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GDP 충격은 일시적인 것일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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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발표된 3분기 GDP 충격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정의되는 ‘기술적 경기침체(technical recession)’는 간신히 피했지만, 전기대비 소폭 증가에 그치면서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그중 가장 주목된 점은 수출 실적이다. 매월 발표되는 통관수출의 증가세가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GDP는 전기 대비 감소세로 돌아서며, 정부와 한국은행이 내세웠던 수출주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림 1>.
그렇다면 최근 수출 지표 간 움직임이 엇갈린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향후 경기 흐름을 판단하는 데 있어 보다 중요한 지표는 어떤 것일까?
첫번째 질문부터 살펴보자. 사실 통관기준 수출 실적과 수출 GDP 추정치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이러한 격차는 시간이 지나면서 해소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번 역시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지표 간 격차가 최근 단순히 증가율의 차이를 넘어 방향성까지 엇갈리며 나타났다는 점이다. 그동안 수출 지표가 서로 역방향으로 움직인 사례는 드물었고, 향후 격차가 좁혀지더라도 그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경기 전망을 예측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수출 지표 간 움직임이 상호 엇갈리고 있는 이유에 대해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것은 "비교 시점의 차이에 따른 통계적 착시"이다. 잘 알려진대로, 산업통상자원부는 통관수출 실적을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발표하는 반면, 한국은행은 수출 GDP를 "전기 대비" 기준으로 발표하기 때문이다. 이는 그럴듯한 설명이지만, 비교 시점의 차이를 제거하더라도 지난 3분기 동안 두 통계 간 차이가 여전히 확대된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부족하다. 수출 GDP를 통관수출 발표 형식인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살펴본다면 증가율 자체는 플러스 흐름을 유지했지만, 속도가 둔화되어 통관수출의 증가세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또한, 통관 실적을 GDP와 동일한 "전기 대비" 기준으로 전환하면, 통관수출은 지난 3분기 중 증가세가 재차 강화(2.0%, 연율 8.0%)됨에 따라 감소세로 전환된 수출 GDP와 여전히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림 2 >.
두번째로 많이 언급되는 원인은 "가격 효과"이다. 통관수출은 계약 가격(달러 기준)으로 집계되는 반면, 수출 GDP는 불변 가격(원화 기준)으로 추계되기 때문이다. 즉, 3분기 수출 실적이 개선되었지만, 이는 가격 효과일 뿐 실제 수출 물량(export volume)은 감소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이는 어느 정도 설득력 있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에서 별도로 발표하는 물량 기준 수출 통계에 의하면, 수출 물량은 3분기 동안 비교적 양호한 증가세(1.3%, 연율 5.2%)를 지속했다. 즉, 가격 효과가 제거된 수출 물량이, 가격 효과가 포함된 통관 수출 흐름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 반면, 수출GDP와는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이에 가격 효과만으로 수출 GDP와 통관수출 간 격차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회계 원칙의 차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출 인식 시점의 차이만 봐도, 통관수출은 관세청에 신고 수리된 시점에 집계되지만, GDP 추계의 기초 자료가 되는 수출통계(국제수지 기준)는 일반적으로 소유권이 이전되는 시점에 발생주의 회계 원칙에 따라 실적을 반영된다. 대부분의 수출품은 통관 신고와 소유권 이전 시점간 큰 차이가 없지만, 선박 수출과 같이 수주(order)에서 건조(construction)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경우에는 통관 신고와 소유권 이전 간 상당한 시차가 발생한다. 이 경우, 선박 대금은 건조 과정에서 분할 납부되며, 발생주의 회계원칙 상, GDP 통계는 선박대금을 받은 만큼을 해당 시점의 수출에 반영한다. 반면 통관수출은 선박이 완성되고 수출 신고가 이루어지는 시점에 한꺼번에, 일회성으로 실적을 집계한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선박에 대한 통관수출 통계는 대개 변동성이 크고, GDP 통계 추이를 어느 정도의 시차(time lag)를 두고 따라간다. 또한 선박과 같은 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수출 통계 간 격차는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자료가 충분하지 않기에 품목별 비교를 통한 정교한 분석은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산업자원부와 통계청 자료를 참고하면, 3분기 중 선박 통관은 증가한 반면 신규 수주는 크게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동기간 중 선박수출이 통관수출과 GDP 통계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발표된 국제수지 보고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3분기 동안 상품 수출이 전기대비 소폭 증가에 그치면서 2분기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둔화되었기 때문이다. 국제수지 기준 수출 통계는 GDP와 동일한 회계 원칙을 적용하고 있는 바, 3분기 중 수출실적이 GDP통계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면서 통관수출을 크게 하회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은 통관수출과 수출GDP 간 격차의 많은 부분이 회계 원칙의 차이에서 비롯되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통관수출과 수출 GDP 중 기저 경기흐름을 판단하는 데 보다 유용한 지표는 무엇일까? 어떤 통계든 전기 대비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을 2~3분기 정도 선행하며 경기흐름을 대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선행성은 특히 경기 순환 전환기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따라서 전년 동기 대비로 발표되는 통관수출보다는 전기 대비로 발표되는 수출 GDP가 경기 상황을 보다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있을 가성이 크다. 한편, 동일한 비교 시점을 적용할 경우, 어떤 지표가 더 대표성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보다 복잡하다. 이는 통계 간 격차의 원인에 따라 각 통계와 경기와의 연관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만약 수출 통계 간 격차가 회계 원칙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면, 발생주의 원칙을 적용하는 수출 GDP가 통관수출보다 경기 흐름을 더 잘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림 3 >.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수출 경기는 그동안 통관수출이 시사하는 것과 명확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수출 지표 간 격차는 중장기적으로 점차 좁혀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흐름은 통관수출의 견조한 증가세가 아닌, 지난해 말 이후 점차 약화되고 있는 수출 GDP 추세에 따라 수렴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해외 수요나 제조업 현황을 반영한 다양한 서베이 결과와도 어느 정도 일치하는 의견이라 할 수 있다. 물론 GDP 통계의 변동성을 감안할 때, 4분기 수출이 3분기보다 개선될 여지는 존재한다. 그러나 통상적인 변동성을 제거한 상태에서 보면, 우리나라 수출은 이미 정점을 지났거나 지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트럼프 리스크가 아니더라도 내년 2% 경제성장이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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