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화폐』 시장의 종말은 시작됐다” MarketWatch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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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가상 화폐 규제 강화 가능성’, 『법정 디지털 화폐』 발행도 검토
금년 들어 전세계 투자자들의 ‘가상 화폐(cryptocurrencies)’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가상 화폐’가 거래되는 시장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종목에 따라서는 하루 만에 몇 십 %씩 가치가 오르내리기도 해서 도대체 시장의 향방을 종잡을 수가 없는 급변동을 이어가고 있다.
얼마 전에는 중국 중앙은행 중국인민은행(PBoC)이 돌연 ‘가상 화폐’를 통한 신규 자금 조달 행위(ICO)를 ‘경제 및 금융 질서를 교란하는 위법 행위’로 규정하며 전면 금지 조치를 취하자 시장 변동성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참으로 기이한 일은, 투자자들의 투자 의욕은 꺾이지 않고 자금은 끊임없이 몰려들고 있어 일부 종목의 가격(통상 화폐와 교환 비율)은 또 다시 하늘로 치솟고 있다.
한편, 일부 옹호론자들 사이에서는 ‘가상 화폐’가 장기적으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글로벌 ‘통일 화폐’가 될 것이라고 한껏 기대를 부풀리고 있는가 하면, 다른 한 쪽에서는 ‘가상 화폐’의 추락(crash)이 목전에 임박해 있다며 지극히 우려하는 등, 양 극단의 주장들이 극명하게 엇갈리며 대조를 이룬다. 이에, 향후 ‘가상 화폐’ 시장이 나아갈 방향을 점치는 다양한 견해를 종합해서 일별해 본다.
■ “비트코인의 또 다른 내전(內戰)은 이미 시작?” 블룸버그
얼마 전 블룸버그 오피니언 란에 흥미 있는 기사가 올라왔다. 가상 화폐 시장의 대표 선두 주자인 ‘비트코인(Bitcoin)’ 운용 시스템 내부에 기본 플랫폼이 되는 소프트웨어에 구조적 결함이 나타나 큰 분란을 겪은 뒤에 이제 겨우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즉, ‘비트코인’ 거래 기반인 블록체인(Blockchain) 운용을 둘러싸고 개발자와 채굴자 집단의 이해가 상충하는 구조적 문제가 불거져 갖은 우여곡절 끝에 ‘SegWit2X’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가까스로 봉합되기는 했다. 그러나, 이것도 아직 완성된 게 아니고 11월 무렵에나 완성될 예정이라고 하니, 혹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지기라도 하면 비트코인 가치는 다시 급락 사태를 불러올 개연성은 아직 남아있다.
비트코인이라는 대표적인 가상 화폐의 운용 기반이, 폭증하는 거래를 수용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엄청난 혼란을 빚어낸 것처럼, 다른 주요 가상 화폐 당사자들 간의 이해를 원만하게 충족시킬 수 있는 운용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가상 화폐라는 기본 개념 자체가 유지되기도 어려울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빠져들 수도 있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이번 비트코인 운용 기반의 수용 능력 문제 해결 과정에서 소수 채굴자들이 ‘비트코인 캐쉬(Bitcoin Cash)’라는 신 버전의 가상 화폐로 분화된 것처럼, 앞으로, 가상 화폐 시장에는 이해 관계가 충족되지 않는 집단들이 새로운 버전으로 분열, 진화하는 사태가 빈번하여 시장 혼란을 가중시킬 가능성도 있다.
■ 각국 ‘가상 화폐 규제 강화’ 움직임; ”전자 화폐” 발행도 준비,
이런 가운데, 일부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법적 근거를 가진 디지털 화폐’의 발행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지금처럼 비트코인 등 가상 화폐가 보급되어 간다면 자금 지급 결제 시장에서 종전의 ‘정통 화폐’의 존재감이 떨어짐과 동시에, 어쩌면 금융 정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출발한 것이다.
최근 구체적으로 디지털 화폐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중앙은행들도 늘어나고 있다. 러시아, 스웨덴, 중국, 에스토니아, 영국, 일본 등 중앙은행들이 ‘법정 디지털 화폐’ 의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금융 정책의 유효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라는 의도가 숨어있다. 이미 일부 국가의 금융 시스템 내에는 법률로 승인된 자국 통화 표시 ‘전자 화폐(digital money)’가 다양한 형태로 통용되고 있다.
즉, 각국 중앙은행들도, 일반인들이 일상 거래에서 휴대폰을 이용한 자금 결제 등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거래가 급증하는 추세에 맞추어, 경제 주체들의 지급 결제 거래의 전자화에 대응한 결제 시스템의 구축을 서두르는 등, ‘법정(法定) 디지털 화폐’ 발행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나라 중 하나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중앙은행인 스웨덴 중앙은행이다.
이 은행은 금년 3월 이미 자국의 법정 화폐 크로네(Krone)의 디지털판(版)인 ‘e Krone’의 도입을 위해 3 단계 일정표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 나아가, 노르웨이 등 북구 3국 중앙은행들과 연계할 구상도 가지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국민들의 지폐 등 현금 유통량이 급감하여 최근 10년 동안에 지폐 발행액이 절반으로 줄었다.
대형 은행들이 구축한 ‘모바일(Mobile) 결제망’을 통한 결제도 급증하여, 국민들 절반 이상이 이 결제망을 이용하고 있다. 이렇게 일반 대중의 금융 거래 관행이 급속히 변화하는 것을 배경으로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예 중앙은행이 보증하는 안전한 전자 결제 수단이 필요한지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 민간의 자의적인 ‘가상 화폐’ vs. 정부가 공인하는 ‘전자 화폐’
화폐라는 것은 어느 측면에서는 발행 주체가 화폐 소지자에 대해 빚을 지는 일종의 약속어음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여기에는 발행 주체의 신용도가 화폐 유통 가능성에 절대적 요소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지금 세계 각국에는, 정체도, 국적도 불분명한 민간 경제 주체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앞다투어 새로운 가상 화폐를 내놓고 있고 내부에서는 자체 분화(分化) 현상도 생겨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전자(가상) 화폐는 운영하는 민간 주체들의 경영 상황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이에 비해 국가의 법령으로 발행 권한을 보장 받은 중앙은행들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들이 신용도가 월등히 높을 것은 당연하다. 이에 더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전자 화폐가 지급 결제의 주류를 형성하는 경우에는, 통화량의 세밀한 조정이 가능하게 되어 금융 정책의 유연성도 향상될 것이 분명하다.
다른 측면에서, 현금 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완전히 디지털 화폐를 통용하도록 일원화하는 경우, “누가, 무엇을, 언제 매매했는지에 대한 결제 정보가 모두 중앙은행으로 집적되어 개인 정보 보호 측면에서 중대한 문제가 부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 화폐는 가격 변동이 극심해서 유통량의 제어가 불가능하고 중앙은행들에게는 마치 ‘외국 통화[外貨]’와 마찬가지다. 지금은 거래자들도 투기 목적 구입이 대부분이나 만일, 가상 화폐가 다양하게 일상 지급 결제에 이용되는 경우에는 중앙은행들의 금융 정책 효과가 감쇄(減殺)될 것이다. 이렇게 민간 주체들의 ‘가상 화폐’ 발행 경쟁에, 중앙은행들마저 ‘디지털 화폐’의 발행에 뛰어들게 되면 소위 ‘금융의 전자화’가 급속하게 진행될 것은 필지의 사실이다.
■ ‘세계 중앙은행’ 구상이 재연, 각국 중앙은행들은 주도권 경쟁?
이렇게 발전되어 가다 보면, 19세기 중반에 잠시 제기되었던 ‘통화의 독점 발행권을 보유한 세계 중앙은행이라는 구상’이 지금 블록체인(Blockchain; 분산 기장)이라 불리는 획기적인 기술에 바탕을 둔 가상 화폐의 급성장으로 그 가능성이 재연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들은 자신들이 발행하는 통화의 편리성을 높이는 글로벌 경쟁에 휩싸여 들게 된 것이다.
지금처럼 각국 중앙은행들이 자국 고유의 화폐를 현금으로 발행한다고 해도 실상, 그 현금 발행액의 상당 부분은 ‘장롱 예금’ 형태로 퇴장(退藏)되어 있다. 때로는 현금 거래가 자금 세탁의 온상이 되기도 하여 일부 국가들은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를 촉진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측면에서는 디지털 통화 발행은 ‘탈(脫)현금’ 사회 구축의 기폭제(起爆劑)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앙은행들 뿐만 아니라, 일반 은행들도 ‘디지털 통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어디서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디지탈 화폐’를 출시하면 중앙은행의 데이터 처리 수요가 폭주(輻輳)하여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어, 국내 결제 네트워크의 작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것들은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어찌 됐던, 이제는 옐런(Janet Yellen) 美 FRB 의장도 나서서 “연준은 디지털 통화를 도입해야 할 것” 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이 법률로 정해진 업무만을 하면 그만인 시절은 지났다” 고 지적한다. 이제는 국적을 가지지 않은 가상 통화가 편리성 향상과 기술 혁신을 게을리한 통화를 구축(驅逐)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아마, 다음 시대에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가 기축통화의 자리를 두고 민간 부문과 경합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 ‘가상 화폐’ 가격이 상승하는 만큼 우려도 깊어지다
왜 많은 사람들은 ‘가상 화폐’에 대해 회의적일까? 최근, 가상 화폐 가격이 천정 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역설적이게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가장 큰 의문이다. 얼마 전 가상 화폐 비트코인(Bitcoin) 가격이 폭발적으로 상승한 적이 있다. 최고 절정기에는 비트코인 1 단위 가격이 금 2 온스 가격을 넘어선 적도 있다.
적극적 옹호론자들은 바야흐로 비트코인의 기술적 기반 플랫폼인 블록체인 기술이 주류로 등장할 것이고, 거래를 보다 안정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만들어서 가난한 자들을 빈곤에서 해방시켜줄 것이라고 환호했다. 그러나, 꼭대기에 서면 반드시 내려가야 하는 것이 인간 만사의 정칙이다.
따라서, 최근의 비트코인 등 가상 화폐 가격의 급등은 가상 화폐 지지자들에게는 안도감을 안겨 주나, 회의론자들에게는 과도한 상승 만큼이나 깊은 우려를 안겨 준다. 일부 비관론자들은 지난 2013년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직후에 반락(反落)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00년대 초 발생했던 ‘닷컴 버블’이나, 먼 옛날 화란에서 일어났던 ‘튤립 광란(Tulip Craze)” 현상을 떠올리기도 한다.
■ ‘가상 화폐’ 시장을 우려하는 ‘5 가지 중대한 이유’
기본적으로 가상 화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떨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우선, 예상과 달리 거래 비용이 적지 않고 지급 결제에 엄청나게 시간이 소요된다는 기술적 단점을 지적한다. 이에 더해, 혹시 거래 도중에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수정, 복원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위험을 지적하기도 한다. 결국, 자칫하면 거대한 손실을 당할 수 있는 소위 ‘거래 리스크(transaction risk)’가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약점으로는 지금까지 출현한 가상 화폐들이 ‘정부가 발행한 통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일부 옹호자들은 오히려 이것이 강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즉, 대부분 현존하는 가상 화폐들은 기업/조직/개인에 의해 발행된 것이다. 이 점이 가장 큰 우려를 자아내는 것이고, 이 때문에 일부 정부에서는 가상화폐 발행/거래/이용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편, 가상 화폐의 가격(가치)은 시장 수요에 의해 결정되므로, 당연히 거래자들은, 시장 가격 변동성이 상당히 큰 만큼, 사전에 정확한 실체 및 최근 동향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을 환기시키는 점이다. 얼마 전 블룸버그 통신은 사람들이 가상 화폐에 회의(懷疑)를 가지는 5 가지 전형적인 이유를 적시한 적이 있다.
① 거래의 안전성 의문(safety questions); 심심치 않게 보도되는 이른바 ‘랜섬웨어(ransomware)’에 의한 공격 사건들은 비트코인 등 가상 화폐 거래 과정의 취약성을 잘 대변해 준다. 이는 가상 화폐 거래가 익명(匿名)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해커들이나 범죄 집단들이 선호하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북한이 한국 내 이더리움 등 가상 화폐 거래소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정보도 나오고 있다. 이런 범죄적 공격은 기본적으로 철저한 익명성과 정부 차원의 규제가 전무한 사실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② 규모의 논쟁(scaling debate); 비트코인 업계는 지난 한 해 동안 이 가상 화폐의 운용 기반 플랫폼인 블록체인(blockchain)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양분되어 있었다. 비트코인에 대한 인기와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거래 확인에 소요되는 시간은 기록적으로 늘어났고, 이에 따라 기업들은 지급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관련 주체들이 거래를 신속하게 한다고 약속하기도 했으나, 주체들 간의 이념 차이로 협약 사항들이 이행되기 어렵게 되었다. 이렇게 비트코인 운용 시스템이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노정하고 개선이 난관에 봉착되는 경우에는 사용자들은 다른 경쟁 가상 화폐들로 몰려갈 것은 당연한 것이다.
③ 가상 화폐 경쟁자의 출현(rival digital currencies); 이렇게 가상 화폐에 대한 열광(frenzy)이 이어지는 경우, 흔히, 보다 큰 그림을 조망하는 것이 어렵게 되기 일쑤다. 예를 들어 금년 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2 배 이상 상승하는 가운데, 디지털 화폐 사촌 형제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빼앗아 가게 마련이다. 한 전문가의 추산으로는 지금 전세계에 약 700개 이상의 가상 화폐가 출현되어 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비트코인의 가상 화폐 시장 점유율은 지난 2월 85%에 달하던 것이 지금은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반면, 이더리움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20% 수준으로 상승했다. 가상 화폐 선호자들은 시장에 다른 가상 화폐들이 출현하는 한, 비트코인이 왕좌를 내주는 것에 그리 연연하지 않는 것이다.
④ 정부의 인증 결여(not recognized by governments); 일반 대중은 아직 비트코인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 당국도 규제를 하기가 까다롭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뉴욕 당국은 2015년 가상 화폐 영업에 필수적인 면허를 발급하기 시작했으나, 신청 비용 부담이 크다는 문제도 있어서 지난 1월 말 현재 발급된 건수는 단 3건에 불과하다. 지난 1월에는 금융산업규제당국(FIRA)은 일반 대중들에게 블록체인의 잠재적 리스크 파악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2 개월 뒤에 美 증권감독국(SEC)이 가상 화폐에 기반한 펀드를 운용하겠다는 한 관련 기업의 허가 신청을 기각하기도 했다.
중국 기업 Sanford C. Bernstein 애널리스트들은 블록체인 기법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 “중국 은행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는 해도 금융 혁명을 가져올 만한 것은 아니다” 고 기술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중국과 같은 개도국들에게는, 블록체인 기술은 진화적(evolutionary)이기는 해도 혁명적(revolutionary)인 것은 못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알려지기로는 일본 정부 당국도 가상 화폐 시장을 이대로 방임(放任)할 것인지, 새로이 규제를 도입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고 한다.
⑤ 버블 붕괴 위험(bubble burst); 이처럼, 가상 화폐가 옛날 17세기 초반에 벌어졌던 ‘튤립 구근(球根) 광란’ 사태가 될지, 아니면 90년대 후반에 일어난 ‘인터넷 주식 열광’이 될지는, 역사가 증명하듯이, 시장의 자기 조정에 달린 것이다. 투기적인 시장은 어느 시점에 이르면 열기가 빠지기 시작하게 되어 있다. 단지, 어떤 원인으로 그렇게 될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역시 대단히 어려운 작업일 뿐이다. 최근의 비트코인 가상 화폐를 향한 집중 현상을 보면서, 일부 우려 인사들은, ‘이번의 경우는 다르다’ 는 자주 들어 본 주문(呪文)을 믿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 “가상 화폐 버블에서 ‘일확천금(一攫千金) 하는 방법”
지금 시장 상황에서 보면, 대부분의 가상 화폐 보유자들은 일상 거래에 사용하기 위한 실질 거래 수요보다는 앞으로 가치 상승을 노린 투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단기간에 자산 가치가 엄청나게 오르고 내리는 경우가 허다하니 그 시세 차익을 노리고 싶은 욕망은 자연스레 커지게 마련이다.
미국 경제 채널 마켓워치(MarketWatch)의 한 전문가(Brett Arends)가 지금 가상화폐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우회적으로 표현하여 소개한 것이 있다. 이 필자는 아무런 실체도 없는 가상 화폐 시장에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행태를 막연한 기대감에 허황된 꿈을 가지고 뛰어들고 있다고 본다.
그는 시장에 가격이 급격하게 부풀어 나는 버블 시기에는 단기간에 이익을 향유하기 좋은 기회라고 설명하며, 그러나, 그런 이익을 노린 투자의 위험성도 아울러 경고하고 있다. 동시에 지금 가상 화폐 시장의 가치가 급격히 팽창하고 있는 것은 경제학의 기초 수요 공급 이론으로도 도저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전형적인 ICO(가상 화폐를 통한 자금 조달 행위)의 경우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가상 화폐를 만들어 낼 수가 있다. 그러나, 누가 이 가상 화폐를 수요 하는지는 지극히 불투명하다. 돈 세탁을 하고 싶거나, 인터넷 포커 게임을 하려는 사람들 외에 가상 화폐를 거래/보유/투자 하기를 원하는 자는 분명 하지도 않고(uncertain), 알려 지지도 않고(unknown), 알 수도 없는(unknowable)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상 화폐의 가격은 나날이 오르고 있으니, 투자하고 싶은 욕망이 마냥 부풀어 오르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가격이 상승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천편일률적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시장에서 가장 손쉽게 큰 돈을 버는 방법은 오직 한가지, 가격이 ‘오르기 전에 사서 내리기 직전에 팔아 치우는 것’ 뿐이다.
여기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그 살 때와 팔 때가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가상 화폐 투자에서 한꺼번에 큰 돈을 벌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은 비유하자면 마치 두 발이 한꺼번에 물 속으로 빠지기 전에 한 발을 옮겨 놓으면 된다는 식의 ‘물 위를 걷는 마술’을 연출해야 할 지도 모른다.
■ “가상 화폐 시장은 시한 폭탄이다” Ethereum 공동창업자
전 세계 가상 화폐(cryptocurrencies) 시장에서 ‘비트코인(Bitcoin)’ 다음으로 큰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상 화폐의 한 종목인 이더리움(Etherium)의 공동창업자 호스킨슨(Charles Hoskinson)씨는 디지털 화폐 시장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협은 ‘정부가 규제를 시작하는 것’ 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창업기업들(Startups)은 가상 화폐 발행의 ICO(Initial Coin Offerings)를 통해 약 13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일종의 ‘크라우드 펀딩(crowdfunding)’ 수단인 ICO에 엄청난 인기가 집중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 호스킨슨 씨는 지금은 큰 흐름을 보아가면서 냉정해야 될 시점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사람들은 이더리움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보고 ICO가 늘어나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말하나, 그것은 재깍재깍 돌아가고 있는 시한 폭탄(time bomb)에 불과하다” 고 말한다. 그는 “기업들이 ICO를 통해서 가상 화폐를 과도하게 발행하여 시장에는 이른바 ‘(가상 화폐) 과잉 발행(over-tokenization)’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은 쉽고 빠르게 돈을 버는 것에 눈이 멀어가고 있다” 고 질타한다.
호스킨슨 씨는 최근 가상 화폐 가격이 급등하고, 디지털 화폐 크라우드 판매로 불과 몇 분만에 수 백만 달러씩 자금을 모으는 가상 화폐 시장의 열광적 상황에 대해 점차 우려를 더해가고 있는 전문 관측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여태 관망해 오던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디지털 화폐는 증권’이라고 천명함으로써 시장에 개입할 기미를 보이는 것을 두고 ‘정부의 규제’가 가장 큰 리스크라고 말한다.
그가 지적하는 것은, 창업기업들이 IC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때, 통상적인 증권 거래에 필요한 안전 장치(safeguard)를 무시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그들은 마치 적격 투자자들과 거래하는 것처럼 간주하여, 자금 원천을 확인하지 않고 있어서 차후에 소송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즉, 지금 관행으로는 디지털 화폐 구입자들이 자기들은 해당 자산을 매입하는 데 따른 리스크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발행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소지가 크다고 본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자금 이체 기업 Ripple사 CEO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씨도 정부 규제 리스크와 관련하여 이와 유사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기업들의 해외 상장을 주선하고 그들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를 미국 밖의 투자자들에게 매도하는 주체들은 미국 이외 지역에는 투자자 보호 조항이 없는 것으로 순진하게 생각하기 쉽다고 판단한다. 그는 이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궁극적으로 가상 화폐는 유가증권이라고 천명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는 “결국 ICO 거래는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다” 고 단언한다. 그는 “만일, 오리(Duck)처럼 말을 하고, 오리처럼 걸음을 걸으면, SEC는 ‘오리’ 라고 말할 것은 자명하다” 고 풍자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호스킨슨 씨도 일단, ICO 버블이 수그러들면 가상 화폐는 계속해서 기업들의 자금 모집 수단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더욱 규제되고, 보다 제한된 환경에서 이루어질 것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그는 “규제 여부와 관계없이, ICO 거래는 존재할 것이다” 고 말한다. 그는 “그러나, 그것(ICO)이 붕괴되고 나면, 그제서야 부서진 조각들을 집어 들고 어떻게 다른 방도로 실행할 수는 없을까? 하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고 경고한다.
■ 『가상 화폐』 시장; 결국, ‘종말(終末)의 시작’을 맞는가?
가상 화폐에 대해 자주 비관적 견해를 내보이는 대표적 인사가 MarketWatch사 가상 화폐 전문가 어렌즈(Brett Arends)씨다. 특히, 중국 및 미국 정부 당국의 가상 화폐 시장에 대한 경고성 발언이 나오는 것을 감안하여 더욱 강력하게 경고한다.
최근 그는 MarketWatch에 게재한 글에서 최근의 가상 화폐 종목들의 가격이 엄청난 급변동을 보이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이제 드디어 가상 화폐 시장이 ‘비극적 종말의 시작’을 맞이하고 있다며 지극히 비관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그는, 심지어, 최근 가상 화폐들의 가격이 폭락 장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이런 상황을 아랑곳 하지 않고 지금이 매수 타이밍이라고 부추기는 측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는, 특히, 중국 당국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 화폐를 발행하여 크라우드 펀딩을 하는 행위를 위법한 거래로 규정하고, 이러한 자금 조달 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것을 예로 들면서, 이제는 “가상 화폐 시장의 파티가 끝나기 시작하거나, 아니면 종말의 시작을 맞이하고 있다” 고 비유한다. 중국 당국의 ICO 전면 금지 조치에 발맞춰 홍콩 당국도, 미 SEC와 맞장구 치는 격으로, 가상 화폐 ICO 행위는 ‘증권 거래’이며 ‘증권법’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어렌즈(Arends)씨는 이러한 규제 움직임이 일회성으로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은 실로 훌륭한 것이고, 옹호론자들이 주창하고 있는 것처럼 엄청난 응용 가능한 범위를 가지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그런 기술을 가상 화폐에 기반한 금융 부문에 적용하는 경우에는 대단한 결함이 생기기 쉽고, 실현이 지극히 어려운 거대한 가정을 전제로 한다. 즉, ‘정부 당국이 줄곧 수수방관하면서 가상 화폐 시장이 그대로 번창하도록 내버려 둔다’ 고 하는 가정이다.
■ 『가상 화폐』 시장의 폭주는 금융 시스템에 대한 9.11 테러(?)
가상 화폐는 확실히 언젠가는 거의 모든 선량한 사람들이, 거의 모든 선의의 거래에 적용할 수 있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가상 화폐들이, 음지에서 규제가 되지 않는 통화로써, 이른바 탈세, 마약 거래, 자금 세탁, 불법 부정한 재산 도피, 등 각종 범죄 행위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당도해 있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어렌즈(Arends) 씨는 그것은 마치 9.11 테러에 이용되는 것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9.11 테러 발생 직후 전 세계 각국 금융 규제 당국은 종전에는 눈을 돌리지 않았던 ‘그림자 금융(shadow finance)’ 혹은 자금 세탁 영역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펼쳤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제는, 각국 정부 당국이 또 다른 9.11 테러가 발생할 때까지 방관하고 기다릴 것이라고 상상할 수는 없는 시점이 된 것이다.
그나마, 가상 화폐 시장 규모가 아주 작은 경우에는 그런대로 지나칠 수도 있을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이제 가상 화폐 시장 규모가 무려 1,500억 달러 규모에 달하고 있고, 이 규모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신은 어느 정부 당국이, 자국 경제 내에 1,500억 달러, 5,000억 달러, 심지어 수 조 달러 규모로 팽창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금융 시장’이 규제 밖에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번창하고 있는 것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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