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 EU, EPA(경제제휴협정) 합의, 2019년 발효 목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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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유무역의 기수로 글로벌 무역 룰 설정 주도권, 日 경제 성장 전략 · TPP 11(미국 제외한 TPP) 추진에도 탄력 전망” Nikkei, FT
일본 아베 총리와 EU(유럽연합) 투스크(Donald F. Tusk) 상임의장, 융커(Jean-Claude Juncker) EC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6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 참석하기에 앞서, 브뤼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양측은 『경제제휴협정(EPA;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을 체결할 것에 큰 틀에서 합의했다.
동 EPA 협정은 치즈 등 낙농(酪農) 제품 및 자동차 등 상품 및 서비스의 교역에 관세를 철폐하는 것을 골자로 하여, 통관 절차의 원활화, 지적재산권 보호 등 교역에 관련된 룰(Rules)을 통일하는 광범위한 내용의 경제적 협력 협정이다.
이번 합의에 대해 일본 경산(經産)성 관료는 “합의의 타이밍이 절묘하다” 고 말한다. 세계가 온통 보호주의 일색으로 움직여 가고 있는 가운데, 7일에 열린 함부르크(Hamburg) G20 정상회담에서 일본과 EU가 주요국 정상들에게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모범을 보인다는 절호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일본과 EU 양 측은, 미국에 새로 들어선 트럼프 정부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입각한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하고 있는 가운데,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어필하여, 글로벌 교역 및 경제에도 상당한 충격과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아래에 이와 관련한 국제 사회의 반향과 향후 전망을 요약한다.
■ 양측 “자유무역의 기수로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 큰 의미 부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투스크 EU 상임의장 및 융켈 EC 위원장은,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 측이 동 협정 체결에 합의한 것을 “자랑스러운 성과” 라고 자찬하면서 큰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공동 성명은 일본과 EU 간의 전략적 파트너십의 새로운 장(章)을 개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 협정이 발효하면 세계 인구의 8.6%, GDP의 약 3할을 차지하는 거대 자유무역권을 형성하게 된다.
이로써, 일본과 EU(유럽연합)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캠페인 당시부터 강력한 보호주의 무역 정책에 집착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사회에서 자유무역의 기수(旗手)로서 손을 잡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공헌한다’ 는 명분으로 미국의 트럼프 정권에 공동으로 대항하는 스탠스를 취하게 되었다.
즉, 2016년 영국 국민투표에서 Brexit가 가결되어 이미 협상이 개시되었고, 이어서 11월에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는 등, 국제 사회에는 무역 및 경제 협력과 관련하여 새로운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글로벌 사회의 급변을 배경으로 일본 및 EU는 이번에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호소하기 위한 중대한 계기로 삼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글로벌 상황 배경에서, EU는 영국과의 Brexit (EU 탈퇴) 협상에 대응하는 새로운 동력을 찾게 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중론이다. 한편, 영국 측의 입장에서는 ‘Brexit 이후의 리스크가 증대되는 결과가 되었다’ 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자동차 산업 및 관세 동맹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FT).
■ “금년 내에 미해결 분야 타결, 2019년 발효 목표” 공동 성명
일본과 EU 간 EPA 협상은 지난 2013년에 시작되어 그 동안 2015년, 2016년 두 차례에 걸쳐서 합의를 연기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EU와 일본이 거대한 시장 규모를 가진 양측이 ‘경제제휴협정’을 체결하면, 지금 상황에서 양 측은 세계 무역 관련 룰(Rules) 설정에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는 계산이 합치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양측 정상회담에서 EPA의 큰 틀에 합의한 것은 관세의 철폐 또는 인하, 및 무역 규칙(Rules) 등 EPA의 기본적 요소들에 대해 합의한 것이다. 아직 타결되지 못하고 있는 ‘투자가와 국가 간의 분쟁(ISD; Investor State Dispute)’ 해결 방법 등 분야에서 세부 협의를 진행, 금년 내에 최종 합의한다는 일정에 합의했다.
동 협정의 발효 시기와 관련화여 Juncker 위원장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2019년 중에 정식 발효할 것을 목표로 협상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고 밝혔다. 일본에서도 관세 분야의 발효에는 2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EU 측도 관세 이외 분야는 28개 회원국들의 의회 승인이 필요하여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 참고; 일본을 둘러싼 대규모 FTA 대비
구분 |
日 · EU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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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EP
|
TPP
|
참가국
|
일본 및 EU 29개 회원국 |
日, 中, 韓, 印, 豪, 뉴질랜드, ASEAN 16개국 |
日, 캐나다, 칠레, 베트남, 싱가포르 등 11개국 |
GDP 비중
|
28.4% |
29.2% |
12.9% |
무역 비중
|
36.8% |
29.0% |
14.9% |
추진 상황
|
2013년 협상 개시, 대강 합의 |
2013년 협상 개시, 자유화에 견해 차이 |
2015년 합의, 미국 탈퇴, 11개국 발효 목표 |
(주; Nikkei에서 필자 작성)
■ “日, 아베 총리의 경제 성장 전략에 새로운 모멘텀” Nikkei
이번 일본 EU 간 EPA 합의에는 양측에 모두 실질적인 이득(benefits)이 따른다는 관측이 대세다. 양 측에 장기적으로 GDP를 증대 시키는 효과에 대해서는, EU 측이 0.76%, 일본 측이 0.29%에 이를 것이라는 시산도 있다.
관세가 철폐 혹은 대폭 인하되면 양국 간 교역이 활발하게 될 것은 확실하고, 일본 소매점에서는 와인, 치즈 및 초코렛 등 제품의 가격이 하락하여 개인 소비를 진작시키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점에서는 일본의 경쟁 기업들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유럽 제품에 대한 경계감도 나올 수 있다.
일본 기업들이 EU 지역으로 수출하는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는 최종적으로 전체의 99% 품목에서 없어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즉, 자동차 등의 수출 품목에서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된다. 日 경산(經産)성 장관은 “중소기업들이 거대 유럽 시장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강구할 것” 이라고 언급한다.
이번 EPA 협상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되었던 것 중 하나가 일본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의 철폐 문제였다. 가장 큰 수출 기업인 도요다(Toyota)는 EU 수출 자동차의 태반이 유럽 현지 생산이나 2016년 기준으로 일본에서 EU에 직접 수출한 자동차는 약 14만5천대에 달한다.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의 철폐는 TPP나 한국 · EU FTA 수준을 뛰어넘는 수준의 관세 철폐에 합의 했다.
유럽에서는 이미 EU 지역 수출 자동차 관련 관세가 제로로 된 한국 기업들과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일본 자동차에 부과하는 10% 관세를 제로로 하기까지는 협정 발효 기간을 포함하여 10년 정도 걸릴 전망이다. 그러나,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는 거의 즉시 철폐되어 EU 현지 생산 비용이 단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단,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EU 현지 생산하는 약 148만대 가운데 절반은 영국에서 생산되고 있어 日 · EU EPA 혜택을 얼마나 얻을지는 불투명하다.
■ “TPP 11(미국 제외 TPP) 추진에도 순풍으로 작용할 것”
미국이 탈퇴한 후 TPP(환태평양경제제휴협정)에 참가하는 11개국은 12일부터 실무급 회합을 가진다. 이들 11개국이 구체적인 협정 내용에 대한 협의에 들어가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일본은 이번 日 · EU EPA 합의를 계기로 미국을 제외한 ‘TPP 11’을 적극 추진하여 기존의 TPP 합의 내용을 유지하면서 발효 요건 등 일부만을 수정, 연내에 대강 합의를 도출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번 日 · EU EPA 합의는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TPP의 조기 발효를 위한 논의를 서두를 것을 강력히 기대한다” 고 언급했다.
반드시 수정해야 하는 분야가 발효 조건이다. 현재는 미국을 포함하는 12개국 중 GDP 기준으로 85% 이상을 점하는 6개국 이상의 비준이 필요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TPP 발효에는 12개국 GDP의 6할을 점하는 미국이 불가결한 것이므로 미국이 탈퇴한 상황에서는 이 발효 요건을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여기에 중요한 것은 관세 및 교역 룰 분야에서 이미 합의한 내용을 수정할지 여부다. 예를 들면, 많은 참가국들이 제약 산업의 데이터 보호 기간을 단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신흥국들은 후발 의약품을 생산하는 것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TPP에서는 의약품 산업이 강한 미국이 강경하게 동 보호 기간의 장기화를 주장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8년으로 합의했던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일본도 기간 단축을 용인할 자세로 있어, 일단 보호기간 단축에 동의하고 혹시 미국이 TPP에 복귀하는 경우에는 원래대로 8년으로 회귀한다는 방안이 유력하다.
日 외무성 관료는 “미국에 TPP에 돌아올 것을 기대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 이라고 평가한다. 일본에 유럽 낙농 제품이 밀려들면 미국 낙농업자들이 정부에 압력을 가할 것은 분명하여, 이 경우에 미국 정부는 일본과 FTA를 서두를 것인가, 아니면 TPP에 복귀할 것인가를 고심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통상 협상은 한 가지가 진척되면 다른 것들도 따라서 진척을 보이는 소위 ‘도미노 효과’ 가 있어서, 日 · EU EPA 합의는 순풍(順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 입장이 다른 11개 참가국들이 이해의 대립을 넘어 연내에 대강의 합의를 이루어 내는 것은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
■ “『日 · EU EPA』 합의는 ‘글로벌 유럽’의 표상“ FT
“우리는 해냈다. ‘글로벌 유럽(global Europe)’이다!” 영국 유력 경제지 Financial Times는 일본과 EU 간의 EPA 합의 발표 후에 도널드 투스크 EU 위원장이 트위터에서 표현한 환호의 글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일본 아베 총리도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 선진 경제 지역의 탄생이다” 고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
이번 합의는 지난 4년 간 18 차례 협상을 진행한 끝에 관세의 대폭 인하 및 철폐, 무역 룰 설정에서의 협력, 정부 조달 시장의 개방 등에 폭 넓은 합의에 도달한 것이다. EU 측은 연간 약 10억 유로 규모 관세 부담을 줄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고, 일본으로 수출도 800억~1000억 유로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FT는 이번 합의를 ‘치즈 vs. 자동차’ 거래라고 비유하고 있다. 즉, EU 측에서는 일본이 수입하는 유럽 산 쇠고기, 와인 및 낙농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감축할 것을 겨냥한 반면,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수입 블록인 EU가 수입하는 일본 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를 철폐할 것을 겨냥한 것이다.
양 측은 각각 상품 수입에 부과하는 관세의 철폐에 일부 품목에는 최장 15년이 소요되는 등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친 ‘도입 기간’을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양측은 비관세 장벽의 철폐에 따라 상당한 이득을 볼 수 있을 것” 이라는 관측이다. 사피르(Andre Sapir) Bruegel think-tank 연구원은 “이 (비관세 장벽 철폐) 분야가 양 측 경제가 기대할 수 있는 실제적 이득(‘real meat)” 이라고 말한다.
장기적 관점에서도 양측은 실제적으로 크게 기대를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번 합의는 일본 경제 성장의 주요 근간(major pillar)이 될 것” 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노동 집약적인 일본 농업 부문 개혁을 추진하는 방도로서도 의미를 두고 있다. EU 측에서도 2016년 캐나다와의 무역 협정을 둘러싸고 벨기에 의회의 반대에 직면했던 이후 새로운 무역 협상을 모색하는 절호의 계기를 찾은 셈이다.
■ “영국의 Brexit 구상에 큰 타격을 안겨줘“ 국제통상 전문가
한편, 이번 EU와 일본의 EPA 협정 합의는, 영국 메이(Theresa May) 총리가 구상하고 있는 “Brexit를 지렛대 삼아 ‘글로벌 영국(Global Britain)’을 창출” 한다는 야망에 대해서는 일격을 가한 셈이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려고 하는 시점에 EU는 절묘하게 세계 4위의 교역국인 일본과 경제 협력 협정에 합의한 것이다.
이전에 영국 정부 자문역을 했던 EY 국제교역 담당 수석 퍼슨(Mats Persson)씨는 “FTA를 위한 넓은 함의(含意)라는 관점에서는 이번 뉴스는 환상적인 것이다. 그러나, 영국은 이번에 올바른 편에 서있지 않은 것이다” 고 평가한다. 마찬가지로, 이번 EU · 일본 합의는, 새로운 시장에 접근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도는 Bloc을 깨는 것이라고 주장했던 Brexit 옹호론자들과 대단히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영국 정부 내외에서는, 전환기 형식이거나, 아니면 더 오랜 동안, EU의 관세 동맹에 잔류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논의를 지속해야 할 숙제를 안게 된 것이다. 즉, 영국은 EU 회원국으로서 자동차, 자동차 부품, 또는 더욱 규제가 심한 의약품, 서비스 교역 개방 등에서 일본과 교역하는 경우 관세 철폐의 이득을 볼 수가 있었을 것이고, 영국 기업들은 일본의 정부 조달에 참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전 EU 통상 관료였고 지금은 브뤼셀 싱크탱크 이사 Hosuk Lee-Makiyama씨는 “만일, 영국이 Brexit 이후에 이번 EU · 일본 EPA 협정을 재현하지 못한다면 향후 EU와 일본 간 경제적 통합이 EU와 UK 간 통합보다 더 견고해 질 것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가 될 것” 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러한 시나리오 하에서는 지금은 영국으로 향하고 있는 일본의 투자가 EU 단일 시장이나 터키 시장으로 흘러갈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고 전망한다.
예를 들어 지금 도요다, 닛산, 혼다 등 일본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EU 지역 다른 나라 소비자들에 공급하기 위해 영국에 대규모 공장 설비를 유지하고 있으나, 만일, 영국이 Brexit 이후에 이번 협정과 대등한 조건의 협약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이들 기업들은 점차 경쟁력을 잃게 되고, 결국 다른 유럽 지역 국가들에 대안 지역을 찾게 될 것은 분명한 것이다.
제반 상황을 감안해 볼 때, 이번 EU 일본 EPA 합의는 당사자 EU, 일본은 물론이고, Brexit 협상을 막 시작한 영국, 이미 TPP 탈퇴를 선언한 트럼프 정부 하의 미국, 나아가 글로벌 사회 거의 모든 국가들에게 심대한 영향과 파문을 안겨 줄 것은 분명하다. 과연, 올 해 말 안으로 최종 타결을 겨냥하고 있는 EU와 일본 간의 실무 협상 결과 여하에 글로벌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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