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上)“종식(終熄) 바라는 국제사회 압력 가중”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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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과의 ‘무역전쟁’ 휴전 협상이 “아주 잘 진행되고 있고, 그들(중국)은 우리를 굉장히 존경하고 있다”고 공언했다. 양국은 작년 12월 초 아르헨티나에서 합의한 무역전쟁 ‘휴전(休戰)’ 종료일을 연장해가며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글로벌 경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큰 틀’의 타협을 이루느냐? 아니면, 제재 및 보복 관세 부과를 주고받으면서 전선(戰線)을 더욱 넓히면서 확전(擴戰) 상황으로 돌입하느냐? 그야말로, ‘최후의 담판’ 격인 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블룸버그 통신 등 해외 미디어들은 양국 대표들의 낙관하는 발언에도 불구하고, 아직 합의를 이룰 수 있다는 시그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신중한 자세다. 전문가들 중에는, 美 中 간 무역전쟁은 단순한 ‘무역수지 해소’ 문제가 아니라, 美 中 양국의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북 핵 문제’ 등도 연계되어 복잡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어 해법을 찾기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월 스트리트 저널(WSJ)은 최근,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양국은 앞으로 정상회담이 열리게 되면, 두 나라 정상들이 “무역협정의 큰 틀(broad outline of a trade agreement)”에 서명하고 서로 반갑게 포옹하는 장면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이라고 전했다. 여하 간에, 이제 협상은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드디어 막판 줄다리기 단계에 들어가 있는 것은 분명하고, 그 경과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트럼프 “협상에 진전이 있어야 시 주석을 만날 것” 느긋한 자세
美 中 양국이 벌이고 있는 이번 무역 협상에서 원만한 진전을 이룰 경우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만나 합의문에 서명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백악관 샌더스(Sarah Sanders) 대변인도 최근, “트럼프 대통령 및 시진핑 주석은 양국 간의 포괄적인 무역 합의를 못 박을 수 있는 유일한 두 사람(only two)” 이라며, 협상 마무리를 위해 정상들이 회동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홍콩 南方早報(SCMP)가 최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하여 보도한 바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 및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어찌됐던 이번 무역 협상에서 모종의 돌파구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자신이 추구하는 對中 무역적자 규모를 예시(例示)하고 있고, 양국 대표들은 이 규모를 타겟으로 다양한 요구 사항들을 서로 교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부터 대외 통상의 기본 노선으로 “호혜적 교역(reciprocal trade)”의 실천을 누차 천명해 오고 있다. 중국으로 하여금 이를 위해 미국에서 무엇을 수입하고, 미국에 무엇을 수출할 것인가를 취사(取捨)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중국은 지금 3,000억 달러에 달하는 對美 무역수지 흑자를 미국 측이 받아들일 만한 수준으로 감축하는 대신에, 추가 제재 관세를 철회할 것을 요구할 수가 있다. 그간 협상 과정에서 알려진 바로는, 중국 측은 이미 미국과의 무역수지를 균형으로 가져가기 위해, 향후 6년 간에 걸쳐서 미국産 상품 및 서비스의 수입을 대규모로 확대할 것을 제안해 놓고 있다.
■ 中 정부 “경제는 하강(下降) 위험에 직면했고 회복 전망은 요원”
한편, 양국 협상 대표들은 무역전쟁의 여파가 이미 당사국인 美 中 경제에는 물론이고, 글로벌 경제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을 배경으로 하여 지금 힘겨운 협상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금 중국 경제의 내부 사정은 심각하게 우려할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對美 무역 협상에서 가장 큰 중압감을 느끼고 있을 것은 무엇보다도 최근 크게 부각되고 있는 이러한 자국 경제의 충격적 부진 상황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중국 경제는 과거 수 십 년 간 이어온 미증유의 초고속 성장 끝에, 2018년 GDP 성장률이 6.6%로 떨어졌다. 2017년 6.8%에 비해 뚜렷한 감속을 보이고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실적이다. 2018년 4Q에는 6.4%에 그쳐 글로벌 금융 위기의 절정기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 닝지저(寧吉喆) 국장은 중국 경제 동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경제 안정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고, 외부 환경도 복잡하고 엄정해지고 있어 하강(下降) 위험에 직면했다”고 실토했다.
사실,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현상은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나, 최근 들어, 중국 경제 감속에 대한 우려는 도처에서 쏟아지고 있다. 英 Guardian紙는 닝(寧吉喆) 국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美 中 무역분쟁은 확실히 중국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고, 이제 중국 경제 상황은 약화되는 글로벌 경제를 더 이상 지탱해 줄 수 없게 된 것” 이라고 평가한다. 이러한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중국은 안팎에서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조속히 끝내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지금 중국 정부는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이미 위험 수준을 넘어선 “과잉 부채” 문제를 통제하는 캠페인을 벌여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 겹쳐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수 개월 동안, 소비 및 기업 심리가 악화되어, 개인 소비지출 및 기업 생산 투자 활동은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英 Economist誌 EIU 레퍼티(Tom Rafferty)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지표상으로 보아, 중국 경제는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약화되고 있어, 어려운 시기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2019년 성장률은 6.3%로 하락할 것이고 2020년에는 더욱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는 “중국 경제는 이전 경기 사이클처럼 강력한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한다. 여기에 거의 모든 경제 전문가들은 실제로는, 중국 정부가 발표한 경제 통계 수치보다 더욱 심각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중국은 지금 ‘무역전쟁’은 고사하고 이미 ‘위기’에 돌입한 상황
美 CNN 방송은 작년 말, 중국이 여태까지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그런대로 감당해 왔으나, 앞으로 미국의 제재 관세 부과 조치가 본격적으로 효력을 발휘하면, 중국 경제는 더욱 깊은 시련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한 적이 있다. CNN은 중국 경제가 이미 겪고 있는 기록적인 성장 둔화 추세와 겹쳐서 무역전쟁의 타격이 심각해질 것을 예시하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 경제의 고질적 병폐인 과잉 부채 문제가 가중되는 한편, 부동산 버블 붕괴 위험성, 위안화 약세 등, 거의 모든 요인들이 일거에 분출되는 이른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s)”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거대 규모의 신용 확대 정책으로 일관하며 경제 성장을 지탱해 오고 있었고, 이에 따라, 중국 경제는 심각한 “부채 의존적(credit intensive)” 경제 체질을 형성해 왔다. 그 결과, 중국 사회에는 “과잉 부채(debt binge)” 현상이 사회 전반에 만연하게 되었고, 결국, 현재 금융 시스템 내의 총 부채는 전체 경제 규모의 몇 배에 달하는 규모로 팽창된 상황에 이르렀다.
급기야, 중국 정부는 어쩔 수 없이 ‘과잉 부채’를 통제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이에 따라, 경제는 성장 모멘텀을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정부가 종전의 저금리 자금 공급을 축소 내지 차단하면, 특히, 국영기업 및 지방정부들은 경제 침체 및 무역전쟁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대량 해고 또는 도미노 도산(倒産) 사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사회 소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美 연준의 금리인상 정책에 따른 달러화 강세에 이끌려 글로벌 자금이 이동하는 경우에는 위안화 약세를 시정하기 위해 신용공급을 감축하는 금융긴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종전에 위안화 약세 혜택을 향유해 온 수출기업에는 치명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가 된다. 여기에, 국내 자본의 해외 탈출 러시는 정책 부담을 더욱 가중시켜, 진퇴양난의 상황으로 몰고갈 우려도 높아지는 것이다.
■ ‘부채 의존형’ 경제는 “빙산(氷山)으로 다가가는 타이타닉 리스크”
美 Bloomberg/Businessweek誌는 지금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은 모두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간(中間) 왕국(middle kingdom)’ 중국의 경제 부진이 글로벌 경제를 둔화(鈍化)시킬 수 있다는 경고다. 여기에, 트럼프의 제재 관세 부과는 중국 공장들을 곤경으로 몰아넣으며 중국 경제에 더블 펀치를 안기고 있다.
따라서, 어찌해서 다행히 미국과 무역협상이 타결된다 해도, 일시적으로 경제 성장에 활력을 줄 수는 있을 것이나, 그것으로 지금 겪고 있는 중국 경제의 곤경이 해소될 것은 아니라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중국 정부도 이제 허세를 버리고 미국과 분쟁을 타결할 협상에 나서게 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국이 지금 안고 있는 ‘과잉 부채’ 문제는 그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연원(淵源)이 깊고 구조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서방 국가들의 경제처럼, 충격적인 은행 붕괴 및 대량 실업 등 대가를 치르고 고통을 겪는 대신, 정부 주도로 부채 확대에 의존한 위기 탈출 혹은 성장 촉진 정책의 결과로, 스스로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는 병폐가 내면에 축적되어 온 것이다. 부동산 버블, 기업의 과잉 설비 등은 물론이고, 가장 가공할 것은 부채 규모 자체가 엄청난 속도로 늘어났다.
BIS에 따르면, 중국의 총 부채/GDP 비율은 불과 10년 전에 140%이던 것이 2018년 중반에는 무려 253%로 치솟았다. S&P는 중국 지방 정부의 “숨겨진 부채” 규모는 공개된 것의 몇 배에 달해 약 6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중국은 그야말로 “부채의 만리장성(Great Wall of Debt)”을 쌓아 온 것이고, 가히, “빙산(氷山)으로 다가가는 타이타닉 리스크다” 고 할 만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나라도 ‘금융 재앙(financial calamity)’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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