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체제는 당(黨)이 국가권력의 핵심이다. 북한에서 당은 모든 영역을 장악해 온 영도(領導)집단이며 권력의 중추이다. 그래서 국가의 성격을 말한다면 ‘당국가’ 혹은 ‘당 중심국가’라고 정의할 수 있다. 북한의 권력구조하에서 모든 권력은 당에 집중되어 있고 정권기관의 모든 정책은 당에 의해 결정되고 내각은 당이 내린 결정을 집행하는 집행기관에 불과하다. 북한에서 집권당은 조선 노동당이다. 조선 노동당의 역사는 북한정부가 설립되기 그 이전에 창당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창당 시기는 1945년 10월 10일이다. 그래서 10월 10일은 노동당 창건일이다.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한 가지는 노동당이 맨 처음 창당되었을 때 당의 최종목표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점이다. 그것은 분단상황을 고려하여 ‘통일적 독립국가의 건설’과 ‘인민대중의 정치, 경제, 문화, 생활 수준의 향상’을 당의 목표로 제시하였다는 점이다. 북측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한반도가 여전히 분단체제인 점을 감안할 경우, 노동당의 창당 목표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현재 진행 중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이라는 국가는 일반적인 사회주의 국가와는 달리 ‘수령(首領)’ 중심의 절대권력 체제라는 또 하나의 특성을 갖는다. 그래서 북한체제는 정치적으로 주체사상을 통치이념으로 하는 수령체제이자 노동당에 의해 지배되는 일당 지배체제이다. 북한의 통치이념은 김일성의 주체사상이다. 이는 1980년 10월 제6차 당 대회에서 당 규약에 “김일성의 주체사상이 당의 공식 지도이념”이라고 규정한 데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2009년 4월 개정된 [김일성 헌법]에서는 주체사상을 구현한 선군사상이 통치이념으로 추가되었다. 이것은 북한만이 가진 특수한 통치이념이며 이 통치이념은 북한식 수령체제의 핵심이다. 그래서 북한이라는 나라는 당-군-국가체계 위에 하나의 구심점으로 최고지도자(수령)가 군림하는 ‘수령’중심의 절대적인 1인 통치구조이다.
북한에서 수령은 영도의 핵이며 당은 수령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조직이자 전위대로서 북한이라는 나라는 수령의 유일적 영도 아래 통치되는 절대주의 독재체제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러한 절대주의 독재체제의 최고 통치자로서 수령제를 두고서 수령을 신격화한 점이 여타 공산주의 독재정치와 다르다. 북한에서 ‘수령’은 신(神)적인 존재이자 신격화된 인간으로서 신과 동일체이다. 그래서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수령은 곧 신(神)이다. 북한의 정치체제를 신정체제(神政體制)라 부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점 때문에 북한 최고지도자의 절대권력은 ‘초인적(超人的)’인 권력이다. 여기서 수령의 권력은 신성불가침의 절대권력이고 수령체제는 절대적 신정체제(theocracy)이며 신적 존재인 수령 앞에 그 어떤 인간들의 비판도 허용되지 않는 나라가 바로 북한이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오직 절대권력 앞에 복종과 순종, 순교와 헌신만 있을 뿐이고 수령을 위한 그 모든 희생도 영광과 은혜로 받아들여야만 생존할 수 있다. 북한에서 수령은 곧 태양을 의미하는 것이다. 김일성 생일을 태양절로 부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물리학과 종교학에서 태양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태양은 모든 생명체를 품는 존재이다. 이는 지구의 생명체가 태양이 없이는 살 수 없듯이 북한의 인민 역시 태양(수령)이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늘에는 두 개의 태양이 존재할 수 없듯이 북한에도 동시에 두 개의 태양이 생존할 수 없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북한에는 지금까지 세 개의 태양만이 존재해 왔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수령뿐이다.
북한이 신정체제라는 점에서 여타 세속적 전체주의국가나 세속적 사회주의 국가와는 다른 차이를 가진 나라이다. 그래서 북한을 더욱 정확히 이해하려면 김일성이라는 신을 믿는 ‘김일성교(敎)’라는 독특한 유일신을 가진 종교국가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수령은 신이고, 신의 혈통과 핏줄은 3대 세습의 김씨 왕조이다. 이름하여 백두혈통(白頭血統)이라 불린다. 북한에서 백두산은 신성한 정기를 품고 있는 영산(靈山)으로 불린다. 김씨 왕조를 백두혈통이라 부르는 것은 바로 이 영산의 정기를 품고 태어난 특별한 선민(選民)이 김씨 왕조뿐이라는 것이다. 이는 통치를 위한 상징조작(fake)이다. 북한이 어느 정도의 신정국가인가를 쉽게 이해하려면 다음의 비교가 적절할 것이다. 미국은 기독교의 나라이고 하나님을 섬기는 나라이다. 반면에 인도는 불교의 나라이고 부처를 섬기는 나라이다.
그럼 북한은? 북한은 김일성교의 나라이고 김일성을 신으로 섬기는 나라이다. 그래서 북한의 인민들은 모두 김일성교의 신도들이고 성도들이다. 북한 인민들에게 김일성을 모독하는 것은 곧 기독교인에게 하나님, 불교인에게 부처를 모독하는 것만큼이나 신성을 해치는 정신적 충격이다. 이런 나라의 인민들에게 자신의 정신적 지도자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것은 곧 신성 모독죄에 해당하며 신성불가침의 권리를 침해하는 모반(謀反)적 행위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대부분의 한국인과 서방 세계는 북한을 정치적 집단으로만 이해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접근방법은 북한의 체제를 심층적으로 볼 수 없는 한계성을 갖기 마련이다.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배출한 김씨 왕조의 권력은 단순한 권력정치의 수준을 넘어서서 이미 신권화되어 있다.
북한에서 당과 수령은 사회정치적 생명체이다. 사회정치적 생명체라는 말은 당과 인민과 군과 국가와 수령을 하나의 영성체로 묶고 하나의 육체로 묶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정신과 육체 즉 영육(靈肉)이 하나라는 의미이다. 이는 인민 대중이 혁명의 자주적 주체로 되기 위해 당의 영도 밑에 수령을 중심으로 하여 조직 사상적으로 결속됨으로써 영생(永生)하는 생명력을 지닌 생명체로 정의된다. 북한에서 수령은 ‘전당의 조직적 의사의 체현자(體現者)’이며 당의 최고 영도자이며 사회정치적 생명체의 생명 활동을 통일적으로 조직하고 지휘하는 영도의 유일 중심이다. 북한의 수령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게 한정된 칭호이다. 이는 2016년 개정된 [김일성 김정일 헌법]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을 함께 ‘영원한 수령’으로 표기하였다. 그리고 김정은은 2016년 5월 노동당 제7차 대회를 기점으로 ‘위대한 영도자’라는 칭호를 통해 김일성, 김정일과 동일한 수령의 지위를 부여받는 한편, 2019년 4월 개정된 사회주의 헌법에서 ‘국가대표’로서의 권한을 부여받았다.
이런 북한의 수령체제하에서 두 명의 수령, 즉 두 개의 태양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누가 감히 절대적인 신적 권력인 수령을 대체할 수 있겠는가? 만일 있다면 그것은 백두혈통 뿐이다. 바로 이 점에 착안하여 여기서 우리가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하나 있다.
북한의 최고 영도자이자 신적 존재인 수령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인정하며 최종 결의하는 조직이 노동당이란 점이다. 북한에서 노동당은 혁명의 주체이다. 그래서 당중앙이 된다는 곧 혁명의 주체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 인민들은 혁명의 주체인 당중앙을 신념과 양심과 의리를 다해 신명으로 받들고 나가야 한다. 그것은 당중앙의 교시가 곧 혁명사상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런 막중한 당중앙의 자리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백두혈통)이 내정되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이는 놀라운 일이다. 북한 내부로부터 엄청난 아니 혁명적 수준의 권력변동을 예시하는 메시지이다.
북한에 정치혁명이 일어났다면 두 가지를 주시해야 한다. 하나는 당중앙의 변화이고, 다른 하나는 백두혈통의 움직임이다. 이것은 곧 북한의 혁명적 권력변동을 의미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두 가지 모두에 거대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백두혈통인 김여정이 당중앙으로 진입한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북한내부로부터의 혁명적 권력변동은 바로 김정은의 건강이상설이 처음 제기되었던 4월 11일과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에 김정은이 금수산태양궁전의 참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4월 15일을 기점으로 급작스럽게 진행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북한의 노동신문은 지난 6월 4일, 7일, 10일, 11일 등 총 네 차례에 걸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1차 담화문을 싣고 노동신문의 주요 논설과 기사에 그를 ‘당중앙’으로 게재했다. 이는 1974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후계자로 내정할 때 부여했던 ‘당중앙’이라는 호칭을 김여정에게도 똑같이 부여한 것이다. 이는 북한내부로부터의 혁명적인 권력변동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지난 6월 1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최고 존엄은 우리 인민의 생명이며 정신적 기둥이다’란 제목의 1면 논설을 통해 “주체 조선의 모든 승리와 영광의 기치인 당중앙의 두리에 더욱 굳게 뭉쳐 필승의 신심 드높이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힘있게 다그쳐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당중앙은 누구를 지칭한 것일까? 김여정이다. 또한 지난 6월 7일자 ‘우리 국가제일주의’란 제목의 논설에서는 “당중앙과 사상도 숨결도 함께 하며 당의 령도를 충성 다해 받들어 나갈 때 우리 국가제일주의, 위대한 김일성, 김정일 조선제일주의의 위력은 더욱 높이 발휘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에 왜 김정은의 이름은 빠졌을까? 이런 사실에 대해서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최근 김여정을 ‘당중앙’으로 부르라는 지시가 내려가고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 사실상의 후계자로 내정된 것 같다”고 밝혔다. 북한에서는 김일성 주석이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든 모두 자신이 건재할 때는 그 어떤 경우에도 두 개의 태양을 용납하지 않았다. 바로 이때부터 북한은 왜 노동신문에 김정은의 동정란을 없앴다가 최근 들어 다시 동정란을 살렸을까?
이상의 모든 상황을 감안했을 때 얼마 전에 한국의 국정원장이 김정은의 권력이 김여정에게로 위임되고 있다고 발언한 것도 어떤 정치적 배경하에서 나온 것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작금의 복잡한 북한 내부의 정치 역학관계와 사정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현재 북한내에서 발생되는 권력이동의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특별한 목적으로 ‘김여정의 위임통치’란 발언을 한 그 배경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북한에서 김정은의 건강을 과시하는 사진을 아무리 많이 공개한다해도 이것을 믿는 사람과 믿지 않은 사람의 눈은 구분된다는 사실이다. 그 사진을 믿지 않은 사람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던질 것이다.
첫째, 왜 거의 매일 다니던 김정은의 현장지도는 갑자기 중단 상태에 이르게 되었는가?
둘째, 이제 37살의 청년지도자에게 무슨 일이 발생했기에 벌써 후계자가 필요하게 되었을까?
셋째, 왜 김정은은 4월 11일 이후로 단 한 명의 외국 지도자도 접견을 하지 않는 것일까?
넷째, 그토록 북한이 갈망하던 북미정상회담을 왜 스스로 거부했을까?
다섯째, 왜 매일 내보냈던 그 많은 현장지도의 행사장면을 담은 동영상은 완전히 끊기게 되었는가?
여섯째, 왜 김정은의 동정은 사진으로만 대체를 하는가? 북한이 한동안 동영상을 내보낸 적이 있었지만 너무 많은 조작 징후가 발견된 이후부터는 동영상을 일절 내보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이 사진들이 거의 모두 과거 사진 혹은 작년 심지어 재작년 사진들을 내보내고 있다고 믿고 조작으로 보고 있다.
일곱째, 왜 북한은 김정은의 최근 활동 동영상 특히 야외활동 장면을 담은 직접 말하는 동영상을 내 보내지 못하는가?
여덟째, 왜 북한은 남북연락사무소를 스스로 폭파하면서 문을 더 굳게 걸어 잠갔는가?
아홉 번째, 무엇 때문에 갑자기 김여정을 당중앙으로 호칭하는가 등등 김정은에 대한 의문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럼 이런 의문은 언제 풀릴 수 있을까? 그 의문은 정확히 북미정상회담, 북중정상회담장에 김정은이 직접 걸어 나오는 장면을 확인할 때만이 풀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감추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서 이미 김여정에게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외교전권을 위임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혹시 우리 정부는 김정은 대신 김여정과의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제 끝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왜 김정은과의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는가? 왜 남북관계에 대해 이토록 오래도록 침묵하는가? 문재인 정부는 대북문제에 대해 국민에게 보다 솔직해야 한다. 그 이유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 역시 북한의 정치권력은 대중적 사회동원과 정치교양이라는 이름아래 노래, 연극, 영화, 군중집회와 대규모 행사 등 다양한 선전양식의 보급을 통해 유지되는 일종의 ‘극장국가’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북한은 모든 국가적 행위가 쇼이고 연출로 이뤄지는 ‘극장국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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