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리스크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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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리스크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핵 리스크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결국은 우리 정부 부담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상당 기간 현 수준에서 정체되거나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국가 신용등급 역사상 최고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무디스(Moody's)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높게 주고 있다. 이들 신용평가사의 현재 한국 신용등급은 각각 'AA'와 ‘Aa2'로 신용등급기준 중 세 번째로 높다.(<그림 1> 참조) 이런 한국의 신용등급은 중국보다는 한 단계, 일본보다는 두 단계나 높다.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이처럼 높이 평가한 것은 한국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왔고 대외와 재정부문의 건전정이 양호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대외부문에서 건전성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 지난 8월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3848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앞으로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대폭의 경상수지 흑자가 앞으로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투자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한국 경제에서 저축률이 투자율을 웃돌고 있다.(<그림 2> 참조) 기업의 투자가 크게 늘지 않은 상황에서 고용 불안과 인구고령화 초기에서 가계 소비가 상대적으로 위축될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 5년 정도는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순채권 규모 확대 등 대외부문은 양호
경상수지 흑자로 들어온 돈이 외환보유액을 늘리거나 해외 직접투자나 증권투자로 나가고 있다. 예를 들면 2016년에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987억 달러였는데, 금융계정을 통해서 그보다 더 많은 1004억 달러가 나갔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외채권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7년 2분기 현재 한국의 대외채권은 8305억 달러로 대외채무(4073억 달러)보다 4232억 달러가 많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경상수지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2000년부터는 한국이 순채권국으로 전환했고, 그 이후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대외부문은 상당히 튼튼하고 이 때문에 국가 신용등급이 낮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다.
국가부채는 지속적으로 확대 예상
그러나 재정 부문은 갈수록 취약해질 것이다. 올해 한국의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대비 40%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16년 116%)에 비해서 매우 낮다. 국가신용등급이 그 나라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에 주는 등급인 만큼 한국 정부의 부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한국의 신용등급이 높은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구조변화를 보면 정부가 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고, 정부 부채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경제 주체를 가계, 기업, 정부로 구분해볼 수 있다. 여기서 가계는 자금 잉여 주체이다. 최근 가계 금융부채가 1388조원에 이를 정도로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한국은행의 자금순환 계정을 보면 가계는 자금 잉여 주체로 그 역할을 계속 수행하고 있다. 지난 한 해만 하더라도 가계는 74조원의 잉여를 기록했다. 가계가 금융회사에 맡긴 돈이 빌린 돈보다 그만큼 더 많았다는 의미이다.
문제는 기업에 있다. 기업은 본디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투자하는 자금 부족 주체이다. 그런데 기업이 자금 잉여 주체로 전환하는 모습이 지난 해 하반기부터 나타나고 있다. 금융업을 제외한 기업이 2016년 하반기에 7조 4000억원의 잉여를 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금융시장에서 조달한 돈보다 운용한 돈이 2조 7000억원이 더 많았다. 기업이 구조조정을 통해 이익은 냈는데, 투자는 상대적으로 줄이고 있는 것이다.
가계와 정부 부실이 국가신용등급 하락 초래 전망
가계와 더불어 기업이 자금 잉여 주체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남아 돈 자금이 해외 직접투자나 증권투자로 나가고 있다. 우리 경제성장이나 금융시장 발전 측면에서 보면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가계와 기업의 자금 잉여 일부를 적자 재정을 통해 정부가 써야하고, 또 그렇게 갈 가능성이 높다.
한국 경제의 구조변화를 고려하면 정부가 적자 재정을 편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가채무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핵 리스크가 불확실성을 더해주고 있다. 필자는 정치 혹은 북한문제 전문가가 아니다. 그러나 북핵으로 한국의 CDS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한국 CDS 5년물이 지난해 이후 평균 53bp에서 최근에는 71bp까지 상승), 한국 경제에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북핵 문제는 상당 기간 ‘롤로코스트 타기’일 것이며, 최종 종착지는 남한의 전술핵 보유, 평화협정, 한반도에서 미군 철수, 극단적인 경우 국지적 전쟁일 수 있다. 그 어떤 경우에도 남한 정부의 부담이 느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1980년대 이른바 ‘3저 호황’(전 세계적 저금리, 저유가, 저달러=엔강세)으로 한국 경제가 수출 중심으로 높은 성장을 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미래를 낙관적으로 내다보면서 투자를 너무 많이 했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수요 부족으로 기업의 과잉투자 문제가 드러났다. 기업이 부실해지고 뒤따라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도 부실해졌다. 1997년 외환위기는 기업과 은행의 부실을 처리하는 과정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168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한국의 각 경제주체가 IMF 처방에 따라 뼈아픈 구조조정을 했다. 이후 한국 경제가 안정성장 국면에 들어섰다고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한국의 신용등급을 경쟁적으로 올렸다.
그러나 2002년 한 때 한국 가계가 자금 부족주체로 전환될 만큼 가계가 금융회사에서 돈을 많이 빌려 썼다. 그 이후 가계의 금융부채가 늘기 시작했고, 지난 6월 말에는 1388조원에 이를 만큼 가계가 부실해졌다. 여기다가 국가 부채가 늘어나는 추세가 지속될 것이다. 부실한 기업과 은행 뒤에 건전한 가계와 정부가 있어서 1997년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가계와 부실해진 상태에서 정부마저 부실해지면 더 큰 경제위기를 겪을 수 있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지금을 정점으로 서서히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림 1> 한국 국가신용 등급 역사상 최고
자료: 연합뉴스
<그림 2> 저축-투자율 차이와 경상수지 흑자 확대
자료: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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