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感覺感想> 한 사람의 가치 본문듣기
작성시간
관련링크
본문
중국의 역사를 읽노라면 많은 충신들과 간신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대부분의 충신들은 왕조가 무너질 때 그 왕조를 지키려는 일심으로 자신과 가족들의 목숨까지 포함한 모든 것을 바친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들 충신들의 이야기는 무너지는 왕조를 되살릴 가능성이 없을 때일수록 더 찬란하게 빛난다. 삼국지 이야기의 서두에 나오는 한 나라 말기의 왕윤이나 송나라 말기의 문천상 같은 이들이 대표적인 충신들의 모습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 말 정몽주나 단종 복위를 시도하다 죽은 사육신 등이 충신들의 모습으로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다.
중국은 지나간 왕조의 역사를 정리하면서 그 시대의 인물들을 충신, 간신으로 구분하여 기술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간신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목숨을 지키고자 무너지는 왕조를 배신하고 새로운 왕조에 빌붙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그 대표적인 인물로 풍도라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당나라가 망한 후의 5대10국 시대에 놀랍게도 5왕조에 걸쳐 11천자를 섬긴 재상으로 기록되어 있다. 한 왕조를 배신해도 간신으로 기록되는데, 재상으로서 네 개의 왕조를 배신했으니 ‘간신의 화신’이라 불러도 손색없겠다. 단종 복위 운동에서 빠진 신숙주에게도 정이 가지 않는 우리의 정서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인 셈이다.
어떻게 이런 인물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풍도가 재상을 지냈던 5대10국 시대는 중국 중원의 힘센 왕조 당나라가 무너진 이후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흉노, 선비 등의 이민족들이 살육전을 벌이며 중원 점령 경쟁을 벌이던 시대였다. 풍도는 자신이 섬기던 왕조의 운명보다는 혼란 속에서 고통을 겪던 백성들의 삶을 지켜내는 일을 더 높게 보았고 그래서 전쟁에서 승리한 새로운 왕조가 수도를 향해 짓쳐올 때 백성들의 삶을 보장해 달라는 조건을 내걸며 수도의 성문을 열어주고 새 왕조 건설을 도와주었던 것이다. 수도 점령전이 벌어지면서 무자비하게 살육될 위기에 처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구한 풍도가 간신으로 치부되어도 좋을까? <ifs POST>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