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주택정책> (11) 유동성 구성과 주택가격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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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M2 비율과 주택가격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유동성 총량이 주택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단정적으로 얘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호하였다. 하지만 유동성 구성 내역의 변화와 주택가격의 관계에서는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유동성 구성 내역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총통화 M2에 대한 협의의 통화 M1의 비율(M1/M2 비율)을 주택가격과 비교하였다. 단기에 있어서는 두 변수의 상호관계는 명확하지 않았다. 이는 앞에서 살펴본 유동성 총량이 주택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쉽지 않은 것과 유사하다. 그에 비해 장기적으로 두 변수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 그림에서는 M1/M2 비율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변동률을 나타내고 있다. 아울러 각각의 장기 추세선도 함께 표시해놓았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두 변수의 장기추세는 거의 일치한다.
M1/M2 비율이 주택가격의 장기 추세와 일치하는 데 착안하여 이 비율을 주택시장 경기와 대비해보았다. 그 결과 M1/M2 비율이 주택시장의 대세적 흐름이 바뀌는 것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M1/M2 비율이 평균수준을 지날 때마다 주택경기의 대세적 흐름에 변화가 생겨났다. 이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M1/M2 비율은 1986년 이래 현재까지 최대 0.35, 최소 약 0.2 사이에서 변동하여 왔다. 그 평균은 0.28이다. M1/M2 비율이 이 평균선을 위에서 아래로 관통하면, 즉 평균 이하로 낮아지면 주택 경기가 둔화되는 쪽으로 대세적 흐름이 바뀌었다. 1991년과 2007년이 이에 해당한다. 반대로 M1/M2 비율이 평균선을 아래에서 위로 관통하는 경우에는, 달리 말해 평균 이상으로 높아지면, 주택 경기가 대세 상승기로 접어들었다. 2001년과 2015년이 이 사례에 해당한다.
이 사실에 따르면 M1/M2 비율이 주택경기의 대세적 전환 여부를 판단하는 데 유용한 지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실에는 더욱 더 중요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M1/M2 비율과 주택기격의 장기 추세가 일치하는 현상은 주택가격의 대세적 흐름을 이해하는 관점으로서 통상적인 주택의 수요 공급에 기초한 시각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관하여 보다 상세히 논의하기로 하자. 이제 M1/M2 비율이 주택경기의 대세적 흐름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M1/M2 비율의 의미
현재 시중에서는 이 비율을 과잉 유동성과 결부시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즉 경제성 통화가 많아졌다고 해석하거나 과잉 유동성이 형성되었다는 식으로 말한다. 하지만 이 지표에 근거를 두더라도 단기 유동성이 주택가격에 영향을 준다는 논거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M1/M2 비율은 과잉 유동성 형성 여부를 나타내는 지표가 아니다. 이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지급결제용 혹은 현금성 예금이 많아졌다는 의미이기는 하지만 앞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이것을 과잉 유동성 징조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서는 수긍하기 어렵다.
예컨대 이 비율이 2008년 이래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데 시중의 관점에 의하면 그 이후 지금까지 10여년 이상 과잉유동성이 계속 늘어나고 방치되었다는 것인데 과연 그러한 해석이 타당할까? 과잉 유동성이라는 말은 유동성 총량과 연관된 의미로 보아야 할 것이다. M1이나 현금성 통화 보유가 늘어난 것을 과잉 유동성이 형성되었다고 얘기하는 것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이 글에서는 M1/M2 비율을 경제주체들의 현금성 통화 보유 성향을 나타내는 지표로 해석하고자 한다. M1에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등 즉시 현금화하거나 지급결제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금융상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원칙적으로 여기에 속하는 금융상품은 금리가 없거나 금리를 부여하더라도 지극히 낮은 수준이다. M2 구성 금융상품 중에는 M1 구성 예금을 제외하면 대부분 금리를 부여하는 금융상품, 예를 들면 정기예금 등이 포함되어 있다.
M1/M2 비율이 증가한다는 것은 현금성 금융자산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다는 의미인데 이는 경제주체들 사이에서 현금을 보유하려는 성향이 높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 정기예금 등 저축성 예금을 보유하려는 성향은 약해졌다는 의미이다. 달리 말하면 이 지표는 금융자산의 운용과 관련한 경제주체들의 행태, 즉 금융자산 보유 성향을 반영하고 있다.
주택시장의 대세적 흐름은 금융자산 보유 성향을 반영
이 비율이 주택가격의 대세적 흐름과 일치한다는 사실로부터 주택가격의 장기 추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다. 즉 주택가격의 대세적 흐름은 경제주체들의 금융자산 보유 성향이 바뀌는 과정에서 나타나게 된다. 경제주체들이 금융자산을 보유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주택가격은 대세적 안정을 보이게 되고 반대로 금융자산 보유를 기피하는 경우에는 주택가격이 대세적으로 상승하게 된다는 것이다.
금융자산 보유 성향은 유동성의 과다 여부와는 상관이 없는 개념이다. 위기적 상황이나 극심한 불경기를 생각해보자. 이 경우 통상적으로 유동성 경색이 심화되고 많은 사람들은 금융자산을 보유함으로써 유동성을 확보해두고자 한다. 이 시기에 M1/M2 비율은 극도로 낮아진다. 즉 금융자산 보유 성향이 높아진다. 반면 정책당국의 적극적 유동성 공급으로 이 시기에 유동성 총량은 크게 늘어난다. 하지만 유동성 총량이 늘어나더라도 주택가격은 상승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금융자산 보유 성향은 유동성의 과다와는 다른 개념이다.
최근에는 유동성 총량도 늘어나고 주택가격도 상승하는 현상이 동시에 발생한 것뿐이다. 이를 기반으로 유동성 총량이 주택가격을 자극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 도달할 수 있는 결론은 “주택가격 장기 추세는 경제주체들의 금융자산 보유 성향의 변화에 의해 결정 된다”는 것이다. 주택가격의 변화 여부를 분석함에 있어서 주택시장의 내부나 여건 그 자체보다 경제주체들의 행태, 금융자산의 보유 성향 그 자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산 보유 성향이 바뀌는 이유
그동안 자산선택 경향이 왜 바뀌었는지를 M1/M2 비율의 변화 과정을 통해 간접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사실 이 원인이 직‧간접적으로 주택가격의 변화를 가져오는 요인이 된다. 이런 점에서 이하에서 논의하는 M1/M2 변화 요인, 달리 말해서 금융자산 보유 성향이 변하는 이유는 주택시장의 상황을 이해하고 안정 대책을 마련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M1/M2 비율은 경제주체들의 자산선택과 관련한 경제주체들의 행태를 나타내는 만큼 그 변화는 장기간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이 비율의 변화를 초래하는 요인으로는 구조적 변화 등 장기적 관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사안들을 M1/M2비율의 변화 원인으로 미리 염두에 두고자 한다. 금융 이용 관행의 정착, 저축성향 변화, 경제상황의 불확실성 확대 여부, 금리 정책의 기조, 대체 투자기회 등장 여부,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regime uncertainty), 금융기관 등에 대한 신인도, 금융기관의 경영 전략 등이 그것이다. 실제 상황에 따라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거나 일부 요인이 주도적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이제 과거 사례를 통해 어느 요인이 주로 작용하였을지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자.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내내 M1/M2 비율이 하락하였는데 당시는 금융기관의 이용 빈도가 점차 활발해지는 가운데 저축성향도 높았던 시기였다. 그 결과 정기예금 등 장기저축성 예금 상품이 저축수단으로서 각광을 받았는데 이러한 경향이 반영되어 M1/M2 비율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외환위기 발생 이후에는 고금리가 시행된 데 더하여 실물 거래가 위축되고 거래당사자간의 자금대차관계가 단절될 정도로 자금거래도 줄어들어 이 비율이 더욱 하락하였다.
2000년대 초반에는 이 비율이 상승하였는데 그 배경을 살펴보면 우선 경기 회복을 주요 배경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외환위기 기간 중의 극심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 실물 거래가 활기를 띠면서 지급결제용 통화 수요가 늘어났다. IT 산업을 중심으로 증권시장이 활황을 보이는 등 금융자산 이외의 대체투자 기회도 등장하였다. 게다가 저금리 정책 기조가 형성되어 저축성 예금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조짐도 있었다. 이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이 새로운 대체 투자 대상으로 부상하였다. 또한 참여정부 출범 이후 제기된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문제도 이 비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고 할 수 있다.
M1/M2 비율은 대략 2006년 이후 낮아지기 시작하였다. 그 배경을 생각해보면 2005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통화정책에서 금리 인상 기조로 선회하면서 저축성 예금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는 금융기관들이 저축성 예금 금리를 상대적으로 더 높게 책정하였는데 그 이유는 금융기관들이 자금 조달의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인하여 국내 경기가 위축되어 통화의 거래수요가 위축된 것도 또 다른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이 비율은 2009년 이후 재차 높아지기 시작하였고, 2013년 이후에는 그 상승세가 더욱 빨라졌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높게 형성된 시중유동성이 은행으로 집중됨에 따라 은행들은 점차 수익성을 더 중시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저축성예금 금리를 상대적으로 낮추기 시작하였다. 한편 2012년 하반기 들어 유럽재정위기 심화 등을 배경으로 정책금리가 인하되었다. 그리고 2014년 이후에도 전반적인 경기 위축 등을 배경으로 2016년 6월에 이르기까지 수차례에 걸쳐 정책금리를 낮추었다.
이에 더하여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등 각종 개혁 정책의 추진으로 경제정책의 불확실성 내지 체제불확실성(regime uncertainty) 문제도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현금 보유 성향이 크게 높아졌는데 근래 5만 원 권의 보유가 늘고 그 유통이 크게 감소한 것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2019년 하반기 이후 다시 정책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한 데 이어 최근 들어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한층 고조됨으로써 M1/M2 비율은 더욱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상 과거 경험에 비추어보면 M1/M2 비율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들로 경기변동, 경제정책의 불확실성, 금리 정책 기조, 대체 투자기회의 존재 여부, 그리고 은행들의 금리 운용 전략 등을 들 수 있다. 이 요인들의 공통점은 금융자산의 수익률을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금융기관의 금리 책정 전략은 M1/M2 비율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다음 그림에서 M1/M2 비율과 두 통화지표의 금리 격차를 비교하였다. 이 그림을 통해 보면 이제까지 저축성 예금의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되면 M1/M2 비율은 여지없이 상승하였다. 그리고 반대로 저축성 금리가 상승하면 이 비율은 내려갔다.
이에 관해 좀 더 부연 설명하기로 하자. 은행 등 금융기관은 건전성을 강화해야 할 시점에는 장기 예금으로 자금을 유도할 목적으로 저축성 예금에 대해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반면 수익성을 우선하는 경우에는 저축성예금 금리를 낮게 책정하여 자금조달비용을 낮추는 경향이 있다. 은행들의 이러한 금리 책정 전략이 바뀜에 따라 경제주체들의 예금상품 선호도에 변화가 생긴다. 저축성 예금 상품의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되면 M1/M2 비율이 낮아지고 저축성예금금리가 낮으면 M1/M2 비율이 하락하는 것이다.
특히 2009년 이후 2010년대 내내 은행들의 저축성예금 금리와 수시입출금식 예금 금리의 격차가 축소되었다. 저금리 기조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금융기관으로 유입됨에 따라 은행들은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 자금의 금리를 가급적 낮추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에 따라 M1/M2 비율은 지속적으로 높아져 왔다.
주택가격의 추세적 흐름은 거시 경제현상
주택가격 장기 추세가 금융자산 보유 성향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면 주택가격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도출할 수 있다. 주택가격의 대세적 흐름은 거시적 현상이다. 미시 현상이 아니다. 주택가격은 단순한 수요와 공급의 문제로 보아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일상적인 경기에 따라 변화하는 성장 물가 고용 등의 개념보다도 시계가 훨씬 더 길고 보다 더 광범위한 사안들을 반영하고 있는 현상이다. 이런 점에서 주택 경기는 거대거시현상(mega-macro phenomenon)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주택시장의 성격이 그동안 크게 바뀌어 왔다. 아파트가 주요 주거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표준화되었고 그에 따라 시장에서 주택의 가치 평가는 상당히 객관화되었다. 이에 더하여 브랜드를 붙일 정도로 상품화되었다. 이런 배경들을 바탕으로 주택은 금융상품 못지않게 쉽게 유동화될 수 있는 자산이 되었다. 일종의 금융상품과 유사한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따라서 주택이 정기예금 등의 금융자산과 대체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주1) 이런 측면에서 주택가격의 움직임을 거시적 현상으로 이해하더라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주1)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금융자산의 상대가격을 통해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려는 거시경제정책의 범주에 주택이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관점에 의하면 그동안 수많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이 잡히지 않은 배경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그동안 주택가격 안정 차원에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규제를 여러 차례 동원하였다. 그 수단들이 대부분 미시적 관점의 수단들이었던 데 비해 거시적 차원에서 금융자산 보유 성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은 거의 없었다.
주택가격은 금융자산 보유 성향을 반영한다는 관점에서 최근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배경을 새롭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주택가격 지속적 상승 원인에 대한 재해석
앞의 논의를 종합하면 금융시장에서 금융자산(정기예금 등)의 상대적 수익률이 낮아져 금융자산 보유 성향이 약화되면 주택가격이 상승하였다고 얘기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2014년 이후 최근에 이르기까지 주택가격이 대세적 상승기를 이어온 배경을 정리해보자. 그동안 주택 보유로 인한 수익률 (혹은 기대 수익률)이 높아지거나 금융자산의 수익률이 낮아지게 된 배경을 짚어보기로 하자.
먼저 주택 보유 (예상) 수익률이 높아진 배경들을 살펴보자. 우선 대세상승기 초기의 상황을 생각하면 주택시장에 내재된 요인들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선호 지역 오래된 아파트의 재건축을 규제하면서 개발 가능성 등으로 시세 차익이 발생할 여지가 생겨났다. 그리고 선호 지역에서는 주택공급이 제한된 반면 각종 개발 사업 등이 진행됨으로써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의 가격 상승 여력은 커지게 되었다.
한편 주택시장에서 대세적 상승세가 형성되고 나면 주택시장 내부에서 형성되는 가격상승 기대감이 주택보유에 따른 예상 수익률을 높이는 작용을 하게 된다. 이에 더하여 자아실현적 속성으로 매수세가 가세하면서 가격은 더욱 상승하게 되고 이것이 추가적인 가격상승 기대로 이어지게 된다.
여기에 정책적 요소가 가미되었다. 정부가 비슷한 유형의 주택정책을 반복함으로써 그 정책수단의 단기적 효과보다 중장기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부작용이 더욱 부각되는 단계로 진행되었다. 그 결과 규제 중심의 주택정책이 되풀이될수록 오히려 주택가격은 더욱 상승하고 주택 보유 수익률을 더욱 높이는 요인이 되었다.
거시경제적 차원 내지 금융 부문에서도 금융자산의 상대적 수익률을 낮추는 일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통화정책적으로 저금리 정책 기조가 이어져 왔다. 이를 계기로 은행들은 수익성을 추구하면서 저축성 예금 금리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인하하였다. 이는 정기예금 등 금융자산의 수익률이 낮아지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즉 금융자산으로부터 자금이 이탈하는 원인이 되었다.
정부의 여러 가지 경제정책들도 불확실성을 야기함으로써 금융자산의 수익률을 낮추는 요인이 되었다. 특히 기업 개혁 정책 등을 추진의 필요성이나 당위성을 충분히 납득시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는 식으로 추진함으로써 갈등을 야기하고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을 높인 측면이 있다.
그리고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지속한 데다 현금성 이전지출을 대폭 확대한 것도 민간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자극 등을 통하여 금융자산의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었다. 이에 더하여 화폐개혁, 수도 이전 등과 같은 예민한 주제들이 불쑥 불쑥 제기됨으로써 경제적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더욱이 금년 들어서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하여 실물 부문 경제활동은 크게 위축되는 데도 거시경제정책 측면에서 대폭적인 확장 정책을 택하였다. 이러한 거시정책 기조 역시 금융자산의 수익률을 낮추고 주택 보유 예상 수익률을 높이는 배경이 되었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M1/M2 비율이 높아져 금융자산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정책적으로 충분히 감안하지 못했다. M1/M2 비율 상승을 배경으로 주택가격이 대세적 상승기에 접어들었음에도 여러 거시경제정책들은 M1/M2 비율을 여전히 높이는 쪽으로 추진되었다. 결국 주택시장의 내부와 외부의 요인들이 상호 악순환적으로, 또 상승적으로 결합되면서 지금까지 주택가격의 상승세를 유발하였던 것이다.
주택정책의 자체 모순에 거시경제정책의 부조화가 가세
결론적으로 주택시장 상황이나 여건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채 경제정책을 운용하여 왔다. 주택정책도 문제였지만 거시경제정책도 주택가격을 자극하는 일을 반복하였다. 달리 말해 최근의 지속적 주택가격 상승에는 주택정책과 여타 경제정책간의 부조화도 주요 원인으로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주택시장의 경기와 일반 경기는 일치하지 않는다. 주택시장 경기는 일반 경기에 비해 훨씬 길다. 거시경제정책은 일반 경기변동을 조절하고자 한다. 주택 경기가 위축되는 동시에 일반경기도 위축된다면 거시경제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용하더라도 주택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은 크지 않다. 반면 주택시장은 과열을 보이는 데 비해 일반 경기가 위축된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는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이 주택시장에 대해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에도 불구하고 실물 경기가 살아나지 않아 과잉유동성이 형성되는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사실 그동안 거시정책에서 주택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주2)
※주2) 한국은행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서 “가계대출은 증가세가 확대되었으며 주택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오름세를 이어갔다.”라고 언급되기는 한다. 그렇더라도 실제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실물부문의 동향이 주로 반영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과 5월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주택시장의 상황과는 맞지 않는 결정으로 볼 수 있다.거시경제정책과 주택정책은 독자적 관점에 따라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종래의 방식을 답습해왔다. 결과적으로 주택시장의 상황이나 여건 등이 변함에 따라 두 정책 사이에는 상당한 부조화가 발생하였다. 주택시장에서는 대세적 상승의 흐름이 형성되었는데 일반 경기는 위축되는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최근 주택시장에서 여러 혼란상이 나타나게 된 것은 이러한 정책적 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최근의 주택가격과 거래량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례적인 현상(주택가격과 거래량의 관계에 관한 논의 참조)이 나타나는 원인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주택가격 안정을 목표로 한 직접적 규제 정책이 오히려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형성하였고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을 통해 금융자산 보유 성향을 줄이려는 경제주체들의 행태를 더욱 가속화시켰던 것을 그 원인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위의 분석을 전제로 할 때 이제는 유동성 총량이 주택가격에 영향을 준다고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 주택가격이 대세적 상승세에 접어든 경우, 다시 말해서 주택시장의 여건으로서 M1/M2 비율이 한층 높은 상황에서는, 과잉 유동성이 형성되면 금융자산에서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즉 과잉 유동성이 주택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 실제 최근에는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이 다양하게 실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활동은 살아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과잉유동성이 형성되었다. 이 과잉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유입될 여지는 상당히 컸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여전히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과잉 유동성 형성 그 자체에 주목하기보다는 주택시장의 상황이나 여건, 경제주체들의 성향 및 의도 등을 세밀히 살피는 것이 주택시장을 이해함에 있어서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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