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와 국제공조 강화 필요성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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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경제는 코로나19로 훼손된 글로벌 공급망 회복 지연, 방역조치 해제에 따른 수요증가에다 반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1980년대 이후 4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을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과거 스태그플레이션 경험을 교훈 삼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하여 빠르게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미 연준은 당초 일시적일 것이라던 연준의 예상과 달리 1년 반 넘게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되자 금년 3월부터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여 연초 0.0%~0.25%에 머물던 정책금리는 금년 9월말 현재 3.0%~3.25%로 3.0%p나 인상되었다. 더욱이 CME Fed Watch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4.5%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가계는 견조한 고용시장, 누적된 저축, 자산효과 등을 바탕으로 높은 수준의 소비를 멈추지 않고 있어서 수요를 진정시켜 물가를 안정시키려면 상당 기간 높은 금리가 유지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미 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은 미국의 물가상승률 완화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글로벌경제와 금융시장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높은 금리로 인하여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지속함에 따라 여타국의 수입물가를 끌어올리면서 전 세계로 인플레이션을 수출하는 모습이다. 다른 나라들이 통화가치를 지키고 인플레이션을 완화시키기 위하여 정책금리를 높이면 경기둔화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데 유럽은 전쟁으로, 중국은 감염병 대응과 부동산 부실로, 일본은 장기간의 수요부진으로, 신흥국은 코로나19의 여파 등으로 미국만큼 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강달러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외채무부담이 높은 신흥국의 자금유출 가능성,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 등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지속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여타 국가와 유사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과거 세 차례 한미금리 역전 기간에는 외국인의 증권투자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된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미 연준 금리인상이 반드시 대규모 자본유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과거에 비해 확대된 외국인 채권투자 비중, 늘어난 우리나라 국채시장 규모 등을 감안하면 지금 상황에서 자본유출입이 내외금리차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외환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고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금리인상 기조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현재와 같이 글로벌 금융시장이 격변하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금융시장의 반응 정도를 사전에 예견하기는 무척 어렵다. 위험이 현재화할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보수적인 정책대응이 요구된다는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금리정책은 미 연준의 금리 정책 등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정책당국이 운용할 수 있는 재량의 범위가 매우 제한적일 전망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금리상승으로 인한 부채부담 가중과 경기둔화가 우려되더라도 글로벌 긴축상황에서 환율불안 등으로 대외불균형이 심화되지 않는데 우선적인 정책순위를 두고 경제위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특히 과거 우리나라의 경제위기는 외화유동성 경색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대내적으로는 외화 유동성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일관성 있는 거시정책을 펼쳐야 한다. 최근 영국 감세법안 발표 사례에서도 나타났듯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금융시장은 정부정책에 허점이 있다고 판단하면 평상시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정책일관성이 경제안정에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과도한 외환시장 쏠림에는 일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겠지만 글로벌 강달러 기조 속에서 환율을 일정수준으로 방어하려는 시도는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시장 신뢰만 잃을 위험이 있다.
이처럼 최근과 같이 대외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우리 경제의 체력을 다지는 일 외에는 대내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러나 우리 경제구조의 한계만을 탓하기 보다는 이럴 때일수록 바깥으로 눈을 돌려 적극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의 수습과정에서 우리나라는 G20의 핵심국가로서 글로벌 의제를 선도했던 경험이 있다. 돌이켜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테이퍼링 발작이 나타났던 2013년에도 미국이 긴축을 선제적으로 시행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파급효과에 대해 국제사회의 우려가 컸었다.
당시에도 각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회복되는 속도와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각국이 경제위기 시에 취했던 완화적 정책을 정상화하는 출구전략(exit strategy)이 동시에 같은 속도로 이루어질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각국이 정책 정상화를 실행할 때 글로벌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negative spillover)을 감안하는 정책공조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IMF, G20 등 국제적인 논의의 장을 통해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당시 논의에서 선진국의 출구전략 실행이 신흥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이로 인해 다시 선진국이 부정적 충격을 받는 역파급 효과(reverse spillover)를 강조하면서 선진국과 신흥국의 공조가 선진국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주장한 바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최근 미국 채권시장을 통한 역파급 효과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국채시장은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3월에 시장금리가 급등하는 경색 상황을 경험한 바 있다. 경색이 발생한 정확한 원인은 불명확하지만 감염병 위기로 촉발된 극단적인 현금선호와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건전성 규제로 대형금융회사들의 시장조성기 능이 약화된 점 등이 주된 요인으로 지적되었다. 건전성 규제 변화와 더불어 최근에는 미 연준의 양적긴축 규모가 9월부터 확대된 점도 향후 미국 국채시장 수급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최근 일본이 24년 만의 시장개입을 단행하는 등 자국 통화의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주요국들이 자국통화 방어를 위해 미국 국채를 팔아 대규모 시장개입에 나설 경우 미국 국채시장의 안정성이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 국채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MOVE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높아진 상황에서 주요국들의 시장개입 등으로 미 국채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국제금융시장은 엄청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미국이 국제공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요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수습 과정에서는 G20이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지금은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G20을 통한 국제공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10월에 예정된 IMF/WB 연차총회를 새로운 국제공조체제를 도출해내는 계기로 만들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G20 국가이며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는 위상을 가진 만큼 국제공조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부터 다른 국가들이 받을 수 있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차단하는 것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대응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미국으로의 역파급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국제공조가 필요함을 주장해야 한다.
또한 미국에게는 미국이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완화적 거시경제정책을 서둘러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불안정해지고 있는 국제금융체제의 복원력 유지를 위해서 통화스왑 등을 통해 글로벌 안전망을 뒷받침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상기시켜야 한다. 국내 경제정책만으로 갈수록 커지고 있는 대외불확실성의 파고를 넘기는 쉽지 않다. 우리 경제가 안정적 성장을 지속해나가기 위해서는 글로벌 한 시각에서 국제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주도적으로 끌고 나가는 적극적이며 능동적인 정책 마인드가 필요하다.
※ 이 글은 한국금융연구원(KIF)이 발간하는 [금융브리프 특별호](2022.10.5.) ‘금주의 논단’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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