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素人’의 세상 有感> 이생의 명예를 지키는 길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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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방송의 현장 보도 한 컷이 素人의 눈길을 끌었다. 소위 S그룹 창업주 묘가 S물산 소유 부지 안에 있고, 이 회사가 무상으로 관리까지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다른 재벌 기업의 비슷한 사연도 곁들였다. 사진으로 보니, 드넓은 묘역 옆에 전용 영빈관도 지어 놓은 품이 마치 이조 왕릉을 본떠 놓은 듯한 모습이다.
이들에게 꼭 가보라고 권하고 싶은 곳이 있다. 한 곳은 미국 워싱턴 교외에 있는 알링턴(Arlington)국립묘지다. 거기에는 한 때 젊은 나이에 미국 대통령으로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으나, 불의의 흉탄으로 세상을 떠난 고(故) 케네디 대통령의 묘소가 있다. 그러나, 대단히 주의하지 않으면 자칫 이 묘역을 지나칠 수도 있다. 작은 표지석 하나 놓여 있는 게 전부다. 나는 이 나라를 위해 일생을 바쳤노라고 죽 늘어 놓은 글귀는 물론 없다. 이름 몇 자 새기고 생몰(生沒)일자가 적혀 있을 뿐이다.
아니면, 거대 재벌 그룹 총수들이라 그리도 바쁘실 터이니, 바로 한강 넘어 국립묘지를 가보기를 권한다. 거기에 가서도 각급 고관 대작들이 화려한 비석을 쌓아 놓은 꼭대기까지 올라 갈 필요는 없다. 오른 쪽 끝자락에 월남전(越南戰) 전사 사병 묘역이 있다. 거기 맨 앞 줄에 자세히 살펴보면 주월(駐越) 한국군사령관을 지냈던 故 채명신(蔡命新)장군이 잠들어 있다. 자신과 함께 싸우다 전사한 사병들과 함께 잠들겠다고 한사코 ‘장군’ 묘역을 마다한 본인의 유언이었다고 한다. 가볼 때마다 많은 이들의 헌화가 끊임이 없다. 거기 한 번 가보기만 하면 된다.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인간이 이생에 나서 한 번 죽는 것은 정한 이치인데, 누구는 자기가 사랑했던 사병들과 손바닥 만한 자리에 누워 영원히 칭송을 받으며 잠들어 있고, 누구는 화려한 비단 잔디를 뒤집어쓰고 영원히 남들의 모욕과 경멸을 받으며 누워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내 회사’ 땅에 내 조상을 모시는 데 남들이 무슨 상관이냐고 할 게 뻔하다. 쓸데없는 한 마디 덧붙일까? S그룹은 이미 이씨 네 가게 ‘S상회’가 아니다. 마침 조상을 기리는 추석 명절을 보내며 어서 이런 미명(未明)과 우둔(愚鈍)을 벗어나야 우리 기업들이 바르게 설 텐데 하는 짧은 생각이 스쳤다. <素人 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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