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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국채지수 (WGBI) 편입의 의미와 시사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10월17일 08시06분
  • 최종수정 2024년10월24일 08시29분

작성자

  • 신동준
  •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경제학박사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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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FTSE 러셀은 한국 국채를 2025년 11월부터 세계국채지수 (WGBI)에 편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WGBI 추종 자금은 약 2.5~3.0조 달러로, 한국의 편입 비중 2.22%를 감안하면 예상되는 자금 유입 규모는 약 560~670억 달러 (약 75~9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WGBI 편입은 원화국채와 외환시장 수급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25년 국고채 순발행은 83.7조원으로 올해보다 68% 증가할 전망이다. 수급 불안에 시달리던 국채시장의 수급 개선과 금리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 편입 배경이었던 ‘시장접근성’ 기준이 충족되었다는 면에서, WGBI 편입 자체의 효과보다 국제예탁결제기구 (ICSD) 등 외환시장 구조개선이 원화자산과 외화자금의 거래량 확대 등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한국 자본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WGBI 편입에 따른 자본유입은 향후 자본유출입의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반전될 위험도 있는 만큼 유의할 필요가 있다.

 

FTSE 러셀 (Russell)은 10월 8일 (런던 현지시간), 반기 리뷰를 통해 한국 국채를 2025년 11월부터 세계국채지수 (WGBI: World Government Bond Index)에 편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세계국채지수 (WGBI)는 26개 주요국 국채가 편입되어 있는 선진채권지수로 추종 자금 규모가 약 2.5~3.0조 달러에 달하는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다. 한국 국채의 편입 결정은 2022년 9월 관찰대상국 (Watch list)에 등재된 지 약 2년 만이다.

WGBI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시장 규모, 신용등급, 시장 접근성 등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채시장은 이미 국채 발행 잔액 500억 달러 이상의 시장 규모 조건과, A-등급 이상 (무디스 기준 A3 이상)의 국가신용등급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세번째 조건인 시장 접근성 기준이 충족되지 않아 편입이 지연되고 있었다. FTSE 러셀은 특히 외환시장 구조개선, 국제예탁결제기구 (ICSD) 통합계좌 개설, 법인식별 기호 (LEI) 등록제도와 비과세 관련 개선 등 국채시장의 접근성을 위한 우리나라 정부의 제도개선 조치 등을 이번 편입 배경으로 꼽았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당초 외환시장의 구조개선 등의 조치가 지난 6월에 시행되는 등 비교적 최근이었고, 7월부터 시작된 국제예탁결제기관 (ICSD)를 통한 한국 채권 거래도 아직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국 국채의 WGBI 편입을 2025년 3월로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다. 그만큼 이번 발표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우호적인 조치라는 평가다.

FTSE 러셀에 따르면, 2024년 10월 기준 한국 국채의 편입비중은 2.22%로, 편입 국가 중 9번째로 큰 규모다. 따라서 지수 편입에 따른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지수 편입을 충분히 준비하여 반영할 수 있도록 편입 비중은 2025년 11월부터 1년간 매분기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는 우리보다 앞선 중국의 사례와 유사한데, 2020년 9월 편입이 확정된 중국은 지수 내에서 세 번째로 큰 편입 비중 (한국 편입시 9.7%)으로 2021년 10월부터 36개월간 단계적으로 비중이 확대되었다. 그러나 편입 비중이 0.60% 이하였던 이스라엘, 뉴질랜드, 포르투갈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짧은 6개월의 편입 기간이 부여된 바 있다.
참고로 한국 편입시 국가별 비중은 미국 40.4%, 일본 10.2%, 중국 9.7%, 프랑스 6.7%, 이탈리아 6.0%, 독일 5.2%, 영국 4.8%, 스페인 4.0%, 한국 2.2% 순으로 구성된다.

전세계 WGBI의 추종 자금은 약 2.5~3.0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추종 자금 2.5~3.0조달러에 한국 비중 2.22%를 감안하면 예상되는 자금 유입 규모는 약 560~670억 달러 (약 75~9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자금 유입이 1년에 걸쳐서 진행될 경우 매분기마다 평균 약 140~167억달러 (약 19~22조원)의 자금이 유입된다. 더 긍정적으로 본다면, 조사 기관에 따라 추종 자금 규모가 약 4.0조달러까지 증가했다는 견해도 있다.

WGBI 편입, 원화국채와 외환시장 수급 개선에 긍정적

자본시장연구원 (2023)과 금융연구원 (2023)에 따르면, WGBI에 신규 편입된 주요 해외사례에서 국채가격 상승 및 통화절상 등의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매월 50억달러 규모의 신규자금이 12개월간 유입될 경우 지수편입에 따른 달러/원 환율 하락폭은 약 4.8%, 국채금리 하락 효과는 0.2~0.6%p 수준으로 추정되었다. WGBI 편입은 원화국채와 외환시장 수급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수급 불안에 시달리던 국채시장의 수급 개선을 통해 금리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2025년 국고채 총발행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201.3조원으로 올해 대비 약 27%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차환발행을 제외한 2025년 국고채 순발행은 83.7조원으로 올해보다 무려 68%나 급증한다. 물론 지수 편입 비중이 2025년 11월부터 시작되면서 WGBI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들은 하반기 이후부터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엑티브 자금은 그 이전부터 유입될 가능성이 높고, 정부가 상, 하반기의 국채발행 물량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국채 수급 측면에서 큰 부담을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현재 원화국채에 투자하는 외국인은 환 헤지 후 재정거래 목적의 단기물 투자자와 중앙은행 및 국부펀드 중심의 중장기 투자자로 양분되어 있다. 한국 국채의 평균 잔존만기는 약 12.6년이지만, 외국인이 보유한 원화채권의 평균 잔존만기는 약 6.4년에 불과하다.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 잔고의 약 44% 정도가 3년 이하 단기물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WGBI의 편입으로 외국인이 보유한 원화채권의 평균 잔존만기는 한국 국채의 평균 잔존만기 수준으로 천천히 수렴할 전망이다. WGBI 편입을 통해 지수를 추종하는 자산운용사와 연기금, 보험사 등의 자금 유입이 증가함에 따라 원화 채권 투자자의 저변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만기별로는 특히 초장기국채의 수혜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고채30년물의 경우 2023년 말 기준 발행 잔액 비중은 38%로 가장 높다. WGBI를 추종하는 패시브 투자자들은 초장기 국채를 상당 비중 편입해야 한다. 그러나 초장기채의 경우 대부분 보험사들이 만기보유 목적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유동성이 부족해 초과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국고채50년물의 경우 발행잔액과 유동성 부족을 감안하여 이번 편입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둘째, 외환 및 외화자금시장의 수급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정부의 외환시장 구조개선에 따라 지난 7월부터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거래시간이 기존 15시30분에서 익일 02시로 연장되고, 외국금융기관(RFI: Registered Foreign Institution)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가 허용되었다. 6월부터는 국제예탁결제기구 (ICSD) 국채통합계좌를 개통했다. 우리보다 앞서 편입된 중국 역시 2021년 3월, 시장접근성 기준을 충족하면서 WGBI 편입이 확정된 바 있다.

경제적으로 우리나라는 이미 명백한 선진국으로 분류된다. 국제통화기금 (IMF)과 세계은행 (World Bank)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를 선진국 경제로 분류하여 각종 통계를 작성해왔다. 그러나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규모 측면에서 세계 상위권에 속해 있고, 선진시장 지수 편입을 위한 정량적 기준을 충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MSCI와 FTSE 러셀은 이번 WGBI 편입 직전까지 각각 한국 주식시장과 국채시장을 신흥시장으로 분류해 오고 있었다. 이번에 WGBI가 주된 편입 사유로 꼽은 정성적 기준인 ‘시장 접근성’ 기준에 미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WGBI 편입 배경이 ‘시장접근성’ 기준 충족이었다는 점에서, WGBI 편입은 그 자체의 효과보다 국제예탁결제기구 (ICSD) 등 외환시장 구조개선이 원화자산과 외화자금의 거래량 확대 등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한국 자본시장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ICSD를 활용한 채권과 외환거래가 증가하고, 달러자금 공급으로 선물환 시장의 만성적인 고평가와 스왑베이시스의 역전폭이 축소되는 등 외환수급이 개선된다면, 향후 MSCI 선진시장 지수 편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MSCI 선진시장 지수에서도 우리나라는 이미 정량적 기준인 1인당 국민소득, 시장 및 주식의 규모와 유동성 기준 등을 충족하고 있다. 따라서 시장 접근성 측면에서 외환시장 자유화 지연, 투자자 등록 및 계좌개설의 불편함, 영문 공시 등 정보흐름 부족, 청산 및 결제 시스템 미비, 주식시장 데이터 사용권 제한 등의 개선이 추가로 추진된다면 주식시장의 선진시장 지수 편입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MSCI와 달리 FTSE는 한국 주식시장을 선진시장으로 분류하고 있다. FTSE가 시장접근성의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는 공매도의 재개 지연 등을 이유로 한국 주식시장을 선진시장 지수에서 제외할 경우 WGBI 편입의 긍정적인 영향은 상쇄될 위험도 있다.

셋째, WGBI 편입에 따른 자본유입 증가는, 향후 국내경제의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으로 전환되었을 때 자본유출입의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반전될 위험이 있는 만큼 유의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의 한국 국채 투자는 우리나라 정부의 입장에서는 외화부채 즉 외채가 된다. 우리나라와 신흥국들이 자본유출과 자국통화 약세 환경에서는 WGBI 편입을 서두르다가, 자본유입과 자국통화 강세 환경이 되면 편입 진행에 미온적인 태도를 반복적으로 보였던 이유다.

중국 국채시장에서는 WGBI 편입 비중을 단계적으로 늘려가고 있던 2022년부터 외국인의 국채 투자 자금이 대폭 유출되고 있다. 중국의 사례처럼 WGBI 편입에 따른 효과는 지수 편입에 따른 단기적 영향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연준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미국의 대선 결과, 달러가치의 방향성 등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제금융시장의 여건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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