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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박근혜 그리고 장미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7년04월03일 10시28분
  • 최종수정 2017년04월03일 11시10분

작성자

  • 유연채
  • 前 KBS정치부장,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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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세월호가 올라왔다.1000일하고도 73일의 오랜 기다림 끝에 맹골의 차가운 바다 속으로부터 올라왔다. 팽목에서 목포신항까지 마지막 항해를 끝낸 세월호는 뭍으로 올려진다. 역사의 이정표가 되기 위해서다. 잊혀지면 안되는 기억으로 남기 위해서다. 모두의 기억은 역사를 만든다. 세월호 침몰은 불의와 비리와 관행을 묵인한 우리 모두가 공모해 만든 참사다. 세월호는 진상규명의 검증대에 거치돼 또한번 대한민국을 시험할 것이다. 

인양조차 중국 샹하이 샐비지의 힘을 빌렸지만 진실을 건져내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왜 물속으로 304명의 목숨을 안고 침몰했는지, 왜 그리 몸이 무거웠는 지, 왜 가만있으라 했는지, 선체 안으로는 왜 아무도 구조를 위해 뛰어들지 않았는 지, 그 대답을 이제 제대로 찾아내고 이 시대의 역사로 남겨 기억해야 한다. 

 

세월호는 진실이란 이름으로 남아야한다. 1년9개월의 특조위로도 규명되지 못한 진실, 정부가 방해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특조위원과 각 정파가 섞여 정치적 갈등과 이념대결로 시간을 허비했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이제 세월호를 감쌌던 검은 펄들을 닦아내고 감춰진 진상과 원인을 명백히 찾아내야 한다. 나라가 침몰을 막지 못했다면 왜 침몰했는지는 제대로 밝혀내야 나라 구실을 하는 게 아닌가? 

세월호는 죄가 없다. 그를 위험한 항해로 끌고 간 선장과 그의 몸을 마음대로 뜯어고친 청해진 해운과, 짐을 넘치게 채우기 위해 평형수마저 빼버려 복원력을 잃게 한 선원들과 이를 묵인하고 돈을 챙긴 해수부 마피아들이 죄인이다. 그런데도 유병언 죽음 하나로 모든 책임과 진실이 덮혀 버렸다. 

 

세월호 선체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증거다. 세월호 특조위는 침몰한 선체를 보지 못한 채 활동을 끝냈다. 그래서 진실의 인양이다. 3년 세월 깜깜한 어둠속에 있었던 세월호 선체는 눈부신 햇살을 감당할 수 없다는 듯 시선을 돌려 반쯤 누운 자세로 올라왔다. 거대한 와불(臥佛),누워있는 부처의 모습이다. 그칠 줄 모르는 인간의 탐욕과 노여움과 어리석음, 탐진치(貪瞋癡)를 모두 담은 듯, 토해낸 듯 지치고 처연한 모습으로 누워있었다.

 2014년 4월16일 그날의 비명과 구조신호를 보내던 그 어린 손들을 우리가 끝내 외면한 것을 증언하듯 선체우현의 유리창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내 몸 안에 진실의 결정체 진신사리(眞身舍利)가 있으니 이제부터 그 안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라 하며 수술대에 올랐다.

 이젠 정치가 아니라 마음으로 들여다보라 한다. 무엇보다 미수습자 9명의 유해가 배안에 있어야 한다. 기다림의 끝이기 때문이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다른 희생자 가족처럼 유가족이라 불리는게 꿈이라 하지 않는가? 미수습자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됐다 했다가 동물 뼈라고 번복한 소동은 우리가 앞으로 견뎌야할 인내의 시간을 예고하고 있다.  

 

인양된 세월호는 대한민국호의 선장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떠 올리게 한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날 세월호는 출항명령이 내려진 듯 팽목을 떠나 목포 신항으로 마지막 항해 길에 올랐다. 박근혜와 세월호는 끊을 수 없는 끈으로 운명 지어졌다. 대통령 탄핵인용 뒤 갑자기 인양에 들어간 세월호, 그리고 일사천리, 왜 이 시점일까? 왜 이제서 일까? 결국 대통령이 걸림돌이었을까? 세월호는 올라왔는데 박 전 대통령은 지금 한없이 가라앉고 있다. 탄핵으로 파면돼 청와대서 삼성동 사저로 또 구치소로. 영장실질심사까지 받고 구속 수감된 전직 국가원수, 온갖 헌정사 최초의 불명예기록들이 열거된다. 이렇게까지 나락으로 떨어질 줄은 아무도 예상 못했다. 

그러나 자업자득, 사필귀정이다. 자신이 저지른 중대범죄에 제대로 소명을 하지 않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 구속사유다. 많은 국민들이 구속에 동의했다. 진정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국민을 편 갈라 승부의 대상으로 까지 삼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의 운명이 여기까지 온 건 세월호가 이끈 측면이 크다. 세월호 7시간이 촛불광장에 재 점화됐고 결국 탄핵민심에 불을 지피는  도화선이 됐다. 헌재는 대통령의 7시간을 탄핵사유로 인정하는데 유보적이었지만 국민의 탄핵기준엔 국민의 생명권보호를 방기한 책임을 가장 상위에 올려놨다. 희생자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며 미수습자를 끝까지 찾아내겠다고 울먹이던 그 약속은 수색작업이 장기화되자 나라경제가 어렵다는 논리로 돌아섰고 인양은 하염없이 지연됐다. 결국 국가지도자에 대한 불신은 정권을 흔들고  침몰로 이어졌다. 

 

세월호와 탄핵과 전직 대통령의 구속을 겪으면서 이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세월호 침몰 뒤 지난 3년간 새로운 나라, 안전한 나라를 만들자고 수없이 외쳐 왔다. 정부는 국가안전처를 만들고 대통령은 해경까지 해체시키며 국가 개조를 약속했다. 

 이제 다시 세상으로 떠 오른 세월호를 보며 우리는 또 묻는다.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가?  달라지기는커녕 대한민국호의 선장이 탄핵되고 구속된 것은 제2의 세월호 침몰과 다름 아니다. 세월호와 탄핵은 쌍생아다. 공적기능이 마비되고 사적이익이 득세하고 감시체제가 무력화되면서 국가 시스템을 무너뜨린 사건이다.

 

촛불과 탄핵에 이어진 세월호 인양은 대한민국의 희망을 밝히고 자존심을 건지는 출발점이다. 그리고 이들과 맞물려가는 장미대선은 새로운 대한민국호의 엔진이 돼야한다. 5월9일 새 선장이 탄생한다. 또 다시 주자들이 외친다.

“새로운 선장은 나요”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이끌자는 나밖에 없오”

“나는 준비된 조타수요,”..

 

그러나 소리만 클 뿐 울림이 없다. 국가원수의 구속을 지켜보며 치르는 대선에서 그 주자들이 오직 박근혜 반대만을 외치고 장밋빛 공약만 내세운다면 이는 또한번 국민염원에 대한 배신이다. 국민은 새로운 정치시스템과 국가비전을 갈망한다. 시대정신이라 내세우는 적폐 청산의 방식과 대상, 통합정치의 대안을  내놔야 한다. 누구를 쓰러뜨리는 손잡기가 아니라 생각과 가치를 공유하는 연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 많은 구호의 반복과 약속의 파기에 지쳐있다. 세월호가 올라오고 박 전 대통령이 내려가는 것은 좋은 지도자를 뽑고 올바른 리더십을 선택하라는 메시지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과 세월호가 남긴 유산은 반면교사(反面敎師)다. 법치와 정의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됐다. 이제 세월호와 탄핵으로 갈라진 나라, 그 중심에 있었던 박 전 대통령이 마지막 

으로 할 일이 있다. 바다 속에 있던 세월호처럼 어둠 속에 갇힌 박 전 대통령의 영혼, 이제부터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을 시작하기를 권한다. 우선 일생동안 그림자로 따라다닐 세월호의 시간과 마주해야한다.

“나는 그날 오전 10시 본관집무실로 달려가야 했었다”

이 고백을 국민들과 유가족들에게 전하고 사과한다면 모두가 받아들일 것이다. 국민과 소통을 잘했어야 했는데, 최순실을 멀리했어야 했는데.., 그러면 모든 것이 달라졌을 텐데. 이런 성찰을 했으면 한다. 결자해지다. 구치소에 수감될때 올림머리까지 내려지고 초췌해진 전직 여성대통령의 창백한 모습은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가장 비극적 장면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가 보는한 처음으로 달라진 인간 박근혜의 모습이다. 생각도 달라졌으면 좋겠다. 이제 측근도 비선도 없는 절대고독의 공간에서 박근혜라는 이름으로 무엇을 남길 수 있을지, 자신과의 대화, 역사와의 대화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반면교사를 넘어 좋은 전직대통령으로 남을 기회는 여전히 남아있다. 3.2평 좁은 유치감을 분노로 채울 것이 아니라 새 정부가 통합으로 출발할 수 있도록 전직대통령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 마지막 할 일이다.법정에서 무죄를 다투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다.<ifs P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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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7년04월03일 11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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