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4년: 평가와 시사점 <上> 일본경제의 회복전기를 만들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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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일본경제는 20년 이상의 긴 기간 동안 침체일로의 과정을 겪어 왔다. 그러나 최근 일본경제는 장기침체의 강한 타성을 떨치고 회복국면으로 헤쳐 나가는 대전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현 단계에서 일본경제가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궤도에 진입하였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시장에서 형성되고 있는 향후 일본경제에 대한 기대는 상당히 긍정적이며 견고 하다.
이러한 일본경제의 획기적인 전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바로 과감한 통화 및 재정정책, 그리고 일단의 성장전략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아베내각의 종합경제대책(이하에서 ‘아베노믹스’로 통칭)의 성과에 있다고 볼 수 있다.
2013년 상반기에 시동된 아베노믹스는 그간 보완 내지 확대 과정을 거쳤지만 당초의 정책방향을 4년 넘게 일관되게 유지되면서 집행되고 있다.
이하에서 아베노믹스의 도입배경, 주요 내용 그리고 전개과정을 먼저 간략히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현시점에서 정책 효과를 종합적으로 가늠해 보면서, 마지막으로 이러한 일본의 정책경험이 한국경제의 운영에 시사하는 바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과감한 금융 완화와 재정 확대, 민간투자 촉진의 3축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일본경제는 1990년부터 2009년까지 20년 동안 1%미만의 초 저성장을 나타내었다. 1980년대 4.7%에서 1990년대에 1.1%, 2000년대에 0.8% 로 성장률의 급격한 추락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러한 성장률하락과 함께 심각한 저물가 현상까지 나타났다.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990년 이후 아베노믹스가 도입된 2013초반까지 연평균 0% 초반의 증가율을 보였고 기간에 따라 디플레이션현상까지 나타났다. 그리고 이러한 심각한 물가 하락 현상과 함께 부동산 가격도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내었다.
일본경제의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호칭되는 이러한 장기침체의 핵심배경은 무엇인가. 그 동안 일본경제는 대내외적으로 다양한 강한 역풍에 부대기는 상황이 장기간 계속되고 있었고 이에 따라 성장기반과 자생적 복원력은 지속적으로 훼손되고 있는 엄중한 국면에 진입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당시의 정책당국도 금융완화확대 등 기간별로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그 정책대응은 당면한 경기침체를 경기 순환적으로 나타나는 과도적인 것이라고 보는 안이한 인식에 근거하고 있어 불충분하였다.
잃어버린 20년 동안 일본경제를 지속적으로 위축시켜왔던 주요 역풍으로는 과도한 엔고, 기업에 대한 높은 과세와 환경규제, 노동시장에 대한 강한 규제, 높은 전력비용, 대외적 자유무역협정 체결지연, 그리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인구고령화와 감소추세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역풍과 미흡한 정책대응이 계속되는 가운데 2011년에는 일본 동북부에서 심각한 원전사고가 발생하여 국가적 위기의식이 한층 고조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마침 이렇게 위기의식이 고조되는 시기에 맞추어 새로 출범하게 된 아베의 내각은 당면한 경제침체에서의 확실한 탈출을 목표로 하고 과감한 금융완화를 첫 번째 축(혹은 화살), 신속한 재정확대를 두 번째 축(화살), 그리고 민간투자촉진을 위한 성장전략을 세 번째 축(화살)으로 한 획기적인 종합정책 팩키지, 즉 아베노믹스를 제시하고 이를 적극 실행에 옮겼다. 아베노믹스는 관련 경제정책 당국 간의 긴밀한 정책공조가 강조되는 정책조합(policy mix)형태를 갖추었다.
아베노믹스의 선봉으로 통화당국인 일본은행은 과감하고 신속하게 금융완화를 실시하였다. 즉 2013년 4월 일본은행은 과감한 양적 질적 통화 완화(QQE1)를 본격적으로 실시하였고 2014년 10월에는 이를 더 확대해서 실행하였다(QQE2).
이러한 통화완화는 주로 일본은행의 국채매입에 의해 이루어 졌지만 일본은행은 통화완화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ETF, J-REIT 등 시장성 증권의 매입까지 불사하였다. 그리고 일본은행의 구로다 총재는 이러한 통화완화를 무기한으로 실시할 것을 공언하였다.
한편 일본은행은 자산매입확대에서 한 거름 더 나아가 2016년 1월에는 일본은행당좌예금일부에 마이너스 금리(-0.1)를 부과하는 소위 ‘3차원의 통화완화정책’을 도입하였다.
이러한 대담한 통화완화정책은 경우에 따라서는 당국의 과잉대응(over-shooting)도 필요하다는 관점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하튼 이 정책으로 2016년 일본중앙은행B/S(대차대조표)의 총 규 묘(명목GDP대비)는 2012년에 비하여 3배 이상으로 급증하였다.
아베노믹스의 2번째 축 또는 화살은 재정확대정책이다. 2013년 초 노후 인프라 개선, 동일본 대지진복구 및 자연재해예방 강화, 지방 경제 활력 강화 등을 위해 19.3조엔 규묘의 긴급공공투자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대한 신속한 집행에 나섰다. 그리고 일본정부는 관련법을 제정하여 재해예방 강화, 물류 시스탬 개선 등에 10년간 200조 엔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물론 이러한 재정지출확대는 이미 심각한 수준인 일본정부의 재정수지 적자를 더 악화시키는 위험을 감수하고 추진하였다.
마지막 세 번째 축은 민간투자촉진의 성장전략이다. 이는 일본기업의 수익창출능력을 제고하고 새로운 성장엔진을 창출하고 지원하는 것을 도모하는 정책이다.
이러한 정책의 주요내용은 기업의 투명성과 장기투자확대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리스크 자산의 보유비중확대를 유도하는 공적 연기금 개혁, 벤처 및 로봇 산업 육성, 서비스산업 활성화, 법인실효세율의 대폭적인 감소를 겨냥한 친 성장적 법인세 개혁, 여성 및 외국인력 고용확대를 포함한 노동시장 개혁, 그리고 임금 인상 촉진책 등 이였다.
결국 이러한 성장 정책들은 그간 저하되고 있는 총 생산 및 공급능력을 제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수립된 것이다. 종합컨대 첫 번째와 두 번째 축(화살)은 일본경제의 약화된 총 수요를 제고시키기 위한 도구이고 세 번 째 축(화살)은 위축된 총 공급을 확대시키기 위한 도구라고 볼 수 있다.
‘엔고 탈출 및 기업이익 제고’ 성과, ‘총소비는 부진’
사상 유례 없는 일본은행의 과감한 통화완화 등에 힘입어 일본경제의 핵심역풍의 하나인 엔고로부터 성공적으로 벗어나게 되었다. 아베노믹스의 가장 큰 성과가 바로 엔고로부터 탈출이라고 할 수 있다. 달러대비 일본엔화는 아베노믹스가 도입된 시기인 2013년부터 크게 하락하면서 최근까지 역사적 최고치보다 40%내지 45%정도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는 흐름을 유지해오고 있다.
한편 일본은행의 통화완화와 마이너스금리도입으로 엔화하락과 함께 금융시장의 명목금리도 크게 하락하였다. 실질금리역시 명목금리의 감소폭보다 적지만 뚜렷하게 낮아지는 행태를 보였다.
그리고 일본정부는 세계적으로 가장 높았던 실효 법인세율을 20%대로 낮추었다. 엔화절하와 금리인하와 함께 이러한 법인세경감조치는 기업 활동과 고용확대에 상당한 유인을 제공하였다.
관련 통계를 보면 2015년 2/4분기 기준으로 일본기업들은 사상 최대 수준(20.3조엔)을 기록하는 등 제조업 및 비제조업 모두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경상 이익율(경상이익/매출액)이 크게 상승하였다. 한편 임금상승은 제한적이지만 고용은 크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유효구인배율(취업 구인수/취업 지원인수)이 2012년 중 0.8에서 올해는 1.48배 수준에 도달하고 있으며 실업률은 4.3%에서 3.4%로 크게 하락하였다.
그리고 엔화가 크게 낮아진 추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일본정부는 고부가가치산업인 관광산업활성화를 위해 입국규제완화, 면세확대 등의 조치를 과감하게 취하였다. 이에 따라 최근 입국 관광객 수와 그들의 총 지출은 크게 늘어났으며 이는 최근의 일본경제 활성화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또 소비자물가(신선식품 및 에너지제외)상승률은 최근 4년 연속 플러스를 나타내고 있어 일본경제는 아베노믹스가 시행되기 전에 보였던 디플레이션상황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저조한 기대 물가 상승률 지표, 실물경제회복의 강도 등을 고려하면 아직 까지는 물가상승의 안정적 기반이 확고히 구축되었다고 할 수 없다.
한편 과감한 양적완화와 초저금리는 주가와 부동산가격상승을 유발하여 부의 효과를 통한 소비회복에 기여하였다. 또한 아베정부는 직접적으로 민간소비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포괄적 증여세 도입 등을 통한 세제개편에도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와 정부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체 민간소비수준은 여전히 부진한 데 그 핵심배경의 하나는 재정확충을 위해 2014년 4월 단행된 소비세율의 3%포인트 인상에 있다. 물론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인구고령화와 감소추세도 소비부진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베노믹스 시행 후 뚜렷한 개선을 보이지 않는 것은 총 소비뿐만 아니다.
설비투자, 외국인 직접투자 등도 여전히 부진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일본경제의 회복에 대한 관련 경제주체의 기대심리가 아직은 견고하지 않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리고 재정적자의 증가추세는 계속되고 있으며 재정확충을 위한 소비세 추가인상도 연기된 상태에 있다. 또한 노동시장유연성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 그리고 서비스 산업 활성화, FTA 협정체결 등의 정책적 노력도 지체되고 있다.
그리고 아베노믹스의 첫 번째 와 두 번째 화살인 과감한 통화 재정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부수된 부정적인 효과도 적지 않았다. 특히 중소기업, 저소득층, 비정규직 , 지방경제 등과 같은 취약부문에 대한 통화 및 재정완화 정책의 파급효과는 상당히 차별적이고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아베노믹스의 과감한 정책은 일본경제의 회복이라는 순기능과 함께 일본경제의 불균형 심화라는 역기능도 초래하였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일본은행이 과감한 통화완화와 마이너스금리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대규묘의 국채를 보유하게 되는 것은 불가피 하였다. 그리고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지속됨에 따라 정부는 국채발행으로 이자지급 대신 이자수입이 가능함으로 국채발행확대 유인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전개는 결과적으로 정부의 재정건전화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마이너스금리정책의 지속으로 일본은행의 손실이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그간 일본은행은 최근 10년 이상 상당한 당기순이익을 적립하였으므로 당분간 일본은행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훼손될 가능성은 낮다.
2015년 9월 ‘아베노믹스 2.0’ 제시
한편 2015년 9월, 일본정부는 초기 아베노믹스 정책의 미진한 측면과 역기능을 대응하고 동시에 보다 긴 시계에서 추구해야 할 목표를 분명히 하기 위해 ‘아베노믹스 2.0’을 제시하였다. 이는 첫째, 명목GDP 600조엔을 목표(명목성장률 3% 이상이 계속될 경우 2020년경 달성되는 수준)로 설정하고 고용유연성제고, 지방경제 지원확대 등을 통한 강한 경제 추구, 둘째 출산율 1.8% 달성을 위한 육아지원 대책강화, 셋째 개호이직률 0%를 목표로 한 사회보장강화 등을 담고 있다.
일본경제가 지속적인 활력과 성장을 확보하는 강한 경제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그 성장기반을 튼튼히 구축해야 한다. 아베노믹스 2.0은 주요 성장기반 강화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성장기반을 정비하고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개혁, 경제 불균형 완화 등과 같은 주요 구조조정 과제의 해결에 보다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제는 많은 갈등과 저항을 유발할 수 밖 에 없어 실행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실제로 그간 이러한 과제의 추진진도는 상당히 부진하였다. 그러나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강한 경제를 지향한다면 정책당국은 주요 구조조정 과제의 실행을 결코 미루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여하튼 과감하고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 에 힘입어 시동된 일본경제의 호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플러스 물가상승률이 계속 시현되면서 노동력부족현상은 더 심해지고 실질임금은 비교적 견조하게 상승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에 더하여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가 향후 더 개선되거나 안정화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고 저유가 추이도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경우, 향후 일본경제는 가까운 장래에 본격적인 회복궤도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부진한 소비나 대내외 투자심리 등은 당분간 계속되어 회복확장의 제약요인으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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