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무기체계 획득의 효율성을 증진하려면 -- 항공우주무기체계를 중심으로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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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Korea Air and Missile Defense) 구축의 알파와 오메가
핵무기, 탄도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 대비책이 국방의 핵심과제
우리나라의 올해 국방예산은 35조7,057억 원으로 정부 재정대비 국방비의 점유율은 14.4%, GDP 대비 약 2.5% 수준이다. 북한의 국방예산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는 없지만 그들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 돈으로 약 1조원 수준으로 우리 국방예산의 36분의 1 수준이다.
국방예산의 수치만 보면 우리나라가 북한에 비해 월등한데 아직도 국방전력은 열세라는 말이 나온다. 왜 그럴까? 우리의 국방예산에 거품이 많다는 것일까? 북한의 군사력에 대응한 무기체계 획득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일까? 그도 아니면 무기체계 획득에 높은 비용을 투자하지만 효율성이 낮은 것일까? 북한은 지난 20여 년 동안 지속된 경제난으로 전투기, 함정, 전차 등과 같은 전통적 군사전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여력이 많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1990년대 이후 경제난으로 신형 전투기, 신형 함정 등을 수입하기 어려웠고 따라서 대부분의 전통적 무기체계는 노후화되어 있어 실제 전투력 측면에서 상당히 약화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상대적인 적은 비용으로 위협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핵무기, 탄도미사일, 방사포/장사정포, 생화학무기, 무인기 등의 무기체계 개발에 대부분의 재원을 투자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에게는 바로 이들 비대칭 무기체계가 국방전력의 열세로 나타나고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비책은 우리 국방의 핵심과제라 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북한의 이들 비대칭 무기체계에 대한 대응체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으며 여기에 상당한 국방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특히, 국방부는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그들의 전략적 기도를 좌절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대응책으로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Korea Air and Missile Defense)를 조기에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킬 체인은 북한의 (핵)미사일(특히, 이동식미사일발사대 위주) 발사준비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여 발사 이전에 타격을 통해 적의 미사일 발사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는 일단 적이 미사일을 발사한 후에 우리 영토로 미사일이 날아오는 도중에 미사일을 추적하여 격추하는 것이다. 킬 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감시정찰정보(ISR; Intelligence, 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 자산 및 정밀타격체계를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 감시정찰정보 자산 및 정밀타격체계는 대부분 항공우주무기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킬 체인은 탐지-식별-결심-타격의 4단계로 구성되며 적의 핵시설 및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 Transporter Erector Launcher)를 30분 이내에 무력화시킬 수 있는 통합타격체계이다. 먼저 북한의 종심지역에 위치한 이동식미사일발사대 및 핵시설 등을 위성 및 무인기 등의 감시정찰자산으로 이상 징후를 탐지하고, 정확한 위치를 식별한 후 타격을 위한 효과적인 무기선정 및 타격을 결정한 후, 탄도미사일 또는 순항미사일 등으로 선제 타격을 시행하여 핵미사일 공격을 발사 이전에 무력화하는 것이다.
북 핵시설이나 이동식미사일발사대에서의 핵미사일 발사준비에 대한 선제 타격을 통한 무력화를 목표로 하는 킬 체인의 운용개념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존재한다. 노출시간이 적은 이동식미사일발사대에서의 발사준비 징후를 탐지하고 식별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감시정찰자산이 요구된다. 특히, 북한이 TEL을 불특정의 넓은 지역을 이동하면서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경우 적 종심지역에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탐지 및 식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우리 군에서는 감시정찰을 위한 자산으로 지상, 해상, 항공 및 우주자산의 활용이 가능하다. 지상과 해상 감시정찰자산으로 북한의 지상에서 은밀히 진행되는 발사준비를 감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항공자산으로는 우리의 감시정찰 유인기나 무인기가 북한 공역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제한된 지역에 대해서만 감시정찰이 가능하다.
북한의 깊은 종심지역에서의 발사 징후를 탐지하기 위해서는 오직 우주에서 운용되는 위성만이 가용한 감시정찰자산이 된다. 하지만, 위성은 일정한 지구궤도를 주기적으로 선회하기 때문에 북한의 특정 지역을 빈번히 감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의 위성을 우주에 전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라크의 바그다드 전역을 킬 체인 목적으로 감시정찰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고도 500km에 180기 이상의 위성을 배치해야 한다는 분석결과도 나와 있다.
우리 국방부에서는 4기의 전천후레이더영상(SAR; Synthetic Aperture Radar) 정찰위성 획득을 통해 킬 체인 임무를 수행한다고 발표하였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고정식미사일발사대는 발사준비를 알려진 위치에서 수행하기 때문에 주기적인 재방문을 통해 발사징후를 포착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북한에서 한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부분의 미사일(스커드 및 노동과 같은 단·중거리미사일)은 이동식미사일발사대를 사용하고 어느 지역에서 발사될지 모르기 때문에 주요 발사가능지역에 대한 감시정찰을 지속적으로 수행하여야 한다. 따라서 미사일발사 준비징후를 포착 및 식별할 수 있는 응답주기(Response Time; 사용자의 영상촬영 요청으로부터 표준영상을 얻기까지 소요되는 시간)는 길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지속적인 감시정찰을 통해 “변화감지(Change Detection)”를 추적할 수 있는 최소의 응답주기 구현을 위한 운용개념, 임무계획 및 임무시나리오 수립이 필요하다. 한편, 영상정보와 더불어 신호정보와 같은 다른 정보자산을 동시에 활용하는 경우 그만큼 킬 체인의 응답주기를 감소시켜 성공적인 임무 실현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적의 미사일 공격 원점을 탐지, 궤멸하는 작전이 더 효율적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Missile Defense)와는 성격이 다르다. 먼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는 적의 미사일이 발사되어 고도 상승 초기에 적의 미사일을 요격하거나 또는 미사일이 중간지점의 고고도에서 비행할 때 요격할 수 있도록 한다. 반면에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는 북한과 우리 영토의 거리가 짧아 북한의 단·중거리미사일을 발사 초기나 고고도에서 격추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다. 따라서 우리 요격미사일의 준비가 가능한 종말단계(하층방어)에서의 요격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이러한 종말단계에서의 격추는 우리 영역에서 적의 미사일을 격추하는 것이기 때문에 요격에 성공한다고 해도 결국은 우리 영토에 모든 파편이 낙하되어 우리의 인적 및 물적 시설에 대해 이중의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더군다나 핵폭탄을 탑재한 경우 종말단계에서의 격추는 우리의 피해를 배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종말단계 요격에 대한 타당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날아오는 적의 미사일을 우리의 요격미사일을 이용하여 잡는다는 것은 탐지, 추적, 발사 측면에서 매우 단시간 내에 수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 실질적 대응방안으로서 북한이 우리 영토에 미사일 공격 감행 시 우리로서는 실효성이나 정밀성이 낮은 요격 행위보다는 일단 적의 미사일을 한 대 맞더라도 적의 미사일 공격 원점을 탐지하여 수십 배의 미사일 공격을 통해 적을 궤멸하는 작전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현재 국방부는 킬 체인을 위한 무기체계 획득사업으로 군 정찰위성, 고고도 무인기(HUAV; 글로벌 호크), 중고도무인기(MUAV), 장거리공대지유도탄 등 16개의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그리고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 패트리어트 성능개량 등 6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무기체계 획득 효율성 낮아 전형적인 고비용 저효율 개선돼야
이들 킬 체인 및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를 위한 무기체계 획득에는 수 십조 원의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된다. 이들 무기체계를 획득하기 전에 킬 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운용개념을 포함한 상세 임무분석을 통해 소요량 및 성능을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군에서는 아직도 무기체계획득에서 소요/획득/운영유지를 효율적으로 연계하고 예산을 절감하기 위한 획득체계가 제대로 가동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무기체계 획득사업도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많은 국방예산의 투입에도 불구하고 무기체계획득의 효율성은 상대적으로 낮아 전형적인 고비용, 저효율의 체계로 운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래 그림은 무기체계획득에서 운용개념을 포함한 기술성숙도의 한계(기술적 위험 포함)가 전력화 일정 및 획득에 소요되는 비용에 미치는 상호 영향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국방부는 최근 새로운 국방획득 패러다임을 분석하고 국방획득체계를 개선하고자 방위사업법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 국방 분야의 재원을 무기체계획득 관점이 아닌 총수명주기체계관리 관점에서 배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의 수립도 시행과정에서 구체적 실행 및 실천방안이 작동하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 무인정찰기 개발과 차세대 전투기 도입계획은 적정한가?
전술한 바와 같이 킬 체인을 위해서는 북한의 전 지역에 산재되어 있는 이동식미사일발사대에 대한 감시정찰을 위한 운용개념이 분석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실제 어느 수준의 전술적 목적의 위성이 필요한지, 그리고 구체적 임무계획 및 임무시나리오를 통해 위성을 어떻게 운용할지를 세부적으로 분석해야 최소의 비용으로 임무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이러한 운용개념 및 임무계획 분석 결과를 통해 군 무기체계의 작전운용성능(ROC; Requirements of Operational Capability)을 도출할 수 있다. 하지만, 군에서는 이러한 운용개념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없이 정찰위성 획득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우주자산 획득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면서 실제 킬 체인 임무운용에는 효율성이 낮아 군에서 요구하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개연성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래 그림은 ROC의 적정성 분석 과정을 보여준다. ROC는 기본적으로 임무 소요문에서 도출된 운용개념 분석을 통해 설정된다. 운용개념은 평시, 전시, 비상시의 임무계획 및 임무시나리오를 기준으로 분석하며, 이들 임무시나리오를 만족하는 초기 ROC)를 설정한다. 초기 ROC는 소요량의 적정성 분석을 통해서 최적화된 값을 도출하게 되며 소요량이 획득비용을 만족시키게 되면 최종 ROC를 결정하게 된다.
한 예로, 무인기를 획득하는 경우에 명확한 운용개념의 정립을 통해 군 작전운용성능을 결정해야 한다. 우리 군에서는 특정 무기체계를 획득할 때 운용개념의 구체적 수립 없이 대부분 해외에서 개발 중이거나 운용되고 있는 최고 성능의 운용성능을 요구한다. ROC는 소요비용과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예를 들어, 무인기 운용에서 긴 체공시간을 유지하려면 보다 많은 수의 무인기가 필요하여 그만큼 소요 획득비용은 증가하게 된다. ROC의 수립은 무기체계의 사용자인 군에서 수행한다. 결국, 효율적인 무기체계 획득을 위해서는 다양한 무기체계의 운용개념(임무계획 및 임무시나리오 포함)을 구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며 군에서는 이러한 운용개념 분석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대단히 시급하다.
제대별 무인기 보유 재검토, 이스라엘처럼 통합운용은?
현재 우리나라는 제대별로 다양한 무인정찰기를 해외구매 또는 국내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고고도무인기(HUAV)인 글로벌 호크와 능력 보강용 군단급 무인기에 대한 해외도입을 추진 중이다. 전략급 무기체계인 중고도무인기(MUAV), 전술용의 차기군단무인기 그리고 사단정찰용 무인기, 대대급 소형 무인기 등을 국방과학연구소 및 국내기업들이 개발 중에 있다. 국내에서 개발되는 대부분의 무인기는 감시정찰용인데 이렇게 제대별로 수백기의 무인기가 꼭 필요한지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현재 성능 대비 군단 및 사단정찰용 무인기가 각 군단 및 사단에 별도로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우리도 이스라엘처럼 무인기 전대(예를 들어, 동부 무인기 전대와 서부 무인기 전대처럼)를 별도로 만들어 각 소요 군 및 제대별로 필요한 영상정보를 다양한 무인기의 통합운용을 통해 획득해서 각 하위 제대로 배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무인기 운용의 전문성을 확보하게 되고 보다 효율적인 운용을 통해 무인기의 효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지상에서의 통신체계만 잘 갖추면 우리와 같은 작은 나라에서 그렇게 많은 수의 무인정찰기가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많은 비용을 들여 무인정찰기를 개발하는 만큼 전시에도 정찰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운용개념을 도출하고, 공격용 무인기로의 전환도 고려하여 다목적화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최근, 수 십조 원이 소요되는 차세대전투기(FX)의 해외도입 및 한국형전투기(KFX)의 국내개발방안 등으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차세대전투기의 경우, 지난 2012년 1월 사업공고를 내면서 경쟁입찰을 위해 스텔스 성능 요구조건을 완화했었다. 이후 시험평가와 절충교역 협상을 거쳐 F-15SE(보잉), F-35A(록히드마틴), 그리고 유로파이터(EADS) 등의 3개 후보기종을 대상으로 가격입찰에 들어갔으나, 60대 구매 기준으로 총 사업비 8조3000억원을 충족하는 기종인 F-15SE만 남게 되었다. 이후 지난 해 9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F-15SE를 차세대전투기의 단독 후보로 상정했으나, 기종 선정안은 부결되었다. 이후, 지난 해 11월 열린 합동참모회의에서 첨단 스텔스 성능과 전자전 능력을 구비한 전투기로 작전운용성능(ROC)을 다시 수정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은밀히 침투해 전략목표를 타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결국, 스텔스 형상설계와 도료, 내부 무장창 등의 조건을 부여해 대상 기종이 F-35A로 압축되었고, 올해 3월 스텔스 기능을 가진 F-35A를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ROC에 스텔스 성능의 지표인 레이더 반사면적(RCS; Radar Cross Section)에 대한 요구조건을 명시하지 않았고 미국 록히드마틴사는 F-35의 RCS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아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얼마 전 F-35A가 이륙 도중 기체 화재 및 180cm 크기의 부속품이 기체에서 떨어져 나가 시험비행이 중단되고 사고 원인에 대한 전면 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F-35A는 그동안 소프트웨어 고장, 동체 균열, 핵심부품 균열 등으로 개발 완료시점이 계속 지연되고 있어 공동개발국으로 참가한 나라들조차 F-35 구입시기를 연기하거나 아예 구입계획을 취소하기도 하였다. 결국, 해외 도입하는 차세대전투기에 대해서 공군에서 요구하는 구체적 임무 및 운용개념이 구체화 되었다면 이렇게 수 조원이 투입되는 대형무기체계획득사업이 여론에 떠밀려 ROC가 변경되고 전력화 일정이 지연되는 우를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 이대로 좋은가?
주요 핵심기술에 대한 확보방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사업에 대한 논란은 한술 더 뜨고 있다. 한국 공군의 F-4 및 F-5와 같은 노후 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해 2025년까지 6조~8조원을 투입해 중간급 한국형전투기 120대를 국내개발 하겠다는 계획이다. “보라매 사업"이라는 명칭으로 추진 중인 동 사업은 1999년 4월 항공우주산업개발정책심의위원회에서 처음 논의된 후 2001년 공사 졸업식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최신예 국산 전투기를 국내 개발 및 생산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공식화되었다. 하지만, 15년이 흐른 아직까지도 사업추진은 명확히 확정되지 않았다. 2011년에는 탐색개발이 수행되었지만 이후 사업 타당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와 논란이 되었다. 투입되는 예산 규모가 크고 기술적 위험 부담이 커서 국내개발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컸다.
현재는 쌍발 엔진으로 할지 아니면 단발 엔진으로 가야할지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한국형전투기 국내개발의 핵심은 미래 전장 환경에서 어느 수준으로 영공방어를 수행할 수 있는가 이다. 지금은 주적인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방안만을 고려하지만 통상 전투기의 수명이 20년 이상임을 감안할 때 남북통일 후에 동북아시아에서의 군사력 균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어떤 형태의 한국형전투기를 개발한다 하더라도 국내개발기관의 기술성숙도가 낮은 주요 핵심기술에 대한 확보방안이 중요하다. 특히, F-35를 제공하는 록히드마틴사는 지난 해 3차 협상에서 우리의 개발능력이 부족한 주요 핵심기술에 대해 기술지원을 거의 제안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 차세대전투기 개발업체로부터 기술이전이 안 되는 경우 전력화 일정은 더욱 지연되고 이는 소요비용의 증가를 가져와 가장 비효율적인 국산화 개발을 추진하는 사례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한국형전투기의 국내개발 추진 시 운용개념 분석을 통한 한국형전투기의 ROC의 구체화, 국내개발 능력(기술성숙도 및 기술적 위험 포함)과 해외기술협력의 구체성, 재원준비 상황 등을 고려하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난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서북도서 전력증강사업으로 추진했던 전술비행선사업은 2011년 구매계약 체결 이후 부실한 업체 선정 등으로 두 차례나 전력화가 지연되다가 작년에 한 기는 장비 조작 실수로 파손됐고, 작년 말 시험평가 중에 추락사고로 나머지 한 기도 정상적인 가동이 어렵게 되었다. 전술비행선 개발사업에 선정된 업체는 미국의 JDC사로 Paper Company 수준의 급조된 회사로 알려졌으며, 낮은 가격의 입찰가를 제시하여 사업자로 선정되었다.
고가 무기체계 개발은 설계단계부터 민간전문가 참여, 효율성 제고
통상 고가의 무기체계 개발에서는 각 설계단계에서 사용자 및 사업관리자가 참석한 가운데 마일스톤 설계검토를 하는데 이러한 설계검토는 방위사업청의 해당 사업팀(IPT)에서 주관한다. 이러한 기술적 검토를 전문성이 부족한 사업팀 공무원이 단독으로 수행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민간전문가의 참여를 통해 개발 현황, 요구사항 만족 여부, 성능 검증 및 품질보증 등에 대한 폭넓은 의견을 제시하고 반영함으로써 무기체계 획득사업의 문제점을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현재 무기체계 해외구매 획득 시에 성능이 일정 범위 내에 들어오고 제안가격만 낮으면 경험이 없고 기술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업체도 선정될 수 있다. 물론 가격이 비싼 것이 늘 최고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격이 싸다는 것은 단가를 줄이기 위해 그만큼 신뢰성이나 품질 측면에서 희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격과 성능, 품질 및 신뢰성 등이 모두 최적화되는 무기체계 선정 방식이 필요하다.
국내 최대의 항공우주 방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유럽 유로콥터와의 기술협력을 통해 수리온 헬리콥터를 국내 개발하였다. KAI는 육상용의 수리온 헬기를 기반으로 해상작전헬기를 개조 개발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해상작전헬기의 개조 개발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위한 선행연구를 수행하였으며, 이 연구를 통해 해상작전헬기 개발을 위해 요구되는 핵심요소의 해상화 기술을 식별하고 이들에 대한 기술성숙도 평가를 수행했다. 결론적으로 제한적인 해외기술협력을 받는 경우에도 현재의 국내 기술수준으로 체계개발을 바로 수행할 경우에 전력화 일정의 지연 및 소요비용의 증가를 예상하였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탐색개발 단계의 추가 연구를 통해 해상화 기술의 성숙도를 증가시키고, 분석된 기술적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KAI에서는 선행연구 결과를 무시하고 해외기술협력이 가능하다는 논리와 추가 비용은 업체가 조달한다는 논리로 해상작전헬기 개발을 위한 정부 및 국회 로비를 장기간 수행하여 아직도 사업의 추진방안은 결정되지 않았다. 이러한 업체의 로비로 사업추진방안이 뒤바뀐다면 앞으로도 정부에서 이러한 개발방안에 대한 용역연구를 수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기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이유로 기술성숙도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구기관이나 방산업체가 무기체계의 체계개발로 바로 들어가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이는 원하는 무기체계 성능 구현에 한계를 유발하게 하고 전력화 일정 지연 및 비용 초과의 실질적 원인이 되게 한다. 개발기관이 능력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능력을 과시하며 실제 개발 도중에 일부 중요 성능요구조건의 완화를 요구하기도 한다. 물론 정부에서 전략적으로 국산화 개발을 추진하고 전력화 일정의 지연이나 소요비용의 초과도 감수한다면 모르겠지만 기술개발에서는 항상 정도(正道)가 필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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