 움직임이 멈추고, 유보되었던 투자가 재개됨으로써 상당기간 동안 경기가 상승할 여지도 있다.
만일 국민투표결과 EU탈퇴가 확정된다면 상황은 매우 복잡해진다. 우선 탈퇴 이후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며 금융시장이 심하게 동요하는 등 영국경제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둘째, 시티(the City)가 EU안에서 금융센터로서의 지위가 약화되면 금융업관련서비스업을 포함한 영국금융시장 전반의 위상저하와 동시에 유로존을 비롯한 EU국가의 금융시장으로도 동요가 확대될 것이다. 셋째, 친EU입장이 강한 스코틀랜드와 웨일스가 영국에서 이탈하여 독자적으로 EU에 가입하려 할 것이다. 넷째, 중장기적인 영향으로 탈퇴 이후 영국이 다른 EU국가와 새로운 관세동맹 체결 과정에서, 관세 면에서의 장점을 잃으면 영국을 EU진출거점으로 생각하는 다국적기업의 대부분이 다른 EU국가로 이전하는 등 범유럽차원의 산업재편도 불가피할 것이다. 다섯째, 영국 탈퇴에 따른 여파는 다른 EU국들에게도 타격을 주게 된다. 영국의 탈퇴로 EU예산기여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나, 독일이나 프랑스의 영향력이 확대되어 EU에 대한 불만이 한층 증가할 수도 있다. 또한 영국의 탈퇴가 전례가 되어 EU에 재협상 요구 및 이탈 등 EU의 붕괴위기가 현실화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밖에 국민투표에서 탈퇴가 확정되는 경우, 절차상 EU기본조약 제50조의 규정에 따라 영국정부는 필요한 국내 입법과정을 거쳐 EU정상회의에 정식으로 탈퇴의사를 전달하고, 탈퇴 이후 EU와의 관계를 2년 이내의 기간 동안 합의해야 한다. 합의내용은 영국을 제외한 EU정상들에 의해서 가중다수결(인구구성에 따라 미리 회원국에 할당된 표수에 따른 다수결)로 결정된다. 협의기간 동안의 불확실성이 영국의 경제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 있다.
EU탈퇴 시 역외진출기업의 유럽 산업재배치 불가피
영국의 EU탈퇴가 현실화 된다면 영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 EU내 사업 재배치를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국은 EU시장의 진출교두보로서 영어권, 훌륭한 생활 인프라기반, 풍부한 양질의 인력, 지리적 편의성, 중동 및 아프리카 국가와의 긴밀한 관계, 높은 기술력,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제조업 인건비, 낮은 진입장벽, 정치적 안정성 등 다양한 기업입지로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 영국은 EU와의 무역의존도가 높아, 탈퇴 이후에도 EU국가와 어떤 형태로든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통해서 EU시장에 참여하는 지위를 획득할 것이다. 따라서 영국은 EU의 진출거점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고 동시에 EU내 수출기업의 대부분은 무관세로 영국에 수출할 수 있는 혜택도 계속 누리게 될 것이다. 다만 이 모든 절차가 합의에 이르는 상당한 기간 동안 불확실성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동요 등 영국의 EU탈퇴가 경기침체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출기업들의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