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경기부양책은 효과 없다 - 구조변화 따른 새 전략 논의할 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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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성장의 배경과 그 시사점은?
아직도 경기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경제 상황에 대한 견해도 다양하기까지 하다. 우리 경제를 좋게 보려는 사람들은 “현재의 경제 사정이 위기적 상황은 결코 아니며 불경기도 아니다”라고 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경기가 나쁘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반면 비관적 견해를 가진 쪽에서는 “우리 경제는 이미 경기 정점을 지나 불황에 이르렀고 심한 경우에는 위기에 처하였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논의들을 염두에 두고 경기지수를 재점검해보고자 한다. 지금과 같은 경기논쟁은 큰 의미 없다. 그보다는 새로운 차원의 정책적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우선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를 간단한 통계적 기법을 적용하여 점검하여 보았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경기의 국면이나 전환점 등의 경기상황을 판단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되는 지표이다. 불규칙적인 움직임을 제거하기 위해 이 지표의 12개월 이동평균값를 구하고 그 이동평균값의 연간 변동폭을 계산해 보았다. 그리고 연간 변동폭의 표준편차를 계산하여 보조 지표로 활용하였는데 이 표준편차는 직전 5개년을 기준으로 계산하였다. 표준편차는 계산 대상 기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동행종합지수는 현재의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광공업생산지수, 서비스업생산지수(도소매업 제외), 건설기성액, 소매판매액지수, 내수출하지수, 수입액, 비농림어업취업자수 등 7개 지표로 구성돼 있다.
우선 그 결과를 요약해 보면 12개월 이동평균값의 연간 변동폭은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 지표를 통해서도 대략적인 경기변동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연간변동폭과 원 자료인 순환변동치는 약간의 시차가 있는 점 이외는 동일한 성격의 지표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다른 점은 중심선이다. 순환변동치는 그 중심이 100인데 비해 연간변동폭은 0으로 바뀌었다. 이 문제로 인해 아래 그림에서는 축을 달리하여 두 지표를 표시하였다.
‘순환변동치’의 12개월 이동평균값으로 변동폭과 표준편차를 계산해 보니 ……
연간변동폭의 표준편차는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하나는 경기진폭의 크기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중심선을 기준으로 표준편차만큼의 상한 및 하한을 표시하면 대개의 경우 이 범위 안에서 경기 지표가 움직이기 때문에 그 폭을 경기진폭의 크기로 볼 수 있다. 둘째, 이 표준편차를 기준으로 경기 흐름의 특이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즉 실제 지표가 이 범위를 벗어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경제상황이나 경기흐름이 일상적인지 아니면 이례적인지를 판단하게 된다. 달리 말하면 경기지수가 이 범위를 넘어서면 이례적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 본래 이 기법은 국제자본이동의 흐름에 급작스런 변화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개발되었는데 이례적이고도 급격한 자본유입중단(sudden stop) 혹은 자본유출(sudden flights) 등의 현상을 파악하는 데 사용한다.
분석 결과는 다음 그림에 표시하였다. 원 자료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파란 실선, 좌측 눈금), 12개월 이동평균값의 연간 변동폭(파란 점선, 우측 눈금), 그리고 그 표준편차(붉은 점선, 우측 눈금) 등을 표시하였다. 표준편차 1 배수를 기준으로 상·하한을 표시하였고 아래쪽으로는 2배수 표준편차(초록 점선, 우측 눈금)를 추가로 표시하였다.
최근의 경기변동의 특징으로서 경기진폭이 축소된 것이 완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림에서 붉은 점선으로 표시한 표준편차 1배 상·하한이 2016년부터 대폭 축소되었다. 표준편차는 직전 5개년을 대상으로 계산하였기 때문에 2016년 표준편차에는 2012년 이후의 통계들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2010년대 들어 경기 진폭은 확연히 축소된 것으로 결론 내릴 수 있다.
“2010년 대 들어 경기진폭 축소됐으나 지수 지속적 하락은 이례적 상황” 결론
그리고 경기지수의 최근 움직임이 매우 이례적이라는 점도 특징적이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이동편균 연가 변동치)가 상·하한을 초과하였는지 여부를 점검해보면 2017년 초에는 상한선 위에서 움직였고 (2016년 말에 관통한 이후 2017년 9월 이후 상한선 아래로 하락), 반대로 2018년 4월에는 표준편차 1배 하한선을 지난 데 이어 2018년 6월경에는 2배 하한선도 관통하여 아래로 내려오고 있다. 그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에 있다. 경기지수가 표준편차를 기준으로 한 하한선, 그것도 2배 하한선을 관통하고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우리 경제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에 처해있다고 진단할 수 있다.
이러한 경기지수의 이례적 움직임은 실물부문의 활동이 2018년 4월경 이후 대단히 부진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논쟁에만 치중한다면 이 논거는 현재의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쪽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다만 위 분석에서 이례적인 움직임의 정도가 실제보다 과장되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경기변동의 진폭이 축소되면서 이례적인 상황을 판단하는 기준이 극명하게 좁아졌기 때문이다. 2017년 초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상한선을 돌파하였음에도 경기 호황으로 인식되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현실과 통계가 감각적인 측면에서 다소간의 괴리가 있을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는 있다. 그렇더라도 최근의 경기지수 하락 추세는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논의의 핵심은 최근의 경기 흐름, 즉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추세적 하락을 어떻게 볼 것인가’하는 문제이다. 경기지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정상적인 경기변동 차원에서 이해할 것인가?, 아니면 달리 해석할 것인가? 예컨대 경제시스템의 성격이 변하면서 나타나는 전환기적 현상(transitory phenomenon)으로는 볼 수 없는가?
적어도 정상적인 경기변동의 모습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최근 경기 흐름의 중심선에서 현격히 이격되었다는 점에서 정상적이지 않다. 또한 정책적 관점에서도 정상적으로 보기 힘들다. 근래 거시경제정책 기조가 상당히 이완적이었다. 재정 측면에서는 추경 예산이 매년 편성되었고 통화정책적으로는 저금리가 지속되었다. 그럼에도 실물경제활동이 위축되었다. 이는 최근의 경기 약세가 수요 측면의 요인이 아닌 공급측 요인 혹은 실물 부문에서의 구조적 변화 등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달리 말하면 최근의 실물경제활동 위축은 일시적 요인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경기지수의 지속적 하방 움직임 … ‘경기부진’이 아닌 ‘경제의 구조적 변화’의 표출
이러한 측면에서 경기지수의 이례적 하방 움직임을 경기부진이라고 보는 종래의 관점이 아닌 새로운 시각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 우리 경제가 아주 어려웠을 때에도 경기지수의 움직임은 일정한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1993년 초(Gulf 전쟁), 1998년 초(외환위기), 2008년 말(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경우에도 경기지수는 하한선을 완전히 관통하지 않았다. 즉 그러한 경제적 사건을 거치고 나서도 경제시스템의 성격이 변하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경기지수가 지금과 같이 움직인 것은 경제개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를 이례적인 현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분석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현재 구조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새로운 경제시스템으로 이행하는 전환기에 여러 요소간의 상호 부조화로 인한 알력이 경제활동을 제약하면서 경제 활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경기변동성을 축소시킨 원인으로서 구조 변화의 내용은 무엇일까? 최근 우리 경제는 여러 측면에서 구조가 변하고 있지만 경기변동성 축소라는 기이한 현상을 초래한 변화로는 일차적으로 수출 부진을 꼽을 수 있다. 2013년 이후 우리나라 수출은 종전과 같이 경제성장을 주도할 정도로 활기를 띠지 못하였다. 과거 우리나라 수출은 세계교역신장률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경세정장을 주도하였다. 세계경기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이 변동하였고 이 과정에서 투자 등이 함께 조정되면서 비교적 큰 폭의 경기 변화를 경험하였다. 그런데 2010년대 들어 중국 제조업이 우리 수출 시장을 본격적으로 잠식하면서 수출로 인한 경기변동효과가 종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결국 국내 요인에 의해서만 경기가 유지되기 시작하면서 경기진폭이 대폭 축소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진폭의 축소는 최근의 경기논쟁과 관련하여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통화 및 재정정책 등 거시경제정책은 단기간의 경기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다. 경기 논쟁의 이면에는 경기 상황을 판단하여 거시경제정책 수단을 동원하여 경기 변동폭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처럼 경기 변동폭이 극히 좁아진 상황에서도 경기조절정책이 필요할까? 더욱이 거시경제정책을 이완적으로 운용해온 상태에서도 실물경제활동이 지속적·추세적으로 하락하였는데 이에 대응하여서도 종전의 경기조절방식을 그대로 따라야 할 것인가?
거시경제정책은 ‘미래 불확실성 축소’에 초점 맞추고, 새로운 경제발전 전략 논의할 때
결론적으로는 “아니다”가 그 답이라고 본다. 거시경제정책 수단을 추가적으로 강구하더라도 지금의 실물경제활동의 추세적 위축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강력한 거시경제정책수단을 추가적으로 동원하더라도 그 효과는 일시에 그치고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경기진폭이 극히 좁아진 상태에서는 지표의 미묘한 차이에 따라 경기 전환점이 바뀔 가능성이 큰데 정책 인식과 집행의 시차로 인하여 잘못하면 경기 상황과는 반대되는 정책을 집행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상황을 경기 부진으로 평가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자는 쪽의 견해에도 선뜻 동조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경기논쟁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제언하자면 거시경제정책을 재량적으로 구사하는 것을 지양하자는 것이다. 앞으로 거시경제정책은 미래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불규칙한 충격이나 일시적 위험 등에 대응하는 정도의 미세조정(fine tuning) 정도에 그치는 것이 좋겠다.
단기 거시경제정책보다는 새로운 차원의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어쩌면 우리 앞에는 역사상 깊은 호흡(a deep breathing in history)을 해야 할 시기가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의 변곡점을 맞아 새로운 경제발전전략을 위한 논의가 절실한 것으로 생각된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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