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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위기, 암울한 전망은 현실화되는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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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2월21일 23시48분

작성자

  • 이원덕
  •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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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나라는 세대를 불문하고 고용불안을 겪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청년의 취업난과 중장년의 중도퇴직 불안으로 대변되는 두 번의 직업절벽의 고통을 겪고 있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리하여 비정규직 함정이 깊어지고 비정규직은 사회적 루저로 낙인찍혀 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 정책을 추진하였지만 이러한 국민의 체감 일자리 위기를 개선하는데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일자리 위기 상황은 앞으로도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기술혁신의 영향 때문이다. 지난 1월 개최된 다보스포럼에서는 제4차 산업 혁명의 진전과 이로 인한 일자리 위기가 큰 화두였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인류사회가 지금 제4차 산업혁명에 진입하였다고 진단하고 있다. 1차 산업 혁명은 18세기 후반에 증기기관의 발명과 함께, 2차 산업혁명은 19세기 후반 분업과 대량생산체제의 발전, 전기 발명과 함께, 3차 산업혁명은 20세기 후반 IT기술의 발전으로 촉발되었다. 지금 맞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가상현실세계(cyber-physical system)의 발전에 의해 급속하게 진전되리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추동하는 동력은 클라우드 기술, 빅 데이터 활용, IoT, 인공지능 등의 신기술 발전이다.
 
 1차 산업혁명 이후 기술 진보는 일자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기계가 노동을 대체하면서 일자리를 상실한 노동자에 의한 기계파괴운동이 촉발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기술진보는 결과적으로 일자리 수를 증대시켜 왔다. 즉 기계에 의한 인간노동의 대체효과보다는 기술진보로 생산성이 높아지고 소득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소비 수요를 창출하였고, 결과적으로 고용의 총량이 증가하여 왔다. 물론 급속한 기술진보 과정에서 직업의 변화가 빨라져서 도태되거나 감소하는 직업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실업으로 인한 고통이 항상 수반되었다.
 
 WEF에 의하면 4차 산업혁명은 직업별 일자리 구성에 급격한 변화를 초래할 뿐 아니라 일자리의 총수를 감소시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2020년까지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에서 약 700 여만 개의 일자리가 기계에 의해 대체되고, 200 여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나서 약 500 여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것이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직업군은 사무행정직, 제조 생산직, 건설 및 채광 관련직, 디자인, 법률서비스 등이며, 늘어나는 직업군은 재무관리직, 매니지먼트, 컴퓨터수학 전문가, 건축공학 전문가, 판매관련직 등이다.
 
 기술혁신에 따른 일자리 위기의 심화는 전문가들에 의해 이전에도 다양하게 제기되었다. 「노동의 종말」(1995)로 저명한 제레미 리프킨은 근년에 출판한 「한계비용 제로사회」(2014)에서 일자리의 미래에 대해 더 암울한 전망을 하고 있다.  그는 기술혁신의 진전으로 전세계 제조업 일자리수가 현재의 1억 6000 여만 개에서 2040년에는 수백만 개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조업 뿐 만이 아니다. 이미 미국의 월마트는 1200여개의 매장에 10,000대의 자동계산기(Scan & Go)를 설치하여 계산대의 직원을 불필요하게 바꾸고 있다. 그간 기계에 의한 대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해온 지식노동의 영역도 예외가 아니다. eDiscovery라는 법률서비스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능률면에서 종전에 변호사 500명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를 한명의 변호사가, 더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일자리에 관한 이 암울한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취업난으로 지옥 같은 고통 속에 신음하는 청춘들에게 앞으로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기술진보에 따라가기 힘든 중장년의 고용불안도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일자리 위기의 심화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혁명을 지연시키거나 그 내용을 바꾸거나 할 수 있는 아무런 장치가 없다. 글로벌 경쟁시스템이 존속하는 한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정해진 방향으로 질주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다보스포럼에서도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일자리 위기의 해법에 대한 논의는 심층적으로 이루어지 않았다. 참석자들의 관심은 일차적으로 기업의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의 진전에 어떻게 성공적으로 대응할 것인가였다.
 
 만약 4차 산업혁명이 이미 우리 시대의 현실이고, 이로 인한 일자리 위기가 피할 수 없다면 국가 차원에서 대비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우선 교육 체계의 개혁이 있어야 한다. 직업별 일자리 전망을 새로이 하고 이에 부합하는 인력을  양성하도록 학과별 정원 조정 등을 서둘러야 한다. 기술 혁신에 따라 재직자의 새로운 기술 습득을 위한 평생직업능력 개발도 강화해야 한다.
 
 아마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하는 일자리 위기에는 한 국가 차원에서 대응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OECD, G20 등이 이 문제를 다루고 국가간 협력과 정책 공조를 취해 나갈 필요가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글로벌 전문가로 미래일자리위원회를 운영하여 국제적 공조를 위한 분석과 전망, 그리고 대응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노동생산성의 대폭 상승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국제적 합의와 시행 방안 등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훗날, 앞선 산업혁명이 그러했듯이, 4차 산업혁명도 인류사회에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주고, 더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열어주는 시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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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2월21일 23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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