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수주, 금융으로 뒷받침해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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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27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24년 4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입찰에서 체코에 금융지원을 할 수 있다는 의향서를 낸 것으로 확인되면서 체코 원전 수출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상당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통상 금융지원 의향서는 원전이나 발전소 건설 등 대규모 프로젝트 입찰시 관례상 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향서는 금융지원을 “필요한 경우 할 수 있다”는 것이지, “반드시 하겠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수은), 무역보험공사(무보)와 같은 각국의 수출신용기관(ECA; Export Credit Agency)은 정부로부터 위임을 받아 정책적 차원의 대외거래관련 금융(대출, 보증, 보험 등)을 제공한다. 금융지원의향서는 이러한 과정에서 아주 초보적인 금융지원에 대한 의향을 보여줄 뿐이다. 사실 ECA의 존립목적은 정책적 차원의 대외거래관련 금융(대출, 보증, 보험 등)을 원활하게 제공하여 대규모 프로젝트입찰에서 우리 기업들을 지원하는 데 있다. 보통 원전 등 해외 인프라 입찰에는 수은, 산은(산업은행), 무보 등 금융공기업의 금융지원도 패키지로 포함된다.
지난 7월17일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주는 프랑스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2009년 UAE 바레카 원전이후 15년 만에 해외 원자력발전 수출에서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되었다. 체코는 두코바니, 테믈린 지역에 1200MW 이하의 원전 최대 4기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은 두코바니 원전 2기에 대한 우선협상자가 됐고, 2025년 3월에 본계약이 이루어져야만 비로소 수주가 이루어진다. 몇 달 남지 않았지만, 앞으로 선진 원전 기술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 원전 시장에 처음 진출하기 위해 본계약까지 넘어야 할 허들은 많다. 사용후 핵연료 처분 시설을 마련할 방안을 강구하고, 수익을 극대화할수 있는 원전 기자재에 대한 수출 협상뿐만 아니라 우리가 약속한 60% 이상 현지 기업 참여와 현지 노동력 우선 고용, 지적재산권 문제, 금융관련 조건 등을 잘 협상하여 본계약을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본계약으로 가기 전이어서 1차 경쟁에서 탈락한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지적재산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한수원의 협상이 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더욱이 2차 경쟁에서 탈락한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우리가 제시한 가격과 입찰 절차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금융지원의향서에 대한 섣부른 오해 등으로 국내에서 체코원전 수출 논란을 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21대 국회를 마무리하면서 여야는 한마음으로 방산, 원전 등 수출을 위해 수은 자본금을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증액한 바 있다. 좋은 시금석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여야를 떠나 정치인들이 한마음으로 입법한다면 자연히 우리 국가경쟁력은 강화될 것이다.
원전 수출은 100년의 관계를 만든다고 한다. 원전을 건설하는데 10년, 건설 후 발전하는데 60년, 연장 발전할 경우 20년, 해체하는데 10년이 걸리는 100년의 협력 관계를 갖게 한다. 이러한 장기간 기술적 교류를 통해 양국민의 문화적, 경제적 교류가 가능해지고, 국가간 외교관계도 돈독해질 수 있다. 체코와의 경우도 현재 본계약이 체결되기 전이지만, 체코 고속철, 배터리, 미래차, 로봇산업 협력 등도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단순히 수치 상의 수익으로만 계산할 수 없는 잠재적 가치를 원전 수출이 창출할 수 있다. 당연히 수익성과 위험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체코의 경우 제조업이 강한 나라이고, 국가신용등급도 무디스(Moody's) 기준으로 영국과 동일하고, 피치(Fitch) 기준으로 우리나라, 영국, 프랑스와 신용등급이 동일하기 때문에 양국간 교류를 통해 서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이 결정됐다는 것은 시공 관련해서 수주한 것이고, 보통 금융 지원 등 협상은 그 이후에 이루어지게 된다. 원전은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한 장기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수익과 위험을 적절히 고려한 금융 구조의 고도화가 필요한 것이다.
우선, 원전 등 장기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하고자 할 경우 사업 개시에 앞서 철저한 자금 조달 및 운용 계획이 필요하다. 실물산업과 금융산업의 유기적 연계가 필요한 이유이다. 정책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시중은행 등 민간 금융기관의 참여도 필요하고 금융지원 전략을 철저하게 마련하여야 한다. 한수원의 경우 지난 2022년 말 해외 원전 수출사업 공동 금융지원 협력을 위해 수은, 산은, 무보 등 국내 정책금융기관 및 민간 금융기관과 '원전금융 팀코리아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이 팀코리아에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NH농협은행 등 6개 시중 은행도 함께 하고 있다. 리스크쉐어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수은의 경우 2016년 UAE 바라카 원전 건설 사업에 31억달러의 금융을 지원했고, 이 중 25억달러를 UAE 원전 사업법인에 대출해준 바 있다.
원전 수주 등 대규모 프로젝트 입찰을 위해 국내 수출금융은 물론 해외 정부나 ECA 등 정책금융기관이나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과의 협력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자금력을 보다 확보할 수 있고, 협력을 통해 보다 다양한 프로젝트 및 투자기회에 참여할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리스크쉐어링을 통해 위험도 감소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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