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고용 흡수력 증가와 경기순환의 시차효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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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고용 동향 개관
금년 8월 취업자 증가폭(전년 동월 대비)이 81만명에 달할 정도로 현재의 고용사정은 매우 양호하다. 코로나 위기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한 작년 8월에도 52만명이나 증가하였는데 그에 더하여 금년 들어 고용 증가폭이 더욱 확대되는 추세이다. 취업자수는 코로나 이전 수준(2019년 12월 2,715만명)을 훨씬 능가하는 2,841만명(계절조정치 기준)에 달한다.
최근의 양호한 고용사정을 반영하여 실업률이 사상 최저인 2.5%(계절조정)로 낮아졌다. 동시에 고용률(취업자/15세이상인구)도 62.3%로서 역대 최고 수준이다. 특히 그동안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의 하나로 지목된 청년 실업도 개선되고 있다. 금년 8월 현재 청년실업률(15~29세 대상)이 5.4%로 이 역시 역대 최저이다.
이와 같은 고용 호조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어느 모로 보나 지금 경기가 좋다고는 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물가와 환율이 급등하고 심리 지표들이 급격히 위축되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고용이 확대되어 고용률 실업률 등 고용지표들이 크게 개선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지금의 고용 호조를 어떻게 해석하여야 하는가? 경기와 고용이 서로 괴리되는 것은 아닌가? 이에 더하여 지금의 고용 호조가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도 들지 않을 수 없다.
고용과 경기가 괴리되는 현상, 특히 경기가 둔화됨에도 고용이 확대되는 사례는 다음 <그림>에서 표시하였듯이 2013~2014년에도 나타났었다. 당시 기업들은 임금 총액을 유지하면서도 일자리 나누기 등을 활용하여 고용을 확대하였다.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고 종전에 비해 더욱 현저해지는 최근의 경기와 고용의 괴리현상 등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부문별 고용 동향 특징
이하에서는 최근의 고용 실적을 파악함에 있어서 코로나 영향이 없었던 2019년 12월을 기준으로 현재(금년 8월)를 비교하는 방식을 택하고자 한다. 2019년 12월 대비 금년 8월 취업자가 126만명 늘었는데 이와 같이 취업자가 늘어난 내역을 부문이나 연령, 직종 등으로 세분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 내역을 종합하여 해석함으로써 앞에서 제기한 의문들에 대해 논의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먼저 연령별로 살펴보면 60세 이상의 취업자 증가가 현저하다. 60세 이상의 취업자 증가폭이 141만명에 달하여 전체 취업자 증가 규모 126만명을 능가하고 있다. 이에 비해 30대와 40대에서는 취업자가 각각 25만명 및 16만명 감소하였다.
그러나 연령별 취업자 규모의 변동만을 살피면 연령별 취업자 변동의 특징을 놓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인구구조상 40대 이하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야 한다.
인구 변동분을 감안한 취업자 증가는 청년층과 30대에서 매우 뚜렷하다. 15세~19세 및 20대와 30대의 경우 인구의 절대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다음 표 참조). 그럼에도 최근 이 연령대에서 소폭이나마 취업자가 늘어났다는 점을 주목하여야 한다. 인구 감소를 감안한 취업자 증가는 10대에서 31만명, 20대에서 26만명, 그리고 30대에서 12만명에 달한다. 이 결과 10대 20대에서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가 크게 감소하였다. 그에 비해 60세 이상의 취업자가 많이 늘기는 하지만 인구증가폭에는 미치지 못하여 이 연령에서는 비경제활동인구가 오히려 늘어났다.
한편 청년층 취업의 상당부분은 여성에 의해 주도되었다. 특히 20대와 30대 여성의 취업자 증가가 두드러진다. 이 연령층에서 여성의 비경제활동인구가 크게 감소하였다.
청년층 취업이 늘어난 것은 그동안 청년실업이 문제가 되었던 만큼 상당히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한편 20~30대 여성들의 취업이 늘어나는 것이 어떤 배경인지 명확하지 않으나 아래에서 살펴보겠지만 전문직 등 직업 환경이 좋은 일자리가 생겨난 것이 그 배경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최근 고용동향 특징 중의 하나가 근무시간 감소이다. 2019년 말 대비 2022년 8월 현재 36시간 이하 취업자가 대폭 증가(+720만명)하였다. 서비스업(+580만명, 도소매음식숙박 75만명, 사업개인공공서비스 344만명, 전기운수통신 123만명 등)에서 근로시간 단축 현상이 두드러졌지만 제조업(+140만명), 건설업(+39만명) 등도 비슷한 추세를 따랐다. 특히 서비스업 분야에서는 36시간 미만 취업자가 36시간 이상 취업자보다 더욱 많아지게 되었다. 한편 36시간 이상 일자리는 620만개나 감소하였다.
이 결과 주당 평균 취업시간이 2019년 12월의 40.6시간에서 2022년 8월 36.4시간으로 크게 감소하였다. 이를 놓고 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근무시간 단축과 그에 따른 일자리 나누기 혹은 쪼개기(Job-sharing)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의 지위별로는 상용근로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점이 두드러진다. 상용근로자 증가폭이 123만명에 달한 반면 일용근로자는 26만명이나 감소하였다. 상용근로자 증가의 대부분이 여성이 차지하였다. 여성 상용근로자는 80만명 늘어난 데 비해 남자 상용근로자는 43만명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의 분리 등) 문제가 개선되는 조짐으로 볼 여지도 없지 않다.
직업별로는 농업 및 농림어업(+43만명), 단순노무 종사자(+63만명) 등의 증가가 수적으로는 두드러졌다. 이 직종에서는 고령층 인력이 주로 취업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에 비해 서비스 판매 종사자는 24만명 감소하였다. 이보다는 전문직 종사자가 30만명이나 증가한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이 중에는 여성이 21만명을 차지하여 남성보다 2배 많이 취업하였다.
산업별로는 보건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에서 55만명, 공공행정서비스에서 21만명 늘어난 데다 정보통신업에서 14만명,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에서도 12만명이나 증가하는 등 호조를 보였다. 반면 도소매 음식숙박업에서 취업자가 44만명 감소하였다.
고용이 크게 늘어난 이 분야들에서는 여성의 취업이 두드러졌다. 여성 취업자는 보건 복지분야에서 46만명, 공공행정에서 13만명, 정보통신에서 9만명 등으로 우위를 보였다. 남성의 경우 운수창고(15만명), 제조업(5만명), 건설업(1만명) 등의 일부 업종에서 여성보다 많이 취업하였다.
이상의 동향을 종합하면 고용이 양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에 더하여 질적으로도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즉 그동안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에서 나타난 근본적 문제점들이 다소나마 완화 혹은 해결되는 기미로도 볼 수 있는 현상들이 다수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높은 청년실업률, 여성 고용의 부진, 과도한 자영업 비중 등이 거론되어 왔다. 최근의 고용 동향에서는 이 문제들이 개선되는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양적인 측면에서 노년층 위주의 고용 확대, 장년층 고용 부진 등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는 인구 감소에 따른 것으로서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
몇 가지 쟁점에 대한 해석
최근 동향의 특징을 기초로 몇 가지 쟁점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최근 경기둔화 조짐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호조를 보이는 배경을 생각해보자. 일반적으로 고용은 경기에 대해 1~2분기 후행하는 특성이 있다. 사실 작년 4월부터 코로나 위기로부터 벗어나는 경기 회복 기조에 들어섰다. 그러다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함으로써 경기 회복 기조가 급작스럽게 반전되었다. 이와 같은 경기 흐름의 특징과 아울러 고용의 경기 후행적 속성을 감안하면 최근 고용 호조가 이례적이라고만 하기 힘들다.
한편 아직도 생산은 여전히 활발하다는 점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비록 제조업 출하가 부진하고 재고가 누적되고 있으나 생산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제조업과는 별개로 서비스업에서는 생산이 호조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 방역 단계 완화 및 해제로 대면서비스 수요가 급증한 결과로 풀이된다. 따라서 생산이 늘어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고용이 확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일자리 나누기 효과도 가세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청년층을 중심으로 주당 36시간 미만의 일자리가 크게 늘고 있다. 근로시간이 감소함에 따라 노동수요가 확대되는 경우 종전에 비해 일자리가 더 늘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와 함께 근로조건이 크게 개선된 것도 고용 증대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노동시장에서는 인력 부족과 임금 상승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방역 등의 문제로 인해 해외근로자들의 입국이 제한됨으로써 노동공급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임금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금년 1~7월중 임금지급총액이 전년 동기에 비해 5.5%나 상승하였다. 작년도 같은 기간 중의 4.5% 상승보다 더욱 높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도 노동 공급을 유인하는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후퇴하는 조짐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은 경기와 고용이 서로 괴리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아래 그림 오른쪽 그래프>에 표시한 바와 같이 경제성장률과 고용 증가율의 장기추이를 보면 근래 두 지표간의 괴리가 더욱 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고용이 경제성장에 비해 상방향으로 편기(偏倚)하는 현상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현상은 경제성장의 고용흡수력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경제성장의 고용흡수력은 경제성장률에 대한 고용증가율의 비율로 측정한다. 즉 경제성장 1% 포인트를 높이기 위하여 고용을 얼마나 확대하여야 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아래 그림의 왼쪽 그래프>에 경제성장의 고용흡수력을 표시하고 있다. 경제성장의 고용흡수력은 “고용 없는 성장” 시기였던 2000년대에 극히 낮았다가 2010년대 이후 높아지기 시작하여 최근 들어 가파르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2000년대 경험한 “고용 없는 성장”에서 이제 벗어나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볼 여지가 생겼다. 경제성장의 고용흡수력이 높아진 것은 산업구조의 변화, 기업의 고용 행태 등 여러 요인이 반영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우선 산업구조 면에서는 제조업의 서비스화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리고 서비스업의 고용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것도 경제성장의 고용흡수력이 높아지는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기업의 행태 면에서는 과거에는 가능하면 인력을 줄이기 위한 생력화(省力化) 혹은 자동화 투자에 중점을 둔 반면 이제는 연구개발, 마케팅, 사후관리 등의 기능이 강조되면서 인력을 확충하는 쪽으로 인사정책이 바뀌고 있다. 또 다르게는 우리나라 기업 혹은 산업에서 경쟁력의 원천을 가격경쟁력이 아닌 비가격경쟁력을 중시하기 시작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아무튼 경제성장(경기)과 고용의 상호관계는 경제성장의 고용흡수력이 높아지는 쪽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2000년대 당시 “고용 없는 성장”이 신자유주의식 극단적 단기 이윤추구 행태의 결과였다는 점에서 이제는 그 문제를 시정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한편 최근의 고용 호조도 경제성장의 고용흡수력과 연관이 있다. 비록 경제성장세가 과히 강하지 않았음에도 고용이 호조를 보인 것은 이와 같이 경제성장의 고용흡수력이 높아진 것을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경제성장의 고용흡수력 증가는 고용 측면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경제성장의 고용흡수력이 높아졌다면 어느 정도의 경제성장이 지속된다면 고용 사정이 종전에 비해 더욱 크게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제 마지막으로 제기되는 의문인 “경기와 고용의 괴리가 확대되었다면 고용과 경기가 전혀 관계가 없다고 보아야 하는가?”에 대해 논의할 차례이다.
고용(취업자의 변동)이 경제적 상황에 따라 즉각적으로 변하지 않는 특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취업자의 경우 인구의 증감과 같은 비경제적 요소가 가미되기 때문에 경제적 분석에 어려움이 뒤따른다. 그렇더라도 고용이 경기와 무관하게 움직인다고 하기는 어렵다. 고용 관련 변수에 따라서는 경기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예를 들면 비경제활동인구 증감은 경기와 민감한 관계를 보인다. <아래 그림>은 2000년대 이후 산업생산 증감률과 비경제활동인구 증감을 상호 비교한 것이다. 이 그래프에서는 생산과 비경제활동인구의 규모는 완전히 반대로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2005년 이후 경기 회복기 등 일부 기간에서 예외적인 움직임 있긴 하였다.) 즉 생산이 호조를 보이면 비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고 나아가 취업자가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고용은 경기 상황에 따라 민감하게 변화한다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경기와 고용이 무관치 않다는 것은 지금 호조를 보이는 고용도 앞으로 경기가 둔화된다면, 달리 말하면 산업생산이 위축된다면 고용 사정도 악화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향후 고용 사정은 앞으로의 경기 전망에 좌우된다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까지 나온 경기지표들에 따르면 국내 경기가 과히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금년 9월 들어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주요국의 증권가격이 폭락하는 가운데 세계경기 위축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국내에서도 물가 상승 및 금리 인상 기조 등을 반영하여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앞으로 경기 후퇴에 뒤따라 기업들이 생산 조정 단계에 진입한다면 고용사정은 악화될 것은 분명하다.
다만 부문별로는 예외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방역조치 완화 및 여행자유화가 이루어지면 일부 서비스업종에서는 고용이 확대될 여지가 남아 있다. 그리고 최근 고용 증대가 노동 공급과 수요의 동반 확대, 상용직(계약 기간이 1년 이상) 중심의 취업자수 증가 등을 수반하였다는 점에서 고용 호조가 당분간 지속될 여지도 없지 않다는 점을 주목하여야 하겠다.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병폐(예컨대 소득 격차 확대, 출산율 저하, 가계부채 누적 등)의 상당 부분은 고용확대를 통해서만이 고칠 수 있다. 고용 확대는 우리 경제 있어서 그만큼 시급하고 중차대한 과제이다. 지금 모처럼 고용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만큼 지금의 이 추세를 잘 이어가기를 기대한다.
이제까지의 논의를 종합하면 고용은 경기 변화에 민감하다는 결론을 유도할 수 있다. 고용이 경제성장과 괴리를 보인다고 서로 관계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최근에 그 괴리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경제성장의 고용흡수력이 높아진 결과로써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성장을 적극적으로 도모하는 것이 고용 확대의 지름길이 된다는 점은 더욱 명확해졌다. 앞으로 닥칠 불경기의 진폭을 최소화하고 조기에 경기를 회복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지금의 고용 호조를 유지하고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으로 준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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