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변화의 필요성 본문듣기
작성시간
관련링크
본문
한국 2020 기후변화백서…주변 해표면 수온상승 속도 세계평균의 2.6배
지난 8월 과학자들이 2019년 그린란드 빙하의 해빙 속도를 보고했는데, 1분에 1톤씩 녹았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해빙이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지는데, 세계적으로 해수면으로부터 10미터 이내에 거주하는 6억명의 인구를 위협한다는 점이다.
산불은 더하다. 브라질과 호주에 이어 올해 미국 서부에서 발생한 산불은 9월 중순 현재 우리나라의 1/5 면적이 잿더미로 변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역사상 최악의 산불 10건이 대부분 최근 10년 새 발생했다. 이 또한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변화가 원인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기온상승으로 눈도 일찍 녹고 나무도 일찍 마르는데다가 예년 대비 강우량도 적은 탓이다. 그야말로 기후위기다.
한반도는 더 심각하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7월말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을 발표했다. 지난 6년간 약 2천편의 국내외 연구결과를 집대성해 세 번째 보고서가 발간됐는데, 한반도 최신판 기후변화 백서다. 보고서가 말하는 실태는 심각하고 전망은 암울하다. 전 세계 평균 지표온도가 1880~2012년 0.85도 높아질 동안 한국은 1912~2017년에 약 1.8도 상승했다. 지구온난화는 글로벌 현상이지만 지역 편차가 심한데, 하필 한반도가 2배 더 심하다. 지난 49년 동안 우리나라 주변 해표면 수온은 1.23도 올랐는데 세계 평균은 0.47도 수준이고, 우리나라 상승 속도가 2.6배 빠르다. 올 봄 유난히 더웠던 기억인데, 보고서에서도 5월 평균 기온이 2014~2017년 매해 역대 기록을 경신했다고 한다.
기상청 산하 국립기상과학원도 지난 9월 국내 이산화탄소 농도 및 온실가스 분석 결과를 담은 ‘2019 지구대기감시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지난해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농도가 전 세계 평균 보다 높았다는 분석이 나와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관층사상 가장 더운 5월(평균비0.7도), 지난10년 동안 가장 더운 6년이 포함되어 있다는 기록, 6월 평균기온이 13도인 시베리아가 6월20일 38도를 기록, 중국 홍수로 우리나라 인구만큼의 이재민이 발생했 때에만 해도 먼 발치에서 응원했는데, 한반도에도 역대 최장기 장마와 무서운 태풍이 들이닥친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기온 상승으로 동물매개 감염병, 수인성 및 식품매개 감염병 증가
갑작스러운 집중호우와 강력한 태풍도 찾아올 가능성도 커지는 가운데, 실제로 100년 동안 연평균 강수량은 전반적으로 증가하면서 특히 여름철의 강수량 증가 경향이 뚜렷했다. 이로 인해 오히려 봄과 겨울에는 가뭄 피해가 나타나고 있어 홍수와 가뭄이 계절별로 심화되는 모순적 이상기후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연간 10일인 폭염일수가 세기말 3배 증가하여, 우리는 매년 한 달 이상 33도 이상인 날과 사투를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더위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건강과도 싸워야 한다. 기온이 1도 상승시 사망 위험이 5% 증가하기 때문이다. 2040년 폭염으로 인한 하절기 사망률이 지금의 약 2배에 이르고 이는 고령층과 취약계층에 집중된다. 기후변화는 먹는 문제와 등 사회 전 부문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 세기 하반기 벼 생산성은 세기 말 1/4 줄고, 사과의 수입해야 하고 감귤은 강원도에서 재배한다. 동물 매개 감염병, 수인성 및 식품 매개 감염병도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한(韓)반도가 아니라 한(恨)반도라는 이야기다.
기후변화의 주 원인은 우리가 모두 아는 탄소배출인데, 배출감축의 성과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나마 최근 코로나가 일정 기여(?)를 하고 있다. 탄소배출을 일시적으로 줄인 면은 있지만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기여인 반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교훈은 기후변화 등 환경이 파괴되면 건강이 장기적으로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 준 것이다. 최근 기후변화와 바이러스 관련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는데, 사스, 메르스, 코로나 모두 박쥐에게서 온 것인데 이 세상 포유류 종의 1/4이 박쥐라서 서식처를 옮기는 박쥐와 환경을 파괴하는 인간이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또한, 흑사병이 유럽 인구의 1/3을 죽이고 멈췄듯이 바이러스는 충분히 죽이고 나면 저절로 사람간 간격이 생겨 결코 인류를 절멸하지 못하는 반면, 기후변화는 마지막 한 사람까지도 절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주원인은 탄소배출…발 빠른 기업 대응 ‘탄소중립 선언’
이런 절체절명의 긴박함에서 국가의 대응 보다는 기업의 대응이 더 빠른 것 같다. 자발적으로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탄소감축을 선언하는 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 탄소중립이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신재생에너지 발전 등 온실가스 감축 및 흡수 활동을 통해 상쇄하여, 실질적인 순(Net) 배출 총량을 ‘0(제로)’로 만드는 것으로, 자신이 배출한 온실가스 만큼은 책임지고 줄이기 위해 기업이든 개인이든 각 자 노력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것이 탄소중립(Carbon Neutral)이다.
쉽게 결혼식을 예를 들어 보면, 신혼부부가 결혼식을 탄소중립으로 치르고 싶다면, 결혼식장 냉난방, 각종 전기기구, 신혼여행부터 하객이 이동하는 교통수단 까지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행사를 최선을 다해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고 부득이하게 발생시킨 양만큼은 나무심기 등의 활동을 통해 상쇄하는 기후변화 대응 프로그램이다. 즉, 하객이용차량 1톤 CO2(300명기준) / 신혼여행 3톤 CO2(필리핀) 등 예식을 통해 총 4톤 CO2가 발생하니, 이를 40그루의 소나무를 심어 상쇄하는 것이다.
글로벌 지속가능성 리서치 비영리단체인 세계자원연구소(WRI, World Resources Institute)에 따르면 탄소중립에 도달하기 위해 다음 두 가지를 이행해야 한다.
우선 온실가스(탄소) 배출량을 가장 빠른 시일에 제로(0)에 가깝도록 감축하여야 한다(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 신재생에너지 투자, 전기차로 전환, 산림 보호, 음식물쓰레기 및 폐기물의 발생량 감축 등). 그리고 산업 활동 등을 통해 공기 중에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만큼 온실가스를 공기 중에서 제거해야 한다(나무심기,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지하 깊은 바위층에 저장하는 신기술의 활용 등).
이러한 탄소중립 선언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새로운 사회의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사업모델이나 제품포트폴리오를 바꾸며, 그 경계도 확장하고 있다. 즉, 포스트코로나에 지속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저탄소 기업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예를 들어 보자.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월 2030년까지 carbon negative(탄소 배출 마이너스)를 달성하고 2050년까지 1975년 이 회사가 설립된 이래 배출한 탄소를 모두 제거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를 위해 10억 달러의 혁신펀드를 조성하여 탄소감축, 제거, 저장 기술로 기후위기를 대응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이미 204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며 전기 배달 트럭 10만대를 투입을 약속한 아마존의 CEO(제프 베죠스)는 2월 개인 재산의 8%인 100억달러(약 12조원)를 출연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활동 및 과학 기금을 조성하겠다고도 밝혔다.
빌 게이츠도 오래전부터 감축 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TED강연에서는 공공연히 ‘신이 자신에게 한가지 소원을 말하라고 한다면, 자신은 획기적 감축 기술을 달라고 할 것이다’라고 했을 정도다.
글로벌 기업, 포스트코로나시대 지속가능한 획기적 탄소 감축기술 개발 주력
이런 맥락에서 빌 게이츠가 2016년 팔을 걷어붙였는데, 제프 베조스, 손정의 회장 등과 함께 Breakthrough Energy Ventures를 설립한 것이다. 약 1조원의 종자돈으로 경제성 있는 친환경에너지 유망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우선 저장과 관련된 기술이 많다. 양수발전을 대체하여 대용량 잉여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세일층 수압 저장기술에도 투자했는데, 이는 현재 전세계의 대용량 잉여전력의 대부분은 물의 위치에너지로 저장된 후 필요 시 양수발전을 통해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대체하기 위함이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용융소금열이나 부동액냉매로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필요 시 다시 전력으로 변환하는 기술에 투자하기도 했다. 저장기술 뿐만 아니라, 미생물을 이용해 음식물폐기물 및 산업부산물을 바이오오일로 변환하는 기술에도 투자했고, 실내 대기질을 분자수준에서 개선함으로서 외부 공기유입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공조시스템 사이즈를 줄여 에너지비용을 30% 저감하는 기술에도 투자했다.
또한 산업기술에도 투자했는데, 용융실리콘에서 단번에 태양광발전소재인 웨이퍼를 제조하는 기술과 600년을 이어온 석탄환원 제철공법 대신 전기환원 제철공법에도 투자했다. 개발도상국에 적용될 기술로, AI를 활용하여 전기차 배터리의 원료인 (윤리적) 코발트를 찾아내는 기술과 전기오토바이 공유 app개발, 그리고 태양에너지를 활용해 대기중 수분을 음용수로 만드는 기술에도 투자했다. 이러한 기술투자는 기술가격 하락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상용화 시 다양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할 것이다. 역시 Tech Company 리더답게 기술개발투자를 중심으로 기후변화 대응전략을 펼치고 있다.
美 최대 전력회사‘Dominion Energy’, 2035년까지 무탄소 발전 70% 달성 목표
그렇다면 에너지 다소비 업종은 어떨까? 에너지다소비 업종은 제품변신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의 전력회사 사례를 살펴보자. 탄소 감축 보다 더 드라마틱한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 사례이다. 미국에서 가장 큰 전력회사 중 하나인 버지니아 소재 Dominion Energy라는 회사의 CEO인 Tom Farrell은 2006년 CEO가 됐다. 그 당시만 해도 전체 발전량의 52%는 석탄에서 나왔고 나머지는 대부분 가스발전이며 약간의 원자력으로 구성되었었다. 회사와 함께 한지 25년이 된 이 CEO가 집중하는 전략은 바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이다.
이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석탄발전은 12%로 떨어졌지만 수년 내 제로화 될 전망이다. 5년 전에 전무했던 태양광발전이 지금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태양광발전소 소유자가 되려 하고, 서반구에서 가장 큰 규모인 해상풍력 단지(원전3기 상당)를 건설 중이다. 결국 현재는 판매전력의 절반은 무탄소발전이며, 2035년에는 이를 70%까지 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의 고민은 가스발전의 역할이 생각보다 짧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재생에너지를 싸게 저장할 수 있는 대형 저장기술이 언제쯤 등장할지와 관련이 있다. 오랜 시간동안 CEO로서 회사의 클린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끌었는데, 3가지 교훈을 덧붙였다. 첫째 전환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정연한 속도가 중요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필요시 정책이나 규제 보다 먼저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셋째는 본격적인 진입은 경제성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덴마크의 석유공사인 오스테드의 기업가치 변화 사례는 또 다른 측면에서 교훈을 준다. 이 회사는 1970년 설립된 덴마크의 대표적인 석유회사인데 재생에너지 회사로 성공적으로 탈바꿈한 케이스이다. 파리협약과 더불어 기후변화가 정치이슈로 부상하고 친환경투자에 대한 요구가 기업의 돈 줄인 투자자를 점차 압박하면서, 다른 석유회사와 달리 선도적으로 Oil & Gas보다 해상풍력에 집중하여 새롭게 친환경에너지 회사로 탈바꿈한 오스테드사는 전세계 해상풍력의 3분의 1을 설치하는 재생에너지계의 거물이 되었다.
그 결과 2019년 초 대비 1년 만에 올스테드사의 주가는 70%가 올라 시가총액이 BP의 40%에 육박했다. 지금은 더 올랐을 것이다. 자체 예상마저 뛰어넘을 정도다. 오스테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세계 1위 해운사인 Maersk 등 6개 덴마크 대기업과 더불어 해상풍력발전기로 수소를 생산하여 선박, 트럭, 항공기 등에 적용할 계획을 수립했다. 해상풍력발전기에서 발전된 전기로 가동되는 첫 번째 대규모 수소생산시설을 2023년에 운영을 시작하여 2030년 완전가동(full capacity)을 이룰 계획이다. 이 경우 연간 85만 톤 CO2 감축 가능하며 이는 원전3기 용량의 해상풍력 발전소가 필요하다.
해운사 Maersk, 2050 탄소순배출 제로 선언…유통업체 월마트도 동참
또 다른 미래 제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Maersk CEO가 2050 순배출제로를 선언하며 25년인 선박수명을 고려할 때 2030년부터는 재생에너지로 운항하는 선박을 주문할 예정인바 무거운 배터리를 선적하기 어려운 해운의 특성상 대체연료인 암모니아/바이오메탄/알코올이 비싸더라도 사용할 수 밖에 없음을 고백한 것도 상기 혁신적인 수소생산 기술투자의 배경이다.
이 외에도 경계를 확대하는 기업도 있다. 예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장기적으로 제로화하는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기업 온실가스 배출의 큰 축인 사용전력을 어떤 에너지로 조달하는 지가 기업 자신뿐만 아니라 전후방 산업을 포함한 밸류 체인에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즉, 화석연료 대신 바람이나 태양을 원료로 생산한 친환경 전력만을 사용한다는 방침을 밝힌 글로벌 기업들이 자기 회사뿐만 아니라 부품을 납품하는 공급사에 대해서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 월마트의 경우, Gigaton Project를 201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아예 공급망에 초점으 맞춰 2030까지 공급망에서 10억톤의 탄소를 감축하는 목표다. 이는 유통업체 특성상 공급망 배출이 90~95%를 차지하고 공급업체가 2,300개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 프로젝트는 에너지, 폐기물, 포장, 제품설계, 재생산농업, 산림관리 등 6대 행동으로 대별되면, 각 행동은 배출감축으로 계산되도록 했고 이 계산은 비영리 파트너들이 실행하고 개선하도록 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10억톤을 감축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약 1/4정도를 달성했다. 공급업체의 참여는 자발적이지만 공급업체 스스로도 이해관계자 요구에 부합하는 면이 있어서 만족하는 업체들이 많다.
우리에게 친숙한 애플은 최근 ‘2020 환경 경과 보고서’를 통해 “애플은 이미 글로벌 회사운영에 있어서는 탄소중립이지만 이를 애플의 공급망과 모든 기기로 확대하여 향후 10년 동안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지 않는 방식으로 생산될 것”이라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공급망과 제품까지를 포함한 전방위 탄소중립 계획을 밝혔다. 이는 UN의 권고안인 2050년 탄소중립 목표보다 20년이 빠른 것이다. 즉 해외 공급망을 포함해 전 세계 협력업체들과 함께 탄소 배출량을 75% 줄이고 나머지 25%에 대해서는 탄소 제거 솔루션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애플, 저탄소제품설계 등 기후로드맵 5대 혁신행동전략 발표… 나비효과도 기대
애플은 이미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애플워치 등의 제품은 이미 일부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져 이미 탄소 중립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목표를 두어 이정표를 삼을 것으로 보인다. 팀 쿡(CEO)은 “기후변화 혁신은 지구를 위해서만 좋은 것이 아니라 우리 제품을 보다 에너지 효율적으로 만들고 청정 에너지원을 촉진할 수 있다”며 “기후행동은 혁신, 일자리, 지속가능성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러한 선언이 사회에 좋은 나비효과가 있기를 희망했다.
이 나비효과는 상당수가 중국 회사인 애플 협력업체들이 부품이나 제품을 생산할 때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애플의 협력업체 중 17개국 71개 기업이 100% 클린에너지를 사용해 만든 제품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다른 회사의 운영 전략에도 전환의 바람이 부는 것이다. 이미 회사운영상 탄소중립의 성과를 만들어 놓고, 이제는 이를 공급망과 제품 등 회사 밖으로 전파하겠다는 뜻이다. 애플의 기후로드맵은 총 5대 혁신행동으로 대별되는데, 1) 저탄소제품설계(중고 아이폰내 텅스텐 축출하여 재활용하는 로봇 사용 중) 2) 에너지효율제고(여의도1/4상당 건물면적 에너지효율 업그레이드) 3) 재생에너지사용(애플자체 원전1기 재생에너지 사용 중 + 협력업체 원전8기 상당 재생에너지 사용 약속) 4) 공정소재혁신(맥북 저탄소알루미늄 사용 중) 5) 탄소제거(나무심기 중) 이다. 사업경계의 확장은 결국 회사의 지속가능성으로 돌아온다는 확신에 바탕을 둔 전략이다.
LG화학, 2050년 탄소배출량 작년수준 억제…국내기업 최초 탄소중립성장 선언
국내는 대기업의 경우 탄소중립 관련성과를 동반한 사례는 아직 없지만 선언 사례는 있다. 지난 7월 LG화학이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지난해 수준으로 억제하는 2050 탄소중립성장(Carbon Neutral Growth)을 선언했다. 국내 화학업계 가운데 최초 사례로 꼽힌다. 2050년 탄소 배출량 목표를 지난해 수준인 1천만t으로 설정했다. 기존 성장 전망에 의하면, 당초 2050년 탄소 배출량은 약 4천만t 규모인데, 이를 3천만t 이상 감축하여 1천만t으로 맞추는 것이다.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이용하는 RE100도 국내 기업으론 처음으로 동참한다고 밝혔는데, RE100을 통해 2050년 탄소 배출 전망치의 60% 이상을 감축할 계획이다.
이에 재생에너지 수급 방식과 국가별 제도를 고려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적극 실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이행하는 5대 핵심과제로는 기후변화, 재생에너지, 자원선순환, 생태계보호, 공급망관리를 들었다. 공정·설비 에너지 효율화, 탄소 포집 저장 활용(CCUS) 기술 개발·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생산 제품은 물론 사업장 배출 폐기물까지 재활용한다. 재활용 폴리카보네이트(PCR PC) 원료 함량을 최대 85%까지 높이고, 제품군도 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와 폴리올레핀(Polyolefin) 등으로 지속 확대한다. 2024년까지 생분해성 고분자인 PBAT(PolyButylene Adipate-co-Terephthalate)와 옥수수 성분의 PLA(Poly Lactic Acid)를 상업화해 분해성 플라스틱 소재 개발에도 적극 나선다.
한편, 폐배터리 재사용을 위해 고객사에 납품했던 배터리를 수거하여 잔존 수명을 예측하는 기술을 연구·개발(R&D) 중이고 재사용 배터리로 만든 전기차 충전소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시범 시설도 곧 문을 연다. 폐배터리 재사용 후 리튬·코발트 등 원재료도 추출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생태계 보호를 위해 신규 사업장의 경우 환경안전 국제 공인 기관 주관의 '폐기물 매립 제로(Landfill Zero)' 인증을 의무화한다.
‘이노마드’ ‘솔라카우’ 등 다수 스타트업들의 친환경에너지 개발 노력
스타트업으로 내려가면 더 많은 사례가 있다. 오랫동안 환경에너지분야 스타트업 지원 및 투자 심사를 하다 보니, 관련 회사 CEO들과 자주 소통하느데, 사업모델 보다는 CEO가 중요하다. 한국에서 눈에 띈 회사 중 이노마드라는 회사가 있다. 흐르는 물을 에너지로 변환, 저장하는 휴대용 수력발전기를 개발하여 미국 캠핑시장에 런칭하였다. 인도, 영국정부 및 파타고니아, 롤스로이스 등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이노마드는 휴대용 수력발전기를 이용하여 Connected Hydro Power Station, Self-powered water monitoring system 등 4차 산업 시대에 필요한 분산형 전원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솔라카우라는 회사는 전기가 필요한 개도국내 학교를 보내지 않는 부모들에게 밧데리를 나누어주고, 대형 충전기를 학교에 설치하여, 충전을 하려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도록 한 모델이다. 교육과 환경을 동시에 잡는 기발한 모델이다. 국내 대기업도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창의, 혁신적 접근방법을 수용하고 함께 새로운 시장기회로의 전환을 실현할 수 있는 가치창출 투자에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필자가 세계은행 자문위원으로 있을 때 다른 자문위원들은 글로벌 기업의 기후변화 부서장들이었는데,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기업의 기후대응은 정책을 기다리지 말고 정책을 리드해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결과를 그 동안 사례로 목격했고 상술했다. 우리 기업에게도 똑 같은 제안을 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혼자 하기 어렵고 정부든 스타트업이든 협력이 필요할 텐데, 상대방 눈높이에 맞춰 보면 훨씬 효과가 클 것이다.
친환경에너지 전환과 분산, 디지털화가 촉진… B2B B2C 역량 갖춘 한국 대기업에 유리한 여건
심지어 우리나라 대기업은 더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 있다. 과거에 분절된 형태의 공급사업, 수요사업, 유통사업이 에너지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융합되고 있는데, 이 융합시장에서 사업자는 B2B의 공급사업역량과 B2C의 수요사업 역량이 모두 필요하다. 즉, 탈탄소로 인해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과 동시에 분산화 되고 있으며, 이를 디지털화가 촉진하고 있다. 에너지를 공급하고 소비하는 단위가 소규모화 되어 가고, 심지어는 에너지를 소비하는 사람이 동시에 공급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기업은 그룹내 B2B와 B2C 역량을 동시에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정유사업의 역량과 텔레콤이나 리테일의 역량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통신사인 Liberty Global의 경우 통신용 지하망을 활용해 전기차충전소를 건설키로 했고, 미국의 반도체회사인 NXP는 반도체기술을 다양한 산업공정 및 수송의 효율성을 높여 에너지사용을 줄이는 등 다양한 융합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독일의 에너지 회사인 Sonnen은 전기차를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론칭했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이란 단순히 환경규제대응이 아니고 기업의 획기적 변신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생각했던 기후변화 대응과는 다른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기업변신의 걸림돌은 아이러니하게 기업의 핵심역량이라는 점도 고려해 보면, 이대로 가면 위기일 수 있지만 변신하면 기회다.
한국, 기후변화를 예방할 기술개발과 대응 전략에 더 집중해야
더욱이 한반도가 기후변화에 있어서 전세계 평균 보다 더 심각하다면 우리도 기후변화를 예방할 기후기술개발과 기후대응 전략에 더 집중해야 한다. 반드시 국가경쟁력이나 기업경쟁력만을 위해서가 아닐 수 있다. 꼭 환경을 사랑하거나 지구를 사랑하기 때문만은 아니더라도, 우리 스스로와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혁신과 변화는 필수인 것 같다.
<ifsPOST>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