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국제화, 서두르면 위기 부른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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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5.4 대 2.8 ! 글로벌 무역금융 시장에서 거래되는 통화의 비중이다. 앞에 것이 미국 달러화, 뒤가 중국 위안화이다. 수출규모만 보면 중국이 전세계 부동의 1위다. 그런데 정작 글로벌 교역에 수반되는 통화는 위안화가 아닌 달러화다. 더욱이 중국기업의 수출대금은 국제금융결제망(SWIFT)을 통해 받아야 한다. SWIFT는 글로벌 회원은행간 외화이체 결제서비스를 제공한다. 비영리 조직이다. 200여 국가에 걸쳐 1만1,000개 금융기관이 가입해 있다.
돈의 글로벌 흐름을 기록하는 일종의 회계장부다. 전세계를 아우르는 중앙은행이 없기 때문에 SWIFT가 이를 대행한다. SWIFT 운용은 미국이 깐깐하게 통제한다. 미국은 SWIFT를 움직여 적국을 고립시킨다. 2018년 미국은 '이란 은행들을 SWIFT 시스템에서 배제하지 않으면 행동에 나서겠다'고 위협했다. SWIFT는 즉각 이를 따랐다.
□ 최근 ‘홍콩국가보안법’ 강행으로 미국의 대(對)중국 금융 보복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이 손에 쥐고 있는 카드는 다음 두 가지다. 중국의 달러화 유동성 확보채널을 봉쇄하거나 SWIFT 사용을 금지시키는 것이다. ‘달러화 패권’의 힘이다. 위력 면에서 군사력보다 파괴력이 클 수 있다. “미국은 어느 날 갑자기 중국 금융자산을 동결할 수 있다.” 유용딩 전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 발언이다.
‘SWIFT 이용금지 조치’도 중국 정부 당국자와 시장 관계자들이 실제로 걱정하는 시나리오다. G2 위상에 걸맞은 대접을 받고 싶지만 현실은 여전히 참담하다. ‘달러화 패권’구도 아래 꼼짝 못하는 모양새다. 자존심이 구긴다. “위안화 국제화는 외부 금융압력에 대처하려는 거다. 우회할 수 없는 과제다.”중국 금융부문 핵심당국자 발언이다. 중국이 자국통화 국제화를 서두르는 속내다.
□ 통화 국제화 성공여부는 다음 세 가지 기준으로 판단한다. 첫째, 국제간 지급수단(medium of exchange) 역할이다. 수입대금을 결제할 때 상대국 수출업자가 거부감 없이 받아줘야 한다. 둘째, 계산단위(unit of account) 역할이다. 무역․금융거래 시 상호간에 표시하기로 합의한 통화라야 한다. 즉 국가 간 환율 결정에 기준(anchor)이 돼야 한다. 셋째, 가치저장수단(store of value) 역할이다. 세계 각국이 그 나라 통화로 예금, 대출, 채권, 주식 등 금융자산을 보유할 인센티브가 강해야 한다.
□ 중국정부가 추진하는 위안화 국제화 전략도 상기 세 가지 기준을 염두에 둔 것이다.
① 우선 2016년 10월 위안화를 IMF 특별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 SDR) 바스켓에 포함시켰다. SDR 구성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10.92%다. 미 달러화(41.73%), 유로화(30.93%), 엔화(8.33%), 파운드화(8.09%) 순이다. 다섯 번째로 진입했지만 비중은 일본 엔화 보다 크다.
② 다음으로 대외정책인‘일대일로(一帶一路)’정책과 위안화 사용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50개를 초과하는 일대일로 연계 국가에 대한 기초설비 투자, 대규모 원자재 거래 등에 위안화 활용을 늘리고 있다.
③ 아울러 국경 간 지금결제 시 위안화 사용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중국이 주도하는 지급결제 플랫폼도 만들었다. ‘국경간 위안화 결제시스템’(CIPS, Cross-borde Interbank Payment System)이다. 95개국 927개 금융기관이 사용 중이다. 아직까지 CIPS(거래 수 1.4백만 건, 2018년)가 SWIFT(1억3천8백만 건)의 적수가 되지는 못한다.
④ 이밖에도 32개 중앙은행과 통화스왑 체결, 원유․철강석 등 원자재 무역거래에서 위안화 활용 촉진, 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 위안화 역외금융센터 구축 등도 위안화 국제화 포석의 일환이다.
□ 중국은 막강한 실물경제 위상(세계 2위 GDP)을 바탕으로 10년 넘게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해왔다. 그런데 중국인 수출업자도 상품대금으로 위안화 보다 미 달러화를 선호한다. 중국당국의 희망과 달리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까닭이 뭘까.
① 우선 중국은 외화자금의 흐름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국가라는 점이다. 중국은 OECD 가입국이 아니다. 외국인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법적으로 보장할 의무는 없다. 따라서 글로벌 금융시장 충격 발생 시 자본통제(capital control) 수단을 쓸 수 있다. 여타 회원국은 이 정책수단을 활용하지 못한다. OECD 자본자유화규약 준수 때문이다. 위기 상황에서 자본통제가 중국경제에 충격흡수장치(buffer)가 되는 거다. 중국이 금융위기에 처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다. 역설적이다. 당국이 마음먹으면 언제든 자본이동을 통제하는 국가가 한편으론 자국 통화를 국제화하겠다면 코미디 아닐까.
② 중국 기업과 지방정부의 천문학적인 부채도 위안화 국제화에 걸림돌이다. 고질적인 기업부채를 중국 금융기관의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이 뒷돈을 대고 있다. 중국이 외국인 자본유출 리스크에 상시 노출된 배경이다.
③ 중국당국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신뢰가 높지 않은 점도 갈 길이 멀어 보이는 이유다. 예컨대 중국당국은 2015년 8월 위안화 가치를 기습적으로 인하한 바 있다. 위안화 강세로 수출이 줄었다는 게 이유였다. 국제금융시장이 등을 돌리자 2015년 말까지 1조 달러가 유출됐다. 최근 사례도 충격적이다. 지난 6월 17일 중국 국무원 상무회의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 극복 방안을 의결했다. 금융부문 순이익(2019년 상업은행 순이익 2조 위안) 중 1.5조 위안을 실물부문으로 이전하는 거다. 중국 상업은행 주식에 투자한 외국인은 갑자기 날벼락을 맞게 됐다.
□ 위안화 국제화를 야심차게 몰아 부치다 보면 금융위기에 여러 차례 직면할 수 있다. 예컨대 자본시장․금융시장 자유화, 자본통제 철폐를 전격 실시하면 금융시장 변동성이 단박에 크게 출렁거리게 된다. 이런 게 위기인 거다. 다만 중국 입장에서는 한 때 지나가는 ‘성장통’이 우리나라에는 크나큰 재앙이 될 수 있다. 특히 원화-위안화 환율 동조화 수준이 매우 높은 실정이다. 정작 재앙은 중국이 초래했는데 그 부작용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증폭되어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이에 더해 홍콩 사태 이후 달러화 파이프라인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중국내에서 커지고 있다. 중국계 은행의 달러화 자금조달 소스가 홍콩에서 서울 외환시장으로 바뀌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금융시스템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 서울소재 중국계 외은지점이 역외에서 조달한 달러화를 중국으로 보내면 당장 우리나라 외채가 늘게 된다. 중국 외은지점은 국내 금융기관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 통화 국제화의 세 가지 기준을 충족시키기에 아직도 중국 위안화는 부족한 측면이 많아 보인다. 무리해서 속도를 내면 리스크가 국내 금융시장으로 튈 수 있다. 우리로서는 마땅히 대응방안이 있어야 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단계별 세부 전략을 갖고 있나?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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