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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의 전통문화 반딧불이 <18> 세계 무형유산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5년04월29일 18시15분
  • 최종수정 2025년04월29일 18시14분

작성자

  • 김용호
  • 전 전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한국학 박사(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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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왠지 설레는 마음을 갖게 한다. 특히 ‘제주도’라는 명사를 떠올릴 때면 더욱 그렇다. 제주도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화산섬이다. 옛날부터 제주도는 바람, 돌, 여자가 많다는 뜻으로 삼다도(三多島)라고도 불렸다. 한라산을 비롯해 오름(작은 산을 의미하는 제주방언)과 산굼부리(화산체의 분화구를 가리키는 제주방언)는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보러오는 이들도 많고 경치 또한 비경이다. 제주도는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섬이라서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기 때문에 논을 만들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경지의 대부분을 밭으로 이용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제주 감귤은 1970년대에 지역 특화 작물로 정착되어 이러한 밭을 통해 우리의 입맛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있다. 

 

제주도의 해안가를 걷다 보면 탁 트인 바다와 정겨운 가옥 그리고 바람을 맞는다. 마치 만화에 나오는 정경처럼 사랑스럽고 아름답다. 제주도 전통 가옥에는 드나드는 대문이 없다. 대신 출입구 양쪽에 구멍이 3개 뚫린 돌기둥에 통나무 3개를 끼워 넣어 두는데 통나무가 1개 있으면 “가까운 곳에 외출했음”이란 뜻이고 2개가 있으면 “먼 곳에 외출했음”, 3개는 “하루 종일 집에 없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도시에서 결코 볼 수 없는 제주도만의 정겨움과 배려가 넘쳐난다. 그래서 도시인들은 제주도에 희망과 꿈을 안고 그곳을 가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제주도에서는 바람이 많이 부는 음력 2월에 영등 할망(할머니의 제주방언)이 제주에 온다고 하여 영등달이라 부른다. 여기에서 영등이란 가정과 마을에 모시는 바람신(風神)으로 지역에 따라 ‘영동’, ‘바람제석’, ‘이월손님’ 등으로 불리며 마을의 수호와 번영을 돕는 신(神)을 말한다. 특히 이곳 영등은 해녀들의 채취물인 소라, 전복, 미역 등을 증식시키며 풍어와 안전을 지켜주는 내방신(來訪神)으로써 그 의미가 특별하고 신비롭다. 이처럼 바람이 많이 불고 물길이 센 음력 2월에는 영등할망이 머무는 달이라 하여 매년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영등굿이란 제의(祭儀)로 그 액을 풀고 복을 기원했다. 

 

제주도에서 영등굿이란 참으로 중요한 민속 신앙이자 소중한 우리의 의식이다. 특히 제주도의 칠머리당 영등굿은 국가 무형유산 제71호로 영등굿 가운데에서도 제주 칠머리당에서 열리는 굿으로 유명하다. 2009년 9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우리나라 무속의 존재와 희귀성(稀貴性)을 세계에 알렸다. 원래 칠머리당은 제주시 건입동(본래 제주성 밖의 조그만 어촌)의 동쪽인 제주항과 사라봉 중간 바닷가 언덕 위에 있었다. 바닷가 언덕 위의 지명이 속칭 ‘칠머리’이므로 ‘칠머리당’이라 부르게 되었는데 지금은 사라봉으로 옮겨졌다. 당(堂)이라고 하지만 따로 당집이 있지는 않고 자연석에 신위를 새긴 세 돌이 당집을 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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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칠머리당에서는 음력 2월 1일이 되면 영등 환영제(歡迎祭)를 하고 보름이 되는 하루 전날인 14일에 영등 송별제(送別祭)를 한다. 환영제 때는 제(祭)를 모시고 믿는 이들만 모이기 때문에 굿이 간소해서 대개 오전 중에 끝나지만, 송별제 때에는 그 외의 관계자들과 관광객들이 많이 모여 온종일 큰 굿판을 벌인다. 대개 우리나라 북쪽 지방의 큰 무당은 신이 내려 무당이 된 강신무를 말하며, 남쪽 지방에서 큰 무당은 무업(巫業)을 대대로 물려받아 된 이른바 세습무라 지칭한다. 제주도의 무당에는 간혹 강신무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세습무이다. 육지에서 큰무당은 거의 여자가 하며 남자는 ‘박수’라 부른다.

 

이러한 특별한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 중에는 제주의 유명한 향토 음식이 나오는데 그것은 필자의 미각(味覺)을 흔드는 천혜의 돼지고기. 바로 제주 흑돼지다. 흑돼지는 지난 시절 똥돼지란 명칭도 있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과거엔 인분을 먹이로 키웠다 해서 똥돼지라 불렀다. 현재 제주에서 도새기, 돗, 도야지 등으로 통용되는 흑돼지는 보통의 돼지고기와 달리 육질이 쫄깃하고 고소, 담백한 식감으로 가격이 여느 돼지보다 비싸지만, 인기가 대단하고 찾는 이들이 많다. 하물며 영등굿의 한 거리에도 돼지고기와 술을 먹여 액(厄)을 풀고 재수굿과 놀이를 했으니 참으로 신통방통한 향토음식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 돼지는 약 2000년 전부터 돼지를 사육했다고 전해진다. 만주에서 유래된 털이 까맣고 체구가 작은 돼지가 유입되어 우리나라의 풍토에 적응하면서 흑돼지가 되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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