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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41) 먼나무와 아왜나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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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1월29일 17시00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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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동안의 나무이야기는 상록수를 중심으로 펼치고 있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동백나무를 제외한다면 대체로 침엽수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기실 상록침엽수들은 우리나라 국토 어디에서나 쉽게 발견되고 그 특성들도 어디에서나 잘 발현되고 있으니 모두에게 익숙하지요. 그 덕분에 친숙한 나무들에 대해 잘 읽어주신 독자들이 많아서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루고자 하는 상록수들은 활엽수들입니다. 즉, 넓은 잎 상록수이지요. 활엽 상록수는 대체로 남쪽 해안가에서 제대로 그 특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북쪽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동백나무, 사철나무 정도가 조금 알려진 나무들이지요. 이번에 소개할 두 나무는 매우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먼나무와 아왜나무입니다. 실은 이들 넓은 잎 상록수들에 대해서는 원로 수목학자들도 좋은 글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가까이 있어야 그 가치를 느끼는데 이 나무들은 멀리 남쪽 바닷가에서만 만날 수 있으니 역시 수목학자들에게조차 멀리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더 먼 열대 지방에서 건너온 고무나무 축소판이나 자스민, 관음죽 등과 같은 실내에서 키우는 활엽 상록수들이 더 익숙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먼나무. 대부분의 독자분들이 이름을 처음 들어셨을 것 같습니다. 이름도 '먼(?)나무'. 필자의 고향인 경상도 사투리 발음으로 무슨 나무인지 하고 묻는 것 같습니다. 실은 멀리서 보아야 제 모습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인터넷을 잘 뒤져보니 제주도 방언으로 ‘먹낭’이라는 말에서 발음이 순화되어 먼나무가 되었다고 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 나무의 수액으로 먹을 만들었던 기억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오히려 이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하튼 북쪽 사람들에게는 정말 머~언 나무입니다. 상록활엽수답게 잎이 제법 두껍고 매끈매끈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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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5일 부산시민공원에서 만난 인상적인 먼나무

 

이 먼나무는 10월경부터 빨간 열매가 달리는 것이 인상적인데, 필자는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2014년 12월 5일 부산시민공원에서 만났습니다. 잎을 대부분 떨군채 온몸에 잔뜩 열매를 맺은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네요. 열매 크기는 찔레 정도 크기인데 그 빨간 색깔이 워낙 선명하고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리는 모습이 보기가 매우 좋아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본래는 10-15m까지 자라는 나무라는데 부산시민공원에서 자라는 개체들도 그랬지만 제주도, 여수, 해남 등지에서 필자가 발견한 먼나무들은 기껏해야 5m 남짓인 것을 보면, 역시 이 나무도 고향인 더 남쪽 열대지방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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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23일 제주도 서귀포에서 만난 먼나무: 잎색깔이 더 짙은 녹색이다.

 

먼나무를 가장 자세히 소개한 글은 낙은재라는 블로그에서 만났는데, 그 글에 의하면 일본에서는 이 나무 이름이 ‘구로가네모치’라서 부자라는 뜻과 비슷한 발음이라 집 주변에 많이 심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돈나무, 금전수 등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은데 모두 상록수라는 점이 특이합니다. 영어 이름은 round leaf holy인데 학명에 들어간 rotunda의 영어 번역으로 holy라고 불리는 호랑가시나무가 가시투성이 잎을 가진 것과 대비되어서 붙여진 이름인 것 같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낙은재 블로그에 의하면 실은 먼나무도 어릴 때에는 잎가에 가시같은 톱니가 생긴다고 하네요.) 먼나무를 식별하는 좋은 특징이라서 기억해 둘 가치가 있습니다. 호랑가시나무나 먼나무 둘다 감탕나무과에 속하니 일부 특성을 공유하는 것도 정상인 셈이지요. (빨간 열매를 다는 것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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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13일 다시 들른 부산시민공원의 먼나무

 

이렇게 열매를 맺는 모습이 예뻐서 그런지 우리나라 남쪽 도시들에서는 가로수로 많이 심어 놓은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의 대부분도 이런 남쪽 섬이나 해안가 도시에서 가로수로서 먼나무를 만났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까이에서 보아야 빨간 열매의 아름다움도 감상할 수 있는데 멀리서 보아야 한다니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여하튼 이 나무는 빨간 열매가 인상적인데 가을에 맺힌 열매가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까지 달려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먼나무와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상록활엽수가 하나 더 있습니다. 필자가 2014년 8월 초 여름휴가로 갔던 통영의 입구에 있는 벽화마을로 유명한 관광지인 동피랑 어귀에서 이 나무를 처음 봤습니다. 당연히 이름을 몰랐었고 사진만 찍어두었지요. 그 후 그해 10월 부산 해운대 동백섬 입구와 태종대 입구에서 아왜나무라는 이름표를 단 나무를 보았지만 통영의 나무와는 연결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열매도 없고 나무 크기도 달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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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1일 통영 동피랑에서 만난 아왜나무와 빨간 열매

 

아왜나무는 빨간 열매들이 조롱조롱 달려 있고 잎이 두껍고 매끈매끈하다는 점 때문에 먼나무와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필자도 처음 보았을 때 그냥 다른 종류의 먼나무라고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그 후에 잎이 먼나무 잎보다 좀 더 긴 모습이고 열매가 다발로 달리는 점이 다르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면서 퍼즐이 맞추어졌습니다. 꽃도 당연히 열매 모양을 준비하고 있어서 꽃대를 길게 내밀고 다발로 피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왜나무는 꽃과 열매가 피고 달리는 시기도 여름이라서 먼나무와는 계절도 달리하는 것 같고, 인동과에 속한다고 하니 먼나무와는 거리가 먼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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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5일 부산 해운대 동백섬 공원 입구에 심어진 아왜나무 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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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동백섬의 아왜나무가 피워올린 꽃대

 

아왜나무도 먼나무와 마찬가지로 이 빨간 열매가 강한 인상을 주어서 남쪽 도시들에서 (통영의 예와 같이) 가로수로도 곧잘 심어지지만, 이 나무는 ‘뽀글뽀글 거품나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불이 붙어도 잘 타지 않으면서, 잎에서 거품을 내어 불길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하고 그래서 방화목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해운대 동백섬 공원의 입구와 부산 서면에 있는 롯데호텔 주변에 이 나무가 빽빽하게 심어져 있는 것은 이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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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17일 묵은 부산 롯데호텔 정원 둘레에 심어진 아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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