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인재양성, 대학 혁신만이 해답이다<상>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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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뭐 길래?, 전공인력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오라’
알파고가 이세돌을 물리친 사건(?)이 벌써 3년이 지났다. 인공지능은 이제 더 이상 공상과학 영화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현실의 일상적인 부분이 되었다. 금융, 의료, 제조, 교통 등 거의 전 분야에서 인공지능 사용이 보편화되고 있다. 신문 기사는 거의 매일 인공지능의 놀라운 성공 사례를 전한다. 물론 대부분 외국의 사례이지만. 우리 언론에서 인공지능 관련 기사는 알파고 이후 20배 증가했다.
관련 구인공고(求人公告)는 10배가 증가했다. 몇 년 전만해도 인공지능 전공자는 일자리를 못 찾아서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취업했는데 요즘 인공지능을 한다는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인공지능 개발자는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필자가 근무하는 인공지능연구원도 전문인력 구하기가 힘이 든다. 제자가 근무하는 대학에서 베트남인 박사가 졸업한다 하여 접근했더니 핀란드 회사에 취직이 되었다고 한다. 아니 대한민국의 지방대학에서 배출한 인재를 그 먼 핀란드에서 어찌 알고 데려갔단 말인가? 이미 전문인력 시장은 글로벌로 하나의 시장이 되었다.
요즘은 스스로 인공지능 전문기업이라는 회사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여기저기서 인공지능 전문가라는 분들이 커밍아웃하고 있다. 국내 모 대학이 170명의 인공지능을 전공하는 교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자랑을 듣고 실소를 했다. 외국의 한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에는 핵심 AI 인재가 168명뿐이라고 하던데. 알파고 이전에는 대학의 인공지능 강좌가 인기가 없었다. 지금은 수강인원이 2.5배 증가했다. 개설 강좌 수도 1.6배 증가했다. 모든 학문을, 특히 자기 전공을, 인공지능과 연계하려고 한다. 이런 세태가 씁쓸하지만 바람직한 추세가 아니겠는가? 반감을 갖고 거부하는 것보다는 100배나 낫다.
지능이 필요한 일을 컴퓨터가 수행하게 하는 학문의 영역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고마운데 그 본질을 잘 이해했으면 한다. 일반 대중은 아직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인공지능의 능력과 한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바둑두는 알파고나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로봇을 연상하는 것이 고작이다. 회사 경영자들도 인공지능을 잘 모른다.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외국의 한 연구소 보고서에 의하면 인공지능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기업 리더들이 이해한다면, 경제 전반에 걸쳐 수조 달러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지적하며 안타까워했다.
인공지능은 과연 무엇인가? 국내 언론에서 AI을 단지 IT 신기술의 하나로서 IOT, Cloud, bloackchain, VR 등과 같이 “중요하다”, “필요하다”는 등의 논조로 보도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인공지능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바둑에서 다음 수를 결정하는 것이 인공지능이고, 인공지능이 고양이와 개를 구분할 수도 있다고 한다. 외국어 문장을 번역하기도 하고, 인간과 대화를 이끌어 가는 것도 인공지능이라고 한다. 그림도 그리고 작곡도 했다고 한다. 이 모든 놀라운 성과가 하나의 기술로 성취되었단 말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인공지능의 교과서적인 정의는 지능이 필요한 일을 컴퓨터로 하여금 수행하게 하는 학문의 영역이다.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연구의 목표이자 그런 기술들의 집합이다. 컴퓨터가 고안된 이후 인공지능을 위하여 지난 80여년간 다양한 기술이 나타났고, 그 기술에 환호했고, 또 곧 그 한계도 밝혀짐에 따라 실망하곤 했다. 최근 인공지능의 부상은 신기술도 역할을 했겠지만, 컴퓨터 기술과 성능이 좋아짐에 따라 예전에는 시도하지 못했던 것들이 성과를 내게 된 것이 큰 이유 중의 하나다. 요즘은 여러 사람이 다양한 영역에서 인공지능을 이야기하다 보니까 인공지능의 기술분류, 용어 등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국제 표준화 기구에서 표준화를 서둘고 있다.
효율적 소프트웨어 시스템 구현하는 엔지니어의 기술과 경험이 필수적
인공지능이란 용어가 만들어 진 것은 60여년 전이고 이는 컴퓨터 과학의 한 부분으로 지금까지 연구 개발되어 왔다. 컴퓨터를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해결책, 즉 알고리즘을 소프트웨어로 작성하여 컴퓨터 하드웨어가 차례차례 수행하게 한다는 것이다. 관련 여러 국제 학회에서 공동으로 작성한 표준 커리큘럼에는 인공지능을 컴퓨터 과학의 한 부분으로 교육하기를 제안하고 있다. 물론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들이 배워야 할 것이지만, 그에 더해 컴퓨터 시스템, 알고리즘과 복잡도에 대한 이해, 그리고 소프트웨어 코딩 능력이 없이는 인공지능을 잘 할 수 없다. 결국 인공지능을 서비스나 제품으로 제공하려면, 안정적이며 효율적으로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구현하는 엔지니어의 기술과 경험이 필수적이다. 외국의 경우 인공지능에 관심에 증대하자 대학의 컴퓨터 과학과에 지원자가 많이 몰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대학의 컴퓨터과학 전공의 입학 정원을 늘리고, 교수를 충원하는 것이 우리의 인공지능 능력을 신장하는 바른 길이다. 비록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이 길만이 목적지 도달을 확실히 보장한다. 요즘 우리 정부가 하는 것을 보면 기술의 발전 추세와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적 관점에서 인재양성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까 걱정이 된다.
오늘날 인공지능 인력부족을 경험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혁신능력의 한계를 보는 것이다. 교육 시스템이 사회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그 핵심이다. 우리 사회는 혁신을 거부하고 있다. 5000만명의 인구와 국민소득 3만불 국가들 클럽에 들어갔다고 자랑해도 과연 우리가 신기술과 신산업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전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동참하여 의미 있는 공헌을 할 것인가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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