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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 경제교과서엔 ‘기업’이 없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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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2월16일 16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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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모처럼 고용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1월의 고용충격을 딛고 2월을 변곡점 삼아 빠르게 일자리가 회복되도록 범부처 총력체제로 대응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강조한 지시사항이다. "실업자 수가 150만명을 넘어서는 등 고용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방역조치로 불가피한 부분도 있지만 민생 측면에서는 매우 아픈 일"이라며 이같이 지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해법 제시는 재정을 앞세우고 있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로 고용한파를 이겨내야 한다. 공공부문의 마중물 역할을 강화하겠다"면서  "중앙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이 합심해 1분기까지 90만개 이상의 직접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업·민간·공공투자 110조원 프로젝트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의 역할에는 한마디의 격려도 없다. 일자리는 애초부터 정부가 만들어내는 것인가? 

 

지난1월 취업자 수 감소폭이 100만 명에 육박하는 '고용 쇼크'가 발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말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실업자 수도 사상 처음으로 150만 명을 넘어섰다. 통계청이 지난 10일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천581만8천명으로, 1년 전보다 98만2천명 감소했다.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2월의 -128만3천명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일자리 정부’라는 피켓을 앞세우고 출범한 것은 다름 아닌 현 정권의 문재인 정부였다.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만들었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물론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위기로 일자리 늘리기가 무척 힘들어 고용위축은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한걸음만 더 들어가 따져보자. 이런 고용지표들은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으면서 공공부문이 앞장서 임시방편과 같은 단기고용을 최대한 늘리고도 이 정도의 실적을 보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를 비롯해 기회 있을 때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한국이 선방을 하고 있다”는 낙관론으로 일관해왔다. 그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 지금 “밝은 미래를 장담”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의 4차재난지원금 지급과 이를 위한 추경편성 편성 주장에 대해 얼마나 답답했으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쓴 소리를 했을까 싶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의 경제정책을 반추(反芻)해보자. 거의 4년 가까이를 다 보내고, 임기를 1년 3개월 정도 남겨놓은 지금까지 무엇을 어떻게 추진해 왔는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별로 뚜렷이 생각나는 게 없다. 경제정책을 교과서적으로 설명하자면 국민후생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사회복지정책까지를 아우르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후생, 쉬운 말로 국민 복지를 향상시키려면 국가의 부(富)를 쌓아야 한다. 복지의 원천인 국가자산이 많아야 할 것 아닌가. 경제성장이 전제돼야 한다는 얘기다. 

 

경제성장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그 핵심에는 기업이 자리한다. 흔히 국가경제의 3대 주체를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가계(家計)로 분류한다. 정부는 국민이나 기업들로부터 세금을 거둬서 쓰는 주체다. 기업이 잘돼야 세금도 많이 걷힌다. 가계는 소비자이자 노동 제공자다. 노동력을 제공하는 생산자이면서 임금을 받아 제품을 사는 소비자이기도 하다. 가계가 살찌려면 기업이 흥(興)해야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이 잘 돼야 고용도 늘어난다. 또 소비도 늘릴 수 있다. 그래서 ‘자유시장경제의 핵심은 기업’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서는 기업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취임사를 포함해 올해까지 4번의 신년사에서 기업을 언급한 구체적 내용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취임사에서는 그 유명한 글귀만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이 구절이 유명해진 것은 그동안 ‘공정’과 ‘정의’가 ‘내 편’과 ‘네 편’에 따라 달리 해석됐기 때문이리라. 어쨌든 기업과 관련된 언급은 ‘일자리를 챙기고 재벌개혁’에 앞장서겠다는 것 정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생생히 기억되는 경제정책은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최저임금 대폭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추진 등등이다. 기업들의 활동을 가볍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 같이 부담을 늘리는 것들뿐이다.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자증세라고 법인세를 올렸다. 세계 각국이 법인세를 내려 자국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경쟁하라고 격려하는데 우리만 거꾸로 간 것이다. 극단적으로 표현 하자면 ‘반(反)기업 친(親)노동’정책을 펴왔다.

 

그 뿐인가? 지난해 말 정기국회에서는 ‘공정경제 3법’이라 이름붙인 기업 옥죄기 법을 통과 시켰다. 상법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그리고 금융그룹 감독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이 그것이다. '상법개정안'에는 소액주주의 경영감독권을 강화하는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분리선출제'와 `3%룰'을 담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상장사에 대한 사익편취 규제 기준을 지분율 30%에서 20%로 하향하는 내용이, 그리고 `금융그룹 감독법 제정안'은 자산5조원 이상의 복합금융그룹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래서 경제계는 ‘공정경제 3법’이 아니라 ‘기업규제 3법’이라 부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기업규제 3법의 국회통과 과정에서 벌어졌다. 정부가 의결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담합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그런데 이 조항이 국회심의 과정에서 삭제됐다. 공정경제 실현이라는 법 취지로 보면 이 조항은 존치하는 게 맞다. 담합행위 등은 워낙 여러 가지 판단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경제전문가들인 공정거래위원들이 범죄여부를 판단해 검찰에 고발해 처벌하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만 보면 전속고발권 폐지에 반대했던 경제계의 의견이 반영된 셈이다.

 

그런데 한심한 것은 국회심의 과정에서 ‘전속고발권 폐지’를 철회한 것은 경제계의 의견을 수용하거나 ‘그 타당성을 인정’해서 법안내용을 바꾼 것이 아니라 윤석열 검찰총장을 도와주는  조항이라 해서 없던 일로 했다는 사실이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없어지면 고발 없이도 검찰이 담합행위 등을 수사할 수 있는데 이것이 ‘윤석열 검찰’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판단이었던 셈이다. 저질도 ‘보통’이 아닌 초(超)특급 저질의 입법 코미디라 할만하다.

 

지난 1월 8일 국회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과시켰다. 종업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되면 당해 기업은 물론이고, 그 위의 원청기업주까지 형사처벌을 하겠다는 것이다. 적용 유예기간을 두기는 했으나 한마디로 기업들을 옴짝달싹도 못하게 한 것이다. 산업재해를 줄이려는 고육지책이라 하겠지만 기업을 상생(相生)의 파트너가 아닌 적(敵)으로 간주해 모든 것을 ‘규제와 징벌’로 해결하려는 정부여당의 정책자세가 이제 공포(恐怖)스럽기까지 한다. 언제까지 이럴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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