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증권거래세 폐지와 주식양도소득세 확대가 쉽지 않은 이유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2월26일 17시05분

작성자

  • 오문성
  •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법학박사/경영학박사/공인회계사

메타정보

  • 23

본문

 증권거래세는 주권 또는 지분의 양도에 대하여 과세하는 세목이다. 증권거래세법 제6조에서 규정하는 몇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권 등의 양도자는 증권거래세의 납세의무자가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증권거래세율은 0.5%인데 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권에 한정하여 종목별로 동법 시행령 제5조에 의하여 낮추거나 영(零)으로 할 수 있는 탄력세율로 운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양도되면 0.3%(농어촌특별세 0.15%포함), 코스닥시장·코넥스시장·금융투자협회를 통하여 양도되는 경우는 0.3%, 앞의 경우에 포함되지 않는 비상장 주식의 경우는 0.5%의 세율이 적용된다.

 

 현재 시점에서 거론되고 있는 증권거래세법 개정 논의는 증권시장활성화와 주식 등의 양도소득세 과세범위를 넓히자는 정책방향과 맞물려있다. 작년 주식시장의 침체는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거나 폐지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고 “소득있는 곳에 과세있다”는 과세의 일반원칙하에서 주식 등의 양도로 인한 양도차익에 대하여 그 과세범위를 넓히고 있는 정부정책의 방향은 양도차손이 발생해도 과세되는 증권거래세율의 인하 또는 폐지와 같이 추진하는 것이 조세저항을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합리적이다.

 

 조세부과에서 소득이 발생한 곳에 과세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철칙(鐵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 등의 양도에 대하여는 개인 투자자의 경우 그 과세를 극도로 자제해 온 것은 이유가 있다.  

 

 첫번째 이유는 자본시장의 도입 초기에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명분이었다. 주식시장에서 벌어들인 양도차익에 대하여 과세하게 되면 과세하지 않는 것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주식인구가 줄어들어 주식수요가 감소하면 주가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겉으로 표방한 이유였다. 

 하지만 이 이유이외에도 숨어있는 두 번째 이유는 양도차익에 대하여 과세하게 되면 양도차손의 경우도 어떤 방법으로든 과세소득의 감소요인으로 반영해 주어야 하는데 반영된 후의 결과가 세수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줄 것인가가 예측하기 힘든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엄밀히 얘기하면 양도차익에 대하여 과세한다면 양도차손도 과세소득에서 무기한 차감해주는 것이 옳다.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제로섬(zero sum)게임이 이루어지는 곳이 아니다. 대부분의 시장참여자들이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이런 시장에서 차익에 대하여 과세하고 차손에 대하여 소득에서 무기한 차감해준다는 논리를 견지하면 세수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수 있는데 이러한 논리는 모든 주식투자자로 하여금 양도차익에 대하여 양도소득세를 과세한다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법은 놀부계산법이어서 세무상 이익에 대하여는 모두 과세하려고 하지만 세무상 결손에 대하여는 제한적으로 반영해주려고 한다. 이러한 행태는 주식거래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될 것 이므로 양도차익에 대하여는 과세하고 양도차손에 대하여는 제한적으로 과세소득에서 차감할 것이라서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업으로 인한 결손금보다 주식거래의 양도차손으로 인한 결손금이 더 빈번하다고 생각되면 입법자가 선뜻 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추진하기가 힘들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세 번째로 양도소득세의 과세대상을 넓히는 시기를 잘못 선택하거나 너무 급격하게 추진하는 경우 이에 대한 부작용은 세수측면에서도 긍정적이지 못하고 시장에 충격만 줄 수 있다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주식의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범위를 넓히려고 시도한 일본과 대만의 사례는 우리에게 좋은 정책적 시사점을 안겨준다. 일본의 경우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의 적절한 세목교환을 통하여 성공한 사례로 보고 있다. 일본은 1953년 주식의 양도소득세를 폐지하고 증권거래세를 도입하였으나 1989년 증권거래세율을 0.55%에서 0.3%로 낮추고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재도입하여 이후 10년간 증권거래세율을 0.3%, 0.21%, 0.1%로 점진적으로 낮추고 1999년 폐지함으로써 양도소득세를 같이 운용한 기간에 자본시장에 대한 충격측면에서 연착륙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대만의 경우는 달랐다. 1988년 활황인 주식시장의 분위기에 편승하여 1999년부터 기존에 유지하고 있던 증권거래세에 추가하여 최대 50%의 양도소득세의 부과를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결정은 대만 주식시장의 충격으로 이어져 이를 만회하기 위하여 1990년 양도소득세를 폐지하고 증권거래세를 0.6%로 인상하였다. 이후 대만은 2013년 양도소득세 법안을 다시 통과시키고 2018년까지 시행을 유예했지만 개인투자자의 반발로 결국 시행하지 못하고 2017년부터 시장상황의 호전을 위하여 증권거래세만 0.3%에서 0.15%로 인하함으로써 세수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

 

 증권거래세의 인하 또는 폐지는 자본시장의 활력을 도와주는 반면 세수의 감소가 이루어지고 양도소득세의 범위확대는 자본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측면이 있고 세수의 측면에서는 증권거래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추계오류가 클 가능성이 있다. 

 

최근 증권거래세의 인하 또는 폐지에 가장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던 기획재정부는 증권거래세로 인한 확실한 세수의 감소에 양도소득세의 과세범위확대로 인한 변동성이 큰 세수증가부분에 대하여 신중함을 보이고 있는 것이고 증권거래세 확대가 궁극적으로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측면에서 그 시기와 확대의 폭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증가되는 복지의무지출에 대응한 세원의 확보를 위하여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라는 측면에서 주식의 양도소득세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성에 대하여 비판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는 힘들다. 확대되는 양도소득세에 대응하여 증권거래세의 축소를 논의하는 방향성에 대하여도 양도소득세의 과세범위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비판하기 힘들며, 아울러 이것 이외에도 증권거래세의 축소가 자본시장활성화와 타 국가들의 추세와 맞물려 그 추진동력에 힘이 더 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서 일본과 대만의 사례에서 본 것처럼 효율적인 조세정책의 구사는 우리가 바라는 시장상황측면에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한다. 우리가 바라는 시장상황은 납세자들이 수긍할수 있는 조세공평이라는 절대적인 지향점이외에도 자본시장의 충격최소화, 더 나아가 안정적인 세수확보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생각건대  증권거래세의 축소와 양도소득세의 과세대상범위를 넓히는 문제는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시장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제일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증권거래세의 점진적 인하 또는 폐지이다. 증권거래세의 축소는 침체된 시장분위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으로 양도소득세의 과세대상을 넓히는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 논의에서 언급이 되었지만  제로섬게임이 이루어지지 않는 주식시장의 특성상 양도차익과 양도차손에 대한 세무상 공평한 처리는 결국 세수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 납세자의 조세저항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적정한 양도소득세 과세체계를 디자인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세의 폐지와 양도소득세의 확대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반되며, 확실한 세수감소로 이어지는 증권거래세의 인하 또는 폐지가 불확실한 세수증가와 관련된 양도소득세의 확대와 맞물려 있다는 것이 조세정책 입안자의 고민이라고 할 수 있다. 

23
  • 기사입력 2019년02월26일 17시05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