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무역분쟁 1년 평가와 향후 전망 및 과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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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정세와 정책 2020-8월호-제17호](7.27)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하는 것임을 밝혀둡니다.<편집자> |
2019년 7월 1일, 일본의 경제산업성은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의 운용을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한 달 후인 8월 2일에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수출무역관리령의 일부를 개정하는 정령’을 각의결정하고, 8월 7일에는 동 정령을 공포했다. 일본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서 한국은 다각도의 대응조치를 취했다. 정부레벨에서는 WTO에의 제소를 추진하고 일본으로부터의 수입품을 대체할 수 있는 국산화를 위한 예산 투입 등이 추진됐다. 시민레벨에서도 일본제품의 구입을 반대하는 ‘No Japan’ 캠페인이 추진됐다.
따라서 올해 2020년 8월은 한국에 대한 일본의 이러한 수출규제가 취해진 지 1년이 되는데, 이 글에서는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와 관련해 지난 1년간 한‧일 간에 어떤 움직임이 있었는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지, 한국의 대응조치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성공 또는 실패의 유무가 한일관계의 미래에 대해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 간략히 검토한다.
한일무역분쟁 1년의 경위
일본의 경제산업성이 2019년 7월 1일에 발표한 수출규제는 구체적으로 첫째, 한국을 화이트국가의 리스트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으로 정령(政令)을 개정하는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고, 둘째는 7월 4일부터 ‘폴루오린 폴리이미드’, ‘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 ‘액체 불화수소(불산액)’의 대한국 수출을 포괄수출허가제도의 대상에서 제외하여 개별적으로 수출허가를 심사하는 방식을 실시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한다는 8월 4일의 공포는 7월 1일의 발표에 따른 후속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조치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이유를 제시했다. 예를 들어, 세코(世耕弘成) 경제산업성 대신은 이틀 후인 7월 3일에 트위터를 통해서 수출규제 경위에 대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이유를 언급했다.
첫째는 이전부터 한국의 수출관리에 불충분한 점이 있었고 그에 따라 부적절한 사안들이 다수 발생했는데, 이에 대한 일본측의 문의에 대해 한국이 충분한 의견교환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이번의 수출규제 대상품목으로 지정된 분야에서 한국의 수출관리에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셋째는 올해(2019년)에 들어서 이제까지 양국 간에 축적된 우호협력 관계에 반하는 부정적인 움직임이 한국에서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징용노동자문제를 둘러싼 만족스러운 해결책이 G20 회의의 개최 전까지 제시되지 않았고 이를 신뢰관계의 손상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넷째는 수출관리제도는 국제적인 신뢰관계를 토대로 해서 구축되는 것인데 상기한 세 가지 점들을 감안할 때 한국과의 신뢰관계를 기반으로 한 수출관리의 유지는 곤란하다는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한국으로서는 G20회의가 개최된 직후에 발표된 ‘갑작스러운’ 것이었고, ‘이중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져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한국 정부가 취한 대응조치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방안으로 추진되었다.
첫 번째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부당하다는 점을 국제사회에서 알리고 철회를 요구하는 방안이었다. 예를 들어, 7월 9일에 개최된 세계무역기구(WTO) 이사회에 출석한 한국대사는 일본의 초지가 부당함을 설명하고 철회를 요구했으며, 7월 17일에 개최된 동아시아정상회의의 고위급실무자회의에 출석한 한국측 대표자인 윤상흠 통상협력국장도 일본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설명을 제시했다.
이러한 한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앞서 언급한대로 8월 2일에 ‘수출무역관리령의 일부를 개정하는 정령’을 각의에서 통과시키고 8월 4일에는 이를 공포했다. 이러한 일본의 움직임에 즈음해 한국 정부는 맞대응조치를 취하는 두 번째의 방안을 추진했다. 즉, 8월 12일에는 일본을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발표했고, 8월 22일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상임위원회를 개최하여 한일비밀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파기를 결정했던 것이다.
한국정부가 취한 세 번째 방안은 국산화 조치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발표된 이틀 후인 7월 3일에 한국정부는 반도체 재료와 장치의 국산화를 지원하기 위해 매년 1조원의 예산을 구비한다는 구상을 발표했고, 올해 2020년 5월 11일에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제2차 포스트 코로나 산업전략 대화’에서는 일본의 규제대상으로 지목된 ‘액체불화수소(불산액)’, ‘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3개 품목에 대해서 미국 및 유럽산 제품으로 대체 투입하거나 외국인투자기업의 투자 유치 등이 동원되어서 실질적인 공급안정화가 달성되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네 번째 방안은 WTO에 제소하는 것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정부는 WTO 이사회를 포함한 국제회의의 장에서 일본의 규제조치가 부당한 것임을 적극 알렸는데, 9월 22일에는 WTO협정에 기초한 2국간협의도 요청했던 것이다. WTO협정에 기초한 2국간 협의는 10월 11일에 첫 번째 회의가 실시되어 11월 19일에는 두 번째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이 협의는 한국정부가 11월 22일에 한일비밀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종료한다는 통고의 효력을 정지시킴과 함께 중단되었고, 대신에 무역관리에 대한 한일 간의 국장급 정책대화를 재개하는 것으로 대체됐다.
일본 측은 그러나 한국 측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조치를 곧바로 철회하지 않았을 뿐만이 아니라, 한국정부가 철회의 입장 변화유무를 밝힐 것을 요구한 시한인 2020년 5월말까지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국이 6월18일에 다시금 WTO에서의 패널설치를 요구한, 즉 WTO에의 제소를 재개한 배경에는 이처럼 일본과의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던 측면이 작용했다고 하겠고, 이러한 대립상황은 7월 중순 현재까지도 한일 간에 계속되고 있다.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1년에 대한 평가
한국정부의 입장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가 수출규제조치를 7월 중순까지 변경시키지 않고 한일관계를 불편하게 방치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무엇보다도 동 수출규제조치가 징용자문제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다시 말하면 위에서 언급한 세코 대신의 네 가지 이유 설명이 단지 표피적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는데,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한국정부가 일본정부가 수출규제의 이유로 제시한 세 가지 문제들, 즉 한일정책 대화의 중단, 재래식 무기에 대한 캐치올 통제의 미흡, 그리고 수출관리의 조직 및 인력의 불충분에 대해서 개선했음을 밝히면서 일본의 입장을 보여 달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에 미친 경제적 곤란함에 대해서는 두 가지 상반된 의견이 존재한다. 첫째는 한국에 경제적 곤란함을 안기려는 일본의 수출규제는 실패했거나 역효과를 가져왔다는 실패론 또는 역효과론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한국이 일본의 수출규제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평가와도 같은 맥락이라고 하겠는데, 이에 대해서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측면이 제시된다.
첫째는 한국의 기업들, 특히 삼성이나 SK가 잘 대응해서 한국의 무역규모나 수출규모에 커다란 지장을 초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산업통상자원부의 6월1일자 발표에 따르면, 2020년 5월의 수출은 전년 대비 23.7%로 감소했지만, 반도체 분야는 수출을 주도해서 코로나19사태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7.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는 한국의 국산화 및 다변화 대응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는 지적이다. 위에서 언급한 5월 11일의 ‘제2차 포스트코로나 산업전략 대화’에서는 ‘불산액’의 경우 기존 보다 2배 이상 생산할 수 있게 공장이 신설 및 증설되어 공급능력이 확보됐고, ‘포토레지스트’의 경우는 유럽산 제품으로 수입선이 다변화되고 글로벌 기업인 듀퐁의 생산시설투자가 유치되었으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경우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 등에서 자체기술을 확보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보고되었다. 한국무역협회의 국제무역통상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수출규제 3개 품목에 포함되는 포토레지스트와 불화수소의 대일수입의존도가 감소하고 벨기에나 대만으로 수입처가 다변화됐다며 일본이 노렸던 한국내의 수급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셋째는 한국 보다는 일본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고순도 불화수소와 같은 반도체 소재 등의 대한국 수출규모가 5월에는 전년 대비 27.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세계 수출액의 7.0% 감소에 비해 크게 떨어진 수치였다. 이에 따라 일본 내에서는 일본제품의 한국 내에서의 시장점유율 하락 및 한국의 탈(脫)일본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타났다. 이 외에도 한국에서 진행된 ‘노 재팬’ 캠페인에 의해 일본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결과들이 나타났는데, 보이콧의 영향은 식음료, 의류,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났지만 대표적으로 제시되는 예가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관광인객수의 급감이다. 2019년 1월에 77.9만 명을 기록했던 한국인관광객수는 8월에 30.8만, 10월 19.7만 명으로 급감한 수치를 보였다. 또한 2019년 10월의 일본맥주 한국수출량이 ‘제로’를 기록했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아직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가는 존재하는데 이는 크게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제기된다.
첫째는 일본의 규제가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않았고, 추가적인 조치에 대한 우려가 아직은 매우 크다는 지적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일본이 수출규제의 대상으로 지목한 3개 품목은 극히 일부라는 점에 기인한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관리가 포괄적 허가에서 개별적 허가로 변경될 경우 그 대상품목을 최대 1천여 개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의 노화욱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규제대상인 3개 품목은 극히 일부이며 반도체의 소재, 부품, 장비(소부장) 분야에서는 급소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 특히 장비부분은 반도체의 투자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80%로 높고 국산화에 긴 시간을 필요로 해서 시급히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경련은 6월의 조사에서 일본과의 수입을 진행하는 국내기업들은 한국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을 일본의 90% 정도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향후 전망과 과제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본의 수출규제 1년에 대한 평가는 비록 그것이 일본의 세코 경제산업성 대신이 주장하듯이 ‘금수조치’가 아니며 유연한 규제에 해당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한국으로 하여금 경제적 위기감을 부추겨 경제적 곤란함 보다는 국산화 및 다변화의 의지를 높여서 대일 경쟁력을 상승시키는 반면, 일본 자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가 징용자문제에 대한 한국정부의 입장 변경을 목표로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현재로서는 성공했다고 평가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그러나 이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시키려는 목적을 추구했던 한국의 대응조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한국이 국산화 등을 통해서 일본의 수출규제가 미칠 영향을 최대한 회피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징용자문제의 해결을 목표로 하는 일본으로 하여금 수출규제의 철회라는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한국에 있어서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일본의 수출규제를 철회시키기가 용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하겠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본정부는 한국정부가 징용자문제와 관련해서 종전의 입장을 변경하기를 바라지만, 삼권분립의 원칙 하에서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고 피해자중심주의를 지킨다는 한국정부의 입장 역시 다양한 정치적 측면을 고려해서 나온 것이기에 변경하기가 결코 용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앞으로도 징용자문제와 관련된 한일 양국의 입장이 팽팽히 맞선 채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계속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아 보여서 일본의 수출규제도 철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인 것이다.
특히 징용자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8월 중순이 최대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압류된 한국 내의 일본기업 자산이 법원(포항지법)의 명령에 의해 현금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현금화가 실시될 경우, 징용자문제는 1965년의 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으로 이미 해결된 사안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정부의 입장에서는 자국민 보호의 차원에서 한국의 일본기업자산 압류와 현금화에 대응하는 조치를 추가적으로, 그리고 좀 더 엄격히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한일관계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고 새로운 악순환 또는 파국의 시작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는 지난 1년간에 대한 어설픈 평가는 커다란 의미를 가지지 못하거나 역효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지나친 비관론이라고 비난받을 수도 있겠지만, 이처럼 사태를 심각하게 보는 이유는 한국에서 일본이 제기하는 신뢰성의 문제나 국제법 위반이라는 문제가 지니는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 때문이다. 한 예로, 징용자문제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국회의장이었던 문희상 안을 비롯해 다양한 안들이 제시되었지만 대개가 일본기업의 참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는 개인청구권은 살아있다는 관점에서는 타당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것을 포함해 징용자문제는 지난 1965년의 기본조약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하며 한국정부가 ‘적어도 우선적으로는’ 국내적 해결을 모색하기 바라는 일본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일 뿐만이 아니라, 기본조약이라는 한일관계의 근간을 흔들려는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안이 될 수 있다.
미국이 흔들리는 가운데 새롭게 형성될 국제질서 속에서 신뢰성의 여부를 묻는 이러한 일본의 문제제기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배려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고, 그러한 일본의 불신이 국제적으로 파급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하겠다. 혹자는 현금화가 실현되면 오히려 한국정부도 행동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하는데, 이처럼 정치적 리더십의 발휘가 타이밍이나 모양새를 고려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일본은 물론 세계를 향해서도 한국외교의 신뢰성을 실추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긴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원활한 소통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미‧중 갈등이나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도전요인들이 중첩되는 21세기의 외교환경 속에서 한국의 국익을 살리는 방향은 국제규범국가로서의 한국 위상을 높이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도 현재의 갈등적 한일관계를 실리적으로 관리하는 것의 중요성은 불문가지(不問可知)라 할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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