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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사이다? 편의점식 사고 버려야…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7년02월20일 16시31분

작성자

  • 박희준
  •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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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편의점 같은 정치판

 

편의점은 최근 ‘제2의 부엌’으로 불리며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수 년 전만 해도 식사를 위해 편의점을 찾는 이들은 드물었다. 과자 · 음료수 · 아이스크림 등의 간단한 간식거리를 사거나, 시간이 없어 마트를 가기 힘들 때 간단한 생필품을 살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의 입맛을 자극하는 다양한 식사거리를 값싸게 제공하는 가성비 최고의 레스토랑 또는 푸드 테마파크로 인식되고 있다. 편의점에는 건강에는 이롭지 않지만 우리의 입맛을 자극하는 값싼 음식들이 넘쳐난다. 그런데, 이러한 최근의 편의점 음식들을 보면 문득 우리 정치판이 떠오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로 지쳐만 가는 우리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사이다 발언’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일약 대선후보로 등장한 정치인도 있다. 그 뿐만 아니라 현재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자극적이고 설익은 공약들을 쉼 없이 쏟아내며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매일 쉼 없이 쏟아지는 대선후보들의 공약에는 국민과 국가의 미래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국민들의 감정적 배설을 위한 공약처럼 보인다.  건강에는 이롭지 않지만 한 끼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자극적이고  값싼 편의점 음식들이 떠오른다.

 

편의점식 사고에 갇혀 있는 우리

 

하지만 정치권만을 탓할 수는 없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값싼 식사거리를 찾는 인구가 늘어나고, 시간에 쫓겨 혼자 식사하는 혼밥족이 늘어났기 때문에 편의점을 중심으로 한 식사문화가 등장했듯이, 국가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은 공약보다  그 때 그 때 화를 풀어주는 자극적인 공약에 대한 유권자들의 수요가 존재하는 한 대선후보들은 이러한 공약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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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레인지를 이용해 몇 분만 투자하면 싼 값에 우리의 허기와 미각을 채울 수 있는 인스턴트 음식들로 가득한 편의점에 익숙한 우리는 신선한 재료를 고르고 다듬을 시간도, 음식이 충분히 익을 때까지 기다릴 여유도 없다. 때로는 인스턴트식품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는 그 몇 분도 참기가 힘들다. 진지하게 우리의 건강을 고민하고 음식을 고를 수 있는 경제적, 시간적 여유도 없다. 큰 돈 들이지 않고 맛있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인공조미료로 맛을 낸 자극적인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지면, 건강에는 좋지만 밋밋한 맛의 음식을 먹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내어 더 큰 돈을 쓰기는 쉽지 않다. 감칠맛은 없지만 몸에 좋은 음식을 먹도록 설득하고 몸소 실천하는 대선후보가 나타나기를, 그리고 그러한 대선후보의 공약과 발언에 귀를 기울이는 우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제 맛을 내려면 인스턴트식품도 조리 시간을 지켜야…

 

물론 과학기술의 발달로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속도와 효율성은 우리가 추구하고 실천해야 할 우선적인 과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학에 갓 진학한 학생에게 취업에 대해서 묻고, 갓 취업한 사회 초년생에게 결혼에 대해 묻고, 갓 결혼한 신혼부부에게 출산에 대해서 묻는 조급증과 그러한 조급증에 기인한 우리의 인스턴트식 사고를 버려야 한다. 

 

 대학에 진학한 학생이 풍부한 경험을 통해 진지하게 그리고 후회 없이 자신의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어야 한다. 나이에 쫓겨 배우자를 선택하기보다 많은 만남과 고민을 통해 평생을 함께 하며 서로의 부족함을 메워줄 수 있는 배우자를 찾을 수 있도록 기다려 주어야 한다. 더 나아가 어떠한 전공을 선택하고, 어떠한 직업을 갖고, 어떠한 배우자를 만나야 할지에 대한 답을 정해 놓고 끝없이 질문을 던지며 상대를 위축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늘 지난 정권의 과오를 지우기 위해 또 다른 선택을 했지만 역대 정권의 과오는 반복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늘 조급함과 쏠림현상으로 균형적인 접근을 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어차피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로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은 바닥을 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고 또 다른 발전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감정적 쏠림현상으로 미리 답을 정해놓고 시간에 쫓겨 비균형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균형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우리가 만들어 놓은 제도와 틀의 범위에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쏠림현상으로 인해 과거 정권들의 과오를 반복하는 또 다른 정권이 등장할 수 있다. 정치권이 탄핵 정국을 해결하는데 있어서도, 대선후보들이 공약을 만드는데 있어서도 좀 더 고민하고 좀 더 공을 들일 수 있도록 우리 유권자들이 도와주면 어떨까?<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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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2월20일 16시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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