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有感…국가책임만 따질 일 인가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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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사고의 큰 책임은 경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고 막으라고 민중의 지팡이 경찰이라는 기관을 두는 것 아닐까요? 사고 현장에 경찰관 10명만 더 있었더라도 그 많은 사람이 죽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화가 치밉니다. 사실 경찰행정에 대한 불만은 이런 큰 사건 때문만이 아닙니다. 제가 시골 살기 때문에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경우를 너무나 자주 봅니다.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제가 경주에 삽니다. 서울을 자주 가기 때문에 KTX를 타기 위해 신경주역을 그만큼 자주 이용합니다. 제 집은 불국사 쪽에 있기 때문에 경주 시내를 거쳐서 반대방향에 있는 충효동이라는 곳을 지나 역으로 갑니다. 충효동을 지나는 2km쯤 되는 도로에 건널목이 5개 있습니다. 아침에 정신없이 시간 맞춰 가다보면 거의 모든 신호등에 보행신호가 걸리는 겁니다. 열 받지만 사는 것이 바빠 민원까지 넣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주행신호가 동시에 일렬로 정렬되면서 역에 가는 시간이 10분은 단축된 것 같습니다. 주민 가운데 누군가 민원을 강하게 넣은 것이 틀림없습니다.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들이 특별히 다른 불편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걸 민원이 들어오기 전에는 못(안)한 것일까요?
밤에 운전을 하는 경우에는 교통신호 때문에 다시 열을 받습니다. 차량통행이 많을 때는 주행신호를 길게 주고 적을 때는 짧게 주는 것이 기본입니다. 한 밤중에 차 한 대 지나가지 않는 사거리에서 긴 정지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면서 별 생각을 다하게 되는 것은 저만의 문제일까요? 성질 급한 분들은 신호 무시하고 그냥 지나갑니다. 사고가 난 것은 아니지만 범법을 하는 것입니다. 과장해서 말하면 그리고 지나친 일반화인 것을 알지만 우리 경찰은 미필적 고의로 시민들이 범법하도록 방치하는 집단입니다.
서울에 가면 특히 출퇴근 시간에 사거리에서 꼬리 물기로 좌우 도로까지 온통 막히고 혼잡한 경우를 자주 봅니다. 꼬리 무는 운전자가 일차적으로 잘못이지만 교통경찰 한 사람이면 훨씬 수월할 텐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은 그런 광경을 보고 옆에 탄 외국인이 “These idiots!”(이 바보들!)이라고 하더군요. 어찌 보면 사소해 보이는 그런 문제 때문에 나라에 대한 인상이 나빠지고 결국은 큰 사건으로 연결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기실 사거리 꼬리 물기와 이태원참사는 매우 닮은꼴입니다. 사거리에 비탈을 설치하고 차를 사람으로 바꾸어 놓으면 끝내는 그런 참사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는 것 아닐까요? 이번 참사도 이런 사소해 보이는 여러 현상의 연장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우리 경찰의 감성과 공감능력뿐만 아니라 상상력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더욱 힘든 것은 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이 나라 언론과 대중이 획일적으로 이중적이라는 것입니다. 잘한 것은 제 탓이요 못한 것은 조상 탓인 것이지요. 앞에서 제가 우리 경찰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만 이번 이태원 참사가 경찰만의 문제였을까요? 경찰 가운데에는 그 와중에도 혼신의 힘을 다해 참사를 막아보려 한 분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따라서 경찰 전체를 비난하는 것은 삼가야 할 것 같고 한 발짝 물러서서 책임소재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이런 일을 당하면 모두 정부와 대통령을 비난합니다. 정부와 대통령이 무슨 신(神)입니까? 거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까지 정부와 대통령이 챙길 수 있나요? 나라에 무슨 나쁜 일이 발생하면 정부와 대통령을 탓하는 무리는 보통 그런 주장으로 무언가를 챙기는 모리배들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골목을 생각하면서 대통령 뽑으셨나요?
포괄적으로 말하면 그런 태도가 스스로 위기와 위험을 방지하고 피해보려는 태도를 망각하게 합니다. 이번 참사의 책임은 일상적으로 그런 태도에 익숙한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지나친 것일까요? 1인당 소득은 선진국수준에 이르렀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아직 선진국으로서의 매뉴얼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스스로를 돌아보아야지 누군가를 탓해서 방지책이 마련되고 위험 앞에서 뒤로 한 발짝 물러서는 그런 태도가 길러지나요?
성수대고 상판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세월호와 이태원,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계속해서 되풀이 되는데 그 원인이 혹시 우리 자신에게 있는 것은 아닌지를 되돌아보는 이는 왜 이리 찾아보기 힘들까요? 이런 분위기와 의식 안에서 더 큰 잠재적인 참사가 자라고 있음이 보이지 않으시나요? 머지않은 장래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와 슬픔을 다시 겪어야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한숨부터 나오는 것은 저 혼자만의 경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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