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채의 '뉴스의 눈'> 노회찬의 유산(遺産)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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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너무 한다.1백11년만의 최고치라 한다.찜통더위..언론의 그저 뻥튀기 제목으로만 여겼었는데 이렇게 온몸으로 실감하던 때가 있었던가싶다. 어린시절 시골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교장선생님 훈화듣다 쓰러질뻔한 기억이 떠올려지지만 그래도 아프지 않은 추억이다.그러나 지금은 아니다,대한민국 전체가 열병(熱病)을 앓는 중이다.
세상 돌아가는 공기 때문에 체감열기는 더 높아진다.최근 즐거운 뉴스가 별로없다.특히 정치는 그러지 않았던 적이 없었지만 또한번 실감하고 열받는 요즈음이다.심지어 한 사람의 슬픈 죽음앞에서도 그를 미화했느니 조롱했느니를 놓고 극단으로 싸우는 정치판을 보는 국민은 그것을 안고 살수밖에없는 우리가 가장 불쌍하다고 느낄것이다.
우리정치의 청량제 같았던 노회찬이 가장 뜨거운 여름에 홀연히 세상을 떠났다.날벼락같은 충격이지만 준비된 이별인양 그의 표정은 편안하다.노회찬의 영정(影幀)이 환하게 웃고있다.어린 아이처럼 웃는다. 그러나 우리는 따라 웃지 못한다.그 웃음뒤에 숨겨진 페이소스를 읽어내면 슬프고 허전한 마음이 더 깊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대한민국 정치를 웃고 있을까,이렇게 끝장낸 자기인생에 헛웃음이 나는 것일까,그래도 희망을 걸곳은 정치라고 눈웃음을 보내는 것일까? 정말 삼겹살 불판처럼 시커멓게 타버린 대한민국 정치를 갈아치울 때라고 그토록 외치지 않았는가? 이제 겨우 세상을 바꾸는 정의당의 희망이 조금씩 보이는데 왜 그는 내일을 포기한 것일까?
그가 죽음 직전에 마주한것은 드루킹이다.한방에 날려버릴수도 있다는 그 협박(?)에 당당히 맞섰줄 알았는데 그 또한 한국정치의 모순과 책임, 그리고 인간 노회찬의 양심을 껴안고 몸을 던졌다.그를 더 이상 볼수 없는것은 한국정치의 큰 손실이다.그는 결코 엷지않은 정치적 족적과 유산을 남겼다.불신과 혐오로 가득찬 정치판에서도 그는 좋은 정치인이었다.무엇보다 삭막한 정치,갈등의 정치에 해학과 유머,낭만과 촌철살인을 수혈해 생명과 희망을 불어넣은 거의 유일한 아이콘이었다. 그가 그리워질 것이다.웃고있는 노회찬의 영정은 그래서 더 많은것을 말해준다.우리는 그의 영정이 던지고 있는 메시지,‘환한 미소의 정치’를 갈망한다.우리는 늘 분노의 정치속에 살고있기 때문이다.
노회찬이 불판을 갈아야할 대상으로 지목했던 보수의 주류 한국당은 지금 수술중이다.노무현의 사람이었던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내세워 얼굴을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지만 추락한 날개에 생살을 돋게할지는 의문이다.김병준 혼자 해보라는 방관자는 많아도 보수를 살리기위해 함께 목숨을거는 동지들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노회찬이 죽기전 가장 기뻐한것은 해고된 KTX 승무원들이 12년만에 복직이 확정된 일이었다고 한다.그가 가장 사랑한 서민과 소수자들의 소득과 일자리를 늘리기위해 문재인 정부가 경제정의를 앞세워 소득주도 성장과 공정경제를 추진하고 있다.그러나 최저임금인상이 정작 그들을 가장 힘들게 하고 있음이 각종 통계로 드러나고 있다.견고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는 주된 이유다.
노회찬을 저승으로 보낸 드루킹을 상대로 벌이는 특검수사는 이제 주 타겟으로 방향을 옮겨 정점을 향하고 있다.김경수지사는 과연 드루킹을 문재인 대선캠프에 까지 얼마나 어떻게 연결을 시킨것인지 진실의 심판대가 준비되고 있다.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진영을 흔드는 또 한차례의 소용돌이를 피할수는 없을것이다.
이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이겨내야할까? 언제쯤 우리정치는 짜증나있는 국민들을 웃게 할수 있을까? 지금은 그저 노회찬의 환한미소를 떠올려 본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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