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완식의 생동하는 문화예술 <23> K-공예, 신라를 봐야 미래가 보인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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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가 전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그럼 K-공예는 어떠한가?
우리나라의 많은 분야가 세계 10위 권 안에 들어가 있다. 그런 이유로 최근에 한국 문화와 상품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그 수준도 매우 높다. 그런 분야들이 있는가 하면 공예는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21년 이태원에 오픈하는 플래그십 스토어 ‘구찌 가옥(GUCCI GAOK)’과 에르메스는 2019년 한국 전통 조각보 문양을 실크에 프린팅해서 ‘보자기의 예술(L’artdu Bojagi)’이라는 스카프를 출시하였다. 외국인들은 한국의 공예품은 충분한 가치 발현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지만 정작 우리의 공예품은 저품질로 평가받고 있다. 에르메스 보자기는 출시 당시 120만원이고 우리 전통 보자기는 1만원이다. 120:1 수준인 우리의 현실 문제를 직시해 볼 때이다. 공예의 부활을 위하여 그동안 고민했던 내용을 다뤄본다.
세계 최대 공예 건축물. 스페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공예는 무엇인가?
공예는 인간이 가진 미(美) 의식을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용품에 적용한 것을 말한다. 생활에 사용하는 모든 물품이 공예 작품의 대상이고 그 작품을 만듦에 있어 작가는 인간이 가진 최고의 미의식을 최고의 기술로 표현하는 것이다.
공예를 설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고대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나타나는 공예품에 내재 된 가치를 설명하면 위의 세 줄로 충분할 것 같다.
공예품은 사용자의 미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과 실용성이 공존해야 하므로 인간의 탐미(耽美)욕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될 수 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공예품은 구석기인들의 생활 문화에서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근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공예는 좀 특이하다.
우라나라에서 공예는 전통공예를 중심으로 공예라고 칭하고 분류도 재료를 중심으로 분류한다. 금속공예, 도자공예, 섬유 공예 등등. 또한 최고의 기량을 가진 사람들을 ‘무형문화재’라는 틀에 묶어서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는 박제된 상태로 만들고 있는 문제가 있다.
공예의 문제점
공예의 문제는 창의성을 제한하는 ‘국가유산기본법’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공예품은 실용성과 인간의 미적 욕구를 최대치까지 끌어 올릴 수 있는 ‘멋’이 있어야 한다. 그 가치의 발현이 안 되면 그저 ‘물건’이다. 공예품이 물건, 상품, 기구 등과 차별화를 만드는 것은 ‘멋’이다. 멋은 그 시대의 품격과 사회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 70~80년대 유행했던 옷을 지금 입으라고 하면 질색을 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예품도 그 시대의 흐름에 맞춰가거나 앞서야 함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전통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전승계보’를 고집한다. 스승이 누구이며 누구의 기술을 전수 받았느냐가 매우 중요한 ‘무형유산(얼마전까지 인간문화재라는 용어로 사용)’가치 측정 기준이 된다. 따라서 스승이 없으면 아무리 중요한 가치의 무형유산이라도 지정을 받을 수 없다. 이런 애매한 기준이 우리 공예의 발목을 잡는다.
구체적으로 서술하면 첫째 현실과 동떨어진 기술들이다. 이름부터 생소한 분야들이 지정되어있다. 다음은 지정 분야이다. 궁시장/금박장/나전장/낙죽장/낙화장/누비장/제와장/단청장/대목장/망건장/매듭장/배첩장/번와장/벼루장/선자장/사경장/소목장/악기장/염색장/옹기장/사기장/유기장/윤도장/입사장/자수장/장도장/제와장/조각장/궁중음식장/전통주/경주교동법주/면천두견주/문배주/채상장/채화장/침선장/한산모시/한지장/화혜장 일부는 알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과거의 기술과 분야이므로 일반인들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또한 스승을 고집하기 때문에 조선시대 말의 기술들이 대체적이다.
두 번째는 위 분야라도 현대의 쓰임새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제조하거나 용품을 만들면 지정해제된다. 이 문제로 인해 간편하게 할 수도 있는 작업 공정도 100년전 낙후 된 기술로 제작해야하는 문제가 있으며 실생활에서 사용하기는 어렵고 장식장의 장식물로 남아서 공예의 기능을 상실하게 하는 문제가 있다.
세 번째는 최고의 기술을 가진 분들이 실용성 없는 물건을 만들기 때문에 그분들의 삶도 어렵고 기술발전이나 공예의 발전도 더디다는 문제가 있다. 최근에는 인기가 많아 이수자들이 몰려드는 일부 국가무형유산을 제외한 나머지 상당수는 갈수록 전수자들이 줄어들고 있어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그 위기를 기능보유자의 가족이 가업으로 대를 잇는 식으로 전수 받고 있지만 많은 분야가 기능전수자가 없어 ‘기능보유자 없음’으로 국가무형유산 종목 지정해제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작년 문화재청의 ‘무형유산 전승자 현황’자료에 따르면, 무형유산 종목 122개(보유자 없이 전승되는 공동체 종목 16개와 자율전승형 17개 종목 제외) 가운데 보유자가 한 명도 없는 종목이 22개(18%), 한 명뿐인 종목이 64개(52%)로 무려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형유산 보유자가 없는 종목으로는 나주의 샛골나이, 백동연죽장, 바디장, 배첩장, 완초장 등 5개 개인종목과 종묘제례악 등 단체종목 17개가 있다.
공예의 나아갈 길
위 세 가지 문제점을 보면 최고의 기술자가 최고의 멋을 구현하기에 어려운 상황이다. 창의력과 실용성이 확보되는 기준을 세워야한다. 또한 지정의 대상에서도 문제가 있는 것이 우리나라 공예품에서 가장 화려한 멋을 가진 물건들은 신라와 백제에 있다. 그러나 무형유산 지정에 신라, 백제의 기술은 없다. 가장 좋은 것을 지정해야 하는데 스승이 없다는 문제로 정말 세계에 내보일 수 있는 전통 공예는 지정이 안 된다. 그런 이유로 ‘무형유산 보유자’를 스스로 그만두고 현실적인 공예품을 만드는 작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무용론이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음에도 무형유산 기준이 계속 존재하는 한 그 틀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그리고 현대 공예도 방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실용적인 공예품이 나와야한다. 수억원에 달하는 시계가 팔리고 있는 것을 모두 알 것이다. 그것이 현대 공예이다. 고가의 차량에 수제 시트가 들어가는 것도 공예품이다. 가구나 식기류만 공예품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인 모든 물건에 인간의 탐미욕이 추가되면 공예품이다. 공예운동으로 탄생한 아르누보 양식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Basílica de la Sagrada Familia)은 가우디의 최대 걸작이며 초대형 공예품이다.
시야를 넓혀야한다. 신라는 반도의 끝에서 천년의 역사를 밝혔다. 신라인은 멀리는 로마, 가까이는 백제의 기술 모두를 받아들여 자신들의 기술로 발전시켰다. 한국이 최근 한류로 세계를 호령하는 것도 신라인의 정신이 발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신라인은 아랍이나 중국 일본 가릴 것 없이 필요하다면 모두 수용하고 융합시키는 힘이 있었다. 그동안 발굴된 수만점의 유물을 보면 그들의 용합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대단한 손재주가 있다. 유럽의 대단한 건물이나 미술품 또는 장신구를 만드는 기간을 보면 깜짝 놀란다. 너무 오래 걸려서다. 물론 최고의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동일한 가치 발현까지 반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할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우리의 손재주는 탁월하다. K-공예가 발전할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전통 공예든 현대 공예든 재료나 분야에 얽매이지 말고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한다면 조만간 공예 부문에서도 낭보가 쏟아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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