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미국의 대중 기술 공세: 그 내력과 중국 대응의 한계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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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미국에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중국은 그것을 미국 쇠퇴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 2012년 3월 주석에 취임한 시진핑(習近平)은 지금은 너무도 유명해진 중국몽(中國夢), 즉 ‘중화민족의 세계적인 부흥’을 천명했다. 이어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라는 새로운 대외 팽창주의 정책이 모습을 드러냈다. 2015년 9월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미국 대통령 오바마(Barack Obama)에게 용어의 의미를 설명하며 미국의 동의를 구하려 했다. 서태평양에 대한 중국의 우월적 지위 인정을 요구한 셈인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과 같은 나라가 세계질서를 만드는 것을 용납할 수는 없다”는 말로 이를 거부했다.
위의 사실을 통해 중국이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것이 분명해졌고, 미국의 거부 의사 또한 확인됐다. 중국은 과연 도전을 현실화시킬 능력이 있을까?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자 역으로 트럼프 정부서부터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박이 본격화됐다. 정부 출범 초기에는 연간 약 4000억 달러에 이르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감축이 목표였다. 2018년 4월부터 역사상 전례가 없는 대규모 관세 보복이 시작됐다. 중국은 결국 굴복했는데, 그 결과가 중국의 가시적인 양보를 담고 있는 2020년 1월의 양국 무역협정이었다.
그 와중에 미국은 중국의 약점을 간파하기 시작했다. 하나는 중국과 세계경제를 분리하면(decoupling) 중국을 잡을 수 있다는 경제구조에 대한 이해였고, 다른 것은 중국의 기술 열세를 반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정교한 계산이었다. 2018년 4월 중국의 통신업체 ZTE(중흥통신)와 미국기업의 거래를 정지시키는 조치를 시작으로 중국 첨단 기업에 대한 가시적인 기술 제재가 이루어졌다. 급기야 2019년 5월에는 중국 최대 IT 기업인 화웨이와 미국기업 간 거래를 중지시켰고, 9월 미국 장비를 활용하여 만들어지는 세계 모든 반도체의 화웨이 수출 금지 조치가 단행됐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대중 정책을 정교하게 다듬었다. 먼저 트럼프 정부와는 달리 가치(value) 공유를 내세우며 자유주의 연대를 통한 대중 압박에 주력했다. 이에 기초,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의 기술은 반민주 독재적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가치와 기술을 연계시켰다. 그 위에 대단히 정교한 대중 기술 공세가 이어졌는데, 2022년 3월 미국이 제안한 ‘동아시아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East Asia Semiconductor Supply Chain Network),’ 즉 ‘반도체 칩4(Chip 4)’은 대표적이다. 반도체 선진국인 미국, 한국, 일본, 대만이 함께 반도체 생산과 공급을 조절한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간파한 중국 기술의 최대 약점은 반도체였다. 중국 반도체의 대외의존도는 가히 절대적이어서 2021년 무려 370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가 중국으로 수입됐다. 2018년 4월 칭화유니그룹 공장 방문 시 시진핑 주석 역시 아래와 같이 호소했다:
“반도체는 제조업의 심장으로 심장이 약하면 아무리 덩치가 커도 강하다 할 수 없다……. 반도체 분야에서 중대 돌파를 이뤄내 세계 메모리 반도체 기술의 최고봉에 올라서 달라.”
다음의 반도체 관련 통계 또한 중국의 취약한 입지를 보여준다. 중국업체가 생산한 물품 기준으로 반도체 자급률은 6%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2022년 8월 미국정부가 공표한 ‘반도체 산업 육성법(Chips for America Act)’에는 반도체 분야의 기술적 우위 유지를 위해 정부가 28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22년 10월 7일에는 미국 상무부의 충격적인 조치가 뒤를 이었다. AI 혹은 수퍼컴퓨터에 내장되는 고성능 연산 반도체와 미국산 컴퓨터 제조 장비의 대중 수출이 전격 금지됐다. 화웨이에 대한 수출 금지는 일개 기업에 대한 조치였지만, 이번에는 중국 전체가 제재 대상으로 떠올랐다.
중국은 반도체 산업을 육성시킬 수 있을까? 반도체 생산 장비와 설계 분야를 미국이 석권하고 있는 현실, 그리고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이 미미하다는 사실에 비추어 중국이 이를 극복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미국 반도체 장비사인 KLA가 한국 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한 납품을 중단했다는 보도와 중국의 삼성 및 SK 공장에는 장비 반입을 1년 동안 허용한다는 보도가 동시에 떴다. 중국 내 한국 기업의 반도체 생산 역시 점차 힘들어진다는 점을 암시한다. 중국과 한국경제, 그리고 미국경제의 탈동조화(decoupling)는 이런 방식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끝>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세종논평] No. 2022-08 (2022.10.17.)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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