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과 미·러관계 전망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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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세종논평 No. 2021-04] (2021.2.4)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2021년 1월 20일, 오바마 정부 8년간 부통령을 역임한 민주당 원로 바이든(Joseph R. Biden Jr.78세)이 임기4년 미국 제46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트럼프 집권 4년간 극도로 양분화된 미국 정치와 대선불복의 후유증, 여기에 코로나19 누적감염자수 세계1위 등 신 행정부에 대한 국내적 도전이 만만치 않다.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사가 시사하듯 적어도 상당기간 신정부는 미국 민주주의와 통합, 코로나 퇴치, 경기부양 등 “대내적 과제”해결에 부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세계는 미국 신정부의 “대외정책 방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국제질서에 미치는 패권국의 영향력, 특히 바로 직전 4년 트럼프 전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후유증 때문이다. 트럼프 집권 4년간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이 약화되고 미국, 중국, 러시아 강대국 경쟁시대가 도래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후보 시절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당선되면 민주주의 동맹의 재결속 및 이를 통한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 복원을 주창해 왔다.
본고는 바이든 신행정부가 꾸려갈 미러관계를 전망해 보고자 한다. 바이든은 냉전을 가로지르는 정치외교 경륜, 특히 오바마 집권1기 미러“리셋”기류가 집권2기 들어 극도의 대러불신 및 “신냉전”으로 변모한 배경과 계기를 부통령으로서 몸소 경험했다. 불신의 골이 깊을 것이다. 정치초년생이었던 전임 트럼프의 시각에서 바라본 러시아와는 다른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68세)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소련 KGB대외국 출신인 푸틴 대통령은 현재 집권 제4기(2018-2024) 수행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4년까지 즉, 첫 3년간 그와 함께 미러관계를 관리해 가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중반 (2020.6.25.-7.1) 코로나19 맹위에도 불구 시행된 러시아 개헌 국민투표 결과 (78% 찬성), 어쩌면 푸틴 대통령은 여전히 권좌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퇴임을 지켜볼 수도 있게 됐다. 집권4기가 끝나는 2024년, 푸틴 대통령은 곧바로 집권5기-6기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2024-2036).
적어도 집권초 그는 서방과의 거래도 잘 할 수 있는 합리적인 면모를 보였었다. 그러나 점차 러시아내 다원주의와 시장개혁 후퇴, 밖으로는 다극세계질서내 러시아의 강대국 역할 주창에서 출발, 서방과의 정치, 군사, 지역문제에서의 대립 첨예화를 불사했다. 특히 집권3기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반군 지원은 러시아가 G8에서 퇴출당하는 오명과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는 불명예를 안겼다 (에너지, 방산, 금융). 2016년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의 대선개입에 대해 민주주의 절차 훼손을 들어 러시아 개인과 단체를 제재하고(9건) 외교관 35명을 추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6일만인 1월 26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첫 통화를 가졌다. 정상간 상호신뢰가 깊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통화다. 크렘린의 표현에 따르면 “사무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첫 통화는 내용면에서 그리고 절차상 가치와 규범, 민주주의 동맹연대를 중시하는 바이든 시대의 개막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측이 제안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응한 통화였고, 바이든 대통령이 미 관리들과 같이 준비하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동맹국들, 그리고 NATO 사무총장과도 통화를 가졌다고 한다. 양 정상은 무엇보다 2월 5일 효력만료를 목전에 두고 ‘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5년 연장에 합의했다.
지난 1-2년 이를 고대해왔던 러시아로서는 이제야 냉전기 워싱턴-모스크바 전략안정성에 기여해 온 마지막 보루를 지키게 됐음에 안도하게 됐다. 그런만큼 크렘린은 이 부분을 강조, 공시했다. 2010년 오바마-메드베테프 대통령이 서명한 이 조약은 각각 전략핵탄두 1550, 배치 전략미사일 700, 비배치 전략미사일 100을 상한선으로 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중거리핵전력’(INF)조약에서 탈퇴하고, 이어 전략무기 투명성이 결여된 “중국”의 참여없이 New START에 구속받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답을 미뤘었다. 바이든 정부는 일단 조약을 연장한 후, 차차 중국 등이 참여하는 다자틀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다수 미러 논쟁적 요소들을 지적하고,“미국과 동맹에 해가되는 행동에 대해서는 국익차원에서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 전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주권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 지원의지, 그리고 러시아가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일련의 사건들, 즉, SolarWinds 해킹(2020-21), 미 대선 개입 (2016, 2020), 탈레반을 상대로 아프가니스탄 주둔미군 현상금 제안(2019),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독극물 공격과 구금(2020-2021) 등이었다. 크렘린은 이들 이슈를 적시하지 않은 채, 정상간 보다 첨예한 양자 및 국제문제를 토론했다고 전했다(팬데믹, 이란핵협정, 우크라이나, 교역 등). 푸틴 대통령에게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통화가 적지 않은 압박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시대 미국의 대러정책에서는 더 이상 지난 4년처럼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을 중시하여 자신의 행정부 혹은 유럽동맹국들과 괴리되는 일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새해 러시아내 대규모 시위와 그 향방에 대해 바이든 신정부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1월 23일(토)과 31일(일) 러시아 전역 100여개 도시에서 반푸틴 시위가 발생, 각각 3000여, 5000여명이 체포됐다. 재야운동가로서 권력층 부패를 조사해온 알렉세이 나발니(45세)의 구금 (1.17)을 항의하는 시위지만 반푸틴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1월 26일 푸틴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우려를 표출한 데 이어 앤서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도 2월 1일 언론인터뷰에서 "시위는 러시아 국민이 부패와 독재에 대한 좌절감을 표한 것"이라 평했다. 더하여 나발니 문제는 러시아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 지난해 9월 독일 의료진 발표이후 국제사회내 민간인에 대한 일종의 화학무기(신경제 노비촉) 사용이라는 점에서 또다른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제 바이든 정부는 시작이고 앞으로 미러관계 여러 변수들이 나타날 것이다. 다만 바이든 팀은 트림프 정부에 비해 훨씬 더 푸틴 대통령 집권하 러시아의 대미, 대서방 견제력이 단순 물리력 이상의 의미가 있음에 착안할 것으로 보인다. 즉, 러시아가 비슷한 경제력을 지난 여타 국가들과 다른 점을 바이든 대통령과 신정부는 놓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러면서 사이버안보 대응, 인권외교 등이 강화될 것이다. NATO동맹 결속력은 필수이다. 그러는 가운데 두가지 점에 유의할 것으로 보인다. 즉, 미중 긴장도와 미러 긴장도가 동시에 높아져서 결과적으로 중러 전략관계가 깊어지는 것을 최소화하는 일, 그리고 비전통안보 부문 미러 양자 및 다자 협력틀내 협력의 여지를 남겨두는 일이 될 것이다. 한국정부의 강대국 외교도 바이든 시대 미러관계가 트럼프 시대 미러관계와는 차별성이 있음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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