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규제개혁을 말 한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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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5년 임기의 대통령을 뽑았다. 이번 대통령은 탄핵이란 초유의 사태에 초스피드로 뽑아야 했다. 지난 짧은 선거과정에 국가경영의 근본방향에 대해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진지한 토론이 이루어졌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새 정부는 어떻게 국가를 운영할지, 그 국정철학부터 고민해야 한다. 산적한 문제들을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는 성급한 대증적 요법보다, 우리사회에서 어떤 부분이 양보되어야 하고, 어떤 부분은 감수할 수밖에 없고, 어떤 부분은 북돋워 주어야 하는지 토론이 필요하다. 인구절벽에, 저성장에, 청년실업에, 국가채무 증가에 걱정스런 생계에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생태계는 어떻게 창출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지 않아서는 우리가 당면한 문제 하나라도 제대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규제개혁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어떤 사회문제든 규제로 해결할 유혹을 느낀다. 이것은 요술방망이 같아서, 정부가 뚝딱 만들어 내기만 하면 바로 써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효과도 바로인 것 같다. 규제위반에 처벌이나 과태료라도 갖다 부치면 사람들의 행태도 금방금방 변하기도 한다. 한번 써먹어 본 신통한 마법에 정부 스스로 홀려버린다. 요술방망이의 신통한 효력을 알아버린 정부는 이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규제로 해결할 수 있다 믿어 버리게 된다. 이렇게 바른 사회, 정의사회, 평등사회, 안전사회, 생명존중 사회, 상생사회를 명분으로 규제는 늘 도입된다.
문제는 그런 규제가 과연 원래 의도한 바른 사회, 정의사회, 평등사회, 안전사회, 생명존중 사회, 상생사회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에 있다. 잘 만들어 관리되는 규제는 이런 사회에 기여할 것이지만 이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자세히 보면 만들어진 대로 정확히 작동하는 규제는 거의 없다. 규제에도 국정철학이 필요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누구나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구호만으로 국가를 경영할 수 있다면, 규제를 뚝딱 만들어 복잡한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 버릴 수 있다면, 학자들이 무언가 있을 거라고 그렇게 수 천년동안이나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규제개혁을 국정과제의 중요한 한 축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규제개혁에 대한 인적, 재정적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가 규제개혁에 투자한 만큼 고품질의 개혁이 가능하다. 규제비용분석, 규제심사, 규제신문고, 기존규제 개선 등 기껏 쌓아 놓은 규제개혁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무너뜨려서도 안 될 것이다.
규제개혁이 잘 되려면, 중앙과 지방정부를 막론하고 그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어야 한다. 의원입법이나 각종 평가항목, 지원기준과 같은 규제개혁의 사각지대도 내려놓고 검토해야 하고 일선관료의 행태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규제개혁의 성공은 일선관료의 합리적 규제적용이 있어야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규제개혁위원회에 상임위원장 및 상임위원 임명과 행정위원회의 전환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정부 내 규제개혁 전문 관료의 양성을 위해서이다.
규제개혁은 유능한 관료가 있어야 가능하다. 중요한 규제개혁에 대해서는 청와대에서 직접 챙겨야 한다. 복잡한 이해관계의 조정을 위해서이다. 제4차 산업혁명에 부응한 규제합리화를 위해서는 복잡한 기존규제의 망을 일시에 내려놓고 민간의 새로운 시도를 가능케 해주는 한시적 규제유예를 적극 활용해야 하며, 규제신문고를 활성화 해 민간부문 규제 발굴, 정부의 규제개선이라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새 정부 규제개혁은 국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법률 개·제정 없이는 근본적 규제개혁이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 내 각 정파 간의 정치적 협상을 통한 조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정부에서 애써 검토해 마련한 규제개혁 법률안이 국회에서 잠자거나, 일사부재의 원칙에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거나, 국회의원 임기종료 후에는 아예 폐기되어 버리고 있다. 국회에서 합의를 위한 검토라도 이루어졌다면 그나마 다행이나, 그보다 많은 안건들이 국회 내 정파 간에 벌어지는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테이블 위에 올라가지도 못한다.
이런 마당에 의원입법에 대한 규제심사도 없으니, 여야가 합의라도 하면 다소 거친 법률안이라도 일사천리로 통과되기도 한다. 국회가 통과해 놓은 이상은 높고 규범적·도덕적이지만, 현실에 적용하기는 어려운 법률을 놓고 정부가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드는 당혹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회가 보다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운영을 학습하고, 의원입법 규제심사 제도의 도입 등 스스로 자제의 원칙(self-tying)을 만들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어떤 사회문제라도 공감의 원칙과 분석과 제도화의 문제를 구분하는 분별을 가질 필요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개혁은 역시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의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인수위도 꾸리지 못한 상태에서 정신없이 새로운 국정을 맡아야 했지만 자기가 추진하기로 선택한 규제개혁 과제, 그 방향이 종국적으로 역사적 평가를 받을 것이라 생각하면 좀 더 신중해 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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