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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머스크의 정부 효율화 전략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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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11월25일 17시10분

작성자

  • 송희준
  • 이화여자대학교 행정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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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날드 트럼프 후보의 당선

 

   2024년 11월 5일 미국 대통령선거는 불확실한 혼전 예상과 확실한 승부 결정을 보여주었다. 도날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표심이 흔들린다던 7개 경합주를 모두 휩쓸어 승리하고, 연방 상·하원의 원내의석 과반수까지 확보하였다. 더욱이 1992년부터 2020년까지 8회의 대통령선거의 일반투표율에서 공화당 후보가 7회나 패하였으나, 2024년에는 트럼프가 승리하여 득표의 정당성까지 확보하였다. 

   트럼프의 승리는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많은 정치 연구기관들은 트럼프 1기(2017~2020)의 미국 민주주의가 쇠퇴하였다고 평가하고, 정치학자나 언론인들도 그를 대통령직에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비판하였다. 그럼에도 1.6 국회의사당 폭동사건을 잊지 않았을 미국 시민은 대통령직을 태연히 그에게 다시 맡겼다.

   압도적 승리는 트럼프에게 강력한 개혁 동력을 주고 있다. 그의 공약은 국경경계 강화를 통한 불법 이민 통제와 불법 체류자 추방, 국제개입주의 대신 미국우선적 고립주의, 민주주의 대신 경제, 큰 정부 대신 큰 시장을 선택하여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드는 것이다.

 

연방정부 개혁방향과 내용

 

   트럼프 당선인은 곧바로 테슬라 전기자동차회사 회장인 일론 머스크와 제약투자회사 대표인 비벡 라마스와미를 ‘정부효율성부(DOGE)’의 수장으로 임명하였다. 두 사람은 “기업가적 접근방법”으로 “정부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를 철폐하며, 낭비되는 지출을 삭감하고, 연방기관을 재구축하는 길을 닦는 세이브 아메리카(Save America) 운동”을 주도하는 “우리 시대의 맨해튼 프로젝트”를 완성할 임무를 부여받았다.

   두 사람은 주지사나 의원 같은 공직 경험이 없는 민간 기업인이다. 제1기 대통령 취임 전의 트럼프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몇 차례의 사업실패와 채무불이행을 경험하고, 지금은 억만장자의 반열에 올라 있다. 자유 지상주의적, 자유 방임주의적 우파 신념으로 무장한 그들은 기업활동을 규제하는 연방기관과 공무원이 계속 증가하고 재정적자도 급증하지만, 채무불이행으로 청산되지 않는 관료제의 항구성에 극도의 분노와 혐오를 분출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행정개혁을 본격 논의하기에는 다소 이르다. 그러나 그 방향과 내용은 역대 행정부의 정부 개혁과 친 공화당 전문가들이 발표한 <프로젝트 2025>, 그리고 선거 승자가 내놓은 최근의 언론 보도를 통해 추론할 수 있다. 

   20세기 미국 행정부의 정부개혁은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활동한 트루만 정부의 후버위원회 활동,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감축경영과 영기준예산(ZBB), 1990년대 클린턴 행정부의 행정 프로세스 혁신과 신공공관리(NPM) 등이 있다.

 

   트럼프의 개혁 철학과 접근방법이 과거 행정부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정부 개혁에 으레 민간부문의 기업가적 혁신전략을 벤치마킹하였다. 그러나 매우 큰 차이도 보인다. 별다른 공직 경험도 없고 공공가치에 대한 명확한 인식도 보이지 않는 억만장자들이 자신의 이해충돌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정부 축소를 극대화하는 노력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머스크와 라마스와미는 11월 20일자 <월 스트리트 저널>에 실린 공동 기고문에 자신들의 정부 개혁 방향과 전략을 선보였다. 그들의 문제의식은 “끊임없이 고착 및 성장하는 관료주의는 공화국에 실존적 위협이 되고, 정치인들은 장기간 이를 방조하였다”는 것이다. “애플 파이”처럼 정부 불신에 익숙한 미국 시민들에게 정부규제와 관료주의는 현실적인 위협이자 폭력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연방정부가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남용해 의회가 입법으로 부여한 권한을 뛰어넘는 규제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남용’의 역사적 뿌리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1933~1945)이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에 대응하려고 연방의회가 제정한 법률이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사항 이외에는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시행할 수 있다는 관리자이론(stewardship theory)에서 시작되었다. 그 이후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각종 규제를 양산하는 정부 성장 관행이 자리 잡았다.

 

   머스크와 라마스와미는 그와 같은 관행에서 뿌리내린 각종 규제의 철폐, 조직 통폐합과 인력 감축, 지출비용 절감을 통해 정부성장과 관료주의화를 떠받치는 원동력을 끊겠다고 하였다.

 

   첫째, 에너지 자립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기 위해 기후변화, ESG(지속가능발전), 대체 에너지 등과 관련된 환경규제를 대폭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 건강과 복지, 인종, 성평등, 다양성 등 UN 2030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와 관련된 규제들도 손 볼 것 같다. 진보세력이 독점한 정치적 올바름(PC)이나 ‘좌파적 깨어남(woke left)’같은 의제를 다루는 직원 사무실도 폐쇄될 것이다. 

 

   둘째, 머스크는 “건국 이래 250여 년 동안 해마다 거의 두 개씩 설립된 연방기관들이 과잉 규제로 ‘목조르기’하는 미친 짓을 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규제와 관료주의는 그의 창업을 실패로 만든 뼈아픈 트라우마이다. 그는 “현재 428개의 연방정부 기관은 지나치게 많고, 이 중에는 들어보지도 못한 것도 많으며, 영역이 겹치는 경우도 많으므로 99개면 충분하다”고 지적하여 연방 부처와 독립기관들의 대대적인 통폐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트럼프는 230만 명인 연방 공무원을 대폭 감축하겠다고 선언하였다. 머스크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인사평가 시스템을 도입 심사하여 절반 이상을 해고하고, 해직자에게는 상당액의 퇴직금 패키지를 주겠다”고 하였다. 그는 코로나 시기에 도입되어 2024년 현재 130만 명이 근무시간의 40% 정도인 주당 2~3일씩 하는 재택근무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했다. 2년 전에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직원 80%를 대량 해고한 머스크의 발언이라 연방 공무원들은 가볍게 흘려듣지는 않을 것이다. 신분이 보장되는 일반직 공무원을 정무직으로 재분류하여 해고한 뒤, 빈자리를 충성파로 충원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2024년 현재 연방 공무원의 70% 정도가 보훈부, 국토안보부, 국방부 등 국방·안보 기관에 소속하고 있으므로, 이들을 대량 해고하면 세계 경찰로서의 미국 군대와 첩보 기관의 역할이 축소되고 동맹국들과의 군사관계도 재정립될 수밖에 없다. 

   감축된 공무원이 수행하던 업무의 많은 부분은 정부 기능 목록에서 삭제되고, 남은 부분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하여 처리하는 대체 방안도 모색될 것이다. 이것은 1990년대 이후 정보기술을 이용한 프로세스 혁신방법으로 도입된 전자정부의 진화하는 방향이다.

 

   넷째, 머스크는 현재 미국 연방정부의 연간 예산 지출 규모인 6조8천억 달러의 30%인 2조 달러가량을 삭감할 계획이다. 일반직 공무원의 연간 인건비는 총 2천130억 달러이므로 절반을 퇴출시키면, 1천억 달러 정도의 인건비를 감축할 수 있다. 머스크는 국방예산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국방부 지도부는 연간 8천억 달러가 넘은 국방부 내부 예산의 사용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연방정부 계약 및 조달과정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도 예고하고 있다. 

   그밖에도 트럼프 당선인의 신념과 공약에 부응하는 작은 정부를 실현하는데 기여하는 개혁 의제를 선택하여 집행하기 위한 노력을 다할 것이다.

 

제기되는 우려와 제약요인

 

   머스크는 철자 ‘X’를 좋아한다. 스페이스 X 프로젝트를 핵심사업으로 삼고, 소셜미디어인 트위터를 사들여 ‘X’로 개칭하였다. 재택근무 전면폐지를 선언한 그에게서 인간은 게으르고 일하기 싫어하며 시키는 일만 하려고 하므로, 관리자는 엄격한 감독과 상세한 명령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X이론’이 강하게 느껴진다. 머스크가 정부효율부에 “주당 80시간 이상 기꺼이 일할 수 있는 초고지능의 ‘작은 정부’ 혁명가들이 필요하다”는 구인광고까지 낸 배경을 이해할 만하다. 물리학과 경영학을 복수 전공한 그의 “목표는 물리학의 감각으로 제품을 설계 및 제작하고, 경영학을 전공한 보스를 위해 일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일론 머스크>, 67쪽). 그는 리스크에 둔감하고 심지어 리스크 중독 증상까지 있다. 이와 같은 머스크의 치밀한 계산능력과 열정적인 추진력은 개혁을 성공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역대 행정부가 열정적으로 추진한 많은 정부 개혁 시도는 실패로 평가되었다. 실패는 대부분 이상적인 추진 방향보다 현실적인 장애 요인이 크기 때문이다. 최적의 자원 배분 상태에 가까운 미국 사회에서 변혁은 한쪽에는 이득, 다른 쪽에는 손실을 유발한다. 손해를 본 쪽의 격렬한 저항은 불가피하다.

   우선 연방정부 예산의 상당 부분이 의원 지역구에 ‘돼지 구유(pork barrel)’나 ‘귀표식(earmark)’(‘쪽지예산’)으로 불리는 특정 지역에 지정된 보조금이다. 그 속에 무기생산업체의 소재지 이익과 연결된 국방예산도 포함된다. 예산편성권을 쥔 의원들은 당연히 자신의 지역구 이익이 손상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또 공무원의 수는 실제 업무량과는 관계없이 계속 증가한다는 파킨슨 법칙을 깨뜨리기도 쉽지 않다. 트럼프의 1기 행정부도 첫해에는 공무원을 약간 줄였으나, 나머지 3년은 계속 증가하여 순증으로 마무리되었다. 공약 실천을 과시하는 차원에서라도 공무원 수는 줄일 수 있겠지만, 감축 규모와 감축 추세의 지속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다음으로 트럼프에게는 시간이 부족하다. 최장 8년의 임기 중 4년을 이미 써버렸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그는 공직 경험과 정계 인맥이 부족해 공화당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에 휘둘리면서 자기 뜻대로 국정을 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보장받은 4년 중 2년이 지나 중간선거를 할 때쯤이면 레임덕이 어김없이 그를 찾을 것이다. 시간에 쫓기는 그는 고위직 인선을 서두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정부효율부는 미국 독립 선언 250주년이 되는 2026년 7월 4일 이전에 임무를 끝낸다”고 선언하였다. 미국 건국 초기의 작은 연방정부 비전을 구현했다고 선언하고, 같은 해 11월에 치러질 중간선거를 의식한 일정표이다. 그러나 2025년 1월부터 1년 반 이내에 연방기관과 인력을 반 토막 내는 그런 담대한 개혁 목표를 달성하려면 무척 숨 가쁘게 뛰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해충돌은 현안 쟁점이다. 고위직을 맡은 억만장자들은 규제 완화를 통해 이익을 챙길 수 있다. 머스크의 절친이 수장으로 지명된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머스크의 스타링크 사업에 이득이 되도록 규제를 조정해줄 수 있다. 그러면 “정의란 강자의 이익에 불과하다”는 말이 진실이 된다(플라톤의 <국가> 1권 338c). 남북전쟁이 끝난 19세기 후반 석유, 철강, 금융, 철도 등 산업별 독점 체제를 구축한 소위 ‘강도남작(robber barons)’들은 아무도 연방 고위직을 맡지 않았다. 공화당 소속의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도 강력한 독점 규제를 통하여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체제를 정착시켰다. 이런 역사적 전통을 가진 미국 연방정부의 개혁 주도자들이 당면할 이해충돌 가능성은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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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11월25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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