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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중국 경제는 과연 미국을 추월할 수 있을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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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11월30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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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는 1970년대 말 시작된 ‘개혁/개방’ 대전환 이후 광대한 국토, 거대한 생산 인구 등을 바탕으로 역사상 가장 빠른 성장을 이루었고, 불과 수십년 만에 한적한 농경사회에서 도시화된 산업사회로 탈바꿈했다. 초기에 국가 주도의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개인 소유 및 민간 기업을 허용하자 해외 자금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와 풍부한 노동력과 함께 미증유의 고속 성장을 이뤘고, 이제 확고부동한 G2 위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어느덧 글로벌 사회는 중국 경제가 언제쯤 미국을 추월하고 실제로 글로벌 최강대국으로 올라설 지에 온 관심을 쏟고 있다. 

 

한편, 집권 공산당은 건국 이래 줄곧 ‘동방은 흥륭(興隆)하고 서방은 쇠망(衰亡)한다’는 환상적 슬로건을 내걸고 ‘2030년대 말까지 ‘현대화된 사회주의’ 국가를 이루고, 건국 100년이 되는 2049년까지 ‘부유한 최강국’ 달성을 꿈꿔 왔다. 그리고, 불과 몇 년 전까지 만해도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이 늦어도 2030년 이전에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하며 이런 ‘중국의 꿈(中國夢)’ 실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왔다. 심지어,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는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지금 중국 경제 성장의 실질적인 배경이 되어 온 서방국들과 우호적 관계는 파탄지경에 이르렀고, 최근 미국과의 갈등 장기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만 해협 긴장 고조 등을 계기로 해외 자금은 중국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런 심각한 상황 속에서, 논란의 여지가 없던 ‘중국 대망론(大望論)’도 최근 깊은 회의론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20차 당 대회에서 3 연임이 결정된 시 총서기의 강권 리더십 하에서 향후 정치, 경제, 사회적 리스크를 예견해서 앞날을 우려하는 전망들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나아가, 지금까지 중국이 이룩해 온 성장의 기적(miracle)은 혹시 한갓 허망한 신기루(mirage)가 아니었던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마저 일고 있다. 아래에 그간 미국과 중국이 벌여온 ‘글로벌 경제 G1’을 겨루는 경쟁 레이스의 장래를 조망한 최근의 해외 논설, 보도들을 요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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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까지 ‘중국이 2030년 이전에 미국을 제친다’는 전망이 대세


불과 몇 년 전까지 만해도 글로벌 사회에는 중국 경제가 향후 10년 내에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었다. 주로, 중국 경제가 종전에는 수출 의존형 성장을 추구했으나, 앞으로는 ① 정부 투자, ② 첨단기술 개발, ③ 국내소비 증가 등, 요인들이 향후 중국의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점들을 논거로 꼽았다. 이런 낙관적 가정 하에, 영국의 경제 예측 전문 기구인 경제기업경영연구센터(CEBR)는 중국 경제가 2025년까지 매년 5.7%, 2030년까지 4.7%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2030년까지는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근거해서, 향후 중국 경제 성장을 견인할 3 가지 요인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① 정부 투자 증대; 앞으로 중국 정부는 인터넷 등 핵심 부문에 대한 정부 개입 및 통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전문가(美 East-West Center, Denny Roy 연구원)는 ‘중국은 거대 규모의 재정을 가지고 있고, 이를 지도층이 국가적 목표 달성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절대적 파워를 보유하고 있다’고 전제한다. 한편, OECD 추산으로도 중국 정부의 기업들에 대한 직접 통제도 지수(2.98)는 개방 경제인 회원국들 평균의 3배를 훨씬 능가한다. 이는 시진핑 집권 기간에 기업들에 대한 직접 통제를 통해 경제 운용에 정부의 역할을 한층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Atlantic Council).    

② 첨단기술의 개발; 이의 연장선 상에서, 중국은 첨단기술 개발에 최우선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속적 혁신을 요하지 않는 ‘하드웨어’ 부문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을 것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따라서, 중국이 기술 자립을 이루고 여기서 생산된 제품 및 서비스를 수출하게 되면 현재 미국 GDP의 핵심 동력이 되는 이 부문에서 양국 간에 엄청난 충돌을 야기할 것이 예견된다.   

③ 개인소비 확충; 중국 경제는 2021년 이전에는 미국과 통상 분쟁을 감안해서 해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국내 소비가 가장 큰 성장 동력이었다. 이 기간 중에 중국의 공급망은 더욱 성숙됐고, 국내화 됐고, 혁신 역량도 확충됐다. 이런 추세는 제로 코로나 대책으로 지역 봉쇄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소비자들이 중국보다 부유한 것은 확실하나 중국 인구는 미국 인구 규모의 3.5배나 된다. 최근 5년 동안 중국 국내 소비시장 규모는 극적으로 증가해서 이제 중국 경제의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됐다. 

 

또 다른 흥미로운 전망도 있다. 전미(全美)경제연구회(NBER)가 발표한 보다 이론적이고 장기적인 분석 보고서(‘The Future of Global Economic Power’)로, 금세기 말인 2100년까지 중국이 전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7%로 선두를 차지하고 글로벌 헤게모니를 장악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은 12.3%를 차지해서 16.2%의 인도에 이어 3위로 뒤쳐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 보고서는, 전세계 경제 권역을 8개 개별 국가를 포함한 17개 블록으로 나누고 2017년을 기준으로 인구 증가(population growth), 인구 고령화(population aging), 생산성 향상(productivity catch-up relative to the US), 재정 능력(fiscal adjustment), 자동화(automation) 등 5개 요인들을 대입해서 통계적 기법(OLG Model)을 적용해 시뮬레이션한 것이다. 서방 유럽(WEU) 블록도 미국에 다음가는 비중(11.9%)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참고로, 한국이 속한 ‘JKSH(Japan, South Korea, Singapore, Hong Kong)’ 블록은 글로벌 경제의 3.5%를 차지하는 데 그쳐 세력이 크게 쇠퇴할 것으로 전망했다.

 

■ 서방국들이 중국 등이 선진국들을 추월하는 것을 우려하는 이유 


그렇다면, 미국 등 서방 진영은 왜 "중국이 언제쯤 경제 규모 면에서 미국을 추월할 것인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이는 어쩌면 중국의 부상이 지난 500년 동안에 걸친 패권 확장에 따라서 형성되어 온 서방국들의 심리적인 우월감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의 부상을 바라보며 서방국들이 느끼는 선망, 시기, 의심, 두려움 등 모든 감정적 변화는 ‘서방의 우월한 문화가 추월을 당할 수 없다’는 심리적 인식에 기인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러나, 사실, 어느 한 나라가 세계 제 1 경제 대국이 된다고 해서 그 자체 만으로 다른 나라에 대해 우월적 이점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중국 경제와 연관이 깊은 나라들은 이를 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세계 경제 레이스에서 금메달 같은 것은 없지만, 한 나라가 더 많은 소비 여력을 갖추면 다른 나라들에 보다 큰 통제력을 가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은 다른 나라들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게 될 것이다” (Douglas McWilliams, CEBR 부회장). 그러면, 중국 경제가 미국을 앞지를 경우에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구체적으로는, 중국이 아시아, 유럽 및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새로운 교역 경로를 구축하기 위해 온갖 심혈을 기울이며 노력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은 탄력을 받을 것이다. 

 

중국 정부 관리들은 이미 자국의 방대한 경제력을 타국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분쟁에 지렛대로 활용하려고 시도해 왔다. 중국은 4개 동남아 국가들과 해양 주권을 겨루고 있고, 일본과도 남중국해 상의 섬들을 두고 대치하고 있다. 인도와는 2017년부터 영토 분쟁을 벌여오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보면, 중국이 경제적으로 미국을 추월하려는 염원이 현실화되는 경우에는 소위 ‘대중화권(大中華圈)’ 외교 정책 노선에 따라 중국에 유리한 방향을 추구할 것이다. 이럴 경우, 중국이 새로운 국제 관계 룰을 설정하는 상황을 가정하면 미국의 지역적, 글로벌 리더십은 정당성을 훼손(毁損) 당할 수도 있다. (East-West Center, Denny Roy 연구원)

 

국제 사회는 이런 일견 당연한 속내에서 중국 경제의 글로벌 헤게모니 장악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CEBR 보고서가, 중국 경제가 2030년까지 미국을 추월하고 세계 최강의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이는 종전 예상보다 2년 늦춰진 것이다. 일본경제연구센터(JCER)는 2033년 이전에는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 전망도 종전보다 4년 늦춰진 것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서방 관측자들은 중국 경제가 미국을 따라잡는 시점이 당초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데 인식을 공유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게 됐다고 더욱 비관적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 흥미로운 사실은, 과거 10~20년 동안 대부분의 중국 경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빗나간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경제의 장래를 보다 정확하게 전망하기 위해서는 최근의 두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인도가 이미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 경제로 부상한 것이다. 중국은 이미 17년 전에 영국을 제친 바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IMF 통계에 따르면, 2007년에 이미 전체 개발도상국 경제 규모가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선진국을 앞질렀고, 2021년 기준으로 글로벌 경제의 57.9%를 차지하고 있다. 이 비중은 2026년까지 60%로 늘어날 것이고, 이는 선진국의 1.5배에 해당할 것이다. 

 

■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 중” 


이런 가운데,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과연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할까?’ 라는 기사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그럴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몇 세기 전에는 중국이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이었다고 전하고, 그러나,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이 그런 과거의 영화를 되찾기를 열망하고 있으나, 많은 난제들을 안고 있고, 이런 문제들은 스스로 자초한 것이어서 미국을 추월하고 세계 정상에 오르는 시기를 지연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중국에 그런 영광의 시기가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종전에 이들 전문가들은 중국 인구가 미국의 4배나 많아서, 외형으로 보면 질적 수준에서 미국을 앞지를 시기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달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단적으로, 중국 GDP 규모가 미국을 앞지를 시점에서 중국의 1인당 GDP는 미국의 1/4에 불과할 것이다. 중국은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는 이미 2016년에 미국을 앞지른 것으로 추산되기도 하나, 일반적인 기준인 시장 환율을 적용한 경우 2021년 기준으로 대략 18조 vs 23조 달러로, 아직 훨씬 뒤처져 있다. (앞의 도표 참조)

 

사실, 현 중국 경제는 Covid-19 사태 이후 엄격한 ‘제로 코로나’ 노선을 고수해 오고 있어 결정적인 타격을 받고 있고, 여기에 고질적인 부동산 부문 침체, 국영기업 개혁 부진, 미국과 첨단기술 분쟁 등으로 난제는 첩첩 산중이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은 급격한 인구 고령화라는 구조적 문제에 봉착해 있다. 향후 15년 간에 생산 인구가 무려 15%나 감소할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이제, 종전에 중국 경제가 2030년 중반까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하던 경제 전문가들도 중국이 다시 미국에 뒤쳐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도, 최근 발표되는 전망들은 금년에 중국 경제가 3.0%라도 성장하면 다행으로 보고 있다. 2021년 성장률 8.1%에 비하면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고 세계 최강 경제 대국으로 등극하는 길은 점차 험난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사실, 중국 경제는 Covid-19 이전부터 그 간 고속성장 과정에서 누적돼 온 각종 모순들이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이미 활기를 잃고 있었다. 최근 발표된 한 보고서(Lowy Institute)는 중국이 종전의 성장 페이스를 이어가 세계 최대의 영예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을 보였다. 이 보고서는 중국이 2030년까지 명목 GDP 기준으로 미국을 추월한다고 해도 “비록 규모 면으로는 최대가 될 수 있어도 적어도 금세기 중반까지는 ‘의미가 있는 최강’ 지위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 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 “中 경제, ‘중소득 덫’에 빠질 위험성, 연 2~3% 성장 전망도 등장” 


최근 발표되는 일부 보고서들은 중국이 2050년까지 연 5% 전후의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보고는 있으나, 보다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향후 겪을 국내 정치 리스크, 글로벌 세력 균형 변화 등을 감안해서 이보다 훨씬 낮은 연 2~3%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등장하고 있다. 결국, 2050년까지 중국은 1인 당 소득이 미국의 40% 수준의 부(富)를 달성하고, 생산성은 약 절반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보다 훨씬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英 파이낸셜 타임스(The Financial Times)는 지난 10월에 열린 당 대회 폐막 직후, 록펠러 재단(Rockefeller International) 샤르마(Ruchir Sharma) 회장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샤르마 회장은 이 기고문에서 시 총서기가 내건 2030년대 말까지 ‘선진국 중간 수준 경제 실현’ 목표를 달성하려면 매년 5% 전후의 성장을 이어가야 하나, 현 인구 감소 추세, 과잉 부채 문제, 생산성 하락 등을 감안하면 성장 잠재력은 그 절반 정도 수준에 그친다고 평가했다.

 

또한, 현재 미국의 경제 성장률, 인플레이션, 환율 등 지표들을 전제로, 최근 중국 내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을 감안하면 중국 경제는,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2060년까지는 미국을 따라잡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종전에 중국의 경제 성장은 주로 부동산 부문에 대한 지속 불가능한 자본 투입에 의존해 왔으나, 이러한 자본 투입은 이제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향후 중국의 성장 장애 요인으로는 생산 인구 급감, 생산성 향상 부진 등을 꼽았다. 결국, 향후 전망되는 2.5% 전후의 성장율을 가정하면, 지금 중국이 표방하는 경제, 외교, 군사적 ‘수퍼 파워’로 부상하려는 야망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미국의 월 스트리트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도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거침없이 질주해 온 중국 경제는 작년부터 급격하게 둔화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이 2020년대 말까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 경제 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봤던 종전 전망을 재고(再考)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WSJ은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 부동산 부문 침체 계속, 과잉 부채 등이 중국 경제의 장기적인 회복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명한 미국 경제학자 하바드대 로고프(Kenneth Rogoff) 교수도 최근 한 기고문(Project Syndicate)에서 시 총서기가 당 대회에서 3연임을 쟁취한 이후, 중국 최고 지도부가 시장 경제 중심 이념의 전문가들 대신에 자신에 대한 충성파들로 대체된 것을 감안하면 흔들리는 중국 경제 회생 플랜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논평했다. 그는, 과도한 정부 개입으로 중국 경제가 ‘중소득의 덫(middle-income trap)’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즉, 정부의 인프라 투자 위주 성장 패턴에 효율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이로 인해 성장이 둔화되고 소득이 감소하면 부동산 수요가 위축되고 이는 결국 과잉 투자된 부동산 가격 급락을 불러올 것을 우려한다. 

 

로고프 교수는 중국이 당면한 근본적인 문제를 옛 소련이 겪었던 철강, 철도 등에 대한 투자의 ‘수확 체감(diminishing returns)’ 현상, 혹은 과거 1980, 90년대 일본이 경험했던 ‘맹목적인 토목 공사(bridges to nowhere)’ 사례와 비교한다. 중국은 지난 수 십년 동안, 부동산 투자에 매진한 결과, 부동산 보유는 선진국들과 유사한 수준이 됐으나, 이제는 정부의 엄격한 규제와 성장 둔화에 따른 수요 감퇴로 부동산 부문은 중국 정부도 어떻게 해결하기 어려운 고질적 문제가 됐다. 일설에는, 지금 중국 전역에서 공사가 중단되고 붕괴 위험에 방치된 주택 수가 200만호가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중국 정권이 시장 원리에 입각한 개혁을 추진하길 꺼리고 있어 부동산 부문의 연착륙 가능성은 훨씬 낮아졌다고 우려한다. 

 

■ 새로 추대된 ‘인민 영도자(領導者)’가 받아 든 초라한 경제 성적표 


이런 가운데, 지난 달 24일 중국국가통계국은 금년 Q3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동기 대비 3.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원래 이 통계는 당 대회 기간 중인 18일에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당 대회 진행 중에 발표하는 것을 꺼려서 발표 예정일 바로 전날에 돌연 연기했다가 이날 당 대회 종료와 함께 발표한 것이다. 이런 경위를 감안하면 이날 발표된 수치는 비록 시장 예상치인 3.4%를 상회했으나, ‘경제보다는 국내 정치를 우선한 결과’ 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에 대한 신뢰도 크게 실추됐다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된다.  

 

여하튼, 중국의 Q3 GDP 성장률은 직전 Q2의 0.4% 증가에 비해 상당히 가속된 것이나, 그 이전 Q1의 4.8%에 비하면 현저히 둔화됐다. 이런 성장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Covid-19 감염 확산을 철저히 봉쇄하려는 시 정권의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경제 활동이 제한된 결과로 보여 Q4 실적도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초에 중국 정부가 내걸었던 ‘5.5% 전후’인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게 된 상황임은 틀림없다. 경기 동향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지표인 제조업구매담당자지수(PMI)가 10월에 전월대비 0.9%P 악화된 49.2로, 경기 확대/축소 분기점 ‘50’ 선을 2개월 연속 하회한 것도 ‘하방(下方)’ 압력으로 보인다.   

      

중국 정권은 당 대회 종료 이후에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집하며 각지에서 지역 봉쇄를 이어가고 있고, 공급망 및 생산 혼란은 장기화되고 있다. 한 금융 전문가는 이번에 발표된 경제 실적에 대해 “경기의 전반적 방향성을 알 수는 있으나, 개별 지표들이 어디까지 정확한지 알 수 없다” 고 지적한다. 시 주석은 최근 당 대회에서 행한 활동 보고 연설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해 “감염 확산 억제와 경제 사회 발전을 양립하는 데 중요한 성과를 거두었다” 고 강조했다. 이를 감안하면, 시 정권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할 의향은 없어 보여서 당분간 중국의 경기 둔화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IMF 및 세계은행(World Bank)도 금년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0% 전후’ 로 대폭 하향 조정한 바가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중국 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압박 요인은 그간 중국의 경제 성장을 견인해 왔던 부동산 부문의 붕괴 상황이다. 대형 부동산 개발기업 헝다(恒大)그룹을 포함한 관련 기업들이 여전히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해 토지사용권 매각 수익을 주요 재원으로 하는 지방 정부들은 곤경에 빠져, 일부에서는 직원 봉급 지급도 늦어지는 상황이라고 알려진다. 중국 부동산 부문이 냉각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중국 정부가 부동산 버블 억제를 위해 관련 대출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기업들은 급속히 자금난에 봉착했고, 연쇄적으로 하청업자들도 경영 악화에 빠졌다. 일부 현장에서는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에 이르렀고 주택 구매자들은 주택 대출 상환을 거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중국 부동산 부문은 관련 산업을 포함해서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 냉각에 겹쳐서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로 경제 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어 경기 둔화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 경기 둔화 배경에는 정부의 규제 강화 요인도 있으나, 중국 사회가 급속히 인구 감소 및 고령화 사회로 돌입하고 있어 주택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따라서, 향후 중국 경제는 더 이상 부동산 부문에 의존한 성장은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향후 시 정권은 경제 성장 모델의 근본적인 변환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 “시 주석 3기 임기 동안 ‘정치’가 ‘경제’의 장래를 결정할 것” 전망  


한편, 20차 당 대회에서 시 총서기의 3연임을 결정한 것을 두고 향후 중국에 ‘정치’ 상황이 ‘경제’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독립적인 싱크탱크 CFR(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은 시 총서기가 당 대회 연설에서 중국의 기술 자립과 국가 안보를 강조한 것과 최고 권력기구인 7인으로 구성된 정치국 상임위원회를 국무원 총리 지명자 리창(李强; 상해市 당 서기) 등 측근들로 채운 것을 지적하며, 향후 중국의 최고 의사결정의 초점은 경제 실적보다는 시 주석에 대한 충성을 포함한 정치 문제에 치중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따라서, CFR은 시 총서기의 최근 발언 등을 감안해 보면 향후 중국 경제는 수요/공급 시스템보다는 정치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정치 우위의 국정 운영 방향은 중국이 지난 40여년 간 추구해 온 개혁/개방 노선을 약화시키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중국은 서방국들과 긴장을 고조시켜 갈 것이고, 결국 중국 경제의 장기적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중국이 세계 2위 경제 대국이고 전세계 120개국 이상 국가들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경제에 광범하고 심각한 반향을 불러올 것이 틀림없다.

 

CFR은 시 총서기의 3기 임기 동안에 중국 경제가 당면할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① 부동산 부문 붕락으로 인한 국내 수요 감퇴 및 과잉 부채 문제, ② 향후 수 십년 동안 계속될 낮은 출생률 및 급격한 고령화 진행에 따른 연금 부담의 급증 등, 중국 경제가 부유해지기 전에 겪게 될 인구 구조 변화로 직면할 사회적 변화의 심각성을 들고 있다. 이는 정부의 적절한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해진다. 중국 정부는 3 자녀 운동, 자녀 양육 보조 확대 등 재정 부담을 감수하며 대응해 왔으나 최근까지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국내 리스크와 함께 중국이 당면할 심각한 외생적 리스크로 ③ 서방국들과 지정학적 긴장 고조를 들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전략적 첨단기술 제조 시설 등의 수출 금지로 결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유럽과도 마찬가지 곤경을 겪고 있다. 

 

사실 미국과 중국은 단순히 외형 수치만을 비교하면 이미 세계 정상을 겨루는 형국이다. 미국은 명목 상으로 아직 부동의 세계 최강국을 지키고 있고, 중국은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이미 2017년부터 미국을 앞질렀다. 양국 GDP 합계는 2021년 명목 기준으로 전세계 GDP의 41.89%를 차지하고 있다(PPP 기준으로는 34.75%). 이를 감안하면 당분간 세계 최강을 겨룰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 두 나라 뿐이라는 데는 이견은 없을 것이다. 참고로, World Bank 통계에 따르면 1960년 중국 GDP는 미국의 11%에 불과했으나, 2019년에는 67%에 달했다. 그러나, 중국은 인구가 미국의 4배 이상에 달해 1인당 기준으로는 훨씬 뒤진다. 미국 1인당 GDP는 중국의 5.78배에 달한다.(PPP 기준으로도 3.61배). 미국은 전세계에서 5위, 중국은 63위에 올라 있다(PPP 기준으로도 각각 8위, 76위에 올라 있다) 

 

■ 시 노선에 국민적 저항 분출, ‘2049년 세계 최강’ 꿈은 사라지나?


지난 26일, 중국 국영 신화(新華) 통신은 중국공산당의 최고 규범인 ‘당 규약’ 전문을 공개하고, 여기에 시 총서기의 당 핵심 지위와 그를 중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권위를 지킨다는 ‘두 가지 옹호’를 명기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단, 관심을 모았던 시 총서기의 당의 핵심의 지위와 시 총서기의 정치 사상의 지도적 지위를 확고히 한다’는 ‘두 개의 확립’은 일부 반대로 명기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시 총서기는 이번 당 대회를 통해서 공식적으로 장기 집권을 향한 권력 강화에 일단 성공했다. 그러나, 향후 시 총서기가 처결해야 할 최대의 과제는 현재 최악으로 가라앉고 있는 경제의 회생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시 총서기가 꿈꾸는 ‘대중화(大中華)’ 시대를 향한 역정에 경제 리스크를 어떻게 잠재우고 새로운 글로벌 위상을 세워갈 것인지가 향후 통치 과정에서 일관된 최대 과제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도 최근, 시 총서기는 3연임(혹은 영구 집권)을 확정한 뒤, ‘1극(極)’ 집중된 권력으로 과연 무엇을 할 것인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동 통신은 시 주석이 ‘2035년까지 중진국 수준 평균 소득 및 군의 현대화를 달성하고,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종합 국력 및 글로벌 영향력에서 세계 최강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표방하고 있으나, 그가 제시하는 대만 문제 해결 방법,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 등을 감안하면 이런 목표 달성은 회의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동 통신은 지난 10월 열렸던 당 대회 직전에도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하려는 야심은 시 총서기의 3기 임기 동안의 정책 여하에 달려 있다”는 기사를 게재한 적이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블룸버그 통신은 Bloomberg Economics 모델에 근거한 향후 수 십년 간 중국 경제 진로에 관한 4 가지 시나리오를 소개하며,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 급격한 인구 감소 및 고령화, 부동산 부문 둔화 등으로 목표치 5% 전후의 성장은 이미 불가능하게 됐고, 만일, ‘제로 코로나’ 정책이 2023년 이후로도 지속된다면 향후 10년 간 평균 GDP 성장률은 4%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적어도 2030년대 중반까지는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은 앞서 소개한 기사에서 만일, 중국이 ‘부동산 문제’ 및 ‘제로 코로나’ 정책 등 성장 장애 요인들을 털어내고 투자를 회복하고 훈련된 노동 인구 공급 증가를 촉진한다면 5% 성장이 가능할 것이고 미국을 제치고 ‘글로벌 No. 1’으로 올라서는 것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시 총서기의 과거 행적을 보면, 비록, 은퇴 연령 연장, 교육의 향상 및 건강보험 확충을 위한 부유층에 대한 증세, 자원 배분 효율화를 위한 금융 시스템의 개혁, 민간 부분의 경쟁 촉진 등, 수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기는 해도, 전혀 불가능한 것 만은 아니라고 전망했다. 

 

또한, Bloomberg Economics 모델은 향후 중국 경제 성장에 가장 긴요한 것은 새로운 첨단기술 도입을 통한 실물 투자 및 노동 효율을 증진할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의 향상 여하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최근 시 총서기가 취하는 각종 정책들을 살펴보면 미국과 대결 국면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이것이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만일, 서방 측이 현재 러시아에 가하고 있는 제재를 중국에도 적용하면 중국 경제는 OECD 국가들과 심각한 脫동조화가 일어나고 2030년까지 8% 감축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또 하나의 불길한 징조로, 어제 오늘 해외 미디어들이 긴급 뉴스로 전하는 바, 중국 내에서 벌어지는 중대 상황으로, 지금 거의 모든 주요 도시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활동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거에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위대들은 정부의 강압적 활동 봉쇄에 항거하며 ‘자유 보장’ 및 ‘과학적 방역’을 요구하는 동시에 ‘反시진핑’, ‘反공산당’ 구호를 외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전해진다. 중국과 같은 강권 독재 사회에서, 더구나 방금 ‘인민의 영도자’로 추대된 시 주석에 대해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는 시위가 일어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일단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항의인 이번 시위는 베이징, 상하이를 비롯한 전국 50여개 도시에서 동시다발로 일어나고 있고, 시위대들은 ‘시진핑 퇴진’, ‘공산당 통치 배제’ 등 극렬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더구나, 소요 사태가 ‘천안문 사건’의 발단이 됐던 베이징(北京)대학, 시 주석 출신교 칭화(淸華)대학을 포함한 전국 주요 대학으로 번지고 있는 것도 주목할 일이다. 日 NHK 방송은 28일 ‘중국 집권 공산당 지도부는 지금 벌어지는 ‘제로 코로나’ 항의 시위가 마침내 공산당 통치를 배척하는 시위로 번질 것을 우려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 전했다. 현 단계에서는 비록 규모가 작은 산발적 시위에 그치고 있으나, 시위 지역이 이번 시위의 발단이 된 신장(新疆) 지역을 포함한 중국 전역에 걸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추이와 이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상의 긴 설명을 요약하면, 시 총서기를 중심으로 하는 중국 지도부는 꺼져가는 경제를 회생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기존 정책 노선의 대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선, COVID 제로 위주의 방역 대책을 탈피하는 것과 함께 붕괴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일이다. 다음으로, 이보다 더욱 중요한 장기적인 과제로, 생산성 향상 및 노동력 증대를 위해 구조적 개혁 모멘텀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거의 모든 전문가들의 일치된 제언은 이런 어려운 난제들을 척결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통해 중국 경제의 장기적 성장 기대를 Covid-19 팬데믹 이전 상황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한다. 과연 시 정권 3기 이후 중국 경제 회생 대책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 지가 온 세계의 관심의 표적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지금 중국 전역에서 번지기 시작한 ‘제로 코로나’ 항의 시위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 조치가 정책 변화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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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11월30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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