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中)-“3대 핵심쟁점은 구조개혁 · 이행 검증장치 · 시장개방”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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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지금 당면한 시련은 ‘경제’ 이상의 ‘국가 체제 개혁’ 문제
어찌 보면, 지금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미국과의 무역 분쟁은 한 가지의 성가신 골칫거리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간 본격적으로 부각되지 않고 있던 것이나, 중국 금융 시스템 전반에 광범하게 뿌리 박혀 있는 과잉 채무라는 병폐가 이미 중국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설령, 중국이 지금 겪고 있는 경기 둔화 사이클을 벗어난다고 해도 “부채 의존형” 리스크는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중국 경제 전반에 내연(內燃)하는 가공할 위기 요인은 가까운 시일 내에 쉽사리 사라질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중국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단지 얼마 동안 성장 실적이 얼마나 초라할 것이냐는 문제를 넘어선다. 이를테면 중국 경제의 장래 운명을 결정짓는 문제이고, 향후 선진 사회로 들어갈 수 있을지를 판가름할 국가 체제 전반의 구조적 전환에 직결된, 사활(死活)이 걸린 문제다.
중국은 1970년대 말에 시작된 개혁 · 개방 이후, 줄곧 표방해 오고 있는 이른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 경제 완선(完善)” 이라는 슬로건에 갇혀 있다. 국가가 금융 시스템 전체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국유기업들이 국가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사회주의 중앙집중형 국가 운용 패턴이 여전히 체화(體化)되어 있는 사회다. 따라서, 중국은 이제 지금까지 주창해 오던 철저한 국가 주도(state-driven)의 경제 체제 자체를 근본적으로 혁파하는 과제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최근, 美 CNN 방송은, 중국 경제가, 이미 시작된 경기 하강 사이클을 이겨낸다고 해도, 고질적인 ‘부채 의존형(debt-driven)’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중국 지도부는 지금 미국과 무역전쟁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더욱 시급하게 국가 경제 구조를 정화하고 경제 사회 성장 궤도를 수정하는 일에 최우선 가치를 두어야 할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 “美 경제가 ‘최대 피해자’ 주장도, ‘전선(戰線) 확대’는 피차 좋을 게 없어”
WSJ은 중국 경제의 둔화 현상을 중국과 거래하는 미국 기업들의 실적에 미친 영향을 들어 실증적으로 설명한 적이 있다. 전반적으로, 美 기업들 제품에 대한 중국 수출기업들의 수요 감퇴는 물론, 자동차, 휴대폰 등 광범한 분야에서 중국 수요자들 및 내수 기업들의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수요 감퇴가 계속해서 미국 기업들의 실적에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중국도, 최근 경제 상황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무역 전문 애널리스트들(S&P 그룹 산하 Panjiva Research)은 최근의 관세 전쟁 여파로 미국도 큰 손실을 보고 있다고 판단한다. 작년 12월 중에 중국의 미국産 제품 수입이 이전 4 사분기 10.3% 증가에서 35.8% 급감했다.
한편, 중국의 제조업 부문 수익(收益)에서 수출은 겨우 14%를 차지할 뿐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 경제가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만큼 “수출 의존적” 이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무역 관련 수치들은 중국이 무역전쟁으로 인해 받는 충격이 거시경제 지표들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EIU)
한편, 美 트럼프 정부 입장에서도, 시장이 종전처럼 대외 무역 정책에서 강경 자세를 취택하는 것을 꺼리고, 가격이 폭락하는 등, 무역 위축에 따른 충격을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에는 불리한 상황에 빠질 가능성은 농후하다. 이미 작년 4 사분기 美 기업 실적 발표를 보더라도, 관세 인상에 따른 실적 부진이 나타나고 있고, 향후 수익 전망에 경고를 보내는 것으로 판단된다. 만일, 증시 약세가 고착화될 기미를 보이면 트럼프 정부도 시장 압력으로 궁지로 내몰릴 가능성은 상존한다.
만일, 美 경제가 더욱 핀치에 몰리고, 금융시장 가격 하락이 본격화하는 경우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기업들의 공급 체인에 가지는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자신의 장기적 목표에도 불구하고, 무역전쟁을 종식시킬 동기(動機)를 더욱 강하게 느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 주석은 궁극적으로 ‘트럼프 제재’ 이전 상황으로 되돌리기 위한 더 많은 시간을 벌게 될 것이다. 어쩌면 두 정상은 자신이 입게 될 충격을 감수하며 상대방에게 타격을 주려는 ‘지구전(持久戰)’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 무역 협상을 ‘차관급 실무 협상’에서 ‘장관급 고위 회담’으로 격상
美 中 양국 정부는 이미 수 개 월 전부터 베이징과 워싱턴을 오가며 무역 협상을 이어오고 있으나, 이들이 협상을 벌이고 있는 핵심 의제는 크게 3 가지다.
첫째; 중국 경제의 ‘구조 개혁’ 문제다. 美 · 中 무역 분쟁에서 가장 첨예하게 부상한 난제로, 지적재산권 보호 등,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중심으로 광범한 분야에 걸쳐 있다. 최근 워싱턴에서 있었던 협상에서 지적재산권 보호 문제에 다소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기술 이전 강요나 국유기업들에 대한 보조금 문제 등은 중국 측이 새로운 제안을 내놓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둘째로; 합의 사항의 이행을 검증 · 강제하는 문제다. 미국 측은 “중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 라는 불신감이 팽배해 있어, 비록 합의에 이른다 해도 중국 측의 이행을 검증할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또 다른 첨예한 핵심 사안이다. 중국 측도 이행 검증 장치를 마련하는 데는 동의하나, 이행 약속을 위반했을 경우, 추가 제재 관세 부과 등, 벌칙을 가하는 것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시장 개방 문제다. 미국産 농산물이나 에너지 수입 확대에 대해서는 중국 측도 전향적으로 제안을 하면서 협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금융시장의 개방에도 응할 용의를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양국은 이 분야에 대해서는 상세한 추진 방책을 협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서는, 양국은 구조 개혁 및 검증 장치 마련 등 분야에서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크고, 이런 난제들을 감안하여, 무역 협상을 차관급 실무 협상에서 장관급 고위 회담으로 이어지는 연속 중층 구조로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진전이 있어야 마지막 담판을 정상회담으로 가져가 최종 결착을 이루는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다.
■ 美 中 무역마찰 근저에 깔려 있는 것은 “첨단 기술 패권 경쟁”
작년 12월 중국 개혁 개방 40 주년 기념 식전에서 시 주석은 “중국의 특색 있는 사회주의 국가 건설에 중국 공산당의 지도가 최대의 강점” 이라는 발언을 40회 이상 반복했다고 전해진다. 시 주석은, 미국이 개인 자유 존중을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를 내세워 중국에 대항하려는 강경 자세에 맞서서, 국가자본주의를 앞세운 공산당 일당 지배를 수정할 수 없다는 단호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 바로 뒤에 나란히 앉아 있던 인물들이 바로 Alibaba 그룹 마윈(馬雲) 회장, 텐센트의 마화텅(馬化騰) 회장, 바이두(百度)의 리윈홍(李彦宏) 회장 등, 중국 IT 산업을 대표하는 3인방이다. 중국 경제가 개혁 개방 이후 급성장한 것을 내세워 ‘국가 통제’와 ‘시장 경제’가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과시하려는 속셈이었다. 중국은 지금 미국형 국가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도전자인 셈이다.
2017년, 美 Google의 지주회사 Alphabet社의 당시 쉬미트(Eric Schmidt) 회장은 “AI 분야에서 중국은 2020년에는 미국을 따라잡고, 2025년에는 미국을 추월하고, 2030년에는 글로벌 AI 산업을 독점할 것” 이라고 전망하는 유명한 예언을 한 적이 있다. 지금, 그러한 예언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을 더해 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트럼프 정권은 지금 중국과 벌이는 무역전쟁에서 단순히 외형적으로 나타나는 무역 적자 해소 혹은 일자리 탈환 경쟁이 아니라, 중국이 머지않아 미국을 제치고 글로벌 하이테크 강자로 부상하려는 것을 극력 저지하는 총력 대항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양국은 이미 하이테크 패권(覇權) 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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