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현상과 한국 정치에 대한 시사점 : 팬덤 정치의 종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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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8일 미국 중간선거가 끝났다. 어떤 후보도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한 Arizona, Georgia, Nevada 그리고 Pennsylvania주 등 일부 주의 상원의원 결선투표는 12월 6일이다. 이번 선거는 연방하원 435명 전원, 상원 35명(전체 100명), 주지사 36명(전체 50명)을 뽑는 선거였다. 이변이 없는 한 상원의 다수당은 민주당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소위 트럼프의 적색돌풍 (Red Wave)으로 상하 양원에서 공화당의 압승이 예상되었는데 오히려 민주당이 더 선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공화당을 계속 지배하면서 바이든 대통령과의 재대결 구도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40년만의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지출의 효과가 미진하면서 공화당의 압승이 예상되었었다. 일반적으로 중간선거는 대통령이 속한 집권당을 견제하는 유권자들의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은 연방 상하 양원에서 패했다. 1)
이러한 예측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은 의석을 거의 확보하지 못했다.
1934년 이후의 중간선거에서 대통령 집권당은 하원에서 평균 28석을 잃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야당인 공화당은 여덟 석 밖에 얻지 못했다. 상원에서는 야당이 평균 네 석을 얻었으나 공화당은 오히려 한 석을 잃어버렸다.
공화당의 압승 예측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패배한 이유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의 지지율이 낮은 이유는 첫째, 대통령이 바뀌는 선거가 아니어서 집권당의 지지자들이 투표소를 덜 간다는 것이다. 둘째, 부동층들은 중간선거에서 특정 정당의 정책이 쏠리는 것을 막으려는 심리가 강하다. 이를 자동온도조절효과라고 한다.
공화당에 불리했던 요소로는 우선, 보수계열의 연방대법원 판결에서 “여성의 낙태권리는 연방헌법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라는 판결(Roe v. Wade)로 여성의 권리가 손상되었다. 이 문제는 민주당에 불리했던 물가상승, 범죄, 총기, 이민 등의 선거 이슈들을 압도했다. 둘째, 트럼프의 팬덤으로 당선되려는 후보가 많았다. 메시지 전달력이나 모금 능력, 그리고 캠페인의 수행 능력은 부족했고, ‘트럼프에 대한 충성도’ 외에는 별로 언급될만한 것이 없었다. Economist의 추정에 의하면 공화당이 트럼프효과를 거부했다면 하원의원에서 다섯 석을 더 얻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트럼프는 1월6일 의회공격이 있은 후 2024년 대선 출마를 계획해 왔다. 공화당 후보 경선에 깊숙이 관여해서 2022년 선거가 민주당에 의해서 탈취 당했다는 것을 시인한 후보를 지지해 왔다. 그가 지지한 열여섯 명의 주지사 후보 중 일곱 명, 199명의 하원의원 후보 중 124명만 당선되었다. 18명의 상원의원 후보 중에선 16명이 당선됐다.
그러나 이번 중간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완전히 공화당에 등을 돌린 것은 아니다. 공화당 하원 후보는 민주당 후보보다 350만 표를 더 얻었다. 공화당은 5,390만표로 51.7%, 민주당은 5,040만표로 48.3%를 얻었다. 이는 2020년 하원선거에 비교하여 공화당 지지자들 가운데 6%p가 민주당을 선택했음을 뜻한다. 트럼프가 지지한 후보자들을 지지하지 않은 유권자들이 정치지형을 완전히 바꾼 것으로 보아야 한다.
첫째, 선거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후보들은 트럼프의 주장대로 2020선거가 도둑맞았다는 주장에 동조하는 후보들이었다. 그들의 자질이나 트럼프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운동도 의석의 확보를 어렵게 한 것이었다. 즉, 공화당은 선거에서는 이겼지만, 당선자를 못 낸 전략의 실패였다. 즉, 트럼프의 선택을 받은 극우적인 후보들은 공화당의 선택은 받았지만 본선에서는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없었다.
둘째, 트럼프의 공화당은 사실상 트럼프의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지지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70%가 넘는 득표로 당선된 공화당 플로리다 주지사 Ron DeSantis나 버지니아 주지사 Glenn Younkin 등을 유권자들은 이미 마음속에 대항마로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굳이 트럼프가 지원하는 후보들을 지지할 이유가 없었다. 즉, 공화당원 조차 트럼프가 주장하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공화주의의 본질을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셋째, 지난 2018년의 중간선거와 2020년의 트럼프 출마 대통령 선거에서 연거푸 패한 것도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도 패배함으로써 3연속 패배가 된다. 트럼프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11월15일 그의 별장 Mar-a-Lago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했으나 뚜렷한 이슈를 제시하지 못했다. 주로 자신이 희생자라는 것만을 부각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경기침체와 높은 물가상승으로 지지율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지지율이 공화당으로 이전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거의 모든 선거에서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이 경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보았다. 이는 정치의 경제화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11월 중간선거는 트럼프가 흔들어 놓은 민주주의도 중요하다는 것을 보였다. 트럼프의 법률 위험, 부패, 반민주주성, 참모에 대한 비합리적 이성적 언행 등도 공화당원들이 오히려 민주당 후보에 투표하게 하였다.
중간선거의 결과는 트럼프식의 무조건적 경제 중심의 정치와 팬덤이 더 이상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수 없다는 것을 보였다. 오히려 국가를 위하여 공화당원들이 더 민주당의 압승을 원했는지도 모른다. 건전한 우파는 이러한 애국심과 성실한 노동을 원한다는 것을 보였다. 이는 공화당의 성향을 반영했고 미국 민주주의에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났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당면한 포퓰리즘과 팬덤 정치 현실 역시 트럼프현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포퓰리즘에 기반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팬덤현상이 민주주의를 오염시키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을 완전히 장악함으로써 그의 영향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심각한 법률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대표로서 건재하다.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드러난 트럼프현상에 비교했을 때 그가 민주당을 구원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다른 정치인들도 맹목적 팬덤을 버려야 한다. 이제는 유권자들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팬덤 정치인을 선거에서 배제할 것임을 예견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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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을 보면 2006년, 2010년, 2014년, 2018년에 집권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했다. 집권당이 승리한 경우는 1865년 남북전쟁이 끝난 이후 3회에 불과하다. 특히 이 가운데 2002년 조지 W. 부시의 공화당이 승리한 것은 9.11테러로 국민들의 보수화 영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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