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노동당 제8차 제2기 전원회의 평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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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세종논평 No.2021-05](2021.2.19.)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북한은 2021년 2월 8일부터 11일까지 4일에 걸쳐 조선노동당 제8차 제2기 전원회의를 개최하였다. 1월에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와 제8차 제1기 전원회의,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회의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이번 전원회의는 당 8차 대회에서 제기된 과제들 중 2021년의 각 부문별 계획을 심의·결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소집되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5개의 의정을 상정하고 검토·결정하였다. 구체적으로는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5개년 계획의 첫 해 과업을 철저히 구현할 데 대하여’, ‘전사회적으로 비사회주의, 비사회주의와의 투쟁을 더욱 강도높게 벌릴 데 대하여’, ‘당중앙위원회 규약집을 수정할데 대하여’, ‘<조선노동당규약해설> 심의에 대하여’, 그리고 ‘조직문제’를 다뤘다. 소집 목적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전원회의 기간 동안 논의가 집중된 것은 2021년 경제 계획의 실행 과제와 관련한 사안들로 이에 대한 김정은 총비서의 보고가 3일 동안 진행되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주목할 점은 당에 제출된 2021년 경제 계획에 평가와 과제, 경제부장의 교체 등의 인사 교체, 법적 규율의 강화 및 비사회주의·반사회주의적 현상에 대한 강력한 대응 방안 제시 등을 들 수 있다.
첫 번째, 북한은 당 8차대회 이후 수립한 2021년 경제 계획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새롭게 조정하는 과정을 진행하였다. 당 8차 대회를 통해 정비·보강 전략을 채택한 북한은 경제 내 자원과 생산물에 대한 국가 통제력을 높여 부문 간 균형을 회복하고 생산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운영하고자 하였다. 이는 부문별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필요한 자금과 자재를 보장해 줄 수 있는 계획이 뒷받침될 때 가능한데, 내각이 계획을 수립하는 각 부문에서 올린 자료를 기계적으로 취합하여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계획을 제출하였다는 것이다.
계획 수립에서 당의 의도와 현재의 상황 간 괴리를 줄이고 계획의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현장의 간부들까지 계획 수립에 참여시키고 있지만 자칫 자원 제약이라는 객관적 조건을 넘어서는 요구로 이어져 경제 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산업 연관성을 갖는 부문들이 맞물릴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생산에 필요한 자원과 자금을 보장하지 못하면 성과로 이어질 수 없다. 김정은 총비서도 경제의 주요 부문에 대한 자재 보장 대책이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책임을 각 단위에 미루면서 국가의 지도력을 가질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
두 번째로 이번 전원회의에서 당중앙위원회 경제 부장을 김두일에서 제2경제위원회 위원장으로 새로 임명된 오수용으로 교체하였다.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내각부총리를 포함하여 총 27명을 새로 임명하는 등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단행한 지 한 달 만이다. 아직 구체적인 경제적 성과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당 8차 대회에서 제기한대로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 상징성을 갖는 인사교체로 파악된다. 이번 인사와 함께 계획 수행 과정에서 군수경제 부문의 역할이 주목된다. 노동신문 논설을 통해 군(軍)은 국가와 인민을 군사적 위협뿐만 아니라 비군사적 위협에서도 보위해야 할 의무를 갖는다고 언급한 점, 그리고 최근 북한에서 군이 다양한 형태로 민수경제를 지원해 왔던 모습을 고려할 때 경제 관리와 운영에서 군의 역할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경제 부문의 인사 교체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 회의에서 2020년 경제 계획을 달성한 전(前) 경공업상을 내각부총리로 선임하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담당한 과제에 대한 성과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능력있는 간부들의 육성 및 발탁을 강조하는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잦은 인사교체는 간부들에게 경제 관리에 대한 당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지만 간부들로 하여금 단기성과에 집착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세 번째로 법적 통제를 강화하여 비사회주의적·반사회주의적 행위를 근절해 나갈 것임을 반복하여 강조하고 있다. 인민경제계획은 법에 근거한 사업으로 반드시 준수해야 하며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밝히고 있다. 당 내에서 발생하는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가 개인 수준의 문제라면 단위의 특수성을 주장하면서 당과 내각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는 이기주의적 행태는 조직 차원의 문제로서 후자를 더욱 심각한 문제로 제기하였다. 특히 경제 계획 수행에서 하부단위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반합법적인 행위를 조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서 해당 단위에서 책임지고 수행할 것을 요구하였다. 한편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행태를 지적하면서도 공개된 내용에서는 시장 활동과 관련된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경제 간부들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면 이들과의 비합법적인 연계 속에서 경제 활동을 해 왔던 시장 활동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법제부문에서 생산과 건설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새로운 부문법들을 제정할 것을 언급하였다. 2020년 사회주의상업법과 기업소법 등을 수정·보충하는 등 최근 북한은 변화 양상을 법에 반영하는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올 해에도 경제 관련한 법의 개정 및 수정 보충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여 그 방향과 구체적인 내용을 통해 북한 경제와 관련한 변화 양상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혁신의 노력과 현실의 한계를 모두 보여주었다. 경제 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나타나는 폐단들을 바로잡는 과정을 공개하였다. 내각이 경제 관리와 운영에서부터 혁신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하부 단위들에게 혁신을 추동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올해 경제 계획을 반드시 성과로 실현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을 방증하기도 한다. 이는 북한의 재정 상황에서도 파악된다.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 회의에서 제시한 2021년 재정 계획을 살펴보면 올해 북한의 예산 수입 및 지출 증가율이 각각 전년 대비 0.9%와 1.1%로 예상되어 김정은 집권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경제 운영 측면에서도 정비·보강 차원에서 신규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높이기보다는 기존의 생산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자원을 배분하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강구하였다. 당 8차 대회에서 밝힌 바와 같이 금속 및 화학공업에 투자하여 소재와 부품, 장비를 생산하여 농업과 경공업 부문의 수요를 보장한다면, 상대적으로 성과를 보였던 식량과 소비재 공급을 유지할 수 있어 단기적으로 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올해 경제 정책의 성공적인 수행 여부와 관련해서는 코로나-19의 상황 또한 올해 주요한 변수로 볼 수 있다. 올해에도 철저한 방역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면서도 2월부터 양덕온천문화휴양지를 다시 개장하는 등 주민들의 문화 활동을 정상화시키고 있는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올해는 작년과 달리 계획에 방역 상황을 반영하여 수립한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 내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대외경제 활동을 재개할 필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본 전원회의에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소개하고 있지 않지만 대외경제와 관광 부문의 주요 과제도 제시했다고 밝히고 있어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시기는 달라질 수 있으나 교역 재개를 위한 준비도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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