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기업의 법적 측면에 관한 주요 논의 과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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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이 지난해 주요사건을 간추려보고 다가오는 해를 전망하느라 바쁘다. 영원히 흐르는 시간의 강물 앞에 모래 한 줌을 잡아보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언제나 흥미로운 작업인데 어쩌랴. 작년까지는 이들 리스트를 보면서 음악도 몇 곡 들어보고 소설책 몇 권이라도 주문하여 읽어보았는데, 이제는 그런 흥미조차 없어지는 것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보고서를 소개하고 큰 그림 속에서 2016년 우리나라 기업법과 관련하여 논의될 과제를 전망하여 본다. 아니, 논의되기를 바라는 주제이던가?
◈ 구조조정의 대상 선정론
지난해 국가미래연구원이 가장 열심히 논의한 주제가 기업구조조정이다. 이는 한국경제가 올해 또는 내년에 처할 현실을 직시한 적절한 주제이었으며 국미연은 기업구조조정의 주체와 방법론에 관한 모든 논점을 이해당사자들이 토론할 수 있는 중요한 포럼을 제공하였다는 면에서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구분하고 각 주체의 권한의 근거와 방법론에 관하여 보다 분석적 비판이 이루어졌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또한 중요하지만 빠진 논점으로 구조조정의 대상선정기준과 절차이다. 금융위의 국민경제의 근간이 되는 기간산업이라는 표현이나 금감원이 선정한 기업, 산은의 지방경제에서의 고용비율 모두 기준 같지 않은 기준이다.
우리는 제3공화국시절부터 국가가 주도하여 특정산업 육성에 자본을 공급하면서 국민경제가 성장한 까닭에 거의 모든 산업이 기간산업이다.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건설, 전자, 조선, 금융, 건설, 유통 모두 기간산업이다. 그렇게 따지자면 대한민국의 산업 중 기간산업이 아닌 것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기간산업이라는 표현은 적절한 기준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금감원이 선정한 기업은 선정의 기준이 무엇인지 불분명할뿐더러 그 권한의 근거가 명확하지 아니한 까닭에 더더욱 그 기준이 될 수 없다. 스트레스 테스트의 결과라고 한다면 스트레스 테스트를 어떻게 하였는지 밝혀야만 한다.
2008년 미국의 금융 위기 시 망한 기업, 타사에 인수된 기업, 국가 자금이 투입되어 살아난 기업들이 나타나면서 철저한 자본주의하에서 국가의 자금투입기준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많은 논의가 있었다. 시스템의 붕괴위험이 그 해답이었으며 따라서 거시건전성이라는 새로운 금융정책목표가 제시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시스템의 붕괴위험이란 하나의 기업에서 발생한 위험이 다른 기업에 전이되는 현상이다. 금융기관 간 청산결제시스템에 고유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크기나 접근성에 따라서 그 위험의 크기가 다를 것이다. 자신의 위험에서 연유하지 아니하는 위험이라는 측면에서, 하나가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청산결제시스템이라는 측면에서 공적 자금의 투입을 정당화시킬 수 있다.
금융에 관련된 시스템붕괴의 위험이론은 다른 일반기업에도 유추 적용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규모기업집단이다. 이는 하나의 집단으로서 상호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동시에 국민경제내 차지하는 크기가 중차대하므로 대규모기업집단 전체가 또는 대규모 기업집단소속 내 개별기업이 공적 자금의 투입근거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대규모기업집단은 경영상 문제가 생긴다면 국가가 공적 자금을 투입하여 살릴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며 따라서 도리어 국가가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함으로써 그 신용을 보강하여 주는 효과가 있게 된다. 이러한 신용보강기능은 거꾸로 경영진 내지 대주주에게 기업을 무조건적으로 확장하려는 일종의 도덕불감증을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도덕불감증을 저지할 수 있는 사전적 보완책이 필요할 것이다. 이에 관한 많은 보고서가 나왔고 미국 재무성이 금융개혁법에 근거하여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작년 Shlomit Azgad-Tromer가 SSRN에 사회적으로 중요한 비금융기업 (SINFI)의 선정기준에 관한 연구보고서 초안을 발표하였다. Shlomit는 어느 나라에서나 비일비재한 비금융기관에 대한 공적자금의 투입을 통한 구제현상을 지적하고 앞으로의 대상기업선정기준을 제시하였다. 그 기준은 두 가지로 첫째, 해당기업의 도산으로 인하여 국민경제전체에 대한 불안이 확대될 경우, 둘째, 대상기업이 제공하는 재화 또는 용역이 국민경제에 필수불가결하여 그 외부효과가 크고 따라서 도산절차를 통한 채권회수가 적절하지 아니한 경우이다. 영국의 병원, 미국의 전기나 항공서비스가 그 예로서 적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SINFI에 대한 구제가능성은 SIFI 지정 관련 폐해로서 지적된 시장의 실패, 무조건적인 확장, 과도차입경영을 초래할 위험이 내재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경고로서 보고서가 마무리된다. Shlomit의 기준에 따를 경우 신용카드사, 건설사, 해운사, 조선사, 전자제품제조사들이 SINFI에 해당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며 철강산업, 석유화학산업, 반도체산업, 자동차산업 정도가 이에 해당될 수 있을 것같다. 최초로 금융기관이 아닌 기업에 대한 공적자금의 투입기준을 논의하였다는 점에서 2015년 최고의 연구보고서로 꼽아 본다.
우리 금융당국은 2016년 이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고민을 통하여 그 기준을 마련하여 두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선정기준 및 그 남용방지책을 미리 준비하면 부실기업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눈에 띠는 정치인이나 언론인들의 소란스러움이나 정치적 책략을 미리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업인들도 자신의 위험으로 사업을 하겠다는 자세를 가짐으로써 투자자들과 정치인들에게 보다 떳떳하여 질 것이다.
◈ 기업지배구조론
기업지배구조는 투자자의 신뢰 나아가 기업중심 국민경제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직결된 문제로서 단순히 왕자들 간 권력다툼 시 잠시 주목을 받아야 할 사항이 아니다. 또한 행정부가 중요한 정책의 하나로 추진 중인 해외투자유치나 금융허브를 위하여 기업인 자신들이 지혜를 모으고 진지하게 고민하여야 할 중요한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기업지배구조론은 기존의 이해관계당사자들 사이에서의 논의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고 지배주주는 사익의 편취를 위하여 기업을 이용한다거나 모든 기업은 전문경영자체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등의 범주적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지난해 7.31.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 올해 8.1. 전면시행을 앞두고 있다. 2016년은 이러한 혼란 속에서 앞으로의 방향을 잡아나가기 위하여 전면적인 골격부터 한번 되돌아 볼 시점인 것 같다. 몇 가지 중요한 개념구분을 가지고 논의하여 본다.
우선 일반 주식회사와 상장법인 간 구분이다. 상장법인에 관하여는 과거 증권거래법에서 규율하던 것이 최근 회사법으로 들어오면서 기존의 일반 주식회사에 관한 규정과 상호 충돌 내지 모순되고 있다. 이들을 조정하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조항이 이사의 자기거래와 상장회사의 계열사 간 거래에 관한 규정이다. 또한 일반 주식회사와 금융회사 간 나아가 일반 주식회사와 공공기관 간 지배구조의 일관된 구분기준에 대하여도 자세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둘째 상장법인과 대규모 상장법인 간 구분이다. 현재 직전연도 말 자산총액기준으로 상장법인을 두 단계로 나누어 다른 지배구조를 정하고 있는 바, 당장의 현실론으로 이러한 차별적 취급이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으나 사외이사의 역할과 기능에 대하여 더욱 고민하여 이들에게 보다 강력한 권한과 더불어 책임을 부여하지 아니하는 이상 이러한 구별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차라리 모든 상장법인에게 현재 대규모상장법인에 요구되는 수준의 지배구조를 요구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보다 의미 있는 구분은 주식소유구조이지만 이를 기준으로 지배구조를 달리 정하기에는 역동적인 기업의 성격상 불가능하여 보인다.
셋째 사외이사의 독립성이다. 사외이사가 별로 독립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기업의 위법행위에 대하여 사외이사가 아닌 회장에게만 책임을 지우고 있고 사외이사의 민사상 손해배상액도 대폭 감액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회장의 권한분산을 막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거꾸로 책임을 강화하여 그 책임을 피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도록 강제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또한 현재 혈족 간 촌수나 경제적 관계만을 기준으로 독립성을 정하고 있으나 이를 보다 확대하여 일반적인 구조적 독립성 기준까지를 정하고 이에 따라서 기업이 자율적으로 판단하여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선임하되 개별적인 경우의 독립성은 법원의 판단을 받도록 하여야 한다.
넷째 감사와 준법감시인 내지 준법지원인간의 통합운영이다. 전통적 감사제도의 보완책으로 상근감사, 감사위원회, 상근감사위원이 나타나고 나아가 사전적 장치로서 특정한 업종 내지 일정한 크기의 기업에만 준법감시인 내지 준법지원인이 강제되고 있다. 감사제도는 실패한 것이 명백하니 공연히 다양한 이름의 문지기 역할을 사전과 사후의 구분 없이, 기업의 크기에 관계없이, 기업 내 chief legal officer 내지 general counsel로서 통합, 감사위원회와 연계역할을 수행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여 보인다. 따라서 CLO는 현행 상근감사위원과 유사하게 감사위원회 내 이사로서 기업의 준법경영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적, 사후적 조치를 다하며 통상적인 감사조직과 준법감시조직을 총괄하게 된다. 이를 위한 점진적 조치로서 준법감시인 내지 준법지원인을 두면 감사가 필요 없게 하고 이들을 이사로 격상, 이사회에 참석하게 함으로써 점차 현행 감사의 역할까지 수행하게 하면 될 것이다. 현행 감사제도는 유명무실하게 된 것이 오래전이며 사전적 준법감시와 사후적 감사의 구분도 지극히 인위적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주요주주의 이해상충거래와 관련하여 상임이사에 대한 통제장치의 마련이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또한 주요주주에 의하여 임면되는 상임이사에 대한 통제도 강화하자는 것이다. 사실 현행 상법은 이에 대하여 일반 회사법 규정과 상장회사에 관한 특례규정을 두고 있으나 이들의 관계가 명확하지 아니하여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해당법조문의 적용범위와 공정한 거래조건/절차에 관한 판례가 나오면서 보다 명확한 기준이 나올 것이겠지만 역동적 기업 활동의 거래조건을 법원이 사후적으로 공정하다, 불공정하다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것인지도 의문인 만큼 적어도 절차적으로 주요주주에 의하여 선임된 이사는 계열사 거래의 경우 이사회에의 참석 및 토론을 금지하여 공정한 절차의 최소한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여 보인다.
◈ 기업집단의 규율방법론
전통적인 회사법은 하나의 회사설립부터 해산까지를 다룬다. 합병은 회사의 해산 사유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나 회사가 다른 회사의 주주가 되고 그 다른 회사가 또 다른 회사의 주주가 되면서 점차 회사의 집단에 관한 규율이 필요하게 되었다. 또한 회사가 합쳐지고 쪼개지면서 다양한 변이가 가능하게 되면서 합병과 분할에 관한 자세한 규율이 필요하게 되었다. 따라서 회사법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고 촉진하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기업집단에 대한 주된 규율은 기업집단의 크기가 일정한 정도에 이른 경우 독점규제의 차원에서 공정거래법이 다루고 있다. 사실 공정거래법은 단순히 독점규제의 차원만 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자본시장의 기본규율체제인 공시, 회사법상 이해상충의 규제인 집단 내 거래까지 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양식은 기업의 입장에서 규제를 지키는 비용을 상승시키고 역으로 이러한 규율간 차이를 이용한 탈법 아닌 탈법현상에 대한 유인을 제공할 것이다. 이제 기업집단에 대한 규율방향이 국민경제의 사활과 직결되는 단계에 이른 이상 공정거래법 규정 중 회사법이나 자본시장법상 규율은 각자의 법 영역으로 돌려보내고 공정위은 경쟁시장의 발전을 방해하는 대규모집단의 경쟁 제한적 활동에 대한 독점규제에 집중하여야만 할 것이다.
회사법에서는 기업집단에 관한 장을 두어서 현재 자회사의 모회사 주식보유한도, 모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지배권의 행사방법이나 한계 등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거 공정거래법에서 지주회사가 금지되다가 갑자기 지배구조의 개선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지주회사의 요건을 정하고 이에 대한 특혜를 규정 하였던바 이제 지주회사에 대한 정의를 포함하여 특별한 규제가 필요한지 의문이다. 모회사가 자회사를 두고 자회사가 다시 자회사를 두는 것은 공정거래법 차원에서 규율할 차원의 문제가 아니며 기업재무구조의 허약성 우려나 모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책임을 전제로 한 것으로 금융지주회사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두어서 해결할 문제이다. 자본공동화나 투자자보호의 차원이라면 상장회사에 보다 엄격한 직간접적 상호보유기준을 둘 수 있을 것이며 또한 보다 자세한 공시사항을 정할 수 있다. 대부분 회사법과 자본시장법의 문제인 것이다.
경쟁당국의 정책목표는 기업집단을 통한 경제력 집중을 어떠한 수단을 통하여 어느 정도에서 규율하느냐 이다. 2016년 공정위는 여태까지의 경제력 집중억제 정책목표를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동시에 그 수단의 효과성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자신의 위치를 재정립하여야 할 것이다.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라는 국정목표와의 정합성을 기업 친화적 소극주의에서 찾지 말고 기업의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공정한 시장경제질서의 확립과 현재의 독과점시장구조의 개혁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우선 경제력 집중을 통한 시장에서의 유효한 경쟁을 저지하려는 경우 그러한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을 예방 내지 저지하여야 할 것이다.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을 단순히 사후적 행태규제로서 규율한 정책의 효과성을 재검토하여 이제는 보다 전진적 접근방법이 필요한 시점은 아닌 것인지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기존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경쟁제한적 행태로서 시장의 발전을 막는 경우 이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의 경제력 행사가 아니고 소위 부당한 갑질에 해당하므로 이를 사전적으로 저지 내지 사후적으로 시정하여야 할 것이고 또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할거하는 산업에서의 경쟁의 촉진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하도급업체들의 사업자단체를 통한 집단적 대응을 허용하는 것이 그 예이다. 최근 담합행위에 대하여 사후적이지만 적극적 손해배상청구를 구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그 손해액 산정을 둘러싼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어떻게 최소화할지 고민하여 보아야 한다. 건설산업의 담합에 대한 처벌은 산업전체의 붕괴위험을 초래하고 있는 바, 단순히 위법행위에 대한 개별기업의 사후적 처벌에서 한걸음 나아가서 기업의 해산명령과 통폐합명령과 같은 산업 전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면 이를 과감하게 취할 수 있어야 한다.
모두들 위기라고 한다. 미국의 이자율상승, 중국의 경기전망, EU의 금융위기, 일본의 환율전쟁, 저유가....그러나 대책에 대하여는 신통한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구조개혁이 갑자기 국정목표가 되었을 것이다. 노동시장의 개혁, 금융규율시스템의 개혁, 공공부분의 개혁 모두 결국 한국경제의 산업구조를 개혁하여 혁신(innovation)이 보상받는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수단일 것이다. 아무런 책임감 없이 일종의 협박처럼 경제적 위기론만을 떠들어대는 일부 정치인과 경제 관료들, 기존 대규모기업집단의 기득권 옹호를 공정한 시장경제질서의 확립과 혼동하는 일부 경제인들, 분석과 대안 없이 대규모기업집단에 대한 비판만을 쏟아내는 일부 경제학자들 속에서 한국경제의 산업구조개혁방안을 내고 이를 집행할 수 있는 중요한 제도적 기초는 공정위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공정위는 한국경제의 방향에 대한 거시적 분석에 집중하여야 할 시점이다. 2016년이 그 시점이다.
◈ 기업형벌론
20세기는 기업 즉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법인의 세기였다. 20세기 초 각국이 영리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를 누구나 쉽게 설립할 수 있도록 한 이래 세계 각국에서 매년 창조되는 부의 증가중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늘고 있다. 그래서 Economist는 지난 해 McKensey의 보고서를 인용, 부의 증가라는 면에서는 너무나 성공적인 기업제도가 기업 내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행복, 기업이 지배하는 사회 전체의 건강 측면에서도 성공적이었는지를 물어보고 있다. 어쨌든 기업이 각국의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하면서 이 허구의 법적 장치인 기업이 법을 지키게 하기 위한 방법이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데에 모든 이들이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문제는 또 다시 방법론이다 2016년 기업에 대한 처벌과 기업인에 대한 처벌 역시 보다 본격적인 논의의 대상이 될 것이다.
Economist는 기업을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현상에 대한 기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외국에서는 기업이라는 허구에 대하여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형벌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효과적인 수단이지에 대하여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특히 금융관련 법규위반에 대하여 엄청난 금액의 민사적 벌금이 부과되는 것과 관련하여 미국의 규제당국이 비판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는 공정거래법규 위반에 대하여 부과되는 과징금 관련하여 유사한 논의가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실 그 반대로서 일반적으로는 기업인들에 대한 형사 처벌이 과다하고 기업에 대한 처벌은 도리어 주요한 수단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기업인들의 주주에 대한 민사적 책임과 관련하여 미국판례에서 인정된 경영판단의 원칙이 자주 논란되고 있다.
기업인이 위법행위에 대하여 처벌을 받아야 함은 당연하다. 기업을 쉽게 설립할 수 있도록 법이 허용하였으니 기업에 투자한 주주와 나아가 사회의 이익을 위하여 기업의 원래 목적인 영리활동을 통하여 부의 증진에 매진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부와 기업의 부를 혼돈하여 자신의 부를 위하여 기업의 이익에 손해를 가한 자는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문제는 기업인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합리적인 범위의 자료를 모으고 전문가인 제3자의 조언도 받았으며 이사회에서의 이사들 간 토론과정을 거쳐서 기업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선의를 가지고 그러한 결론에 이른 것이라면 기업인을 처벌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기업인들의 이러한 결정을 수사하거나 처벌을 요구하는 검찰권의 행사는 단호하게 배격하여야 한다는 측면에서 2016년은 검찰권의 적정한 행사한계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여야 한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기업에 대한 처벌의 기준이다. 우리는 기소독점주의와 기소재량주의 하에 모든 것이 검찰의 손에 달려있다. 물론 검찰이 재량을 적정하게 행사하여 기업의 적법한 영리활동을 저해하는 상황이 없도록 늘 노력하지만, 기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기업의 활성화가 국민경제의 활성화일 것이고 따라서 기업의 적법한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공권력의 행사는 최소화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기업에 대한 형사 처벌의 기준을 보다 객관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법원이 양형기준을 만들어나가면서 판사들의 일탈을 제도적으로 통제하는 것처럼 검찰도 유사한 기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법무부는 과거부터 일선 검사에 대한 메모형식으로 형사 처벌에 대한 기준을 밝히고 있는 바, 지난해 9월 법무차관 Yates가 새로운 메모를 발표하였다. 그 기준은 이전의 McNulty memo와 유사하지만, 기업이 수사에 협조한 사실이 기업의 기소여부에 관한 결정시 고려되려면 보다 전면적이고 충실하여야 한다고 하여 그 요건을 강화하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개인의 처벌부재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여 범법자 개인에 대한 보다 철저한 수사와 기소를 지시하고 있다.
우리도 기업범죄의 유형에 따라서 기업인을 처벌할지 아니면 기업에 대한 처벌로 족할지를 정하고 기업범죄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후에 즉 내사단계에서부터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방해하는 모든 행위에 대하여는 그 행위주체가 누구이건간에 기소여부의 중요한 요소로서 고려됨을 명백히 밝히는 유사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검찰뿐만 아니라 국세청, 금감원, 공정위에도 필요한 조치일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공권력의 행사가 경제활성화의 최대적이다. 이 경우 기업의 대처방법이란 공권력을 행사하는 자들에게 잘 보이는 것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2016년 경제활성화의 마지막 시점이라고 본다면 이는 기업에 대한 검찰권 행사의 기준설정에 적정한 시점이기도 하다.
◈ 2016년을 새로운 시작의 해로
경제학자들은 자신의 예측이 틀리는 경우를 대비하여 언제나 비관적인 쪽으로 예측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정치인들은 이와 반대인 것이 통상인데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은 경제예측을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모든 경제문제는 또한 정치문제이기도 하다. 경제가 어려울 때 정치로서 국민들의 어려움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것이 정치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정치상황은 정치인들이 너무 당파당략에 집착하여 별로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지도 않을 것 같은 법안을 가지고 장기간 대립하는 것 같다. 경제학자들의 2016년 예측이 모두 빗나가도록 정치인들이 열심히 중지를 모으고 의견을 제시하여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법과 정책을 펴면서 보다 낙관적인 경제예측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매년 반복되는 바람이기는 하지만 2016년이 대한민국 정치와 경제의 새로운 시작의 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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