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도 채우지 못하고 끝낸 한미정상회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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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의 ‘심부름 외교’, ‘공염불 외교’에 대한 트럼프의 ‘걷어차기 외교’
12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은 예상했던 대로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지난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안이라며 내놓은 ‘굿이너프 딜(Good enough Deal, 충분히 좋은 방식)’은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Big Deal)’ 고수(固守)로 인해 거부당했고, 회담 결과는 결국 ‘노딜(No Deal)’로 끝났다.
뿐만 아니라 당초 15분으로 예정돼 있었던 양 정상 간의 단독회담은 불과 2분을 넘기지 못하고 종료되어서 과연 어떤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는지 짙은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여기에 이번 회담에서 한미 두 나라는 북핵 협상과 관련된 대북정책에 있어 사사건건 커다란 차이를 갖고 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는 갈수록 부각되고 있는 한미동맹의 균열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면서 향후 북한 비핵화 협상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번 한미정상회담과 관련된 몇 가지 중요 포인트를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왜 한미 두 정상들 간의 단독회담이 2분도 채우지 못하고 끝난 것일까? 그리고 그 의미는 무엇인가?
원래 단독회담은 15분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10분간에 걸친 모두(冒頭)발언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예정에 없던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면서 27분가량이 지나갔고, 이후 양 정상간 배석자 없는 단독회담 시간은 불과 2분도 채우지 못하고 끝났다.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핵 협상과 관련해서 두 정상 간의 내밀한 이야기와 속내를 주고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비공개 단독회담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찐빵 속의 앙꼬’와도 같은 이번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인 단독 정상회담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으니 무슨 의미 있는 회담결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애초에 한·미 정상 간 단독회담이 ‘부부 동반’으로 이뤄지는 것을 두고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처음 제기됐을 때 청와대는 “정상 간 대화할 시간은 충분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불과 1시간 전까지도 회담 결과를 낙관했던 청와대의 ‘왕따 외교’, ‘무능 외교’의 서글픈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대목이다. ‘정상회담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단독정상회담의 시간조차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고 미국 눈치나 보면서 무시당하는 상황이 우리 외교의 현주소인데, 북핵 협상의 돌파구를 열겠다며 되지도 않을 ‘운전자’니 ‘촉진자’니 하는 허황된 수사(修辭)만 남발하는 문 정권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럼, 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면서 의도적으로 단독 정상회담 시간을 갖지 않았을까? 비공개 단독회담을 해봐야 문 대통령으로부터 귀담아 들을만한 이야기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서 김정은한테는 말 한마디 못하고, 일방적으로 북한 입장을 옹호, 대변하면서 이번에도 ‘굿이너프 딜’로 포장한 ‘제재 완화’를 요청하는 문 대통령의 속내를 훤히 꿰뚫어보고 더 이상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기자들과의 문답시간을 늘리면서 사실상 단독회담 시간을 없애버렸던 것이다.
이번에 미국 측 제안으로 단독정상회담에 양국 영부인이 동석한 것도 불과 15분 동안 예정된 단독회담 시간이었지만 문 대통령과만 얼굴을 마주하고 있기가 내키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그래서 양국의 중대한 현안을 논의하는 정상회담이라는 자리가 그 격식과 형식에 전혀 맞지 않는 마치 ‘부부동반 환담회’처럼 변색돼 버린 것이다. 이처럼 부부동반 환담장에 이런저런 하객들도 참관시켜 끼워 넣는 것은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우리 미국은 문 대통령을 중재자로 생각 안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원래 대통령 영부인은 국가의 특수정보나 비밀스런 국정업무에 접근할 수 있는 특별한 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부부동반 시에는 이런 국가적 중대 문제를 논의할 수 없도록 외교형식을 빌어 차단해 버린 것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중재자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모두 폐쇄시켜 버리면서 동맹국인 한국민들을 기분 나쁘게 하지는 않게 하기 위해 ‘부부동반 환담’이라는 형식을 고안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문 대통령이 1박4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열렸던 단독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즉석에서 문답을 주고받는 ‘깜짝 기자회견’을 36분 동안 진행했다. 그래도 그때는 기자들과의 문답 이후 두 정상간 23분 동안의 단독회담이 열렸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마저도 2분으로 줄어서 단독회담이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의 북핵 협상에서의 역할,
한미동맹의 현주소, 문재인 정권의 친북 성향 정책 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가 반영된 것이다. 한마디로 문 대통령의 헛소리는 더 이상 듣지 않겠으니 ‘와서 밥이나 한 그릇 먹고 가라’는 의중이 담겨 있는 것이다.
한편,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두 정상은 북핵 협상과 관련된 대북정책에 있어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이 거의 전무(全無)하다고 할 정도로 커다란 입장 차이를 그대로 드러냈다. 우선, 문 대통령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과 일부 핵심시설을 폐기하는 조치에 나서면 미국도 이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 조치를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굿이너프 딜’을 제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와 제재 완화를 맞교환 하는 ‘빅딜’과 ‘포괄적 합의’를 주장했다. 또한 문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논의를 미국 측과 협의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은 적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계속해서 대북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지금처럼 부분적 비핵화나 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한다면 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3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은 “대화의 모멘텀을 계속 유지시켜 나가고, 가까운 시일 내에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리라는 전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조속한 재개’를 주장한 반면에, 트럼프 대통령은 “단계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3차 회담 추진이 빨리 진행된다면 제대로 된 합의가 될 수 없다”면서 절차와 속도조절을 통한 ‘올바른 합의(the right deal)’를 강조했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반기 중에 방한(訪韓)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시기에 대해서 확답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과 같이 대북정책에 있어서 한미 간의 첨예한 입장 차는 급기야 이번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이나 공동 언론 발표 없이 각국이 서로 따로 개별 언론 발표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정의용 안보실장은 “한미 간에 언론발표문은 조율됐다”고 했지만, “한미의 발표문은 서로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북한 비핵화나 제재 완화 등에 대한 양국의 현격한 의견 차이 때문에 공동 언론발표를 못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실제로 정의용 실장이 발표한 언론 발표문을 보면, 단지 원칙론적인 외교적 수사(修辭)만 나열되어 있을 뿐, 북한 비핵화 진전과 관련한 어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에 대한 합의도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한미 간의 이견(異見) 노출은 최근 점점 더 부각되는 한미동맹의 불협화음과 균열 양상이 한국 정부 인사들의 해석과는 달리 근거 없는 문제가 아님을 확인시켜 준다. 특히 이러한 한미 간 입장 차이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결과에 잔뜩 기대를 걸고 나온 김정은에게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 비핵화(FFVD)’를 요구하면서 뒤통수를 내리 친 이후 더욱 두드러졌다. 최근 한 언론은 한미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서, 미국의 한 당국자가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다 싫다”고 말했고,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미국 외교·안보 고위당국자가 한국 고위 당국자에게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얘기를 할 거면 앞으로 당신과 만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불신이 갈수록 심화된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문 대통령은 북측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과거의 행태를 반복함으로써 동맹국으로서의 한미 간 신뢰회복과 대북 공조체제 복원에 실패했다. 이번에도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메시지만 전달하는 북측 ‘심부름 외교’, ‘선(先) 경제제재 완화와 단계적 비핵화’ 입장만을 전달하는 ‘공염불 외교’를 반복했다. 하지만 이러한 문 대통령의 태도와 역할을 미리 간파한 트럼프 대통령은 보기 좋게 ‘더 이상 문의 헛소리는 듣지 않겠으니, 와서 밥이나 한 그릇 먹고 가라’는 ‘걷어차기 외교’로 응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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