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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일류기업이 아니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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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2월06일 15시50분

작성자

  • 김동률
  • 서강대학교 교수. 매체경영. 전 KDI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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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여년 전 이야기이다. 어쩌면 이제는 달라졌을 수도 있겠다. 90년대 후반 유학중이던 나는 가족과 함께 긴 여름방학을 맞아 플로리다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디즈니 월드가 있는 플로리다 올랜드는 아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이다. 하지만 내 속셈을 따로 있었다. 별을 좋아하는 나는 대서양 바닷가에 위치한 작은 도시인 케이프 커네버럴에 가보고 싶었다. 알려진 대로 우주선을 지휘·통제하는 곳은 텍사스의 휴스톤 나사본부이지만 은하계로 우주선을 실제로 쏘아 올리는 곳은 케이프 커네버럴 케네디 우주센터다. 공부를 겸한 여행을 한답시고 발사센터를 둘러보니 우주선에 장착된 각종 장비와 물품들이 진열된 전시장이 눈에 띤다. 수백여 개에 달하는 최첨단 전시품을 살펴보는데 국산 제품은 하나도 없다. 

 

아이들의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언젠가 ‘메이드 인 코리아”도 여기 등장할 것이라고 위로하는데 갑자기 큰 아이가 고함을 친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있다는 것이다. 우루루 달려가니 정말 낯익은 상표와 함께 상자만한 전시품이 눈에 띤다. 우리가 흔히 전자레인지로 부르는 소형 마이크로 웨이브였다. 청색의 타원형 삼성 로고가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전자레인지가 전자제품 중 가장 단순한 품목이라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단지 그곳에 국산 제품이 하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였다. 사실 6년간의 유학생활 내내 삼성은 내 가슴을 안타깝게 했다. 대형 전자제품 매장인 베스트 바이에 들릴 때마다 소니 등 일본 제품 뒷편에서 오두커니 먼지속에 놓여 있던 삼성 티브이는 나를 조바심나게 했고 델과 HP에 비해 한적했던 삼성컴퓨터 매대는 늘상 나의 발길을 붙잡고 놔주질 않았다. 

 

세상이 변했다. 일본의 자존심이자 오늘날 일본경제를 이끈 주역인 라이벌 소니는 아예 경쟁상대가 되질 않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물론이고 격변하는 스마트 폰 시대에도 적절하게 대응해 한국인의 자존심을 한껏 높여준다. 삼성이 홧팅이다. 지난해 4·4분기 연결 기준으로 영업이익 9조2200억 원을 냈다. 분기 기준으로 역대 세 번째로 많은 규모다. 덕분에 지난 해 전체 삼성전자 매출액은 201조8700억원, 영업이익 29조2400억원을 기록했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IT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해외 권위있는 언론들도 한때 일본 전자업체들의 모방자이자 부실한 이류기업이었던 삼성의 과거는 이제 과거일 뿐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삼성이 한국기업이라는 것만으로도 한국인들에게 자부심으로 통하고 있다고 전한다. 

 

한때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는 말이 있다. 1952년 초 아이젠하워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 의해 국방장관 후보로 지명된 찰스 윌슨(Charles E. Wilson)이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한 말이다. 같은 이치로 삼성에 좋은 것은 한국에도 좋다는 말도 자주 들린다. 삼성이 한국을 먹여 살린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있다. 그 뿐인가. 많은 언론들은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에 대해 많은 부분 긍정적으로 다루고 있다. 경제가 팍팍하다 보니 낯 뜨거울 정도의 '삼성어천가'가 한국인에게 먹혀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삼성에 대한 찬사는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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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최순실 사태가 보여 주듯 삼성은 여전히 일류기업이 아니다. 창업주부터 현 이재용 회장에 이르는 정경유착은 이제 삼성의 대명사가 되었다. 오너가 치욕스럽게 사법기관에 불려가는 민망한 장면은 이미 한 세대를 넘어 계속되고 있다. 문제가 터질 때 마다 권력을 탓하는 대응방식조차도 익숙한 장면이다. 삼성은 반성해야 한다. 한국적인 상황의 탓하기 이전에 스스로를 한번 뒤돌아 봐야겠다. 여전히 정경유착을 필요악(necessary evil)쯤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삼성에게 묻고 싶다. 무노조 원칙(anti-unionism)도 재고해야 할 시점에 왔다. 합법적인 노조설립을 막는 기업이 세계 최고의 일류회사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세계최고의 제품을 만든다고 해서 세계최고 기업이 될 수는 없다. 창업보다 수성(守成)이 어렵다는 사실은 역사가 말해준다. 소니도 정상에 섰을 때 자만한 결과가 지금의 몰락의 원인이 아닌가. 삼성은 반성해야 한다. 지긋지긋한 정경유착, 지금쯤 그만 둘 때도 되지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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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2월06일 15시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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