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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포퓰리즘을 경계한다 -내년도 예산편성에서 유의해야 할 과제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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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3월31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19년04월01일 09시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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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29일 2020년 예산편성 지침 시달…‘적극적 재정운영’ 내세워

 

내년도 예산이 500조 원을 넘는 슈퍼예산이 될 것이라는 걱정들이 많다. 사실 증가율로 보면 올해 예산이 469조6000억 원인 만큼 500조 원이라 해도 6.5%정도 늘어나는 수치다. 더구나 올해 추경편성이 이뤄질 경우 이를 합친 올해 예산에 비하면 그 증가율은 더 낮아질 수 있다. 그런데 예산안 편성작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내년 슈퍼예산은 ‘재정 중독증’이라거나 ‘재정건전성에 빨간불’, ‘국민 허리 휜다’고 아우성들이다. 왜 그런가?  

 

기획재정부는 지난 3월 26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29일 ‘2020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각 부처에 시달하면서 내년 예산편성의 기본방향을 △ 경제 선순환과 삶의 질 제고를 위해 ‘적극적 재정 운영’을 내세웠다. 경기대응과 소득재분배 기능에 중점을 두고 일자리 확대와 사회안전망 확충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재정여력 활용 및 재정혁신을 통한 재정운용의 생산성 제고를 제시했다.

 

물론 구체적인 재원배분 원칙과 예산운용전략을 살펴보면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고, 미룰 수도 없는 과제들로 꽉 차있다. 문제는 지금도 재정수입을 위해 국고채를 발행하는 적자예산을 편성하면서, 지출을 줄이기보다 더욱 늘리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과연 올바른 방향인가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고, 또 다른 문제는 내년도 국내외 경제 환경을 예측해 보면 지금과 같은 세수호조가 지속될지도 의문인데다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도 더 높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세금부담 증가로 이어져 허리가 휠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지난 3월 20일 건전재정포럼(대표 최종찬 전 건교부장관)은 '2020년 정부 예산편성 지침 수립에 즈음하여'라는 9개항의 재정건전화에 대한 건의문을 배포했다. 이 건의안에 비춰본 정부의 2020년 예산편성 지침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건전재정포럼은 이번 건의에서 무엇보다 먼저 “내년 예산편성은 향후 국가 재정운영 방향을 가늠할 시금석"이라며 "연이어 진행될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그동안 소중히 가꾼 재정 규율이 쉽게 허물어질까 우려 된다"고 밝혔다. 포럼은 특히 ”국민적 숙려과정과 재원의 면밀한 추계가 부족한 무리한 공약 집행에 집착하지 않아야 하며, 목표의 명확성과 상호 유기성이 취약한 공약은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 포퓰리즘을 경계하자는 주장이다.

이런 지적은 처음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선거를 전후한 선심성공약과 그로 인한 비효율적 예산낭비가 개선되지 않았음은 지금도 겪고 있는 현실 아닌가.  건전재정포럼은 전직 재정 분야 경제 관료와 재정학자, 언론인 등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시민포럼이다.

 

포럼은 이번 건의안에서 △복지제도 확대보다 대상국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내실화 체계화에 중점을 두고 △예비타당성 면제와 같은 토건(土建)포퓰리즘 난무에 대한 우려가 높아 사업타당성과 경제성 검토를 강화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또 △일자리 예산과 관련해서는 소모성 지출보다 직업훈련 등 환경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적응력 배양에 중점을 두어야 하며, 공공부문인력확대를 단순한 실업대책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실 문재인정부 들어 시행된 일자리 정책을 보면  근본대책이라기 보다 단기적이고 임시방편적인 정책이 많았다. 각 부처마다 별도로 꿰차고 있는 일자리 예산은 중복을 통한 효율성 저하를 초래했다. 이제부터는 달라져야 한다. 일자리 정책도 경제 활력 제고에 도움이 되면서 미래역량을 키우는 인재양성프로그램에 좀 더 우선순위를 두고 집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포럼이 지적한 건의 가운데 △ 논란이 많은 중앙과 지방간의 국고보조금 매칭 비율에 대해서도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기능조정과 재정분담의 종합적 원칙을 제시해야 하며, △ 국가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도 장기국가재정추계에 이정표조차 없는 실정을 지적하면서 △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 확보는 대단히 소중한 가치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가장 시급한 것이 지방재정의 비효율성이다.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포퓰리즘은 중앙정치무대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덜하지가 않다. 중앙과 지방간의 기능조정이나 재정분담원칙 등도 중요한 과제이지만 그보다 다급한 것은 ‘낭비되는 지방재정’을 줄일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제부터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고 실행계획을 세우는 정책당국자들은 건전재정포럼이 제시한 9대원칙을 한번쯤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근래 들어 재정 부실화로 국가위기를 겪은 나라들은 적지 않다. 유럽과 남미의 몇몇 국가들에서 그런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국민들의 경제사정은 세계경기 변화와 국제정세의 변화 속에서 어려움을 겪다가도 호황을 맞이할 수 있지만 국가재정이 한번 흔들리면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재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명제는 국가의 흥망을 좌우할 수 있는 대들보라는 점에서 우리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ifs POST>

 

 <2020년 정부 예산편성 지침 수립에 즈음하여,건전재정포럼

 

1. 2020년 예산 편성은 향후 국가 재정운영 방향을 가늠 할 시금석이 될 전망임. 연이어 진행될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그동안 소중하게 가꾸어 온 재정 규율이 쉽게 허물어질까 봐 심히 우려되는 상황임.

 

2. 국민들은 자기가 낸 세금이 꼭 필요한 곳에 쓰이길 바라고, 또한 필요한 곳이라도 헤프게 사용되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음. 국민적 숙려 과정과 재원의 면밀한 추계가 부족한 무리한 공약 집행에 집착하지 않아야 하며, 목표의 명확성과 상호 유기성이 취약한 공약은 재검토가 바람직함.

 

3. 복지제도는 근래 빠르게 확장되었으며, 특히 이 정부 하에서 의료, 교육, 연금 등 여러 분야에서 큰 신장 노력이 이루어졌으므로 선진국에 비교해서도 제도 신설의 필요성은 더 이상 찾기 어려움. 정책 초점을 복지제도 확대보다 국가의 도움이 절실한 국민에게 제대로 혜택이 돌아가도록 내실화․체계화에 두어야 함. 또한 복지사업은 생산적 복지, 자조 노력 전제, 지속가능성 기준으로 관리해 나가야 할 것임. 아울러 무질서한 지방의 복지 프로그램 남발을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함.

 

4. 엄청난 예산(54조원)이 투입되었으나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일자리 예산을 전면 재정비하여, 소모성 지출보다 직업훈련 등 환경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적응 능력을 배양하는 데 집중 투입할 것을 촉구함. 특히 향후 5년간 소요되는 직업 직능별 인력 수요에 맞추어 훈련 기관의 대폭적인 정비 및 보강이 필요함.

 

5. 공무원 증원 등 공공부문 인력 정책은 그 인력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얼마나 사회적으로 필요하고 부족한 지에 대한 근거에 기반해서 판단해야 하는 국가운영의 기본 틀임. 단순 실업 대책으로 이를 활용함은 매우 경계하고 지양해야 함.

 

6. 최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의 발표로 토건 포퓰리즘 난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바, 대규모 사업에 대한 타당성과 경제성 검토를 강화하여 선거용 국책사업 확대라는 의혹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음. 반면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여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과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필요한 지출에 대해서는 특단의 우선순위를 부여하되 실효성이 낮은 사업은 과감히 정리되어야 할 것임.

 

7. 지방재정 및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이나 국고보조금 매칭비율에 대한 논란이 거센 가운데, 국민의 세금을 둘러싼 중앙과 지방간의 소모적인 논쟁이 지속되고 있음. 자율과 책임에 걸맞은 실질적인 지방분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앙/지방간의 기능조정 및 재정분담의 종합적 원칙을 제시할 것을 촉구함. 

 

8. 세계에서 가장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국가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도 장기국가재정 추계가 없어 이정표 없이 재정정책이 설계되고 있는 실정임. 현재 운영되고 있는 5년 단위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실효성 있게 보완함과 아울러 장기적 시계의 재정상황을 주기적으로 국민들에게 공표하고 정책 수립의 근거자료로 제시하기 바람.   

 

9.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하에서는 재정 건전성은 대단히 소중한 가치임. 어려운 여건 하에서 헌신하고 있는 재정담당자들은 재정이 국가운영의 최후 보루라는 소명의식과 국민의 세금을 지키는 파수꾼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재정규율(fiscal discipline)을 철저히 지켜, 세계가 공인하는 60년 건전재정의 전통을 살려 나가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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