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좌파가 종북(從北)의 색깔을 벗으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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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대통령직선제 도입 이후에 8명의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순서대로 보면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대통령이다.
이 중에서 진보좌파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인데 한결같이 보수우파의 분열 또는 거짓 스캔들로 인한 어부지리로 당선되었다. 독자적인 득표력이 집권을 보장하지 못했던 것이다.
1997년 치러진 15대 대선당시 김대중 후보는 김영삼 보수정권의 외환위기 책임론에 비추어 볼 때 과반을 넘는 득표로 당선되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그러나 그는 40.3% 득표에 그쳤고
보수진영의 이회창, 이인제 후보는 57.9%의 표를 얻었다. 만약에 보수 후보가 이회창으로 단일화되었더라면 무난히 당선되었을 거라고 추론하여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당선자 노무현 후보는 48.9%의 득표로 낙선자 이회창 후보의 46.6%를 앞질렀다. 같은 진보계열의 권영길 후보가 96만표를 얻었는데 이중 절대다수가 노 후보의 표를 잠식했을 거니까 표차는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당시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기피 스캔들이 대선판을 요동치게 했고 폭로자 김대업이 거짓말죄로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했는데 이 스캔들이 없었더라면 결과가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내 나름대로의 추측을 해 본다. 또한 노 후보와 후보 단일화를 놓고 겨루다가 막판에 사퇴한 정몽준 후보가 많건 적건간에 보수표를 갉아 먹었다고 치면 노 후보가 자력으로 당선되었을지도 확언하기 어렵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당선자가 41.1% 득표하였는데 보수 후보이었던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의 표를 합치면 52.2%로써 문재인 후보를 압도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당하고 보수 궤멸의 장탄식이 나오며 광화문광장이 촛불로 붉게 물들었던 그때를 돌이켜 보면 문재인 후보는 훨씬 더 많은 표를 가져가는 것이 당연하고 마땅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또한 보수위기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적전 분열로 정권을 내준 보수 후보들의 몰지각은 지금도 용서가 안된다.
만약에 한국이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였다면 김대중, 문재인 후보는 낙선이 거의 확실했고 노무현 후보도 낙선의 고배를 마셨을 가능성이 컸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 보수 유권자들은 절망과 패배의식에 젖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총선패배 이후에는 이대로 가면 다음 대선에서 진보좌파에게 정권을 빼앗긴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20% 아래로 추락할 기미마저 보이는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엇박자, 여당 내의 파벌싸움이 진정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데다가 장기간 지속되는 의대 증원 갈등과 계속되는 민생의 어려움마저 겹쳐서 보수정권은 유능하다는 믿음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9월 13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보수층이지만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53%로써 지지한다는 비율 38%를 압도하였다.
그렇다면 2027년의 대선은 과거의 대선과는 달리 보수 유권자의 보수 후보에 대한 견고한 지지가 유지되지 않을 것인가? 보수 후보가 단일화되고 보수 후보를 저격하는 병풍급의 대형 스캔들이 없어도 정권은 진보좌파에게 넘어갈 것인가? 그렇게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보수 유권자는 보수 정권의 무능과 비리를 가차없이 비판하다가도 막상 투표장에서는 진보좌파에 대한 뿌리깊은 반대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보수층은 진보좌파가 한국 정치지형에서 주류의 세력을 구축해 나가고 있으며 이승만 대통령이 세운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박정희 대통령이 이룩한 근대화의 성과 위에서 국민들이 힘써 쌓아 올린 선진한국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다.
보수층이 볼 때 진보좌파세력은 자유민주주의제도를 약화시키고 시장경제의 역동성을 질식시키며 공공연히 반일노선을 지지하고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다. 일인 왕조 전제국가인 북한을 비판하기는 커녕 유화적, 동조적 입장을 견지하며 공산당독재체제인 중국에 대해서는 사대의 예를 갖추어 숭배하는 저자세를 견지한다.
보수가 볼 때 진보좌파가 계속 집권하면 한국이 제2의 남미국가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보수의 입장에서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수치이며 모욕이다. 세계 최빈국가에서 10위권의 강국으로 도약했고 k-pop에서 시작한 코리아의 열풍이 k-culture, food, sports로 확산되는 가슴 뿌듯한 성취감이 몰락의 열패감으로 둔갑하는 고통은 결코 겪고 싶지 않은 것이다.
보수가 볼 때 진보좌파정권이 내세우는 평등은 포퓰리즘이고, 자주는 종속이며 정의는 내로남불일 뿐이다. 보수가 볼 때 한국의 진보좌파는 대부분 가짜일 뿐이다. 입으로는 번지르르한 미사여구를 이야기하지만 결과는 실망인 것을 겪으면서 학습하였다. 그래서 그들에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진보좌파의 아킬레스건은 종북의 붉은 색깔이다. 6.25를 겪은 세대는 늙고 병들었으나 그 이후 세대들도 소련의 붕괴, 동독의 흡수통일, 동유럽의 민주화, 모택동 중국의 문화혁명 광풍과 등소평 중국의 번영, 크메르루즈의 대학살, 카스트로 쿠바의 발전 정체, 챠베스의 베네수엘라와 페론의 아르헨티나에서의 살인적 인플레를 보고 배웠다. 이들이 볼 때 세계유일의 세습왕조전제국가인 북한의 지도자를 찬양하고 폭정을 옹호하는 정치인들은 외계인처럼 낯설기만 할 뿐이다.
그렇다면 보수정당은 다음 대선승리가 따논 당상이라고 치부하고 지금처럼 보수유권자들의 염장을 지르는 짓거리를 중단없이 해도 된단 말인가? 너무나도 유치한 질문이라서 얼굴이 붉어 지지만 이런 질문을 해야 할 정도로 신뢰가 무너졌으니 참으로 딱한 일이긴 하다.
보수정당이 진실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진보좌파정당이 개과천선해서 종북의 색깔을 벗겨내는 것이다. 그리고는 그들의 장기인 진정한 평등사회의 구호를 내걸고 보수 유권자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진정한 평등사회는 차별, 정실, 부패 등이 낳는 불공정한 불평등이 없는 사회이고 공정한 불평등은 용인되는 사회이다. 기회가 열려 있고 경쟁의 규칙이 엄정하게 지켜질 때 결과로 나타나는 불평등은 받아들여지는 사회이다. 물론 부모 찬스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불공정경쟁은 실용적으로 교정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때 가서 윤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이었던 공정을 가로채기 당했다고 후회한들 만시지탄일 것이다.
진보좌파정당이 이렇게 진화하면 다음 대선에서 설령 보수 후보가 단일화된다고 해도 당선된다는 보장은 없다. 답보하는 보수와 진화하는 진보가 대결하면 보수의 집토끼들도 기꺼이 집을 옮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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