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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카 시나리오: 현대차와 애플의 협력, 그 의미는?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1년02월17일 17시10분

작성자

  • 김기찬
  • 서울종합과학대학원 대학교(aSSIST) 석좌교수, 인도네시아 프레지던트대학 국제부총장, aSSIST사람중심기업가정신센터장,가톨릭대 명예교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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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1. 왜 현대차와 애플의 협력이야기가 만들어지는가?

 

 애플, 구글, 아마존 등 IT업체들의 전기차진출가능성으로 IT업체와 전통적 자동차회사가 협력하는 글로벌 가치사슬이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기차를 누가 설계를 잘하고, 누가 생산을 잘하느냐에 따라 가치사슬분업의 동맹이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ICT업체들은 소프트웨어의 전기차 설계력을 가지고 자동차생산의 협력파트너를 찾고 있고. 전통차업체들은 ICT를 통한 자율주행의 기술공유를 희망하고 있다.  

 

 미래전기차를 두고 서로 협력을 하되 ICT업체가 주도할 것인가? 자동차업체가 주도할 것인가를 놓고 벌어지는 협상의 결과도 세상의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최근 현대차와 애플의 협력설로 주식시장에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만일 이 시나리오가 성공한다면 테슬라 독주의 미래차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

 

 전기차 산업은 글로벌 가치사슬(GVC)산업이다. GVC는 2개 이상의 나라에서 기업의 가치사슬활동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과정이다. 애플은 설계는 하되, 제조를 하지 않는다. 애플은 미국이외의 독립 계약된 공장인 대만과 중국을 본거지로 하는 팍스콘(Foxconn)에게 위탁 생산하고 있고, 제품설계, 디자인, 기술 개발만 직접 담당하고 있다. 

 

이론적인 근거는 1990년 프라할라드와 게리 하멜에 의해 발표된 핵심역량(Core competence)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애플은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하기 위해 제품디자인/설계/마케팅/브랜딩의 가치활동에만 특화하여 초일류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트렌드의 변화가 빠를수록 고객욕구를 파악하고 이른 신제품개발에 반영하는 마케팅역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세계경제는 개발과 생산을 양대 축으로 하는 글로벌 차원에서 가치사슬의 분업체계를 통해 글로벌 가치사슬(GVC)이 발전해오고 있다.

 

 인터브랜드의 평가에 의하면, 애플은 전 세계에서 단연코 1등의 브랜드가치를 차지하고 있고 전 세계에 브랜드 충성도가 가장 높은 약 16억 명의 고객을 가지고 있다. 애플카가 개발된다면, ‘전기차개발 설계-디자인- 소프트웨어 운영체제(성능개선 및 업그레이드)-ECU(Electronic Control Unit)-배터리-전기차 생산—충전소- 클라우드를 통한 무선업그레이드(OTA:Over the air)—사용자경험 차별화’의 각 단계별 글로벌 가치사슬 분업체계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때 현대차의 관심은 전기차 생산뿐만 아니라 어디까지 기술과 비즈니스를 공유하고 협력할 것인가에 더 관심을 두고 협상이 진행되어야 한다.

 

2. 과연 애플카는 출시될 것인가? 

 

 애플카의 출시전망을 기업내부 관점과 시장환경 측면에서 살펴보자.

 

 첫째, 기업 내부적으로 애플의 최대고민은 성숙되고 있는 스마트폰시장을 대체할 새로운 미래먹거리 개발의 필요성이다. 애플은 스티브잡스의 주도로 2007년 1월 9일에 아이폰을 최초로 출시하여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완전히 바꾼 회사이다. 스티브 잡스이후 팀쿡CEO는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을 최고의 마케팅회사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아이폰 출시 이후 14년간 큰 마케팅 성공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은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고, 아이폰급의 신제품출시가 다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일까를 세계는 주목하고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가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플랫폼으로 애플카의 출시이다.

 

 신비주의 애플에도 불구하고 그 미래 야심작이 코로나이후 자율주행 애플카가 될 것이라는 정보가 로이터통신,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 CNBC 등을 통해 최근 급격히 쏟아지고 있다. 애플의 특성상 공식적인 발표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애플은 코로나이후 디지털, AI시대를 주도하는 미래 신기술제품으로  자율주행 애플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이미 2014년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자율주행차 사업부를 신설한바 있고, 내부적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고 2017년 이후 자율주행차 시운전 시험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일 완전한 자율주행 전기차가 가능하다면 애플카 플랫폼은 아이폰 컨텐츠와 결합되어 또 한 번 아이폰 이상의 전 세계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꿀 수 있을 혁신제품이 될 것이다. 그러면 어느 자동차회사와도 비교가 안 될 컨텐츠를 가지고 전기차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태풍의 눈으로 전망되고 있다. 태풍의 눈이 커질수록 그 주변의 바람도 강해지고 자동차산업의 빅뱅도 커질 것이다.

 

둘째, 전기차시장의 미래잠재력이다. 전기차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30%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테크기업의 미래먹거리로 매력적인 시장으로 등장하고 있다. 전기차시장의 혁신확산을 모형을 통해 추정해보면, 2024년쯤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되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가 혁신 수용층에서 조기 수용층으로 확산되는 고객의 2.5%이상이 구매하기 시작한 2021년부터 가파르게 성장하기 시작할 것이다. 신제품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사람은 2.5%의 혁신자(Innovator)이며, 두 번째로 혁신을 수용하는 사람은 13.5%의 조기 수용자(Early Adopter)들이다. 조기수용자들의 사용행태를 보고 대중(Majority)들은 전기차를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때가 2024년쯤이 되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다. 이것을 넘어서는 순간 전기차 시장은 산불같이 확산하는 특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때가 전기차 판매의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가 될 것이다.

 

물론 전기차 수요에 대한 전망은 매우 편차가 크다. 아크 인베스트는 글로벌 전기차(EV) 판매량을 2025년 4000만대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전기차 수요예측은 다분히 낙관적 예상치이다. 이에 비해 지금도 2030년까지 내연차가 80%정도 차지할 것이고, 미래차는 20%정도가 될 것이라는 컨설팅업체의 전망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컨설팅업체가 예측하는 수요는 과거의 시장을 토대로 하는 추세예측 경향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1980년대의 휴대폰이 막 출시되었을 때 매킨지는 2000년도에 90만대 정도 휴대폰판매를 예측했다. 그러나 실제 2000년도 실제 휴대폰 사용자는 1억 900만 명으로 매킨지 예측보다 121배 많았다. 공급측면의 확장과 기술진보를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기차시장도 유사한 상황이다. 특히 자동차산업은 정부의 환경, 안전 규제산업이다. 정부의 정책의지가 시장수요에 그만큼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코로나이후 미국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하여 전 세계는 그린화로 정책방향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미국 정부용 자동차는 국내생산 전기차로 바꾼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이제 테슬라뿐만 아니라 메이저 내연기관차들이 전용 전기차의 풀 라인업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GM은 전기차로의 변신을 선언하고 2025년까지 전기차 모델 30종을 출시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기아차도 2026년까지 전용 전기차 7개 등 11개의 전기차 풀 라인업을 구축하기로 했다. 물론 르노-닛산-미쓰비시, 폴크스바겐그룹, 도요타, 메르세데스-벤츠 등도 본격적인 전기차 출시에 뛰어 들고 있다.

 

3. 애플, 어떤 업체를 파트너로 찾고 있을까?

 

  전기차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담아내는 최고의 기술이 집약된 안전한 것이어야 한다. 자동차회사는 자동차로 말해야 한다. 자동차의 생명은 안전성이다. 전기차 개발에서 자율주행의 소프트웨어가 중요하지만, 안전성을 최고로 하는 자동차를 생산해야 한다.

애플이 전기차 생산의 협력업체 선정에서 고려해야 할 핵심내용을 정리해보자. 이것은 애플이 아니더라도 구글이나 다른 전기차 업체의 생산파트너 선정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첫째, 전기차의 품질과 생산경쟁력이다. 자동차는 무엇보다도 조그마한 실수가 인명사고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자동차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생산역량을 갖춘 업체여야 한다. 애플이 전자적 역량과 소프트웨어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안전성이 완벽한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제품 품질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런 기업은 15,000여개의 신뢰성 있는 전기차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생태계를 갖춘 나라에서, 수직적 부품통합 체제를 가진 자동차완성업체가 될 것이다. 요즘도 간간히 들려오면 테슬러 전기차의 안전문제는 소홀히 다루어지고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2024년 이후 전기차가 대중시장으로 확산된 이후에는 전기차의 안전문제는 곧 바로 리콜로 연결되어 심각한 기업존폐위기로 진행될 가능성이 많다.

 

이런 점에서 애플은 자동차안전과 품질경험을 갖추고 있으면서 원가력와 전기차의 제조역량을 갖춘 기업을 파트너로 찾고 있을 것이다. 

 통합 설계된 부품을 사용하는 전기차 생산을 위해서는 부품의 수직통합체제를 갖춘 기업이 좋다. 시장조달로서 부품을 조립하는 경우 미스매치문제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헨리포드에서부터 오늘날 자동차회사들이 부품의 수직통합을 추구하는 이유이다. 전기차의 생산력도 수직통합의 힘이 있어야 하고, 이것에 의해 품질과 성능과 가격이 결정될 것이다. 

 

 둘째, 원가경쟁력이다. 애플카를 출시하는 시점인 2014년쯤 전기차 시장은 구글, 테슬라, 아마존 등 테크기업들이 다수 진입하는 경쟁시장이 될 것이다. 이때의 전기차는 이미 이미지 경쟁에서 대중소비자들을 위한 원가경쟁력이 중요해진다. 혁신수용이론에서 조기수용자와 대중들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 이른바 캐즘(chasm)이다. 지금의 전기차 시장은 조기수용자들을 대상으로 전기차 혁신 자체에 초점을 두고 고가격 추세에 있다. 지금의 전기차 가격은 내연차량보다 2배 이상 비싸다. 현재 전기차의 고가격은 오히려 혁신이미지 상품을 만들기도 한다. 비싼 대신 정부와 지자체가 제공하는 전기차 구매인센티브가 많이 제공된다. 그러나 전기차가 대중시장으로 진입하는 2024년쯤부터는 정부 인센티브는 급격히 줄어 들 것이고, 민간기업간 가격경쟁이 격심해져 전기차가격은 당연히 내연차보다 저렴해질 것으로 보인다. 

 

 셋째, 적시(適時)공급능력이다. 글로벌 공급사슬은 필요할 때 적시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글로벌 생산기지를 갖추고 있는 파트너일수록 유리하다. 전기차 생산파트너는 자동차물류의 한계를 극복하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장소에 까지 공급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미국기업들이 한국 업체에게 제조위탁을 하는 경우 그 주요 이유가 다른 나라업체에 비해 공급 소요시간이 빠르다는 응답이 많았다.

 

넷째, 전기차 신차개발력이다. 특히 전기차 개발 - 생산공급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자동차를 개발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까? 일반적으로 상품기획-디자인 컨셉 개발-시제품 개발- 테스트-양산조립에 이르기까지 4년 이상 소요되었다. 특히 전기차후 생산기간 단축을 위해 전기차 전용플랫폼이 개발되고 있다. 전용플랫폼은 전기차 신제품 기획과 출시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고, 전기차 라인업 확장이 용이하다.  게다가 제조 과정이 단순해지고 원가인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플랫폼화는 자동차의 뼈대에 해당하는 공유플랫폼을 제시하고, 다양한 생태계들이 참여하는 열린 혁신의 길을 열어 놓고 있다. 현대차는 2020년 12월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라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최초로 개발해 공개하고 2025년까지 12개 이상의 전동차모델을 공급할 것이라고 한다.

 

4. 애플, 과연 누구와 협력할 것인가?

 

앞서 살펴본 전기차 생산경쟁력, 원가 경쟁력, 적시공급 능력, 전기차 신차개발력의 조건을 갖춘 애플의 잠재적 글로벌 공급기업은 누구일까? 애플이 신비주의를 고수하고 있지만 전기차 개발과 제조협력을 위해 물밑에서 다양한 기업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노출되고 있는 잠재파트너들을 살펴보면 중국자동차업체, 현대기아차, 일본 닛산차, 폭스바겐 등이 후보기업으로 고려되고 있다. 

 

그러면 가장 잘 협력할 수 있는 회사는 어딜까? 누구와 협력가능성이 높을까? 각 시나리오를 분석해보자.

 

첫째, 무엇보다도 애플의 가장 강력한 GVC의 생산파트너는 중국기업이다. 생산력과 노동력 측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왔다. 애플은 아이폰을 폭스콘과 페가트론에서 생산하고 있다. 폭스콘의 중국 공장 수는 2015년 19곳에서 2019년 29곳으로 늘어났다. 페가트론의 공장 수도 같은 기간 8곳에서 12곳으로 증가했다. 애플 200대 납품회사의 수도 2019년도 이후 중국 업체 수가 미국 업체 수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처럼  GVC에서 중국이 생산을 담당하는 쏠림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그래서 폭스콘의 사례처럼 애플이 중국자동차 제조사인 지리자동차와 제조협력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2021년 1월 폭스콘과 지리자동차는 전기자동차 OEM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애플에 아이폰을 위탁생산하고 있는 폭스콘이 미래 애플카와의 협력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현실화되기 어려운 큰 변수가 있다. 트럼프이후 바이든으로 이어지고 있는 미·중 경제 가치사슬의 디커플링(decoupling)정책 때문이다. 미국의 GVC에서 중국을 제외시키겠다는 것이다. 특히 테크기업을 중심으로 디커플링정책 의지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세계최고로 특허가 많은 중국기술의 상징인 화웨이에 대해 미국정부는 미국기술, 미국장비, 및 반도체 공급을 중단시키고 있다.

 

 미국기업의 중국생산에 대한 규제도 많아지고 있어 애플은 중국내 생산 일부를 대만, 인도로 이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이키는 15개국이상의 수백개 공장에 아웃소싱을 하고 있지만, 중국에서 벗어나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많이 이동했고, 인도네시아 등으로 이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 핵심기술들이 총동원되는 자율주행전기차인 애플카의 생산을 중국으로 위탁할 수 있을까?

 

미국정부가 주도하여 중국과의 글로벌 밸류체인(GVC)를 해체하려는 상황에서 가장 첨단기기인 애플카의 중국생산위탁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둘째, 2010년부터 전기차 리프(Leaf)를 출시해오고 있는 닛산이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여 테슬러에 이어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는 폭스바겐 시나리오이다. 오랫동안 기술의 자동차회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두 회사는 쉽게 진입하기 어려운 자동차산업의 특성을 무시하고 애플카의 하청업체로서 위탁생산은 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기차는 아이폰을 생산하는 것과 달리 안전성, 신뢰성의 기술을 바탕으로 종합적이 기술이 집약되어야 함에도 애플은 아이폰 모델의 위탁생산을 고집하고 있는 것에 자동차업체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기아자동차의 위탁생산 시나리오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은 모빌리티 사업의 미래비전을 선포하고 이를 위한 사업영역의 분업체계를 새로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방법의 헤쳐모여와 합병과 분사를 통한 비유기적 성장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어떤 회사를 인수하고 어떤 기업과 동맹을 맺을 것인가에 대해 비교적 자유로운 기업이다. 현대차가 아이오닉5와 같은 전기차 전용카를 출시하는 동시에, 기아차로 하여금 애플, 구글, 아마존의 생산파트너로서 글로벌 전기차 가치사슬의 한 역할을 담당해갈수도 있을 것이다. 

 

기아차는 전기차 제조력, 원가력, 글로벌 적시공급력 측면에서 어떤 기업보다 우수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자동차생산에 필요한 부품의 수직적 통합체제를 갖추고 있어 전기차 생산의 공급생태계도 뛰어난 편이다. 다만 애플카의 단순하청생산이 아니라 파트너로서의 브랜드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때맞춰 기아차는 사명을 차를 뺀 기아로 바꾸고 기아 대변혁(Kia Transformation)'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2025년까지 총 29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기아는 이제 자동차를 제조-판매회사를 넘어 고객에게 혁신적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회사로 자리매김을 시도하고 있다. 이때 세계 최고의 브랜드가치회사이자 전 세계16억 명의 충성고객을 가진 애플과의 협력은 기아차변신의 시너지를 만들어주는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기아차와 애플의 협력은 기아차가 세계 1등 브랜드회사와 손잡고 브랜드강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고, 테슬라에 상당하는 전기차브랜드를 가질 수 있다.

 

물론 현대기아차의 공식발표대로 지금은 애플과의 논의가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발표된 대로 애플과 기아차가 파트너로서 접촉이 있었고, 이제는 공식적으로 중단된 상태이다. 중단의 이유가 애플의 비밀주의를 깬 것인지? 단순하청에 대한 기아차의 거부의사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애플이 협력파트너를 좁혀가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협상이 재개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아차의 입장에서 애플카 시나리오설이 EV(전기차) 전략 강화와 모빌리티 사업 확대에 따른 펀더멘털 개선으로 연결된다면, 성사유무와 관계없이 기아차의 전기차사업 확대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5. 애플카 공급, 득(得)일까? 실(失)일까?

 

애플카가 설계부터 디자인 마케팅을 담당하고, 조립만 분담하는 자동차회사는 득(得)일까? 실(失)일까? 애플과 거래한 해외업체들의 영업이익율은 지극히 낮다. 기술공유 없는 애플카의 단순하도급관계는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애플의 전 세계 153개 주요 협력사 영업 현황에 따르면, 대만계 협력사 폭스콘의 영업이익률은 1%대에 머물렀다. 아이폰이 처음 나온 2007년, 3.7%였지만 꾸준히 떨어져 2012년에는 0.9%까지 떨어졌다. 

 

 2012년 10월 일본의 경제주간지인 '다이아몬드‘잡지에서 애플 특집사례의 내용을 보자. 일본 제조업을 일컫는 모노즈쿠리(物作り)가 애플의 지배 하로 들어가면서 몰락해가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애플은 도면을 주고 그대로만 값싸게 생산을 요구하는 단기성과주의 모델이다. 일본의 도시바도 애플과 거래물량에 대한 욕심으로 거래한 결과 가격협상에 실패하고 적자거래가 되고 말았다. 거래과정에서 단가 후려치기, 과도한 품질관리의 요구를 받았다. 애플은 납품가 인하를 위해 10명 이상의 전문가로 된 감사팀을 보내 1주일 이상 공장을 샅샅이 분석한 뒤 가격 인하를 요구한다. 가격인하에 대한 거부도 일축하는 군대식 경영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애플을 믿고 대규모 설비 투자를 했다가 애플이 일방적으로 주문을 취소하는 바람에 경영난에 빠져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터를 공급하던 시코사(社)​ 사례도 소개하고 있다. 

 

 애플에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터를 공급하던 시코사는 기업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생산설비를 확충했으나, 애플의 거래처 변경으로 인해 도산한 사례이다. 이들 기업들은 애플이 대량 구매를 조건으로 터무니없이 가격을 내려도 기업의 사활이 걸려있는 문제라 애플의 요구를 거부 할 수 없었다. 애플은 이 때문에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하청업체들에게 생산원가 삭감 목표치를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애플의 요구를 맞추다 시코사는 문을 닫은 사례이다.  

 

 시코는 스마트폰 소형 카메라에 사용되는 자동 초점용 모터를 개발하여 애플로부터 직접 지명된 회사이다. 2011년 애플은 일본 중견 전자부품 메이커인 시코사에 부품을 지명 구매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주문량을 충당하기 위해 시설을 늘리라고 주문했다. 시코사는 5억엔(약 70억원)을 들여 클린룸을 신설하고 조립에 사용하는 전자현미경을 대량 구입했지만 애플의 시설 증설요구는 이어졌다. 그러나 결국 애플은 주문을 취소했고 회사는 2012년 8월, 85억 엔의 부채를 떠안은 채 올해 도산하고 말았다.

 

애플과 전통차의 가치사슬협력은 시너지의 영역이 큰 시나리오이지만, 전통차의 일방적인 양보에 의한 협력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동차산업은 오랫동안 확보된 안정성과 신뢰성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것인 만큼, 특정기업이 쉽사리 모방하기 어려운 핵심역량이 축적된 것이다. 애플이 이러한 핵심역량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하청관계는 자동차기업에게 득이 되기 어렵다. 현대기아차에게는 애플뿐만 아니라 구글이나 아마존 등의 테크기업과의 협력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시너지와 네트워크의 경제성이 일어나는 글로벌 가치사슬의 구축을 기대한다.

 

5. 마무리

 

 코로나 위기는 내연차 산업시대의 종말을 재촉하고 있고 환경이슈가 강해지면서 전기차에 대한 정책적, 사회적 관심은 더욱 커질 것이다. 자동차완성업체 내부에서 내연차와 미래차를 두고 일어났던 집토끼와 산토끼 논쟁이 해결될 때쯤 합종연횡의 비유기적 지배구조와 글로벌 가치사슬의 파트너선정 등이 자동차기업의 핵심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제 내연차와 전기차는 서로 대립하는 딜레마 사고(思考)에서 벗어나 역설적으로 통합하는 패러독스를 추구해야 한다. 딜레마는 ‘di(둘, 맞섬) + lemma(주장)’으로 대립하는 창과 방패의 모순의 관계라면, 패러독스는 ‘para(넘어감, 초월) + doxa(의견, 도그마)’로 모순을 초월하는 역설의 관계이다.

 

 내연차기업과 자율주행전기차기업의 동맹이 만들어지고, 소프트웨어업체와 하드웨어업체가 가치사슬의 동맹이 만들어지는 이유이다. 미래자동차주도권 선점을 위한 자동차동맹 이슈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성장해온 자동차산업의 성장공식을 바꿔야 한다. 지난 1백년 동안 자동차기업은 내부자원의 역량을 시간을 두고 축적해가는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과 역량구축 경쟁을 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異)업종의 기술을 즉시에 받아들이고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을 위한 인수합병과 제휴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 구글이 매주 1개 정도의 신기술회사을 인수합병하는 이유이다. 전기차 기술에서도 세계도처의 전문기술을 담아낼 수 있도록 테크스타트 기업의 인수합병과 대규모의 합종연횡이 광범위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애플카와 현대기아차의 협력시나리오도 이러한 차원의 접근중 하나일 뿐이다. 

 

 과연 누가 미래 자동차 주도권을 질 것인가? 지금의 전기차는 꿈을 파는 단계이고 정부의 지원과 인센티브로 성장하는 단계이지만 2023년 이후의 전기차는 원가경쟁력, 제품경쟁력, 품질경쟁력을 시장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다. 그때쯤 애플뿐만 아니라 구글, 아마존의 시장진입이 예상되고 있다. 그때쯤 고객의 경험댓글이 가장 좋은 기업이 누가 될 것인가? 테슬라일까? 애플카일까? 현대기아차일까? 

 

 요약하면  자동차산업은 빅뱅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2010년대는 스마트폰이 바꾼 세상이라면, 2020년대는 자율주행 전기차가 모든 AI의 엄마가 되는 새로운 세상이 올지 모른다. 이때 한국의 제조경쟁력이 세상에 중심이 되는 시대를 상상해본다. 블룸버그의 혁신평가에서 세계1등인 나라, 세계 5위 제조국가, 세계 7위 수출국가, 세계 10위 경제규모의 대한민국이 만들어내는 미래차시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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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2월17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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