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NATO 관계의 전개와 그 의미: 한일관계의 확장성을 모색하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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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수상이 NATO 이사회에서 전후 일본수상으로는 처음으로 연설을 한 이래, 일본과 NATO 관계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2010년 6월 일본과 NATO가 군사정보호협정을 체결하면서 안보협력이 본격화되었다.
아베 2기 정부가 출범하면서 일본과 NATO의 안보협력은 더욱 발전하였다. 2013년 4월 NATO 사무국장 방일 시 <일·NATO 공동정치선언>이 발표되었으며, 2014년 에는 <개별 파트너십 협력 프로그램(IPCP)>이 작성되었고, 2018년과 2020년에 발전적 개정이 이루어졌다. 동 계획에서는 일본과 NATO가 “자유, 민주주의, 인권 및 법의 지배라는 공통의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신뢰할 수 있는 필연의 파트너이다”고 규정하고, 고위급 대화 및 방위교류 강화, 사이버 방위, 해양안전보장, 인도지원·재해지원, 군비관리·비확산, 방위과학기술 협력 등을 협력대상으로 거론했다. 개별국가와의 협력관계도 발전하여, 2014년 에는 프랑스와, 2015년에는 영국, 2021년에는 독일과 높은 수준의 양자관계를 상징하는 외교국방 장관회담(2+2 회담)이 시작되었다. 2017년에는 일·EU 경제동반자협 정(EPA)이 타결되어 일본과 유럽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승화되면서 일본 외교의 핵심 축으로 유럽이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일본·NATO 관계의 발전 그 이면에 있는 일본의 고뇌
이러한 일련의 일본과 NATO 및 유럽과의 관계 긴밀화는 중국 위협에 대응하는 균형정책으로 이해되었다. 하지만 아베 정부는 대중 견제정책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대응을 보여주었다. 일본은 쿼드 체제를 강화하며 대중국 견제에 나섰지만 동시에 대중관계를 관리하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를 보였다. 저성장 구도에 빠져있는 일본은 중국과의 경제적 상호의존을 희생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과 일본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구상’과 ‘일대일로’ 사이의 상호협력에 합의하고 구체적인 협력 프로젝트를 실행하는데 합의하였다.
일본은 2018년 5월 중국과 ‘제3국시장 협력’을 합의하며, 10월에는 ‘중 일 제3국시장협력 포럼’을 개최하였다. 52개항 180억 달러 규모의 협력협정도 체결했다. 아베 수상은 2019년 6월 G20 회의에서 일대일로의 잠재력을 칭찬하는 립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센카쿠 영역에서의 안정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해공(海空)연락 메커니즘’은 2018년 5월 중일 정상회담에서 서명이 이루어졌다. 이로써 중일 군당국간 핫라인이 설치됨과 동시에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었다.
대러 외교는 일찌감치 일본의 적극적 외교활동 영역으로 자리잡아왔다. 2014년 크림사태 이후 국제사회와 러시아 관계가 악화되었음에도 아베 정권은 북방영토 문제의 해결, 중국 견제 및 외교적 지평의 확대를 목표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해 왔다. 아베 정권은 러일 간 협력을 구축하고 그 과정에서 북방영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전략 하에, 러시아와의 관계를 “가장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는 양자관계”로 규정하며 러시아와의 협력관계를 강화하였다. 그 결과 2016년 12월 러 일 정상회담 합의에 기초하여, 2017년 8월에는 북방영토에 살았던 일본주민이 항공기를 이용하여 북방영토에 있는 묘소에 참배하였다. 9월의 러일 정상회담에서는 북방영토에서의 공동경제활동으로 5개의 프로젝트(해산물 공동 양식 프로젝트, 온실야채 재배 프로젝트, 관광개발, 풍력발전 도입, 쓰레기 삭감 대책)를 책정하는데 합의하였다. 2018년 11월 러일정상회담에서는 2도 반환론을 전제로 북방영토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평화협정을 맺는데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본과 NATO 관계의 긴밀 화가 일러관계 및 일중관계의 안정화 정책과 동시적으로 진행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동시진행형 ‘전방위 외교’는 2017년 트럼프 정부의 출범으로 더욱 강화되었다. 황당한 요구로 유럽과 한국 및 일본 등 동맹국과 마찰을 빚었고, 기후협약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는 등 트럼프 미국의 ‘믿기지 않는 현실’에 직면한 일본이 안보체제를 강화하면서도 국제자유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복잡다단한 외교안보전략을 전개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때, 일본에서는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 민주주의는 유럽”이라는 말이 회자되었다. ‘지구본을 부감하는 외교’가 어떠한 생각으로 전개되었는지 읽히는 부분이다. 유럽의 ‘개방된 전략적 자율성(Open strategic Autonomy)’ 과 일본의 고민이 맞닿으며 일본과 유럽 및 NATO 관계가 긴밀화되었다 것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기시다 정부의 확대된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본·NATO 관계
2021년 바이든 정부의 출범과 국제자유주의로의 복귀, 2022년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일본의 대 외전략에 변화를 초래했다. 일본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독자의 세계관 및 역사관’에 근거해 외국에 체제의 변경을 요구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무력을 행사한 침략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무력 행사의 금지, 법의 지배, 인권 존중 등 보편적 가치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으며, 유럽의 안전보장 구도를 변경시켜 탈냉전 국제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역사적 대전환점’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이 중국의 대만 정책에 영향을 주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날, 중국 전투기 9대가 대만 방공식 별구역에 진입하여 대만 해협을 횡단한 사건은 이러한 우려를 증대시켰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수상은 2022년 6월 10일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의 연설에서, “본인은 우크라이나는 동아시아의 미래일지 모른다는 큰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을 정도였다.
기시다 정부 하 인도태평양 전략은 이러한 환경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2022년 7월 참의원 선거 때에, 기시다 정부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FOIP) 실현을 위해 미국, 호주, 인도, 유럽,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 태평양 도서국, 대만 등과의 연대를 강화한다”고 정책공약을 발표했다. 아베 시기의 FOIP와의 차이점은 유럽과의 협력을 FOIP의 과제로 넣고 협력대상국에 대만을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실제, 기시다 수상은 2022년 6월 NATO 정상회담에 참석하여 러시아 문제와 중국 문제가 불가분의 관계임을 역설하며, NATO와 일본의 협력관계를 더욱 발전시킬 것을 표명했다. 정상회담에서 NATO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중장기적 과제로써 인도태평양 지역 특히 중국 에의 우려를 표명하자, 일본은 유럽과 인도태평양 안전보장의 불가분성을 내세우며 NATO와의 협 력 강화를 전개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2021년 9월 대만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을 한 후, 대만의 가입에 적극 협력할 것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 동년 12월 국회에서 기시다 수상은 “대만과 일본은 공통의 기본적 가치관을 지니고 있고 경제관 계가 밀접한 중요한 파트너”이라며 가입 신청을 환영한다고 언급했다.
일본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면해 크림 전쟁 시기와는 달리, 대러 제재 및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이다. 시진핑 3기 체제에 들어선 중국에 대한 안보위협 인식은 커져만 가고 있으며, 방위문서 개정과 그 실행, 미일 동맹의 질적 발전과 한미일 안보협력에 힘을 쏟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축 이 일·NATO 안보협력 강화였다.
2017년 이래의 상황과 비교하면, 달라진 것은 국제자유주의에 대한 복귀 의식이 강하고 동맹관계의 신뢰구축을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가 출범했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경제는 중국, 안보와 민주주의는 미국과 유럽”이라는 도식으로 변한 느낌이다. 자유, 민주주의, 법의 지배, 인권 등 기본적 가 치관이 지배하는 국제자유주의적 질서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부담 분담(burden sharing)의 관점에서 미국·유럽·일본의 삼각 협력체제가 부활하는 양상인 것이다. ‘개방된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하는 유럽 입장에서는 이러한 미일유럽 연대의 강화는 조금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NATO 일본 사무소 개설이 사실상 좌절된 것은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기시다 정부의 외교안보전략은 우리의 편견 속에 자리잡은 ‘아베 노선’의 충실한 이행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시다 정부는 ‘신시대 리얼리즘’을 표방하며 중국과 러시아 관계의 안정화를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對NATO 정책협력과 한일관계의 확장성
글로벌 중추국가를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 또한 NATO와의 협력강화에 진심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서양의 안보와 인도·태평양 안보는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태지역 국가들과 NATO의 긴밀한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NATO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2022년 NATO 정상회담에 한국 대통령으로써는 처음 참가하였다. 올해에는 한국과 NATO가 기존의 IPCP를 격상한 <개별 맞춤형 파트너십 프로그램(ITPP)>에 합의하여, 대화와 협의, 대(對)테러 협력, 군축·비확산, 신흥기술, 사이버방위, 역량 개발 및 상호 운용성, 상호 운용성을 위한 실질 협력, 과학기술, 기후 변화와 안보, 여성·평화·안보, 공공외교 등 11개 분야에서 협력 수준을 높이기로 하였다.
일본 또한 2023년 ITPP로 격상된 문서에 합의하며, 기존의 협력 분야, 즉 사이버 방위, 해양안전보장, 인도지원 및 재해지원, 통상전력과 대량 살상무기 및 운반수단에 대한 군비관리·비확산 및 군축, 방위과학기술, 여성·평화·안전보장, 인간 안보, 공공외교 분야, 그외 협력에 대해 보다 높은 수준의 협력을 하기로 합의하였다.
또한 한국과 일본은 NATO 사이버 방위센터가 주관하는 사이버공격‧방어훈련 락드쉴즈(Lock ed Shields)에 2021년부터 같이 참여하고 있다. 2023년의 경우, 일본은 호주와 연합훈련팀을 꾸리 고, 한국은 튀르키예와 연합훈련팀을 구성하여 참가하였다.
NATO 정상회담에 참여하는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로 구성된 AP4 정상회담도 정기화되는 추세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 AP4는 NATO와 연대해 강력한 집단안보 태세를 확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계기로 NATO와 협력의 틀을 제도화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AP4가 지역 안보에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한국과 일본의 ITPP는 사이버 안보, 신흥기술, 공공외교, 인간안보 등 협력분야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는다. 동시에 NATO와의 안보협력도 강화되며 같은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물론, 한국은 대서양과 인태의 안보 불가분성을 북한 문제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으며, 일본은 대만 문제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다. 하지만 이 차이 또한 ‘역할분담’의 시각에서 보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최근 한일관계는 강제동원 해법 발표 이후 전면적으로 정상화되어 가고 있다. 한미일 안보협력도 재구축되며 대북 정보공유 및 대잠 연합훈련까지 실시하기 이르렀다. 그 연관성 속에서 한일 안보협력의 장애물이었던 ‘초계기 사건’도 원만하게 해결되면서 한일 안보협력의 가능성이 높아져 갔다.
하지만 한일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를 보면, 여전히 한미일 협력과 북한 문제 및 한일 양자문제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한미일 협력과 북한 문제가 사실상 동일어라고 본다면, 한일 협력은 여전히 한일 양자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0년 이후 ‘한일관계의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부정적 유산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한일관계를 복원하려는 이유는 기본적 가치관을 공유하는 양국의 협력으로 양국의 국익에 사활적 이해관계를 지니는 국제자유주의를 수호하고 발전시키기 위함이다. 내년 미국 대선으로 여전히 ‘트럼프 리스크’가 회자되고 있다. 결국 미국의 정치변화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국제자유주의를 수호할 수 있는 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유럽 및 NATO와의 관계 강화가 불가피하다. 대(對)NATO 정책에 있어 한일협력은 한일관계의 확장성을 시험하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끝>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정세와 정책 2023년 8월호 통권 365호](2023.7.31.)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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